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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산업의 경영환경변화와 대응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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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산업의 경영환경변화와 대응 전략


최 기 련 아주대학교 에너지학과 교수


일반적으로 세계석유산업이 당면한 과제로는 (1) 고유가시대의 정착에 따른 에너지안보 여건의 악화와 (2) OPEC의 영향력 쇠퇴와 국영석유회사의 영향력 확대에 따른 자원 민족주의 복원이라는 두 가지 큰 변화에 대응하는 석유산업구조의 변화 가능성으로 요약한다. 그러나 이 같은 논리는 국가정책 형성차원이나 학자들의 연구과정에서 도출된 공공정책과제 설정에 적합한 것이다. 국가 등 공권력주체와의 협상에 의해 일정기간 내에 제한된 물량의 석유라는 고갈성자원 활용권한을 부여받은 민간 석유산업의 경우는 다를 수 있다. 투자위험을 감수하고, 소비자들의 욕구를 최대한 만족시키는 가운데 이윤극대화 전략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민간석유산업 내부전략 차원에서 가장 큰 해결과제는 “수요 증가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가운데 이윤추구 극대화”(Challenges of meeting growing demand)를 위한 유연성(Flexibility) 확보전략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민간석유기업의 시각에서 본 해결과제들만을 살펴보기로 한다.


국제석유시장변화와 석유산업

WTI기준 80달러 수준에 근접하였던 국제유가는 지금은 60달러 중반 수준에 있으며 당분간 이 수준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여러 차례 경험한 석유파동과는 달리 전쟁, 산유국 정치구조 변화와 같은 지정학적 요인과 투기자본의 영향은 조기 종식되었다. 그 대신 과거 20년 이래 가장 활발하였던 지난 몇 년 간의 석유수요 증가세, 석유산업 상류부문 투자 부진, 그리고 非OPEC생산능력 저하에다 전략적 재고 등 각종 석유재고의 부족, 경질제품 정제시설 부족으로 인한 제품 간 가격차별 확대 등 경제적 요인들이 시장 변화를 주도하였다. 이 결과 경제적 요인에 의한 고유가시대의 정착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경제적 요인에 의한 가격상승추세가 단기간 내 종식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관련 학자들이 조심스럽게 전망하는 것처럼 세계 경기하향 가능성에 비추어 향후 50달러 수준에서 정착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유가는 오를 때가 되어서 올랐고, 이제는 조정단계에 진입하였으니 석유가치 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균형가격 수준에 정착할 것이라는 지극히 보편적인 경제논리가 이제 시장을 지배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여건 아래서 국제석유산업이 바라보는 시장변화의 결말은 한 마디로 ‘The End of Cheap Oil, But not the End of Oil’(값싼 석유시대의 종말, 그러나 석유주종시대의 지속)으로 표현된다. 즉 석유자원의 공급한계(End of Oil)에 관련된 일부 논란(King Hubert Peak이론 등)은 적어도 수 십 년 이내에는 그 실현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 거의 공인되고 있다. 이에 최근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기에 힘든 상황을 개선하여 ‘지속가능한 석유산업 성장모형’을 구축하는 것이 석유업계의 주된 관심사이다. 이하에서는 현재 국제석유업계가 미래 ‘지속가능한 성장전략’ 형성을 위해 고려하는 석유시장 여건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석유생산의 지정학적 여건의 변동에 따른 공급 위험도 증가 : OPEC 중심의 석유증산체제의 본격화를 특히 주목하고 있다. 예컨대 2005년 세계 원유 증산량 889천b/d 중 851천b/d를 OPEC이 담당하였으며 비OPEC지역은 단지 38천b/d에 그치고 OECD국가 생산은 4.7% 감소하였다. 이에 따라 중국과 OECD국가를 중심으로 하는 석유수요 증가에 대처하기 위해 비 OPEC지역 증산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증산가능지역 여건은 극한 생산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민간기업 단독투자여건으로는 부적합한 경우가 많다. 더구나 최근의 고유가추세는 석유수입 증대를 도모하는 정부개입의 증대와 국영석유회사들의 역할 확대로 귀착되어 민간 석유기업의 역할이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민간 기업들은 고난도 기술개발로 이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석유가격 전망 : 석유생산의 OPEC의존도 증대 등으로 가격변동의 불확실성이 종식되지 않고 있어 가격전망보다 투자결정 지표로서 가격수준 예측 노력을 증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60달러 수준은 당분간 유지할 것이나 향후 3년 이후 원유잉여생산능력이 300만b/d 수준을 유지하는 경우 40달러 수준에 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투자계획을 작성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이다.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민간석유기업들은 최저 25달러 수준을 기준으로 장기 투자결정의 지침을 삼기도 한다.
연료 간 대체도 증가와 석유산업 : 2004년은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래 가장 큰 석유수요증가를 시현하였다. 이는 이례적인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석유대체연료의 수요 증가는 당연한 것이다. 최근 중국, 인도 등지에서는 석탄수요의 급증을 시현하고 있다. 2005년 중국 석탄수요는 11% 증가하였다. BP통계에 의거하면 이는 세계 석탄수요 증가의 77%, 세계 총에너지수요증가의 39%에 해당된다. 이에 석탄의 청정사용기술개발 동향과 그 경제성 변화에 석유기업들은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천연가스의 석유시장대체는 이제 에너지시장의 큰 흐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러시아의 가스시장 주도전략의 본격화와 미국과 중국의 LNG시장 진출확대를 계기로 청정연료인 가스가격의 상향조정 가능성과 함께 가스 생산시스템의 혁신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세계석유산업은 가스부문을 새로운 유망투자분야(Blue Gold) 혹은 미래 핵심 사업영역으로 간주하고 있다.
석유산업의 미래 : 현재 세계석유분야 민간대기업들은 자체 분석에 의해 석유수요 증가추세가 하향될 것이며, 석유가 경제전반에 미치는 영향력 역시 낮아질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장기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1980년 이래 세계 GDP는 2배가 되었지만 석유소비는 33% 정도만 증가하였다. 이 결과 경제성장 대비 석유소비 증가 탄성치는 이 기간 중 38% 하락하였다. 한 마디로 석유소비 증가 없는 성장이 장기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만큼 석유의 중요성이 약화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추세는 최근 고유가시기에 더욱 본격화되어 석유소비 증가세는 석유 실질가격이 80년대 초반 수준을 하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05년부터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이는 현재의 고유가는 급격한 공급부문의 애로에 의하기보다 수요신장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세계경제가 산업구조조정, 기술개발, 연료간 대체 등을 통해 고유가에 대응하는 능력을 갖출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추세가 고착된 것인지는 아직 더 두고 보아야 하지만 민간석유기업들은 이에 대한 대응전략을 더 늦출 수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리나라 민간 석유기업의 지속가능성장 전략

세계 석유시장변화와 이에 대응한 민간 석유기업들의 성장전략은 ‘전략적 유연성’확대로 요약된다. 이는 석유라는 자원의 가치에 대한 변화가능성에 기초를 두고 있다. 석유시장 변화가 비-경제적 요인에 의한 급격한 공급안정성 변화에 기인하기 보다는 수요여건 변동에 기인한다는 점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수요여건에 의한 시장변동은 단기적으로 연료 간 대체도 증가를 유도하고 장기적으로는 석유의 대체재 개발을 촉진한다. 이미 천연가스와 석탄이 석유의 단기 대체재로서 역할을 증대하고 있다. 따라서 석유기업 성장전략은 ‘수요변화를 따르는 공급전략’과 석유대체재 조기 확보전략으로 그 중점이 수정되고 있다. 이에 정유부문에서도 중질제품과 경질제품 간의 대체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한 투자여건 조성이 현안 우선과제로 등장한다. 투자여건이 미비한 경우 교역을 통한 유연성 확보에 힘쓰고 있다. 이 결과 2005년 세계 정유설비 가동률이 86%(풀 가동률 95%)수준인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등지에서 발생한 중질-경질제품 간 가격차별폭 확대현상은 이제 일시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따라서 석유기업들은 우선 정유시스템의 유연성 확보에 주력하고 가스 등 석유대체재 부문으로의 영역확대, 그리고 기술개발을 3대 중점추진전략으로 설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인 것 같다.
이러한 여건 아래 우리 민간 석유기업이 새롭게 중점 고려하여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석유시장 변화 예측 강화 : 석유의 경제적 가치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둔 장기투자전략의 근간으로 활용, 가격 수준 별 투자전략 차별화
석유시장 대외개방 여건 활용 가능성 적극 검토 : 석유제품 지역(국내, 동북아)공동시장 형성 검토, 국내 시설투자의 대안 가능성 검토
정유시스템의 유연성 확보를 위한 국내 기업 간 협력체계 형성 : 사회적 수용성 확대를 위한 기획과정의 투명성 확대를 전제로
대체재 개발 확대 : 가스부문 진출, 청정석탄 활용 가능성 검토, 석유 상류부문 진출과의 장기 경제성·수익성 비교 검토, 관련 기술개발활동 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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