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해외유전개발 정책방향
글 | 황수성_지식경제부 유전개발과장
Ⅰ. 들어가는 글
‘08년은 산유국으로서는 천당과 지옥을 동시에 겪은 한해로 볼 수 있겠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세계 경기 둔화가 심화되면서 석유소비량 감소, 유동성 부족 등을 원인으로 Dubai 유가는 7월 4일 배럴당 140.7불을 최고가로 기록하고는 12월 31일 36.45불로 최저가를 기록함으로써 양 끝단의 가격 차이가 약 4배에 이르는 큰 변동을 보였다. 이는 국가 재정 수입의 대부분을 원유 수출로 충당하는 산유국 정부의 재정에 직격탄을 날렸으며, 배럴당 70-80불선을 기준을 세웠던 ’09년 예산을 저유가에 맞게 수정해야 했던 것이다.
이러한 큰폭의 유가 하락은 산유국 뿐만 아니라 메이져 유전개발 기업에도 그 파고가 강하게 미치고 있다. 고비용이지만 지리·정치적인 위험도가 낮고 안정적인 수익이 기대되었던 오일샌드 사업도 유가 하락으로 인한 경제성 담보의 어려움으로 투자계획이 축소되거나 유보되고 있으며, 심해 및 극지 개발에 대한 수요도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따라서, 전세계적으로 유전개발 기업의 신규투자 계획 조정은 불가피하며, ‘09년 투자계획의 대폭적인 축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가하락으로 유전개발 기업 가치뿐만 아니라 유전개발 기업이 보유한 광구의 가치가 동시에 하락하면서 시장에 광구 매물이 증가하고 있는 현 상황은 우리 기업들이 싼 가격에 유망 유전을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석유는 시장의 수급관계에 따라 가격이 자유롭게 결정되는 일반 재화와 달리 OPEC 등 산유국을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공급과 가격이 조절되는 전략상품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우리는 지난 두 번의 석유 파동과 150불에 근접하는 초유의 유가 급등 사례를 통해 원유 자주개발 공급원의 확보가 우리 경제에 얼마나 중요한 사안인가를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따라서 ‘09년에는 보다 과감하고 적극적인 자원외교 등 정책적인 수단을 동원한 유전확보 전략을 펼칠 시점으로 보고 있으며, 저유가 상황을 반영하여 탐사/개발 광구 확보보다는 생산광구 또는 해외의 중견유전개발기업의 M&A를 통한 자주개발율 향상 및 석유공사의 대형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Ⅱ. ‘08년 추진사업 현황과 주요성과
지난해는 우리기업의 해외유전개발 투자가 ’08년 대비 57% 증가한 40.1억불 투자 달성으로 자주개발 역량이 비약적으로 확대된 한해였다. ’05년 사상 최초로 해외자원개발 부문 투자가 1조원을 뛰어넘은 이래, ‘06년에는 1.9조원, ’07년에는 2.5조원 그리고 지난해에는 4조를 돌파하였다. ‘08년 신규진출 사업수는 35건으로 현재 유전개발사업은 36개국에서 155개 사업이 진행 중에 있다. 또한, ‘08년 자주개발율은 ‘07년 4.2%에서 1.52%p 증가한 5.72%로 향상되어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의 ’08년 5.7% 자주개발율 목표를 달성하였다.
‘08년 유전개발사업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7월의 고유가 상황까지는 신규사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투자를 주도하다가 9월 이후 배럴당 40불선으로 유가가 하락하면서 그 투자 열기 역시 동시 하락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06년 신규 유전개발 사업수가 24건에서 ‘07년 43건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가 ’08년 35건으로 축소된 것은 중·소기업 단위의 신규 사업투자 열기가 식은 것이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중소규모 기업들의 유전개발 시장에 신규 참여축소는 일면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그간 주식시장의 해외유전개발株에 대한 ‘묻지마’식 투자 열풍에 편승하여 무조건적으로 유전개발 사업에 참여했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약화될 수 있으며, 오히려 우리나라 유전개발 업계가 건강해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유전개발의 질적인 측면에서의 성장은 ‘07년에 이어서 계속 되었다. 단순 지분참여 형태에서 기술력과 고도의 운영 경험을 높일 수 있는 운영권 확보 사업수가 ‘07년도 52건에서 ’08년 67건으로 확대되었다. 다음 표는 그간 탐사사업 위주의 신규사업 신고수가 개발과 생산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유전개발사업의 포트폴리오가 개발과 생산사업으로 사업형태가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구 분 | 생 산 | 개 발 | 탐 사 |
05년 | - | 2 | 12 |
06년 | 1 | 1 | 22 |
07년 | 5 | 5 | 33 |
08년 | 2 | 4 | 29 |
<표: 신규유전개발사업 포트폴리오>
해외유전개발 역사에서 ‘08년은 특별한 한해로 기억될 것이다. 그 이유의 첫째는 10억불 규모 이상의 자산을 가진 Taylor Energy사(美)의 일일 생산량 17천배럴 규모의 미국 멕시코만 생산자산을 인수한 것이다. 석유공사와 삼성물산은 미국의 독립계 석유회사인 Taylor Energy사의 생산자산을 100%로 인수함으로써 세계 유전개발 시장의 본산인 미국의 멕시코만에 본격 진출하게 되었으며, Taylor Energy사의 숙련된 기술인력 150명까지 인수하게 됨으로써, 그간 생산유전 운영에 필요한 인력난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매장량 6천만배럴, 일산 17천 배럴 규모의 생산자산은 역대 최대 규모의 생산자산 인수로 기록될 것이며, 우리기업의 생산유전 인수에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는 전세계 최후의 “Easy Oil" 지역으로 알려진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 지역에서 2개 광구의 운영권과 6개 광구의 지분을 확보하여 추정 매장량 20억배럴 이상을 확보한 것이다. 동 사업은 유전개발과 그 지역의 19억불 규모의 SOC 건설을 연계하여 확보한 것으로 우리나라의 산업부문 기술력과 유전을 교환하는 ”패키지딜“ 방식을 통해 서로의 장점을 주고받은 사례로 들 수 있겠다.
또한, 중앙아의 마지막 남은 천연가스의 寶庫인 “투르크메니스탄”과 정상급 자원외교를 통해 카스피해 해상광구 확보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한 것과 남미의 주요 산유국인 “콜롬비아”에 공개입찰을 통해 6개 신규 탐사광구를 확보한 것은 우리 유전개발 업계의 사업 환경이 전세계로 확대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들 수 있는 예가 되겠다.
Ⅲ. 2009년 해외자원개발 정책 방향 및 중점 추진과제
1. 유전개발 기업 M&A 및 생산유전 확보 추진
탐사광구에서 유전발견부터 생산에 착수하기까지 통상 5~10년이 걸리는 유전개발사업의 특성상 단기간내에 획기적으로 원유·가스 자주개발률을 제고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성공을 확신할 수 없는 탐사광구 위주의 유전개발사업은 안정적 에너지원의 확보를 담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대안으로 ‘09년의 주요 정책적인 목표를 개발·생산광구나 중·소규모 독립계 석유개발 전문기업의 인수·합병(M&A)과 같은 이른바 생산자산의 매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정부는 전세계적인 유동성 부족과 경기침체로 인해 유전개발 기업과 광구 가격이 하락하고 있고, 유망한 매물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데 유리한 환경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남미와 미주 및 아프리카 등 전세계를 대상으로 적절한 규모의 인수 대상 유전개발 기업을 탐색하고 있다. 석유개발전문기업의 M&A는 일정 생산규모와 운영능력 및 기술인력, 글로벌 네트워크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어 우리 기업이 석유메이저 회사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의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내적 여건을 고려할 때 생산자산의 확보가 용이한 상황은 아니다. 생산자산 확보를 위한 자금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는 생산자산의 효과적 확보 방안과 규모, 향후 유가추세를 고려한 적정 매입시기 등에 대해 전략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정부출자 확대 및 유가완충준비금의 출자금 전환, 국민연금의 해외자원개발 투자 등을 통해 자금을 확보할 예정이다.
2. 전략적 에너지·자원 외교 강화
국영기업과 메이저사 주도체제의 국제자원시장에서 후발주자인 한국의 입지는 극히 제한적이며, 旣 형성된 Rule of Game으로는 경쟁에서 승산이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 다만, 아프리카, 남미 그리고 중앙아 등 신흥 자원부국의 등장은 우리에게 본격적인 자원개발시장 진출을 위한 기회이자 최대 승부처가 될 수 있다. 신흥 자원부국의 고유가를 활용한 인프라 및 산업기반 건설 니즈와 한국의 자원확보 니즈가 마주치는 황금접점(Golden Node)은 경제발전 단계상 상호보완적 관계 설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신흥 자원부국은 메이저 석유사의 진출이 전통 산유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약하므로 우리 자원외교의 전략지역으로 선정, 자원 확보를 위한 마지막 틈새시장으로 적극 활용하는 것이 ‘09년의 자원외교의 기본 방향이 될 것이다.
최근의 유가하락으로 러시아 등 자원보유국은 해외기업의 유전개발 투자 촉진을 위해 석유수출세 감면, 초과이윤세 축소 등 계약조건 완화를 추진하고 있어, 이러한 유리한 투자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적극적인 에너지·자원 협력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 중앙아, 남부아프리카 등 대규모 경제·산업개발을 추진 중인 국가와 콜롬비아 등 외국인 투자기회가 확대되고 있는 중남미 국가를 중심으로 자원·산업 협력을 연계한 정상급 순방 및 초청외교 등을 적극 전개함으로써 우리기업의 진출 기회 확산을 시도할 것이다. 또한, 국제 정세상 진출이 어려웠던 이라크 등에 대해서도 고위급 초청, 실무급 방문 등을 통해 우리기업 진출을 위한 자원협력 기반을 구축하고, 아울러, 카자흐, 러시아, 투르크 등과 자원협력위 등 상시적인 협력채널을 통해 기 확보한 프로젝트의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수단 등과 신규로 자원협력 채널을 구축, 우리기업의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최근의 유가하락과 국제 금융시장의 유동성 문제는 주요 산유국의 유전개발 투자 계획을 상당부분 축소하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어, 우리나라의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경쟁력을 협상의 레버리지로 활용하는 현물거래 방식을 도입하여 주요 유전 지분 확보를 검토하고 있다. 특희, 브라질 등 심해유전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주요 산유국의 조선관련 대규모 투자 니즈(Drill Ship, FPSO, Platform 등)와 원화자금에 의한 현물 출자를 연계하는 방안을 강구, 최근의 저유가 상황과 연동, 유전개발 투자 환경 변화에 탄력 대응함으로써 새로운 패키지형 자원개발 협력 모델에 의한 적극적 해외유전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물거래 방식의 유전+조선 연계사업 구도》
유전개발 컨소시엄 ☞ 대규모 외화조달의 부담없이 유전 지분 확보 ☞선박, 플랜트 수출 증대 | 현물 제공 --------------> <-------------- 유전 확보 | 산유국 NOC ☞드릴쉽, FPSO 등 개발설비의 적기 확보 ☞유전개발사업의 차질없는 추진 |
3. 유전개발 촉진을 위한 인프라 시스템 구축
유전개발을 위한 탐사, 개발, 생산사업의 독자적 수행을 가능하게 하는 고도의 기술력과 인력 확보 여부는 중장기적으로 우리기업이 석유 메이저사로 발돋움할 수 있는가를 판단하는 관건이 된다. 유전개발 분야의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08년 수립한 체계적 유전개발 R&D 로드맵에 따라, 금년도는 유전개발 R&D의 구체 추진 방향이 결정될 것이다. 로드맵에 따른 필요한 기술 수준 달성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작업을 수행하여, 관련기관별로 육성할 기술의 전문화, 분업화하여 분류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인 기술향상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술력 확보 및 전문가 육성 사업은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정부차원에서의 안정적 재원 확보와 지속적 추진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예산지원 확대를 통해 유전개발기술 중 우선적으로 투자해야 할 과제 선정과 관련 인력 양성 등 정책을 집행하는 등 자주개발역량 확충을 뒷받침할 예정이다.
우리기업의 유전개발 사업 참여가 기록적으로 확대되면서, 유전개발에 필요한 기술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유망광구 확보를 위한 탐사 자료 분석 수요 증가, 시추선 용선료 급증 등으로 유전개발 비용도 급증 추세에 있다. 유전개발 기술 서비스는 자원개발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서비스이나 우리나라는 기술 서비스 인프라 부족으로 해외 기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열악한 환경에 있다. 또한 광구당 기술서비스 지출 비용은 평균 수십억원에서 수천억원까지 해외기업에 지출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업정보가 해외 기업에 유출될 가능성도 높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고, 우리기업의 유전개발 역량을 확충하기 위해 유전개발 서비스 산업을 육성하여 新 성장 동력 창출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유전개발 관련 서비스 산업 육성 방안” 수립하여 핵심 육성산업으로 ①유/가스전 기술평가 및 중개 서비스, ②탐사 자료취득 및 처리 기술 서비스, ③ 유전개발 운영관리 및 지원서비스, ④ 선박/시추 기술 서비스 등 4개의 서비스 산업 분야를 선정, 사업화 전략 추진 및 정책 지원을 추진하며, 유전개발 기술 서비스 산업 정착을 위한 시장기반 조성을 위해 전문서비스 기업 인증제도 도입, 유전개발기술의 표준화/국산화 를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Ⅳ. 맺음말
‘08년 새해 벽두를 장식했던 ’유가 100불 돌파‘ 뉴스는 이미 구문이 되었다. 당시, 일부 전문가들은 유가 150불 시대를 경고하였다. 실제로 7월에는 150불에 근접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 유가하락은 시작되었고, 현재 유가는 40불선을 유지하고 있다. 7월과 비교할 때 4배 가량의 변동폭을 보인 것이다. 향후 유가 예측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직설적으로 반영하는 실례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점은 석유가 금융상품화 되면서 수급 요인 외에도 금융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그 변동폭이 커진다는 사실을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저유가 상황은 미국발 세계경제 위기에 상당부분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유가는 석유 수급 상황이 반영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1990년대의 저유가 상황이 결국 2000년대 초반의 유가 상승과 지난해 중반의 초고유가를 기록하게 된 원인으로 분석된 바, 현재의 저유가는 조만간 고유가 상황을 초래할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라 예측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현 단계에서 우리가 준비해야 될 것은 우리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여 가능한 많은 유망 광구를 확보, 고유가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 유가는 결국 국제 정치, 경제 및 시장상황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어느 부분의 불균형은 그 영향이 즉각 시장에 반영되기 때문에 유가 변동에 대한 완충제 역할을 ’해외유전개발‘ 부문이 담당 할 수 있도록 그 역량 확충을 위해 학계, 유전개발업계 그리고 정부가 합심하여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적극적인 자원외교 추진과 함께 우리 기업들이 활발히 해외자원개발에 진출할 수 있도록 자금 지원 및 제도 개선과 유전개발업계의 역량 확대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