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산업에 바란다 성장산업으로서 국민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기를..
고 정 식 열린우리당 산업자원수석전문위원 前 산업자원부 자원정책심의관
예전 80년대 초 제2차석유위기 시절에 동력자원부 석유국의 사무관으로 재직하면서 석유협회보에 이따금 기고하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그간 에너지정책의 실무책임을 맡아 일하는 가운데 생각하고 느꼈던 몇 가지 일들을 적어보기로 한다. 아울러 본고의 내용은 당의 공식입장이 아닌 개인의 견해임을 밝혀 둔다.
석유산업도 수출산업으로 성장해야
첫째로, 석유산업계에 바라는 것은 우리나라는 수출로 국부를 창출해야하는 나라인 만큼 석유산업도 수출산업으로서 성장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석유의 안정적 공급이라는 1차적 소명은 완수했으니 이제는 수출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데 기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행이, 석유산업계는 2005년도에 수출산업으로서 확고히 자리매김 했다고 볼 수 있다. 외형적으로도 수출액이 153억불에 달하여 5위의 수출품목이 되었다. 부가가치 또한 상당해서 석유업계 정유부문 이익의 대부분이 수출부문에서 창출되었다. 고유가의 와중에서 그래도 희망적인 사건이 아닌가 한다. 석유산업이 내수산업이냐 수출산업이냐의 논쟁은 불필요한 것이지만 예전에 국내시장 고가판매, 해외시장 덤핑판매의 논란에 휩쓸리던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있다. 2005년도에 우리나라는 원유 426억불, 제품78억불, 총 504억불의 석유를 수입하였고, 이를 가공하여 153.7억불의 석유제품과 103억불의 합성수지제품을 수출함으로써 수입액의 절반인 256.7억불을 다시 수출한 셈이다. 더구나 타이어와 같은 석유화학 유도체의 수출까지 감안한다면 그 모습은 사뭇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중국이 엄청난 속도로 정제설비를 확장하게 되면 지금과 같은 호황이 과연 더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한 업계지도자들의 혜안과 부단한 노력이 요청된다.
가치와 기여도에 상응하는 평가를 받도록 노력해야
둘째로 바라는 것은 국민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는 산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에 있었던 공장도가격 허위 고가고시 소동은 일부 주류언론매체 종사자들조차 시장경제와 상거래의 기본적 개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러나, 거래상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과 실제 상거래의 규모, 결제조건등에 따라 획일적 가격이 모든 거래에 똑같이 적용될 수는 없다는 상식도 그것이 석유산업과 관련된 것 일 때는 일반대중들에게 잘 받아들여 지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세녹스파동과 최근의 바이오디젤논란도 본질이 분명하게 밝혀지지 못한 채 ‘거대석유기업= 반환경적 정책의 배후’라는 매우 단순화된 논리가 국민대중 사이에 상당히 먹혀드는 것도 석유업계에 대한 일반대중의 무엇인가 집어내어 말할 수는 없지만 곱지 않은 시선과 반감에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여기에는 군납유류담합사건과 같은 일부 지난날의 잘못된 관행이 상당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석유업계가 “이제는 달라졌다. 이제는 더 이상 담합은 없다”고 소리쳐 보아도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질 때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마다 국정감사만 열리면 정유사 과다 이익 논쟁이 벌어지고 해명자료를 만드느라 밤을 새는 누군가가 있다. 에너지산업국장으로 2년간 재직하면서 갑갑함을 느꼈던 일중 하나이다. 물론 이런 현상은 특히, 고유가시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속죄양 현상으로 치부해 버릴 수 도 있지만, 사실과 너무 다르다고 생각한다면 정당한 평가를 받고자하는 노력도 업계차원에서 체계적,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한편, 석유업계는 정부재정수입 확보에 엄청난 기여를 하고 있다. 2004년도 기준으로 약 22조에 달하는 엄청난 세수를 석유업계는 납부하고 있다. 정부입장에서 보면 징세비용 한푼 들이지 않고 국방비 세출규모와 맞먹는 막대한 세수를 거둘 수 있는 대단히 소중한 파트너인 셈이다. 앞으로는 가치와 기여도에 상응하는 평가를 정부는 물론 온 국민들로부터 받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끊임없는 자기혁신과 도전이 내재화되어야
셋째로는, 석유업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우수한 인력을 보유한 집단의 하나이며, 지난 20여년을 돌이켜보면 이런 우수한 인력을 바탕으로 양적 질적으로 많은 성장을 이룩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에너지시장상황은 석유업계의 앞날에 낙관을 불허하고 있다. 따라서, 에너지산업의 대표주자로서 끊임없는 자기혁신과 도전이 내재화된 산업이 되었으면 한다. 한때, 모두가 몸담고 싶어 하던 에너지산업중 일부산업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아주 어려운 형편에 놓이게 된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세계적인 메이저석유회사들은 상류부문은 물론 연료전지, 태양광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있어서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업체들이 다수이다. 우리업계도 최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술을 개발해서 수출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지만 아직 R&D 능력이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장기적으로 가장 중요한 도전은 수송용에너지의 근본적 변화 가능성이다. 지구온난화방지를 위해 이산화탄소배출을 규제할 경우 전세계적으로 수송용에너지를 Zero Emission으로 하지 않는 한 배출량을 안정화시킬 어떤 방안도 존재하지 않는다. 석유시장에서 수송용이 사라진다면 그 파급효과는 실로 엄청난 것이 된다. 그러나, 언젠가는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석유업계는 수송용에너지의 Zero Emission시대에 미리 대응해야한다. 이른바 수소경제의 희생양이 아닌 주도자로서 끊임없이 연구하고 사회적경제적 인프라와 비즈니스환경을 조성해가는 노력이 요망된다.
아무튼 지난 20여년을 돌이켜보면 석유업계의 일부기업들은 한때는 어려움에 처한 적도 있었으나, 정부의 지원정책과 동종업계기업들의 이해하에 어려운 시기를 넘기고 상류부문진출, 크래킹설비확충, 전력·도시가스와 같은 유틸리티산업 진출등 각자 특색있는 성장전략을 취하여 오늘날 신고유가시기를 맞이하여 제2의 도약을 하고 있다. 아무쪼록, 앞으로도 석유산업계가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은 물론 국부를 창출하는데 앞장 서고, 혁신을 주도하는 성장산업으로서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