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석유산업의 과제와 대응전략방향
서주석| 아주대 에너지학과 초빙교수
현황 및 문제점
최근 국내외 석유산업은 석유수요의 감퇴 및 유가하락에 대한 우려와 경영악화에 대한 위기의식이 증대하고 있다. 세계 원유가격은 1990년대 하향 안정세를 유지하여 2001년 9월 뉴욕 세계무역센터의 폭파이전에는 배럴 당 27달러 수준의 약세를 유지하였다. 그러나 그 후 2005년까지 이라크의 전쟁 및 미국의 카트리나 태풍에 따른 유전 및 정제시설의 대폭적인 파괴 등 지정학적 요인에 따라 원유가는 급상승하여 28년 7월 한 때에는 무려 142 달러까지 급상승하였다. 그러나 2008년 하반기 비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경제의 극심한 침체의 확산으로 금년 3월에는 32 달러 대로 대폭 하락된 후 최근에는 다시 상승하여 70달러 내외에 머물고 있다.
현재의 원유가는 1979-80년의 제2차 석유파동 기의 배럴 당 40 달러의 유가가 세계 물가상승 및 미 달러의 약세를 반영하면 약 90-100 달러에 상당하는 것으로 평가되므로 당시의 70~78%의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세계경제가 조속히 회복되지 않는 한 국내외 석유산업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세계경제의 침체에 따른 석유수요의 감퇴이다. 세계경제는 2007년 4.9%의 성장에서 2008년에는 3.1%로 감소되었다. 이에 따라 세계 석유수요는 2008년에는 전년도의 일 86백만 배럴에서 85.7 백만 배럴로 0.4%가 감소되어 2차 석유파동 직후 세계경제의 침체에 따른 1983년의 절대감소를 경험한 이래 처음으로 감소를 기록하였다. IEA는 금년에도 석유수요는 일 84.4 백만 배럴로 다시 1,5%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국내 석유소비도 2007년의 3.5%의 증가에서 2008년에는 4.3%가 감소되었다. 따라서 국내 석유산업은 당면한 과제는 물론 21세기 석유를 포함한 에너지전반에 걸친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중장기 대책을 조속히 수립하여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21세기 패러다임의 변화와 석유산업의 향후 역할
국내외 석유산업은 21세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도전과 기회의 기로에 서 있다. 21세기의 석유는 물론 에너지전반에 걸친 엄청난 변화가 예고되고 있어 이에 대한 준비 여하에 따라 석유산업은 부침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21세기의 최대 생존전략의 메시지는 에너지, 환경 및 경제의 소위 “3E"의 조화를 통한 기업 및 국가와 인류의 지속적인 생존 및 번영이다. 또한 에너지부문의 지속성장을 위한 전략으로 WEC가 제시하고 있는 에너지의 확보가능성 (Affordability 및 Availability), 소비자의 접근가능성 (Accessibility) 및 수용성 (Acceptancy) 등 소위 ”3A“를 여하히 충족시키느냐에 따라 석유기업의 생존 및 발전이 좌우될 것이다.
이는 2차 대전이후, 특히 1950년대부터 세계 석유 수급 및 가격을 좌우하여 온 앵글로 색손 계통의 다국적 기업인 소위 “7자매 (Seven Sisters)" 불과 50년 만에 엄청난 부침을 거쳐 온 사실이 증명하고 있다. 당시 이태리 석유산업의 창시자인 엔리꼬 마테이 (Enrico Mattei)는이들 7대 다국적 기업의 막강한 영향력을 풍자하여 ”7자매“ 라고 풍자하였다. 그러나 이들 1970년대의 석유파동기 거치면서 이들의 영향력은 OPEC의 결속으로 상대적으로 약화되기 시작하였다. 더욱 1990년대의 WTO 출범 및 외환위기와 2000년대의 석유 폭동기를 거치면서 7자매는 물론 OPEC의 발언권도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상대적으로 주요국의 국영기업을 중심으로 한 소위 ”신 7자매“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종래의 7자매인 에쏘 (ESSO), 셸, BP, 모빌, 셰브론 (Chevron), 걸프 (Gulf) 및 텍사코 (Texaco)는 불과 50년 만에 인수 및 합별을 거듭하여 2005년에는 종래의 7자매 중 엑슨모빌, 셸, BP, 셰브론 이외에 새로이 토탈 및 코노코필립스가 참여한 6개 회사의 소위 ”슈퍼 메이저“로 개편되었다. 반면에 러시아 및 개발도상국의 국영 석유 및 가스 회사의 영향력이 크게 확대되어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2007년 3월 11일 세계 석유 및 가스 회사의 영향력 평가를 기초로 새로운 ”7자매“를 선정하였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사우디 아람코, 러시아의 카스프롬, 중국석유화공집단공사 (CNPC), 이란 석유국영회사 (NIOC),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 (PDVSA), 브라질 국영석유회사 (Petrobras) 및 말레이시아 국영석유회사 (Petronas) 등이다. 따라서 향후 세계 석유공급 및 가격은 신흥 6개의 “슈퍼 메이저” 및 OPEC과 신흥 국영 7자매의 3각 관계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향후 적어도 2050년까지는 물론 석유를 대체할 말한 저탄소 녹색에너지의 실용화의 한계로 석유의 주종 에너지로서의 역할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현대 문명이 값싸고 편리한 석유에너지에 의해 구축되어 이의 개편에는 석유시스템 및 생활약식의 개편을 위한 투자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는 IEA 등 국제전문 기구의 전망에 의하면 석유의 비중은 2010년의 34%에서 2030년에도 32.6%를 유지하고 2050년에도 30% 내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에 재생에너지는 같은 기간에 12.9%에서 13.7% 및 20% 미만으로 증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에너지의 안정수급은 상당부문 석유 및 천연가스와 석탄의 액화 및 천연가스화 등을 통한 저 온실가스 배출 화석에너지가 담당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석유산업의 진로
첫째, 에너지 이용합리화를 위한 원가 절감에 주력하여야 한다. 이는 당면한 경영위기의 극복은 물론 향후 강화될 기후변화대책을 위한 최우선 전략이다.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근본대책은 온실가스 배출의 완화와 삭감이다. 그러나 현재의 기술수준으로서는 저탄소 녹색에너지의 획기적인 증대와 탄소포집 및 저장 (CCS) 기술의 한계로 근본적인 감축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유럽연합에서는 온실가스의 저감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은 에너지절약이며, 이를 통하여 거의 50%를 절감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이에 대한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국내 석유 및 석유화학 업종은 2007년 현재, 제조업 부문 에너지 소비 중 50.6%를 점하고 있다. 따라서 원가절감은 물론 온실가스 저감을 위하여 신재생에너지 및 천연가스로의 대체 및 에너지절약을 포함한 에너지이용합리화 대책을 강화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일부 국내 석유 및 석유화학업계에서는 에너지 절약 수준은 이미 세계적 수준이므로 더 이상 절감을 투자는 고비용으로 경영압박만 과중시킨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BP,셸, 다우케미칼 등 세계 주요 석유 및 석유화학 메이저들은 정유공장 부지에 열병합발전소의 건설을 포함한 종합 에너지이용합리화대책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둘째, 석유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상류부문인 유전개발사업과 중류부문인 정제 및 석유화학 사업과 아울러 하류부문인 제품의 마케팅 등 3부문의 수직적 결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하여야 한다. 석유는 여전히 지정학 및 지경제적인 요인에 의해 수급 및 가격의 변동폭이 심한 주기적 상품이다. 따라서 주요 메이저들도 2003년 이후의 고유가 시대에 들어와 대부분 석유정제 및 제품 마케팅 부문의 수익은 매우 저조하거나 감소하였다. 반면에 상류부문의 막대한 이익과 석유화학 부문의 호조로 석유정제 및 마케팅 부문을 지원하고 나아가 인수․합병을 통하여 지속적인 성장을 하여왔다. 물론 국내 일부 석유업계도 상류부문과 유통부문의 해외진출에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국내 석유업계는 원유 공급의 대부분을 다국적 기업에 의존하고 있는 태생적 한계로 내수시장의 점유율 확대와 제품의 수출입에 의존하여 왔다. 따라서 국내 석유산업계도 통합 및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여 비용절감은 물론 대형화하여 대외 협상능력을 강화하여야 한다. 나아가 외국의 주요 석유산업계와의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여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여야 한다. 이를 위하여 미국의 거대 메이저인 엑슨과 모빌의 통합, 코노코와 필립스의 통합을 통한 슈퍼 메이저로의 등극, 프랑스 토탈의 이태리 피나의 석유화학부문 인수를 통한 슈퍼메이저의 등극, 중국의 CNPC, Sinopec 및 CNOOC 등의 기업결합과 BP와 셸의 전략적 제휴 등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셋째, 기후변화대책에 대한 중장기 대책을 수립하고 이를 혁신적으로 추진하여야 한다. 한국은 경제력은 세계 13위이나 온실가스 배출은 9위이다. 더욱 1990~2005년 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94.1%나 증가되어 증가율에 있어 세계 1위이다. 향후 교토후기 협상에 따라 감축목표가 할당이나 국가별 자체 부문별 감축서약 방식이 채택되던 한국의 석유 및 석유화학 업계는 대부분 에너지다소비 업종에 속하므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압력이 강화될 것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강화하여야 한다.
넷째, 당면한 경영위기를 극복하고 석유 및 석유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수익모형과 아울러 발전모형을 개발하고 이에 대한 세부 실천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주요 다국적 메이저는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하여왔다. 대표적인 사례는 유전개발의 가스주입을 통한 석유생산 증강, 가스전의 메탄회수 및 메탄시장의 구축,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는 물론 탄소의 지하암반층 저장, 수소에너지개발 및 흡수원을 확보하기 위한 조림사업 등이다.
넷째, 석유 및 석유화학 산업의 종합에너지 및 글로벌 기업으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하여 기업 및 정부가 공동으로 장기 발전전략을 수립하여 추진하여야 한다. 한국은 세계 3대 에너지소비 권역인 북미, 유럽연합 및 동북아 지역 중에서 에너지 및 기후변화 안보가 가장 취약한 동북아에 위치하고 있다. 더욱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지정학적으로나 지경제학적으로 가장 취약하다. 따라서 석유 및 천연가스의 공동비축은 물론 홀무즈 해협 및 말가카 해협의 안전 수송을 위한 관련 국가들과의 안보협력을 강화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