디젤이 대기오염의 주범이라는 편견 버려야
오강현 | 대한석유협회 회장
세계 각국의 그린카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글로벌 자동차산업 판도는 물론 미래 국가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저탄소 녹색성장’ 이라는 시대적 과제와 맞물리면서 그린카 개발과 보급은 국가정책의 중요 아젠다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은 이미 세제혜택, 연비기준 강화 등 그린카 시장선점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우리정부도 ‘그린카 4대강국’을 목표로 적극적인 육성의지를 밝히고 있다. 바야흐로 소리없는 그린카 전쟁이다.
그린카란 무엇인가? 에너지를 적게 쓰고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차를 말한다. 연비가 좋고 이산화탄소 등 환경부하물질이 적게 배출되는 차로 정의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은 전기자동차, 하이브리드차, 클린디젤차 등을 놓고 치열한 모색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가장 적합한 그린카는 무엇일까?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전기차일까? 일본이 선점한 하이브리드차일까? 유럽에서 강세인 클린디젤차일까? 판단기준은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국익이다. 기술경쟁력과 한정된 자원을 고려하여 선택과 집중을 해야한다. 어느 때보다 종합적이고 냉정한 판단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에 가장 적합한 차는 클린디젤차라고 본다. 품질이 대폭 강화된 디젤이 경쟁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전기차가 이상적일 수 있으나, 배터리기술과 인프라구축 등 고비용 때문에 개발과 보급이 쉽지 않다. 하이브리드차는 일본이 핵심기술을 선점하여 경쟁력의 우위 요소가 부족하다. 반면 디젤은 매연 배출이 적은 친환경성과 높은 연비로 녹색성장 시대에 적합하다. 우리나라의 디젤엔진 개발능력과 정유 기술력이 세계적 수준이며, 에너지수급 밸런스와 저렴한 생산단가 등을 고려하면 종합적인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사실 디젤의 친환경성은 자못 드라마틱하다. 한때 환경오염의 대명사였던 디젤(경유)이 지금은 친환경연료를 선도하고 있다. 디젤의 황 함량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10ppm으로 환경선진국인 북유럽과 수위를 다투고 있다. CO2 배출량도 개선되었고, 후처리장치(DPF)의 기술개발과 보급확대로 미세먼지도 급감하고 있다. 과거 세계 최빈국 수준에서 현재 세계 10대 경제대국의 반열에 오른 우리나라의 환골탈태와 흡사하다.
그러나 일부는 아직도 디젤이 대기오염의 주범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서울시는 얼마 전 미세먼지 농도를 현재 ㎥당 53㎍에서 2010년까지 49㎍으로 줄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디젤버스를 압축천연가스(CNG)버스로 교체한다고 발표했다. 미세먼지의 원인에 대해 논란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디젤버스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하는 듯 해서 매우 안타깝다. 서울시는 미세먼지 농도 30㎍인 프랑스 파리를 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파리에 신규 등록차량의 약 70%가 유로기준 4와 5를 만족시키는 클린디젤차량이라는 점을 간과했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디젤은 매연과 관계없는 세계최고 수준의 품질의 청정유라는 점마저도 간과했다.
디젤의 확대보급은 왜곡된 에너지수급도 바로잡을 수 있다. 디젤은 휘발유보다 30%, LPG보다 60% 정도 연비가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젤차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왜곡된 세제로 인해 신규 등록승용차 가운데 디젤차는 극히 낮다. 그 결과 원유 정제과정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디젤은 48%가 수출되고 3.8%밖에 생산이 안되는 LPG는 소비량의 61%를 수입하는 기형적인 구조를 보이고 있다. 디젤차 보급이 확대된다면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어, 대기환경 개선과 국민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행히 디젤의 가치를 인정하는 의미있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월 국회에서 클린디젤차가 친환경자동차에 포함된 것이다. 디젤이 경제성뿐만 아니라 환경성에서도 공식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정부가 비로소 편견에서 벗어나 올바른 정책을 시작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올해 서울모터쇼에서 디젤엔진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0%가 디젤차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구매의사를 밝힌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정부는 최근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2005년 대비 4%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CO2 배출이 적고 연비가 좋은 디젤차의 보급확대가 수송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에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다. 아직도 뿌리깊은 ‘디젤=공해주범’ 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가장 합리적인 대안인 디젤의 보급에 주력하는 것이 녹색성장에 이르는 첩경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