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제품 수출시장 현황 및 전망

글 | 백영찬_SK증권 기업분석팀 정유/석유화학담당

국내 석유제품 수출 현황

올해 국내 수출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전통적인 수출효자 품목과는 다른 새로운 기린아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08년 10월까지 누계기준 우리나라 최대 수출품목은 반도체나 자동차가 아닌 석유제품이었다. 최근 지식경제부 자료에 따르면 금년 10월까지 누계기준으로 석유제품 수출금액은 총 343억달러로서 선박류(342억 달러), 일반기계(321억달러)를 제치고 당당히 국내 수출품목 1위를 차지하였다. 수출금액 증가요인은 단순히 금년 상반기까지 지속된 고유가 때문만은 아니다.

금액기준으로 전년동기대비 110.9% 증가하였을뿐만 아니라 수출물량기준으로도 16.4%나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국내 석유제품 수출금액은 지난 2005년 150억달러를 달성한 이후 불과 3년만에 300억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한편, 국내 정유사 매출액에서 수출금액이 차지하는 비중도 50%를 넘어섰다. 각 정유사별 수출비중을 살펴보면 SK에너지 58.0%, GS칼텍스 53.9%, S-Oil 64.0%, 현대오일뱅크 47.6%를 각각 기록하였다. 석유제품의 주요 품목은 경유/항공유/휘발유 중심의 경질유로서 과거 저부가가치의 중질유 중심에서 크게 변화되었다. 또한 주요 수출지역도 중국, 일본, 미국, 칠레, 인도네시아 등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물론 최근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크게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그림 1. 국내 석유제품 수출추이                       (단위: 십억$, 백만bbl)

자료 : 한국석유공사
* 주 : ’08년 수출금액 및 물량은 1~10월 누계기준임

자료 : 한국석유공사
* 주 : 싱가폴 수출물량 중 상당부분은 중국에 유입되는 것으로 추정됨

자료 : 한국석유공사

이와 같은 국내 석유제품 수출증가의 원인은 크게 내부요인과 외부요인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우선, 외부요인으로는 2004년부터 시작된 유가상승에 따른 제품가격 상승효과 및 세계 경제호황에 따른 석유수요 증가가 그것이다. 참고로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세계 석유수요는 연평균(CAGR) 2.2% 성장하였다. 또한 국내 정유사들의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 고도화설비 증설을 통한 경질유 생산량 증대, 등/경유탈황설비(MDU) 확충을 통한 품질개선 등의 내부적 요인도 석유제품이 수출품목 1위를 달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몇 년간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는 경제성장에 따른 경질유 수요가 급증한 반면 정제설비 부족에 따른 초과수요 현상이 지속되었다. 국내 석유수요 정체에 따른 정유사들의 잉여물량은 신흥시장 개척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으며 적극적인 시장개척을 통해 남미지역인 칠레에도 많은 물량을 수출할 수 있었다.

자료 : EIA, SK증권
* 주 : ’09년 석유수요는 EIA, IEA, CGES 전망치 평균임

그런데, 최근 미국 금융위기에 따른 실물경기 위축과 이로 인한 세계 석유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가 증대되고 있어 향후 국내 석유제품 수출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국내 석유제품의 수출전망을 위해서는 국제유가 및 세계 석유제품 수요전망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우선 ’09년도 국제유가는 하향안정세가 불가피해 보인다. 금년과 같은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의 석유제품 수요회복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한 점을 고려할 때 국제유가의 강세전환 시나리오는 설득력이 낮은 상황이다. 둘째, 내년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는 올해보다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9월 이후 Global 경기침체로 국제 물동량이 감소하면서 벙커링 수요가 다소 위축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세계 석유소비의 약 23%를 차지하는 미국의 경우 월별 석유제품소비가 4월 이후 직전분기대비 연속 6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미국 금융위기가 실물경기 침체로 이어지면서 실업률 상승의 지표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미국의 석유제품 소비회복은 어려울 전망이다. 국내 석유제품 최대 수출대상국인 중국의 석유소비도 소폭 둔화될 전망이다. 중국의 월별 석유제품소비 또한 지난 6월 이후 4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어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최근 FACTS는 ’09년 아태지역 석유수요 증가율이 전년대비 0.3%P 감소한 2.5% 증가하는데 그칠 것이며 석유수요 순증가 규모는 634천b/d로서 전년대비 51천b/d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한편, 내년 중국과 인도의 정제설비 신증설 물량은 약 147만b/d로 예상되어 동 지역의 석유제품 공급량은 더욱 증가될 전망이다. 국내 석유제품 수출지역에서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84.0%(’08년 10월 누계기준)인 점을 감안하면 내년도 석유제품 수출은 금년대비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현 상황에서 석유제품 수출확대를 위한 묘약을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세계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감소를 우리 스스로가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규 해외시장 개척 및 대중국 수출비중 분산, 경질유 수출비중 확대, 품질 및 원가경쟁력 개선 등의 노력을 꾸준히 기울인다면 예상외로 석유제품 수출이 선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된다. 국내 정유사들은 내년 석유제품 수출상황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최근 2~3년간 보여 주었던 열정적인 시장개척, 과감한 고도화설비 투자, 고품질 제품생산 등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려운 시장상황 극복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 : FACTS

표 3. 중국 및 인도의 신규 정제설비 추이

자료 : 업계자료, SK증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