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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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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3차 석유위기, 가능성과 대응방안
1. 3차 석유위기 가능성 진단과 대응방안
2. 고유가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


고유가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

정귀수_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최근의 유가 하락세는 긍정적이나 불안 요소도 내포

배럴당 150달러를 육박하던 WTI유가가 최근 일주일 사이에 급락을 거듭하면서 130달러 밑으로 내려왔다. 불과 몇 일 전까지만 해도 3차 오일쇼크니 IMF보다 더 심한 위기니 하면서 정부는 고유가 대응전략을 강화하였고, 공공기관은 차량 2부제를 시행하였으며, 일부 빌딩들은 차량 요일제를 독려하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오고 그 어느 뉴스보다 반가울 수 없다. 그리고 현재 유가 수준이 우리 경제나 산업이 감내하기에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이러한 유가 급락세가 지속되기를 갈망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최근의 유가 급락이 미국 경기 침체의 장기화, 세계 경제의 둔화로 수요 감소 폭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것에 기인한 것으로 수출 중심인 국내 경제 및 산업에게는 세계 소비 둔화가 수출 부진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물론 소비 침체로 유가가 안정되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고유가가 지속되는 상황보다 훨씬 긍정적임에는 틀림없다.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과연 우리의 기대대로 최근의 유가 급락세가 향후에도 계속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아쉽게도 유가 하락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우선 석유소비가 줄어들고, 공급이 조금 늘면서 수급 상황이 개선된 것은 유가 하락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나 여전히 수급 균형이 불안하게 유지되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 공급 측면에서 돌발 악재가 나오면 언제든 유가가 재상승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즉 미국의 허리케인 시즌이 다가오면서 돌발변수가 야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지정학적 리스크는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상황이어서 언제든지 유가 상승을 촉발시킬 요인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베네수엘라 등의 자원민족주의, OPEC국가의 증산 지연, 신규 유전의 매장량 예측치 감소도 돌발 악재이다. 특히 유가가 하락하면 시장지배력이 커진 OPEC이 바로 감산에 나설 수 있다는 점도 유가 하락을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게다가 유가 하락으로 물가가 안정화되면 각 국가들은 본격적인 성장 드라이브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다시 석유소비 증가와 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유가 하락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으며, 고유가에 대한 대응 노력은 향후에도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비록 WTI유가가 120달러대로 떨어졌으나 유가 하락에는 한계가 불가피할 것이고, 여전히 우리 경제에는 과거 2차 오일쇼크에 버금가는 유가 수준이어서 고유가 부담이 높은 상황이다. 오히려 세계 경제가 부진할 것으로 우려되는 것으로 보아 유가 수준이 얼마이던지 간에 우리는 3차 오일쇼크 수준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현재 유가 수준은 여전히 국내 경제나 산업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상회하고 있고, 물가상승을 고려하더라도 이미 2차 오일쇼크 수준인 90.5달러를 훨씬 웃돌고 있으며, 그 동안의 에너지효율성까지 고려한 유가 수준이 147달러임을 감안하면 최근 유가 하락에 안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림> WTI유가의 실질 및 실질실효유가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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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평균 유가이며, 실질유가는 물가상승 고려, 실질실효유가는 물가상승과 원유집적도(효율성 정도)를 고려

자료 : Datastream, Petronet,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고유가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

연평균 유가가 10% 상승(원달러 환율, 주요 수출국의 경제 상황 등의 변수 고정)할 경우, 세계 GDP 0.1%p 하락하고 국내 GDP 0.27%p, 민간소비 및 설비투자는 각각 0.27%p, 0.67%p씩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두바이유가 변동으로 원달러 환율, 세계 경제 등이 연동된다는 가정하에서 유가 시나리오별로 경제지표들을 추정한 결과 2008년 연평균 두바이유가가 배럴당 105달러로 낮아지면 국내 GDP 4.9%, 민간소비는 2.9%, 물가는 4.7%를 유지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러나 유가가 배럴당 115달러로 상승하면 국내 GDP와 민간소비가 각각 4.5%, 2.7%로 떨어지고 물가는 4.8%로 올라가며, 무역수지적자도 확대된다. 만약 연평균 유가가 130달러에 이르면 GDP 및 민간소비는 각각 4.2%, 2.5%로 위축되며, 물가는 5.1%까지 올라가고, 무역수지적자가 대폭 확대되어 고유가 영향이 매우 심각하게 전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유가 시나리오별 국내 경제 파급효과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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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유가

(달러/배럴)

GDP

(%)

소비자

물가(%)

민간소비

(%)

설비투자

(%)

무역수지

(억달러)

제조업 영업이익률(%)

유가 시나리오별 경제 영향

105

4.9

4.7

2.9

2.6

-8

4.8

115

4.5

4.8

2.7

2.2

-48

4.0

130

4.2

5.1

2.5

1.7

-145

3.0

 

: 2008년 연평균 두바이유가 기준이며, 제조업 영업이익률은 전체 제조업 8026개 업체 기준임
자료 : Kis-Value, Hana Forecasting Model

일반적으로 국민들이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있는 물가상승률은 수치상으로 5%에 불과하지만 최근 수년 동안 소비자물가가 매년 2% 중반 이하에 머물렀다는 점을 고려하면 물가에 대한 체감 정도가 확연히 달라진다. 물가 상승은 실질 소득의 감소로 이어져 민간소비를 위축시키게 된다. 특히 국내 제조업에게도 고유가 영향은 직접적이고 불가피한데, 두바이유가가 115달러에서 이미 평균 영업이익률이 4%대를 하회하고, 130달러에서는 3%대를 하회하여 적자기업들이 다수 등장할 우려가 있다. 이렇듯 고유가로 인해 적자 기업 내지는 한계 기업들이 등장하게 되면 이는 곧바로 비용 절감을 위한 인건비 축소,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져 소득 감소 및 실업률 상승이 초래된다.

게다가 고유가로 투자 의욕마저 위축되면서 신규 설비투자도 지지부진해져 고용 창출이 어려워지고 소비 여력도 다시 위축될 수 밖에 없다. 특히 원가 부담이 늘면 그만큼 수출 단가가 상승하게 되어 수출 경쟁력이 약화될 수 밖에 없고, 세계 경기마저 둔화되면 수출 부진이 이어져 경상수지 악화와 경기 불안을 가중시키게 되어 소비 심리가 불안하게 된다. 결국 이는 소비 부진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국내 경제를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되어 고유가가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부정적이라 할 수 있다.  

<그림> 유가 상승이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

image

자료 :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정부의 장기적인 고유가 대응 전략의 실행과 소비주체의 에너지절감의 실천이 절실한 상황

과거 1, 2차 오일쇼크가 단기적인 유가 급등으로 세계 경제가 말 그대로 대응할 수 없는 쇼크상태에 빠졌으나, 최근 수년 동안 유가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과거 최고치를 크게 상회함에도 불구하고 오일쇼크라 단정짓기를 거부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고유가에 둔감해졌고, 경제 및 기업들의 감내 가능한 유가 수준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유가의 누적 효과가 최근 물가 급등과 소비심리 불안, 세계 경기 위축 등으로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단기간내 회복세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연출되면서 제 3차 오일쇼크에 버금가는 파급효과가 우려되고 있다. 최근 유가가 급락 현상을 보이고 제한적이나마 하향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경기에 대한 불안감을 쉽게 떨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특히 과거 저유가 시대로의 회귀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과 공급 불안시 다시 유가가 누구 말대로 200달러를 향해 치솟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유가 급락에 안주할 수 없는 상황임에는 틀림없다. 따라서 3차 오일쇼크의 유가 수준이 얼마인지를 확인하는 것에 앞서서 정부는 장기적인 고유가 대응 프로젝트(대체에너지 비중 확대, 저에너지 산업구조로의 전환, 석유자원확보 규모의 확대, 에너지 효율성 개선 등)의 실행에 그 어느 때보다도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으며, 소비 주체인 국민과 기업은 에너지절감의 실천적 행동에 앞장서야 할 시점이다. 똑같은 고유가 속에서도 최근 5년간 물가상승률이 2%에 그치고 경제 성장률도 3%대를 유지하면서 실업률도 한국과 비슷한 3%대에 그친 네델란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네델란드는 서비스업, 제조업, 농업이 골고루 발달하여 외부 충격에 따른 경기 부침이 심하지 않고, 해외 유전도 많이 확보하여 오히려 고유가로 이득을 보고 있다. 또한 정부는 기업들에 대한 과감한 규제 완화와 적극적인 투자 지원으로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였고, 기업들도 고부가가치 제품군을 확대하고 에너지효율성을 높여 고유가 시대에도 높은 이익 수준을 기록하고 있어 고유가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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