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석유정책방향
글·김재준 | 산업자원부 석유산업과 사무관
2006년 |
국제석유시장은 여전히 공급여력 부족이라는 수급한계 등으로 인해 불안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수요는 미국 등 선진국의 경제성장 회복과 중국, 인도 등 신흥 개발국의 경제성장에 따라 150만b/d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석유시장의 완충기능을 하는 OPEC의 잉여생산능력이 현재 100만b/d에 불과하기 때문에 수급불안 가능성은 늘 시장에 상존하고 있다. 불안한 수급상황과 복잡한 지정학적 요인 등으로 인해 유가도 2005년과 같이 불안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불안한 국제석유시장 상황속에서 우리 정부는 고유가 장기화에 따른 체질개선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안정적인 석유수급능력 확보, 산유국과 소비국간의 대화노력 증진 등의 활동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최근 바이오디젤의 보급확대문제와 수입부과금 인상을 통한 재원확대 노력도 정부가 2006년 추진하는 정책 중 하나이다.
1. 국제 석유시장 전망
가. 석유 수급 전망
우선 수요부문에 대하여 살펴보면, 세계 경제성장률이 2005년도에 이어 2006년에도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며 석유소비 역시 전년대비 약 1.8% 내외의 증가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의 성장세가 세계경제 특히 아시아지역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핵심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국과 인도 등의 석유소비 증가세는 2005년 소비수준보다는 늘어나겠지만 2004년도와 같은 급증 상황으로 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유는 고유가로 인한 이들 국가의 경제적 부담이 정책적으로 석유소비 억제를 유도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2006년 중국 이외에 인도와 아시아 국가들은 고유가로 인한 실질적 부담 때문에 오히려 소비 증가율 둔화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공급부문에서는, 최근의 고유가 상황을 배경으로 OPEC과 비OPEC 국가들의 상류부문 투자 및 증산활동이 어느 정도 석유시장에 긍정적으로 적용할 전망이다. 물론 산유국들의 투자 활동이 생산으로까지 이어지려면 적어도 2~3년 이상의 리드타임이 필요하겠지만 시장의 심리적 안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러시아 등 비OPEC의 원유공급도 큰 폭의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2005년 하반기에 이어서 2006년에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정제설비능력 부족의 문제는 중동 및 아태지역에서의 증설 투자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등 주요 소비지역에서는 여전히 공급제약 요인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휘발유 등의 공급제약이 성수기 동안 유가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동정세 등 지정학적 요인의 경우, 2006년에 특별히 더 악화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지만, 이란 핵개발을 둘러싼 미국 등 서방측과 이란의 양보 없는 대치상황을 감안할 때 지정학적 요인의 괄목할 만한 리스크 완화도 기대하기 어렵다. 전반적으로 2006년도에도 세계 석유시장의 수급을 둘러싼 제반 여건은 2005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인식이지만 여러 측면에서 시장의 불확실성을 어느 정도까지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점도 주목을 받고 있다.
나. 국제유가 전망 1)
일반적으로 국제유가는 2005년을 정점으로 점차 안정기로 회복해 가리라는 전망이 대세였다. 그러나 연초에 나타난 나이지리아 사태와 이란 핵사태와 같이 기본적 수급여건 이외에 지정학적 요인의 갑작스러운 추가 악화라든지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예상치 못했던 대규모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유가는 급등하게 된다. 현재 석유시장은 외부충격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악재가 동시에 발생한다면 2005년도 비관적 예측치인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는 상황도 쉽게 올 수 있다.
2006년도 국제유가는 일반적으로 배럴당 48달러(두바이 기준) 수준으로 전망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60달러까지 올라갈 수도, 30달러 후반까지 하락할 수도 있는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기준안 시나리오는 세계 경제성장률을 3~4%의 가정에서 세계 석유수요의 순증가 규모를 150만 b/d 내외로 예상하고 공급부문에서 각종 사건 발생으로 인한 공급차질의 극단적 피해는 최소화되는 것으로 가정하며, 이 경우 연평균 유가는 배럴당 48.75달러로 전망된다. 고유가 시나리오는 세계 경제성장률을 5% 이상인 가정에서 세계 석유수요의 순증가 물량이 200만 b/d 이상으로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예상하고, 또한 지정학적 요인의 악화 또는 대형 사건의 발생으로 공급부문에서 실질적 피해가 발생됨으로써 공급제약 요인이 발생되는 것으로 가정하며, 이 경우 연평균 유가는 배럴당 60달러로 전망된다. 저유가 시나리오는 세계 경제성장률 2 % 이하인 가정에서 세계 석유수요 순증가 물량은 저성장의 영향으로 100만 b/d 미만에 그치고, 석유시장에서는 공급부문에서의 피해 발생이 없고 시장에서의 심리적 안정도 유지되는 것으로 가정하며, 이 경우 연평균 유가는 배럴당 41.50불 수준으로 전망된다. 이렇듯 유가전망의 차이(최고치~최저치)가 배럴당 20불이상 나고 있어, 정부의 정책의사결정을 매우 어렵게 하고 있다. 특히 정부비축유 구입과 관련, 최적 구입 시기를 포착하여 비축유를 가장 경제적으로 구입해야 되는 부담이 있다는 점이 중요한 사례가 된다고 본다.
2. 국내 석유수급예상
2006년도 석유소비는 전년대비 1.1% 증가한 769백만배럴(2,109천 b/d)로 전년도에 이어 소폭 증가하며, 유종별로는 납사·LPG 소비는 증가하는 반면, 휘발유·등·경유 소비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어, 전년대비 1.2% 증가한 761.4백만배럴 소비한 2005년보다 증가세가 다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납사는 석유화학 업황 호조에 따른 수요증가로 전년대비 4.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B-C유는 환경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선박 벙커링 수요가 증가하여 전년대비 0.7% 증가, 항공유는 수출호조에 따른 물동량 증가와 해외여행·연수 등의 증가로 전년대비 9.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LPG는 도시가스 보급확대에 따른 난방 수요감소로 프로판 수요는 감소(-3.9%)하였으나, 에너지 세제개편에 따른 가격경쟁력 확보로 부탄 수요가 증가(+3.7%)하여, 전체적으로 전년대비 0.4%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휘발유는 고유가 지속에 따른 소비 감소세 시현으로 전년대비 1.5% 감소하고, 등유는 등유 특소세 인하에도 불구하고, 고유가 영향에 따른 연탄·도시가스 등 타연료로의 대체 지속으로 전년대비 15.9%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경유는 화물 및 여객수송 수요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세제개편에 따른 가격상승으로 전년대비 1.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문별로는 전년대비 산업부문 2.5%, 수송부문 0.5%, 발전부문은 16.9% 증가할 전망이나, 가정·상업부문은 도시가스 등 타에너지로의 전환 등으로 8.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2006년 석유제품 수출물량은 2.8% 증가한 269.9백만배럴이며, 금액은 석유제품 가격상승에 따라 전년대비 13.1% 증가한 175억불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어 우리나라 제5위 수출상품으로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2006년 원유도입물량은 전년대비 4.8% 증가한 884백만배럴에 달하며, 도입금액은 10.7% 증가한 469.6억불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3. 2006년 석유정책방향
가. 고유가 장기화에 따른 체질개선 노력 적극 추진
종전의 고유가대책은 목표 유가대를 설정하고 이를 돌파할 경우 세금인하 등을 통한 인위적인 가격조정 등 단기적인 처방위주의 정책이었으나 고유가가 고착화됨에 따라 시장기능에 의한 석유수급조절, 대체에너지개발 및 에너지소비절약 등 에너지체질 개선에 주력하는 한편, 소외계층에 대한 에너지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양면정책을 추진해 왔다. 또한 고유가 대응 기준도 종전 단순 목표유가대별 대책 보다는 한층 발전된 석유시장 조기경보지수에 의한 단계별 대책을 추진하게 됨으로써 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있으며, 비단 석유정책에 한정되기보다는 에너지정책 일반으로 확대되어 통합적인 체계하에서 석유정책을 추진하는 기반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
나. 안정적인 석유수급능력 확보
2006년 중 거제비축기지가 추가증설됨에 따라 우리나라 총 비축능력은 123백만배럴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고유가가 지속되더라도 비축유 구입적기시점을 포착하여 가장 경제적인 방법으로 비축유를 구입하여 비상대응능력을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IEA 순수입기준으로 약 110일분의 석유(원유, 석유제품)를 저장하고 있어, 외부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은 어느 정도 갖추고 있으나, 향후 비축능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 국제석유시장 위기발생시에도 국내산업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를 최소화시켜나갈 계획이다.
다. 해외자원개발 역량 강화 노력 추진
고유가가 지속됨에 따라, 자원확보경쟁이 더욱 치열해 지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에 뒤지지 않기 위해 자원확보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쿠웨이트, 오만 등 자원부국과의 자원협력위원회 확대를 통해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중동 등 전략지역의 산유국과 장기적·체계적인 민관 국제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해외자원개발 역량과 에너지기술개발 강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 정비도 병행하고 있다.
라. 산유국-소비국간 대화증진 노력 전개
2006년은 산육국-소비국간 대화도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2005.10월 APEC 에너지·광업장관회의에서 APEC-OPEC간 대화채널을 구축키로 합의한 바 있으며, OPEC측은 우리측의 정례적 회의개최(장관급)에 대해 찬성한 바 있으며, 현재 OPEC 사무국측과 회의의 modality 등을 협의 중에 있다.
또한 지난 2005년 1월 Asia 지역 산유국-소비국 회의가 최초로 개최되어, Asia 국가간 에너지협력 방안 등을 정기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제1차 회의시에는 사우디, 이란 등 중동산유국(7개)과 한, 중, 일 등 소비국(5개)이 참여하여 국제석유시장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였고, 제2차 회의는 2006년 사우디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마. 바이오디젤 보급확대 및 석유수입부과금 인상
「석유및석유대체연료사업법」중 그간 시행을 보류해 왔던 석유대체연료 관련규정이 ’06.1.1부로 시행됨에 따라 석유대체연료의 적정품질기준 등 관련규정들이 정비되고 수입부과금도 신규로 징수하게 되었다. 또한 그간 시범적으로 운영되던 바이오디젤혼합유가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바이오디젤과 경유의 혼합비율도 종전 20:80에서 5:95로 변경되고 혼합 주체도 주유소나 바이오디젤 생산업체에서 정유사로 이전되며 관리 감독도 강화될 예정이다. 환경기준 강화추세에 따라 휘발유와 경유에 대한 황함량 등 품질규정이 한층 강화된다. 현재 휘발유와 경유의 황함량이 각각 130ppm, 430ppm이나 올 1월부터는 50ppm, 30ppm으로 상향 조정된다.
한편 정부는 해외자원개발과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등에 필요한 재원확충을 위해 수입부과금 인상을 내용으로 하는「석유및석유대체연료사업법시행령」개정안을 입법 예고하였으며 2월부터는 수입부과금이 리터당 14원에서 16원으로 인상되고 석유대체연료와 천연가스 등에 대해서도 부과금을 인상하게 된다. 그 외에도 그간 석유수요 급감과 연료대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등유의 특별소비세가 리터당 20원 인하되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했던 LNG에 대해서는 톤당 40원에서 60원으로 인상되는 등 2006년에는 벽두부터 에너지 요금관련 정책들이 많이 변화하고 있다.
마. 결어
점차적으로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감소하고는 있으나, 석유는 여전히 가장 비중이 높은 에너지원이며, 향후에도 당분간은 가장 높은 비중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석유의 중요성을 감안, 안정적인 공급능력을 확보하고 비상시 위기대응능력을 제고하려는 노력은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2006년도에도 세계 석유시장의 수급을 둘러싼 제반 여건은 2005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인식이지만 여러 측면에서 시장의 불확실성을 어느 정도까지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점도 주목을 받고 있다.
1)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이문배연구위원의 ‘2006년 국제유가 전망’ 보고서를 재구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