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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시대의 장기화 가능성과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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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국제 원자재 쇼크
1. 고유가시대의 장기와 가능성과 영향
2. 국제 곡물가격 급등의 파급효과
3.
전세계, 사활을 건 원자재 전쟁


고유가시대의 장기화 가능성과 영향

한국은행 해외조사실 종합분석팀장 신원섭

1. 고유가 지속의 배경

1990년 걸프전 이후 배럴당 10달러대 후반의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던 국제유가가 2000년대 들어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는데 금년 2월 하순부터는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하며 사상최고치를 거듭 경신하고 있다. 이 같은 국제유가의 높은 상승세 지속은 인위적인 공급 감축에 기인하였던 70년대 오일쇼크기와는 달리 수급여건이 타이트한 가운데 지정학적 위험 고착화, 글로벌 달러화 약세 및 투기자금 유입 등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 주로 기인하고 있다.

먼저 수급측면에서는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국을 중심으로 원유수요가 견실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는 반면 신규유전 개발 미흡과 투자부족에 따른 원유생산여력 감소, 원부자재가격 상승 및 전문 인력 부족에 따른 생산원가 급등 등으로 공급은 불안한 모습을 지속하고 있다. 여기에 이란·이라크 등 중동지역의 정치적 불안과 테러가 지속되는 가운데 나이지리아의 만성화된 종족분쟁과 베네수엘라를 중심으로 재부상한 자원민족주의 대두 등으로 외국자본의 참여가 제한되고 고급기술자 확보 등도 어려워 생산설비 확충은 더욱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OPEC이 강화된 시장통제력을 바탕으로 공급규모를 조절하면서 고유가 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것도 유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급외적 요인으로는 2000년 닷컴버블(dot-com bubble) 이후 헤지펀드 등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수익률 제고와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원자재 파생상품 투자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것이 고유가를 지지하고 있다. 세계에너지연구소(CGES)는 상품지수와 연동된 펀드자금의 규모가 2000년 80억달러에서 2006년 1,300억달러로 급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Business Week지도 3년전 180개 펀드의 3배인 595개의 헤지펀드가 원유 등 원자재 거래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였다.

특히 최근에는 미달러화 약세, 주식시장 및 부동산 시장 침체, 인플레이션 압력 증가 등으로 투기자금이 원유시장에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으며 산유국의 국부펀드, 연금기금 등도 원유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유가의 하방경직성이 강화되는 모습이다. 또한 투기자금의 대규모 유입으로 최근 원유시장에서는 원유수급과 유가의 분리현상(decoupling)이 나타나고 있다. 선진국 경기변동과 유사한 추이를 보였던 비상업적 자금의 순매수 포지션도 최근 들어서는 경기하강 조짐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급증하는 등 탈동조화되는 모습이다.

2. 중장기 유가전망

최근의 고유가가 구조적 요인에 상당부분 기인하고 있어 타이트한 현 수급여건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할 때 국제유가는 중장기적으로도 높은 수준을 이어갈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신흥시장국의 원유소비가 높은 신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바이오연료와 원자력 등 대체에너지도 단기간 내에 확대되기 어려워 원유수요는 견실한 증가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공급측면에서도 원유매장량이 풍부하고 생산원가가 낮은 OPEC 국가들의 생산능력이 크게 늘어나지 않고서는 저가의 원유증산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며 자원민족주의 강화, 지정학적 위험 고착화 등도 생산증가를 지속적으로 저해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장기 유가전망이 기관별로 엇갈리고는 있으나 앞에서 언급한 요인들과 탐사 및 개발비용(F&D cost) 증가 등을 반영하여 중장기 유가 수준을 상향조정하는 기관들이 늘어나고 있다. Barclays Capital, Deutsche Bank 등 주요 전망기관들은 2010년 이후에도 대체로 75달러~92달러의 높은 유가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Goldman Sach는 수년내에 유가가 175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내놓고 있다. 다만 캠브리지에너지연구소(CERA)는 여타 기관에 비해 낙관적인 생산증대 전망을 바탕으로 50~60달러대의 비교적 낮은 유가수준을 제시하였다.

주요 예측기관의 중장기 국제유가 전망

(Brent油 기준)

(기간평균, 달러/배럴) 

 

 

2008

2009

2010

2011

2012

2015

2020

CERA1)

(2. 27일)

Base

92.8
[89.8]

81.5
[78.5]

74.5
[71.5]

72.5
[69.5]

68.5
[65.5]

64.5
[61.5]

72.0
[69.0]

저유가2)

78.5
[75.5]

64.8
[62.8]

59.5
[56.5]

56.5
[53.5]

55.5
[52.5]

54.5
[51.5]

59.5
[56.5]

고유가3)

108.9
[105.9]

107.5
[104.5]

104.5
[101.5]

107.5
[104.5]

109.5
[106.5]

113.5
[110.5]

88.5
[85.5]

Barclays Capital(3. 19일)

99.1

92.3

95.5

-

-

135.5

-

Deutsche Bank(3. 7일)

85.0

80.0

75.0

79.0

79.0

-

-

Goldman Sachs(3. 6일)

95.0

105.0

110.0

110.0

60.0

-

 

PIRA(3. 4일)

92.7

78.9

78.3

78.0

77.8

82.7

103.1

선물유가(3.18일)

102.6

102.3

100.6

100.7

100.7

101.7

-

주 : 1) [ ]내는 Dubai 기준 2) 자유무역 및 세계화 후퇴로 인한 세계경제 둔화
     
3) 증산능력 한계 4) ( )내는 전망시점

3. 고유가 지속이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

(세계경기 둔화위험 증가 및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 증대)

국제유가의 꾸준한 상승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세계경제는 견실한 성장세를 유지하였으며 물가도 안정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지난해 4/4분기 이후 실질유가 수준이 과거 최고치에 근접하고 상승속도도 빨라지면서 유가로 인한 경기악화 위험과 인플레이션 상승압력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국제금융시장 불안 및 주택경기 침체 심화 등 세계경기의 하방위험이 가세하며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4/4분기 성장세가 크게 둔화되고 중국 등의 소비자물가가 크게 상승하는 등 유가충격의 부정적 영향이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앞으로도 유가 등 원자재가격의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금융불안 등으로 긴축정책을 강화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인플레이션 압력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세계경제가 그 동안의 저인플레이션 시대에서 벗어나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의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점증하고 있으며 각국의 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 위험과 경제활동 둔화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하여 있다.

 

주요국 경제지표 추이(%)

 

2005

2006

2007

연간

1/4

2/4

3/4

4/4

미국

GDP

3.1

2.9

2.2

0.6

3.8

4.9

0.6

 

소비자물가

3.4

3.2

2.9

2.4

2.7

2.4

4.0

유로지역

GDP

1.6

2.8

2.6

3.2

1.1

3.0

1.5

 

소비자물가

2.2

2.2

2.1

1.9

1.9

1.9

2.9

중국

GDP

10.4

11.1

11.4

11.1

11.9

11.5

11.2

 

소비자물가

1.8

1.5

4.8

2.7

3.6

6.1

6.6

주 : 1) GDP 성장률은 전기대비 연율, 단 중국은 전년동기대비

2)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기대비

(세계경제 불균형 심화)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로 대변되는 세계경제 불균형(Global imbalances)은 사상 최대 수준으로 확대되어 있다. 지난 70년대 두 차례의 석유위기시 미국의 경상수지는 균형수준을 유지했었으나 최근에는 석유수출국의 수입선 다변화 등으로 고유가가 세계 경상수지 불균형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과거 대부분 은행예금 형태로 운용되던 석유수출국의 오일머니가 최근에는 주식, 채권 등 포트폴리오 투자 형태로 운용행태가 바뀌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산유국들이 석유수출 대금을 다시 국제금융시장에 환류시킴에 따라 유동성공급이 확대되어 주식,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상승하고 채권매입 증가로 금리가 하향 안정되는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석유수입국(미국)은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부의 효과, 금리부담 경감 등으로 높은 국내수요가 유지되면서 경상수지 적자 조정이 지연되어 글로벌 불균형의 급격한 조정 위험을 키우고 있다.

(국부펀드 확대와 세계 자금흐름 변화)

고유가에 힘입어 원유수출대금을 재원으로 하는 국부펀드의 규모가 크게 확대되고 영향력도 커지고 있는데 전체 국부펀드중 원자재수출국이 조성한 국부펀드의 규모가 약 2/3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국부펀드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은 자국의 기간산업에 대한 국부펀드의 전략적 투자가 국가안보 저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국부펀드가 단기 투기자금과 달리 장기적인 시계를 가지고 있고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는 여력이 크다는 점에서 오히려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후 국부펀드들은 서브프라임 사태에 따른 손실 상각 등으로 재정압박을 받고 있는 서구 금융기관에 대한 대규모의 투자를 실시함으로써 시장안정 기능을 수행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국부펀드의 확대에 따라 글로벌 자산시장에서 주식, 부동산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고 신흥시장국 금융시장에 대한 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쿠웨이트, 카타르 등 중동 국부펀드들은 고성장 등으로 상대적으로 투자수익률이 높은 중국 등 아시아국가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동산유국(GCC) 투자자금의 지역별 분포1)

(%)

미국

유럽

중동·북아프리카

아시아

기타

전체

57

19

11

11

2

100

주 : 1) 2002~06년 투자액 기준

자료 : IIF(2008)

4. 시사점

2002년 이후의 유가상승은 인위적인 공급 감축에 의해 발생했던 70년대 오일쇼크기와는 달리 신흥시장국의 수요확대, 원유 생산여건 악화 및 원가상승, 지정학적 위험 고착화, 자원민족주의 재부상 등 보다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요인에 기인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는 중장기적으로도 높은 수준을 이어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세계경제의 글로벌화 진전과 유연성 증대, 원유집약도 하락 등 경제구조와 여건 변화로 고유가의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약화되기는 하였으나 배럴당 90달러를 상회하는 높은 수준의 유가가 지속될 경우 성장둔화 및 물가상승 영향이 더욱 현재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고유가 시대의 장기화에 대비하여 유가충격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경제의 안정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

첫째, 에너지 효율 개선, 대체에너지 개발 등 원유소비 축소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긴요하다 하겠다. 이를 위해 에너지 절약 시설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 자동차 연비 기준 강화 등 에너지 이용 효율성 제고노력과 함께 지식기반 산업 육성 등 에너지 저소비형 경제구조로의 개선을 꾸준히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천연가스, 에탄올 등 대체에너지 개발에 대한 지원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해외 에너지개발 확대, 자원외교 강화, 원유 및 천연가스 수입선 다변화 등 안정적 에너지 공급 확보를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셋째, 통화정책면에서는 고유가 지속에 따른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 위험의 균형관리(balance of risks)가 중요하며 특히 고유가가 소비위축 및 일반물가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2차 파급효과를 억제하는 데 유의할 필요가 있다.

넷째, 경제구조의 유연화를 통해 유가 등 외부충격 흡수능력(resilience)을 향상시키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 하겠다. 이를 위해 경쟁 촉진, 생산성 향상,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등을 꾸준히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다섯째, 글로벌 자금의 편재와 이동이 세계화된 금융시장을 통해 각국의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는 점에 유의하여 고유가에 따른 세계경제 불균형 심화문제와 국부펀드 확대 및 글로벌 자금흐름의 변화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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