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산업의 도약을 위해 고도화 설비 확대해야
- 이 민 영 산업자원부 석유산업팀 사무관 -
요즘 우리는 거의 매일 아침 ‘국제유가가 오늘도 상승했습니다’라는 뉴스를 듣는다. 매일 우리는 원유에서 뽑아낸 석유화학섬유로 된 옷을 입고, 석유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타고, 석유에서 만든 플라스틱으로 외장을 한 컴퓨터 앞에서 일을 한다. 이처럼 석유는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대부분의 물건과 직간접의 관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유가상승은 먼 나라 중동의 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금년 2~3월중 다소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유가는 5월부터 사상 최고치를 잇달아 갱신하며 상승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7월 12일의 이란 핵문제 UN안보리 회부결정, 이스라엘·레바논 충돌 등으로 두바이 유가는 7월 14일 배럴당 71.96달러의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이러한 국제유가의 지속상승은 세계 석유공급이 충분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란 핵문제, 나이지리아 생산차질, 성수기 美 휘발유 공급부족 우려 등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데서 비롯된다. 이에 따라 해외 주요 전문기관들은 유가전망을 상향조정하고 있다. 과거 석유위기시의 초단기적 유가 급등현상과는 달리 최근의 고유가는 수요증가와 공급여력 감소에 의한 구조적 원인에 따른 것이므로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전망이다. 이럴 경우 우리나라의 성장잠재력이 훼손될 우려가 있으므로 지속적인 대책과 대응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는 연간 8억4천만 배럴의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이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8억4천만달러의 추가부담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04년 총 약 300억불에 불과하던 원유도입액은 ,05년 424억달러로 껑충 뛰었다. 약 224억달러의 추가부담이 발생한 것이다. ,05년 평균 국제원유가 배럴당 50.36달러와 비교할 때 ,06년 7월 현재 국제유가는 평균 배럴당 62.4달러에 달하고 있어 이와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고 가정하면 ,06년 원유도입금액은 500~600억달러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자동차 한 대의 수출가격이 평균 1만5,000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자동차 330만대의 수출대금에 달하는 거액이다.
이러한 가운데 석유제품 수출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03년 67억달러에 달하던 석유제품 수출은 ,05년 154억달러를 기록하였다. 이는 중국 석유수요 증가 및 국제적인 정제마진의 증가에 힘입은 것이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석유수요의 경질화·고급화가 진행되고 있다. 국내적으로도 벙커C유의 소비는 ,01년 이후 지속적으로 소비가 감소하고 있으며, 수도권 대기환경 보전을 위하여 경유·휘발유에 대한 황함량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 황함량 규제 강화(‘06.1월시행) : 휘발유(130→50ppm), 경유(430→30 ppm) 따라서 국내 석유산업은 원유를 1차 정제한 뒤 남는 저가의 중질유인 벙커C유를 다시 처리해 값비싼 휘발유나 등·경유로 바꾸는 고도화설비를 증설해 나갈 필요가 있다. 고도화 설비는 값이 싼 중질유를 비싼 석유제품으로 바꿔 주기 때문에 ‘지상유전’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통상 원유를 들여와 단순 정제해 팔 경우 정제마진이 배럴당 1달러 안팎인데, 고도화 설비를 통해 더 비싼 휘발유·경유·등유로 정제해 팔 경우 10달러 이상의 정제마진이 발생한다.
국내 정유산업은 국내 석유수요 대비 충분한 정제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충분한 정제능력, 세계 석유수요의 경질화와 이에 따른 정제마진 증대 등 석유산업이 직면한 기회를 적극 활용하여 전통적 내수산업에서 수출산업으로 변모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고도화 설비 증설은 국내 석유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다.
우리나라의 고도화 시설은 전체 정제능력(274만b/d)의 22.5%인 62만b/d 수준으로 주요국쪹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최근 정유사들이 이사회 의결을 거쳐 발표하거나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고도화 시설 투자계획에 따르면 2010년말까지 10.7조원을 투자하여 고도화 시설을 추가적으로 39만b/d 까지 확충할 수 있게 된다.
* 주요국의 석유정제시설 고도화율 - 미국 : 78% / 프랑스 : 43.2% / 일본 : 38.6% 계획대로 고도화 시설이 확충될 경우, 국내 고도화비율은 2010년경 31.8%에 달하게 된다. 또한 국내 정유사의 석유제품 수출이 증가하여, 원유도입량 상당부분을 수출로 전환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 경우 원유도입액 대비 제품수출액 비중은 2005년 37.4%에서 2009년 이후 50.0% 수준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또한 연간 50만톤 이상의 대기중 황 저감 효과가 기대되어 환경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정부는 고도화시설 투자 촉진을 위하여 고도화시설 투자에 대한 투자세액 공제(법인세 또는 소득세 10%)를 하고 있으며, 투자 촉진을 위한 각종 제도 정비를 해 나갈 계획이다.
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석유산업의 자유화·개방화 추세로 인하여 석유산업은 경쟁과 시장원리에 근거한 자율적 발전의 토대가 이미 마련되었고, 현재는 본격적인 발전과 성숙의 과정을 겪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석유제품 수출 증가 등에 힘입은 전반적인 정유사의 경영실적 호조는 국제유가의 지속적 상승으로 인한 국민경제의 부담가중 현상과 대비되고 있어 국내 정유사의 투명한 경영과 그 의사결정과정의 공개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대하고 있다. 특히 정유사의 주기적 가격변동이 국제원유가 변동과 대비하여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같은 전환기에는 국내 정유사들은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자기혁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급변하는 기업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혁신적 자기발전’ 노력을 보다 강화해야 할 것이며, 날로 증가하고 있는 소비자의 감시기능에도 적절히 대응함으로써 석유산업 전체가 국민과 소비자들로부터 사랑 받는 산업과 기업으로 거듭 나도록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