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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최근 유가 급등의 특징 및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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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최근 유가 급등의 특징 및 전망


글·김주헌|대한석유협회 기획관리팀 부장



1. 머리말


2004년초 이후 상승하기 시작한 국제유가는 연말들어 다소 안정세를 유지하는 듯 했으나 금년 3월들어 다시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 급기야 7월 8일에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겼던 배럴당 55달러를 돌파하여 본격적인 고유가 시대의 도래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더욱이 유가전문가들은 향후에도 석유수급의 불균형이나 중동정세의 불안, 석유시장에서의 투기적 요소로 인해 유가는 당분간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90달러니 100달러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들을 내놓고 있어 석유를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가뜩이나 침체된 국내경기가 더욱 위축될 것으로 판단된다. 일반적으로 원유가격이 전년에 비해 평균 10% 오르면 경제성장률은 0.15% 둔화되고 소비자물가지수도 0.25% 오른다고 하니 벌써부터 정부에서도 금년도 경제성장률을 하향조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유가 추이>

(단위 : $/b)                   

 

2003년

2004년

’05.1

’05.2

’05.3

’05.4

’05.5

’05.6

Dubai

26.8

33.6

37.9

39.9

45.8

47.2

45.4

51.1

WTI

31.1

41.4

46.8

47.9

54.3

52.9

49.8

56.4

Brent

28.7

38.2

44.1

45.7

53.2

52.6

49.3

55.0


최근의 유가 상승은 과거의 석유위기 때와는 다른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두바이유 기준으로 2003년 배럴당 평균 26.8달러였던 국제유가는 2005년 6월에는 51.1달러로 두배정도 상승함으로써 단기간 급등에 따른 심리적 부담은 크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를 과거 석유위기시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여 비교하면 오히려 낮음을 알 수 있다. 금년 6월의 평균가격인 배럴당 51.1달러는 2차 석유위기시의 최고가격인 배럴당 35.9달러를 현재가격으로 환산한 배럴당 84.7달러보다 낮은 실정이다. 또한  과거에 비해 경제규모가 커진 상황에서 고유가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적어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두바이유의 실질가격(최고치) 추이>

(단위 : $/b)                   

 

1차 석유위기

2차 석유위기

두바이유 평균가격

(‘73년)

(‘74년)

(‘79년)

(‘80년)

(‘04년)

(‘05.6월)

명목가격

2.9

10.9

29.8

35.9

33.6

51.1

현재가격

12.5

43.3

79.9

84.7

34.7

51.1

                   주)자료 : 삼성경제연구소 “2005년 경제이슈 및 전망”


2. 최근 유가급등의 원인


최근 유가의 급등은 과거의 사례와 비교해 볼 때 많은 차이가 있으며 특히 과거 1. 2차 석유위기와 같은 정치적 요인이 아닌 석유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동안 저평가되었던 국제유가가 한편에서는 세계경제의 양적인 성장과 물가상승에 의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그 상승폭이 단기간에 급등한데서 불안요인이 더 크다고 여겨지며 또한 유가 상승세가 투기세력을 동반하다보니 일부 거품을 안고 상승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동안 잠재해 있던 상승 여력은 작년부터 이어진 몇 가지 요인에 의해 촉발되었다고 분석할 수 있으며 그 요인으로는 국제석유시장의 수급불균형, 정제시설의 부족, 원유시장에서의 투기세력 등으로 분석할 수 있다.


   국제석유시장에서의 수급불균형


세계석유소비는  선진국 및 Brics 등 거대경제권을 중심으로  높은 성장세를 나타낸 반면 공급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세계석유수요는 하루 평균 8천2백50만 배럴이었고, 공급은 8천3백10만 배럴로 공급이 많았으나 금년 1/4분기의 세계석유수요는 하루평균 8천4백30만 배럴에 비해 공급은 8천3백80만 배럴에 불과했다. 지난해에도 석유수요는 전년대비 3.4% 증가한 하루 250만 배럴이 늘어나 지난 78년 이후 최대의 상승폭을 나타냈고, 금년 들어서도 그 추세가 심화된 점이 최근의 유가 급등세의 근본 원인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생산여력의 한계로 인해 증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OPEC 등 주요 산유국들은 현재 생산시설을 대부분 가동하고 있기 때문에 생산량을 더 늘릴 수 없는 실정이다. 지난 10여 년간 저유가가 형성되면서 생산시설에 투자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이 상태로는 당분간 고유가가 지속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정제 시설의 부족


지난 10년간 저유가시대가 지속되면서 석유수요는 동기간에 18.4% 증가한 반면 정제능력은 11.7% 증가에 그쳤다. 따라서 1994년 정제능력은 소비보다 748만 b/d 초과되었으나 2004년에는 384만 b/d초과되어 절반가량 줄었다. 이는 정기보수를 감안할 때 실질적 정제능력은 여유가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여유정제능력의 부족은 석유제품가격을 상승시키고 이 또한 원유가격을 끌어 올리고 있다.    

   

<세계의 석유소비 및 정제능력>

(단위 : 천b/d)

 

1994

1996

1998

2000

2002

2004

증감률

석유소비

68,219

70,869

73,232

75,751

77,046

80,757

18.4%

정제능력

75,703

77,468

79,856

81,961

83,562

84,592

11.7%

차이

7,484

6,599

6,624

6,210

6,516

3,835

6.7%p

                    자료 : BP통계(2005년판)



   원유시장에서의 투기세력

 

원유시장에서 투기세력들이  취약한 수급구조를 이용해 사재기 등 투기행태를 보이고 있다. 투기세력의 개입으로 인해 원유가는 버블이 낄 가능성이 많다. 지금이 버블상태라고 일부 전문가들은 보고 있으나 최근 옵션거래의 동향을 보면 아직도 가격이 더 오를 여지는 많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원유뿐 아니라 철강과 같은 원자재의 가격도 크게 상승한 상태이고 국제금리 역시 낮아 투자 상대를 물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버블, 즉 가격이 얼마까지 더 올라갈 지 예측하기는 힘들다.

환율 역시 그동안 유가와 상반되게 움직였으나 최근 들어 동반 상승하고 있다. 이는 유가 상승으로 미국이 아닌 유럽이나 아시아 국가들의  부담이 커지고 미국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부담이  줄어들어 미국이 유가 상승에 적극적 제동을 걸지 않고 있는 점도 유가 상승의 한 요인이다.



3. 최근 유가급등의 특징


   두바이가격의 상대적 강세


지난해 10월 WTI와 두바이유의 가격차이는 배럴당 15.7달러까지 벌어졌으나 최근 4~5달러까지 급격히 줄어들었다. 지난해 WTI-두바이유의 차이는 허리케인 내습에 따른 멕시코만 유전의 생산차질로 WTI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기 때문이었으나 최근에는 멕시코만의 생산이 회복된 반면 두바이유는 이라크 석유생산의 불안정이 지속되어 이라크 석유생산이 2004년 4분기의 196만 배럴에서 2005년 1분기는 182만 2천 배럴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또한 석유재고의 변화도 두 유종간의 가격차이를 줄였던 이유라고 볼 수 있다. 2005년 3월 OECD국가 중에서 북미 및 유럽의 석유재고는 전년 말에 비해 5천7백만 배럴 증가한 반면 아시아 국가들의 재고는 3천 6백만 배럴 감소하였다.

<OECD 국가의 지역별 석유재고 현황>

(단위: 백만배럴)                 

 

2004년 말

2005. 3월

차이

북  미

1,209

1,233

24

유  럽

926

959

33

아시아

430

394

-36

                  주)자료 : IEA



   비수기 유가 급등


석유는 통상적으로 성수기를 기해 상승세를 유지하지만 최근 유가급등은 북반구의 원유비수기에 나타났다는 점이다. 물론 최근 몇 년을 두고 국제유가는 성수기에 강세, 비수기에 약세라는 기조가 꼭 지켜진 것은 아니지만 단기간 유가급등이 지난 1,2차 석유위기와 같은 정치적 요인이 아니면서도 비수기에 급등했다는 점이 특이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의 비수기 유가급등 요인으로는 여름철 드라이빙 시즌을 앞두고 가솔린의 초과수요가 우려되고 있고 정유시설의 부족현상이 쉽게 해소될 여지가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재고증가 속 유가급등


OECD 아시아국가들의 석유재고는 감소했지만 북미와 유럽지역의 석유재고는 큰 폭으로 증가하여 전체적으로 석유재고는 증가하면서도 국제유가는 상승했다.

특히 미국의 원유재고는 지난 6월3일 3억3천만배럴에 달해 지난 6년만에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고 성수기를 앞둔 가솔린 재고도 평균수준을 넘고 있다.

그리고 OPEC의 증산에 따른 재고증가에도 불구하고 세계공급 능력의 한계 및 동절기 석유수급 차질 우려 등 불안요인이 작용하면서 상승세가 지속되었다. 더욱이 6월15일 OPEC 총회에서 쿼터량을 50만 B/D 증산하기로 결정했음에도 실제 생산에 대한 우려감으로 가격은 증산 결정 직후에도 오히려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4. 향후 유가 전망


앞에서 이미 설명했듯이 최근의 국제유가의 급등은 석유수급의 불균형, 생산 및 정제시설의 부족, 그리고 투기수요의 개입 등을 들 수 있다. 따라서 이들 요인의 변화 정도에 따라 향후 유가의 움직임도 짐작할 수 있다.

먼저 석유수급측면에서는 OPEC국가들이 지난 6월 15일 50만B/D 증산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하반기에는 이들 물량이 계획대로 추가되고 또한 非OPEC국가들도 유가 상승에 따라 증산의 여지가 높다고 보면  연말까지 수급문제는 더 악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생산 및 정제시설은 현재 타이트한 상태며 사고로 인해 불가피하게 가동이 중단될 우려가 있고  또한 가솔린 같은 일부 제품의 수급차질이 발생할 수가 있다. 통상적으로 9~10월은 허리케인이 내습하는 기간으로 작년과 같이 허리케인으로 멕시코만의 생산시설이 제대로 가동이 안 될 경우 일시적인 급등의 가능성은 높다고 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투기세력의 움직임은 뉴욕상품거래소의 자료에 의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향후 유가를 가름할 수 있는 측도로 보는 옵션거래는 금년 들어 크게 증가하였다. 옵션거래의 체결건수는 금년5월까지 하루 평균 5만 4천건으로 작년의 4만 6천건에 비해 19% 증가 했으며 WTI 12월 인도분을 배럴당 80달러에 매입할 수 있는 옵션계약 체결건수도  6,900건수에 이른다. 이는 향후 유가가 오를 것으로 보는 투자자가 배럴당 80달러에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미리 샀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기와 같이 유가변동 요인들에 의하면 특별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나 현재 만연하고 있는 투기세력을 감안할 때 유가는 적정수준을 넘어 버블을 안고 갈 여지는 많다. 언젠가는 버블이 빠지겠지만 그 시기를 예측하기란 어려우며 현재 국제석유시장의 동향을 보건데 금년 하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단지 이런 투기적 수요가 빠져나가면 적정수준의 석유가격은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40~45달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승세에 있는 유가는 당분간 과대 평가되면서 하반기에는 배럴당 평균 50~55달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예기치 않은 사건 사고로 인해 생산시설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중동정세의 불안이 심화될 경우 유가는 이보다 더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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