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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오일머니의 힘, 끝없이 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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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오일머니의 힘, 끝없이 질주한다

박복영_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중동팀장

1. 고유가와 오일머니

2003년 초 20달러대에 머물던 국제유가 최근에는 80달러 이상으로 치솟으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러한 고유가 덕분에 중동 국가들은 사상 유래 없는 경기활황과 오일머니 획득을 누리고 있다. 걸프지역의 경제성장률은 <그림 1>과 같이 이라크 전쟁이 종결된 2003년부터 높아져 현재는 6% 내외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2006년 한 해 동안 걸프지역 8개국이 석유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오일머니는 약 4천억 달러이며, 국제유가가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올해까지 유입될 오일머니 전체 규모는 무려 2조 5천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가별로 보면 걸프지역 전체 오일머니의 40% 이상인 약 1조 달러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유입되었고, 다음은 이란, UAE, 쿠웨이트, 카타르 등의 순으로 유입되었다.

그림 1. 걸프지역의 경제성장률과 국제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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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2005년과 2006년은 추정치
자료: IMF. World Economic Outlook 2007 database.

걸프지역의 경우 모든 나라가 국영석유회사체제를 운영하고 있어 대부분의 오일머니는 국영석유회사를 통해 유입되어 정부로 집중된다. 걸프지역의 원유생산비용은 배럴당 5〜10달러에 불과하므로, 판매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초과수익은 천연자원 국유화의 원칙에 따라 정부에 귀속된다. 오일머니 증가는 가장 직접적으로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로 이어지고, 이것이 사회서비스 및 인프라 확충, 국영기업 투자 확대, 민간부문의 소비 증가로 귀결된다.

걸프지역 국가들이 재정지출에서 가장 역점을 두는 분야는 에너지생산능력 확대, 산업다각화를 위한 산업 육성, 인적자원 개발, IT, 관광, 금융과 같은 서비스산업 육성, 인프라 확충과 경제자유구역 개발 등이다. 중동지역 경제협력체인 걸프협력기구(GCC, Gulf Cooperation Council) 6개국은 에너지나 각종 인프라분야에 2010년까지 7천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동경제 전문잡지인 MEED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2007년 8월 현재 중동 걸프지역에서 진행 중이거나 계획된 프로젝트의 규모는 무려 1조 6,500억 달러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2. 석유분야 투자확대

걸프지역 국가들은 2000년대 초만 하더라도 앞으로의 세계 석유수요 증가에 대해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신흥시장의 강한 석유수요 증가세를 보면서 향후의 석유수요 증가에 대해서 상당한 확신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걸프국가들이 가장 크게 우려한 것은 대체에너지의 개발을 통해 석유 수요가 감소하지 않을까 하는 것과, 유가상승이 경기둔화와 에너지절약으로 이어져 석유 수요가 감소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5년간 국제유가가 3배 이상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석유파동 때와 같이 석유수요가 급감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걸프지역 국가들에게 장래의 석유수요 증가에 대한 강한 확신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재생에너지나 바이오 연료와 같은 대체에너지가 일부 개발되고 있지만 아직은 화석연료의 사용을 크게 줄일 만큼은 아니며 수소에너지가 경제성을 지니기 위해서도 앞으로 상당 기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리고 GTL(Gas to Liquid), 오일샌드, 오일쉘과 같은 소위 비전통적 석유(non-conventional oil)의 개발도 촉진되고 있지만 이들이 전체 원유공급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도 2%에 불과하다. 따라서 앞으로 전통적인 원유가 전체 에너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금보다는 줄어들겠지만, 적어도 수 십 년간은 여전히 인류의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남아 있을 것이 분명하며 추가적인 공급증가의 상당부분은 걸프지역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이러한 장기적인 전망과 최근 중국과 인도의 급속한 석유수요 증가가 걸프국가들로 하여금 석유생산능력 증대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한 배경이 되었다. 그리고 최근에 오일머니가 유입되면서 그것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는 데도 전혀 문제가 없게 되었다. 중동국가들은 석유 생산능력 증대를 위해 신규유전 개발, 기존 유전의 현대화 및 개선,‘비전통적 석유’개발, 외국인투자 완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OPEC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UAE, 쿠웨이트, 카타르, 이란 등 5개 걸프지역 산유국만 해도 2012년까지 62개의 석유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거나 추진할 예정이며, 투자금액도 76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 투자액은 이를 훨씬 넘어설 것이 확실하다.

3. 각국의 석유개발 동향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유생산능력을 현재의 하루 1,100만 배럴에서 2009년까지는 1,250만 배럴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유전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OPEC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생산능력 확충을 위해 2010년까지 9개의 프로젝트를 추진 혹은 계획 중인데, 이 중 3개는 기존유전의 업그레이드 사업이고 6개는 신규유전 개발사업이다. 예상되는 투자금액은 총 240억 달러 수준이다.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는 세계 최대 유전인 가와르 유전의 업그레이드와 쿠라이스(Khurais) 유전개발 사업으로다.

UAE 역시 수요증가에 부응하기 위해 원유생산능력 확충에 나서고 있는데 OPEC에 따르면 UAE는 생산능력 확충을 위해 2010년까지 8개 유전의 개발계획을 갖고 있는데, 그 중 5개는 기존유전의 증산, 2개는 신규유전 개발, 1개는 재개발 프로젝트이다. 이 중 최대 사업은 현재 최대 유전인 자쿰(Zakum) 해상유전 근방을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들의 계획에 따르면 UAE의 원유생산능력은 2010년까지 하루 약 80만 배럴이 더 추가될 예정이다.

쿠웨이트 정부는 우선 중기적으로 2010년까지 원유생산능력을 300만 배럴까지 늘리고 2020년까지는 400백만 배럴까지 늘린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여기에 소요될 비용은 8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부 유전지대를 개발하는 이 사업은 흔히 ‘프로젝트 쿠웨이트’(Project Kuwait)라고 불리는데 이 사업에 최초로 외국석유기업을 참여시킬지 여부가 최근 수년간 쿠웨이트 에너지정책의 가장 큰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유전성숙이나 걸프전 피해로 북부유전의 내부압력이 하락하여 원유증산이 기술적으로 어렵게 되자, 발전된 기술과 풍부한 자본을 가진 외국기업의 석유상류부문 참여 허용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카타르 역시 석유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는데, 2005년에 시작된 5개년 계획에 따르면 원유생산능력(NGL 제외)을 하루 80만 배럴에서 2006년말까지 87.5만 배럴까지 확대하기로 하였으며 이를 위해 16억 달러의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그리고 콘덴세이트와 NGL의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투자도 병행하고 있다. 그런데 카타르가 최근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사업은 천연가스를 디젤로 전환하는 GTL 프로젝트이다. 카타르는 6개의 GTL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 중 3개는 플랜트비용의 상승으로 사업진척이 일시 중단되었으며 나머지 3개는 진행 중이다. 카타르 정부는 이 사업을 통해 2006년 하루 3.4만 배럴의 디젤생산량을 2012년에는 하루 50만 배럴까지 증가시킨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란은 2010년까지 원유생산능력을 하루 480만〜500만 배럴까지 증가시킨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하지만 기존 유전의 생산 감소 속도, 이란의 자금사정과 기술수준 등을 고려할 때 외국의 자본과 기술이 획기적으로 투입되지 않으면 이러한 목표는 달성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4. 맺음말

중동은 지금도 세계 석유의 핵심적 공급원이지만 앞으로 그 비중은 더욱 증대될 것이 확실하다. 세계 전체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의 30%내외에서 2030년경이면 45%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면 세계석유시장에서의 영향력도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동은 이제 더 이상 석유나 가스 생산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다양한 산업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두바이를 중심으로 한 UAE는 이미 그 성공 가능성을 입증하였다.

두바이는 세계적인 물류와 관광 중심지가 되었고, 에띠살라트라는 통신회사는 10여 개 국에서 무선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에너지분야에서도 정유나 석유화학 다운스트림으로 생산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천연가스를 피드스톡으로 하는 석유화학분야에서의 가격경쟁력은 이미 선진 석유화학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1조 5천억 달러에 이르는 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를 이용하여 세계 유수의 기업이나 금융기관을 공격적으로 매입하자, 유럽에서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경계의 목소리까지 나타나고 있다. 유가 상승이 어디에서 멈출지를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중동 경제 역시 그 비약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단언하기 어려울 만큼 질주를 거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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