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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기업의 경영환경 변화와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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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협약에 따른 기업의 경영환경 변화와 대응


글·김대근|SK(주) 환경안전경영팀 부장


기업 경영환경 변화


2005년 11월 포스트 교토의정서 협상을 위한 제1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1)에서 비록 비구속적인 형태이긴 하지만 미국 정부의 반발과 개도국의 회의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모든 선진국과 개도국을 포함한 온실가스 감축논의가 개시되었다.
국가별 정치적 입장이 서로 달라 감축에 대한 구체적 합의가 쉽게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나 한편으로는 미국의 전격적인 참여 하에 전혀 새로운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될 여지도 현재로서는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기업 입장에서는 미래에 닥칠 모든 시나리오를 분석하여 미리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 보인다.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는 기후변화협약은 단순히 해당기업에 대한 배출규제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또는 산업계의 패러다임 자체가 변하고 있는 문제이다.

가장 큰 패러다임 변화는 신규 탄소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탄소가스를 측정하고 등록해서 유가증권과 동일하게 시장에서 거래한다는 점은 아직도 국내에서는 생소하기만 하지만 이미 잘 알려진 대로 EU에서는 2005년부터 거래시장이 활성화되어 2006년 거래액이 220억유로(약 27조원)를 초과할 것으로 전문 중개기관인 포인트카본에서 추정한 바 있다. 배출권거래시장이 본격화 되면서 에너지저감사업이나 신재생에너지 생산 공급, CO2 분리회수 등 기술개발 속도에 따라 관련시장 또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둘째로는 기업에 대한 이해관계자의 평가기준이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민단체나 국제기구에서는 지속가능경영 차원에서 에너지저감을 필수요건화 하여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정보에 대한 투명한 공개를 요구할 뿐 아니라 기업평가의 중요한 항목으로 포함시키고 있다.
CDP(Carbon Disclosure Project)와 같은 기관에서는 기업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대응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그 결과를 펀드 및 투자가에게 제공함으로써 투자평가의 잣대로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셋째로는 탄소세 또는 기후변화세 등 기후변화협약과 관련한 특별세가 대두되고 있다. 영국을 포함한 EU 각국에서 활발히 도입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 비록 산업계와 통산성에서 강하게 반대하고 있으나 환경성에서 지속적으로 신규 탄소세를 도입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은 기업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또한 특별세가 도입되면 에너지 단가의 급격한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며 이는 에너지 수요의 감소와 함께 생산원가 상승을 야기하여 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저하 시킬 것이다. 이외 수출기업의 경우 비관세 무역장벽이 보다 강화되어 수출경쟁력 또한 저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략적 포지셔닝

기후변화협약으로 인한 기업의 경영환경 변화는 필연적으로 기업으로 하여금 새로운 인식전환과 함께 전략적 포지셔닝을 요구하게 된다. 2002년 WRI에서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기후변화협약이 미래 수익성의 주요 요인이 될 것이며 정유사별로 약 1% ~ 6%의 기업가치가 차이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하였는데 이는 환경이슈에 대한 기업의 전략적 포지셔닝이 경쟁우위의 주요 요인이 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전략적 포지셔닝을 위해 정유사 입장에서는 자사의 가치사슬상의 위치, 수익구조 등 내부요인과 함께 배출권거래제도, 탄소세, 저탄소연료 수요증가, 온실가스 감축 인센티브, 사업기회, 신재생에너지 시장창출 등 외생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이들 변수들을 모두 고려하여 수동적 대응, 적극적 대응, 그리고 보다 적극적으로 신규 비즈니스 기회로 활용하는 전략 등으로 포지셔닝을 구분할 수 있겠다.

기업에 따라서는 규제를 따라가는 정도의 수동적 대응을 전략으로 삼을 수도 있으며, 보다 적극적으로 정책을 선도해 가거나 신규 사업기회를 창출해 나가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이슈가 단시일 내에 해결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사실이며 따라서 전략적 마인드 없이 단순히 장기 과제로 치부할 경우 기업가치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 할 수 도 있다.

해외 메이저 기업을 사례로 보면 BP와 Shell 등이 적극적 대응을 하는 대표적 기업이라 할 수있다. 이들은 향후 형성될 국제 배출권거래시장에서의 선점효과(First Mover's Advantage)를 누리기 위해 사내 배출권거래제도를 앞서 도입하였을 뿐 아니라 자발적으로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목표기간보다 앞당겨 이를 달성하였다. 이 과정에서 이들 기업은 국제적으로 친환경기업으로 이미지를 크게 제고하였을 뿐 아니라 신규 탄소시장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창출하고 있기도 하다.

이들과 대비되는 기업이 엑슨모빌이라 할 수 있다. 비록 교토의정서를 반대하는 미국에 속해 있기는 하나 엑슨모빌은 BP나 Shell과는 대비되는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데 현재로서는 적극적 대응을 하는 기업들에 비해 경제적 성과가 크게 차이 나지 않지만 미래 저감비용이 더욱 커질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또한 경제적 성과뿐 아니라 갈수록 영향력이 증대되는 공중 압력(Public Pressure)에 대한 대응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해야만 한다.

단계적 대응

한국의 의무감축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국내외 동향을 분석해 볼 때 지금부터 전략적이며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많은 전문가들은 주장하고 있다. 당장 돈이 드는 감축사업을 전개하기에는 불확실성이 너무 크지만 언제라도 감축규제가 현실화 할 경우 바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일은 서둘러야 할 것이다.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국제기준에 맞게 산정하고 주기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체계 즉, 인벤토리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가장 시급히 요구되는 일이며 산정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자사의 노력을 적극 홍보하는 등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는 일도 서둘러야 한다. 정유사의 경우 일관성 있는 Reporting을 위해서는 기존의 전산시스템과 연계한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산정된 배출량을 토대로 향후 감축 잠재량을 분석하고 사외 배출권 획득을 포함한 다양한 감축 포트폴리오 수립이 다음으로 요구되는 일이다. 보다 구체적이고 단계적인 실행전략 수립이 필요하며 배출권거래나 청정개발체제 등 사외 옵션을 적극 검토하여 활용방안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수립된 전략 중 가장 비용효과적인 과제부터 실행하여야 할 것이다. 이 단계가 되면 기업 경영에 온실가스 체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 온실가스 Fact를 고려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단계적 대응 과정에서 에너지 다소비업종인 정유사의 경우 보다 적극적으로 새로운 비즈니스의 창출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온실가스 감축관련 산업의 국제경쟁이 보다 격화되고 있어 조기에 진입하지 않을 경우 기회를 상실할 우려가 높다.

앞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하나로 신규 탄소시장을 언급한 바와 같이 거대한 비즈니스가 새롭게 대두되고 있으며, 청정개발체제의 경우 일본 기업과 세계은행 등에서 중남미를 비롯한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어 한국 기업도 이에 대한 대응을 본격화하여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외에 온실가스 감축은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므로 정부의 정책지원을 유도하고 이해관계자에게 기업의 입장을 적극 알리기 위해서는 산업계 차원의 공동 대응이 요구되며, 이를 위한 논리를 개발하고 체계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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