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 국제 유가 vs 우보(牛步) 일관 정부대응책”
글·여영래|에너지경제신문 편집국장
-휘발유 소비자값 사상초유 ℓ당 1600원대 돌파
-정부 에너지절약시책 발동 없어… 석유조기경보지수‘무색’
-고유가 대책 놓고 정부부처간‘異見’, 서민가계부담만 가중
연일 초강세 시황이 계속되고 있는 국제 유가의 파장이 휘발유를 비롯한 국내 기름값을 천정부지로 끌어올리는 등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영향이 예사롭지 않다.
‘高油價’의 파장 여하에 따라 극도로 예민한 산업 구조하에 가로놓여 있는 우리나라의 산업·경제여건은 일차적으로 휘발유, 등·경유 등 주요 석유제품가격을 한없이 끌어올려 놓았으며 무역, 해운, 항공산업 등 유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경제주체들에 상당한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 역시 고유가로 인한 정제마진의 상승 효과 등과 같은 플러스적인 요인도 있는 반면 판매물량 감소를 우려하는 양면성을 띤 고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더욱이 국내 도입 원유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동산 두바이(Dubai)유 가격은 지난달까지 계속된 폭등세가 9월들면서 다소 진정된 국면을 보이고 있으나, 1~19일까지의 평균치가 배럴당 56.63달러로 여전히 초강세 시황이 계속되고 있다.
휘발유값 사상 초유의 ℓ당 1600원대 실현(?)
이러한 고유가의 파고(波高)는 국내 기름값에 곧바로 영향을 미처 휘발유 1ℓ에 1600원(소비자가격 기준)을 오르내리는 사상 초유의 가격대를 보이면서 소비자들의 가계부담을 한층 가중시키고 있다.
9월 세째주(12~16일) 한국석유공사가 모니터링한 주요 석유제품 판매가격 동향에 따르면 일선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휘발유 소비자가격이 전국 평균으로는 1ℓ당 1532.75원 수준을 보이고 있음은 물론, 서울 일부지역의 경우 1,600원대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같이 소비자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휘발유 가격의 급등은 국제 유가의 폭등세에 따른 ‘불가피한 수준’이라고 마냥 치부하기에는 왠지 뒷맛이 개운치만은 않다. 이는 정부당국의 물가조절 기능에 과연 문제가 없는가하는 의문제기에서 비롯되고 있다.
유가를 비롯한 국내 석유산업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기자로서 이 현안에 대해 이미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신문을 통해 정부를 상대로 시정 내지는 보완해야한다는 논지(論旨)의 고발성 기사로 지적한바 있으나, 소관정부(재경부)는 세수(稅收)확보의 어려움 등을 내세워 번번히 이렇다할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묵살해온게 사실이다.
지난 8월말 기준 국내 정유사가 공급하는 휘발유 1ℓ의 세전 공장도가격은 545.44원에 불과하나 여기에 교통세(535원), 주행세(128.40원), 교육세(80.25원), 부가세(128.91원)등을 포함 총 872.56원에 달하는 제반 세금이 붙어 ℓ당 1418원이란 세후 공장도가격으로 반출되고 있다. 소위‘배보다 배꼽이 더 큰’ 가격구조인 셈이다.
휘발유 가격중 교통세 등 각종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62%에 달한다는 계산이다. 이 같은 세금 비중은 우리보다도 경제수준이 훨씬 높은 주요 선진국들의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62.7%, 2004년 12월 기준)와 단순 비교해 볼 때도 더 높은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한 경제연구소가 분석한 자료에서도 이처럼 높은 유류세(油類稅)에서 비롯된 국내 휘발유 값은 물가수준을 감안한 구매력평가(PPP)환율 기준으로 OECD 29개 회원국 중 3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조사 결과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조세제도가 안고 있는 모순의 극치이며, 개선의 소지가 다분한 정책과제의 일단면이 아닐 수 없다. 현행 교통세법상에는 ‘국민경제 여건상 필요할 경우 30%범위 내에서 탄력세율을 적용할 수 있다’고 명시해 놓고 있다.
물론 특별소비세의 손질 등을 통한 국내 유류가격의 인하, 조정문제는 우리가 처해 있는 제반 에너지 관련 메커니즘 즉, 에너지수요관리 시책과 상충(相衝)되는 관계로 당국자를 곤혹스럽게 하는 사안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언제까지 국민들의 허리띠만 졸라맬 것을 요구하는 세수(稅收)우선주의란 행정편의주의 정책만 고집할 것인가. 더욱이 현재와 같은 고유가 기조는 향후 상당기간 ‘고착화’ 될 것이라는 게 대다수 석유시장 전문가들이 내놓고 있는 견해임을 감안할 때, 단기적인 요법보다는 고유가 시대에 능동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제도와 시스템을 조기 도입하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이에 앞서 우선적으로 서민들의 가계에 주름살만 깊게 하는 과도한 세(稅) 부담분의 일정부분을 정부가 전향적인 조세정책을 통해 흡수하는 시책의 강구가 선행돼야함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정부, 고유가 대응 에너지절약대책 ‘실종’
경제전문가들이 밝히고 있듯이 통상적으로 국제유가가 1배럴당 1달러 오를 경우 국내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ℓ당 평균 14원 정도에 이를 만치 가격상승의 주된 요인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연 평균 원유가격이 전년대비 5달러 상승할 경우 경제성장률은 0.19% 둔화되고, 소비자물가지수는 0.68% 상승하는 효과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이처럼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에서 비롯된 국내 기름값의 사상 초유의 가격대 실현, 전기· 난방, 가스 등 공공요금의 줄인상 대기, 산업체의 제반 원가상승 요인 발생 등과 같은 ‘고유가發’ 적색 경고등이 켜진지 오래됐음에도 불구하고, 산자부를 비롯한 정부의 대응 자세는 이상하리 만치 조용하다는 지적이 도처에서 흘러나오는 것도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예전 같으면 승용차 10부제 운행이니, 영업시설 조명사용 제한이니, 엘리베이터 격층 운행이니 등과 같은 강력한 에너지소비절약시책을 연일 발표하고 나서는 긴박한 움직임의 연속일진데 요즘은 그러한 구호성 액션(?)조차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물론 현재 정부가 추구하는 ‘고유가 대책’은 앞서 제시한 유형의 석유소비억제와 강제적인 에너지절약 조치에서 탈피, 신·재생에너지의 개발, 에너지 저소비형 산업구조로의 개편 등과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해 가는 과정상에 있음은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이 같은 시간과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장기적인 대책과 더불어 우선 발등에 떨어져 있는 불(고유가)을 끌 수 있는 이른바 단기대책(국민동참 에너지절약의식 고양 등)도 병행함이 바람직할 것이란 판단이다. 유가 급등 속에서도 올해 들어 상반기중 휘발유 소비량은 전년동기 대비 되레 6.8% 증가했다는 산자부의 통계치가 바로 국민들의 ‘에너지절약의식의 해이’를 반증하는 바로미터가 아닐는지 곰곰 생각해볼 대목이다.
분명 이럴 때가 아니라고 본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먼저 나서야 할 것이다. 국민들의 불편을 감수하는 방향으로라도 제시하고, 호소하는 분위기를 통해서 배럴당 60달러대를 형성하고 있는 국제유가는 우리에게 결단코 위기 상황임을 체감토록 해야할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현재 치솟고 있는 유가의 대항마로 장기적인 대책 카드를 뽑아들기에는 효과적인 측면에서 사패일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장·단기 대책을 수립하되 이 시기엔 단기적인 대응책으로 접근돼야 할 것이다. 비록 내수가 침체됐다고 하나 어느 정도의 고통은 불가피하겠지만 고유가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만큼은 곧추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내수부진과 고유가를 혹시 연결짓는다면 그 정책은 해결의 실타래만 더욱 꼬이게 하는 결과를 초래, 타당치 않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우선은 고유가에 대한 심각성을 국민들이 느낄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절실한 때이기 때문이다. 이미 조세와 금리정책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해 에너지절약시설의 확충을 유도하고 있지만 국민들도 피부에 와 닿는 심리적인 긴장감으로 무장토록 하는 시책의 병행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 일각에서 이젠 국민들에게 불편을 요구할 수 없다는 명분(?)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우리가 처해 있는 예사롭지 않은 현실은 명분에 얽매여 있을 여유와 때가 아니란 점이다. 단기적 요법으로 일정규제를 통해서라도 날개를 달고 있는 고유가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짜내고 이에 따른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 역시 시급을 요하는 정부의 몫으로 남아있다.
高油價 대책 놓고 정부 부처간 ‘좌충우돌’
이처럼 이미 ‘적신호’가 켜져 있는 고유가 대책을 놓고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와 재정경제부간 빚어지고 있는 혼선은 가뜩이나 어려운 상태인 물가高, 경제불안 등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는 서민들에게 또 다른 짜증감만 배가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직접적인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無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정부의 안일한 대응자세에 대해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는 가운데 나온 해당 정부간 보인 일련의 해프닝은 ‘대책부재’란 질책을 무마시키기는커녕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키는 꼴로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8월 중순 국제유가의 폭등세가 계속돼 석유경보지수가 ‘주의’단계로 상승하는 등 우려 상황이 계속되자 산업자원부는 고유가 대책의 일환으로 이르면 9월부터 공공부문의 승용차 요일제 운행을 의무화한다고 발표(17일)하고 나서자 바로 다음날인 18일 재경부 고위관계자는 정례브리핑을 통해 ‘고유가에 대비한 요일제 차량운행 등 강제 조치에 대해서는 서민 생계 등을 고려할 때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면서 ‘현재로선 적극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재경부 방침을 내놨다. 재경부 차관은 한마디로 차량 10부제 등과 같은 획일적인 강제시책은 그 성과 보다 부작용이 더 크다는 것이 이 같은 재경부 방침의 배경이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덧붙이기도 했다.
이처럼 高油價 관련 정부대책의 중심에 있는 양부처가 불과 하루만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방침을 공개적으로 발표하고 나섬에 따라, 이를 접하는 국민들은 어느 장단에 발을 맞춰야할지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은 당연지사이거니와 정부정책에 대한 부처간 사전 협의 채널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부처이기주의의 극치라고 밖에 풀이할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석유는 말할 것도 없고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거의 100%에 이르는 국내 실정 하에서 저에너지소비형 산업구조·국민경제·국민의식으로의 전환 내지는 개선은 우리의 현실에서 국가적 과업이며 누누이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해결과제다.
천정부지 격으로 치솟고 있는 국제유가의 격낭 속에서도 정부당국이 ‘서민 생계를 고려할 때…’라는 지극히 소극적인 명분(?)을 내세워 적극적인 처방책 마련에 미적되는 사이 곪을 대로 곪은 환부는 더 큰 병으로 확대, 전이되듯이 결국 서민들의 가계에 더 큰 부담 요인으로 ‘부메랑’되어 돌아온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수차례에 걸쳐 경험한바 있고,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정부당국도 분명히 인지해야하고 곰곰이 되집어봐야할 것이다.
| 정부의 고유가 단계별 대응책은
국제유가 고공행진이 계속되면서 정부가 수립해 놓고 있는 ‘고유가 대책’의 기본 방향은 ▲에너지소비절약 ▲에너지 저소비형 경제체제 구축 ▲에너지공급 능력 확충으로 요약된다. 다시 말해 초기에는 자율적인 에너지절약을 유도하고 유가 상황이 악화되면 강제 에너지절약 시책으로 점차 강도를 높여나간다는 것이 기본 골격이다. 우선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승용차 요일제를 도입, 시행해 참여차량의 식별체제가 확립되고 자동차세, 공공주차료, 통행료 감면 등 인센티브 부여 방안이 마련되면 계도기간을 거쳐 민간에도 승용차 요일제를 확대, 시행하는 형태다. 고유가 대책의 바로미터로 정부가 올해 초 도입한 석유조기경보지수는 유가, 석유수급 상황 등 18개 변수를 분석해 산출되며 정상(1.5미만), 관심(1.5~2.5미만), 주의(2.5~3.5미만), 경계(3.5~4.5미만), 심각(4.5이상) 등 5단계로 구성돼 있다. 현재 이 지수는 3.5를 넘어 ‘경계’단계에 진입해 있다. 이 같은 정부의 석유조기경보지수 단계별 대책중 현재와 같은 ‘경계’단계일 경우 ‘주의’단계부터 시행한 자율적인 에너지절약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강제적인 에너지절약을 의무화하는 한층 강화된 조치를 취하게 된다. ‘경계’단계 초기에는 단축되는 조명시간이 늘어나고, 옥외조명이 2분의1로 축소된다. 휴무일은 월 2일로 늘어나고, 냉방온도는 종전의 25도에서 26~28도로, 난방온도는 20도에서 19도로 조정된다. 또한 에너지를 연간 2,000TOE(석유환산톤)이상 소비하는 건물 및 제조시설은 에너지절약계획을 의무적으로 수립, 시행해야 한다. 석유조기경보지수가 ‘경계’단계 후기로 진입하면 ‘경계’단계 초기의 조치에다 추가로 단축되는 조명시간이 더 늘어나고, 판매시설 조도가 제한된다. 냉방온도는 28도로, 난방온도는 18도로 재조정되며, 휴무일은 월 2~4일로 확대된다. 승용차 부제는 ‘주의’단계와 ‘경계’단계 초기에는 자율실시가 권고되다가 ‘경계’단계 후기에는 의무화되는 동시에 부제 대상이 대폭 확대된다. 현재 석유조기경보지수는 종전‘주의’단계에서 9월15일을 기점으로 지수가 3.5를 넘어섬에 따라 ‘경계’단계로 한 단계 격상됐으나, ‘경계’단계에서 시행키로 되어 있는 제반 강제 에너지절약시책은 아직까지 적용하지 않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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