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지난호 보기
협회보 바로보기 협회보 다운로드 전체 목차보기

[특집]고유가와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

ICON ICON
 

<특집>


고유가와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


글·최호상|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1. 머리말


국제유가의 상승세가 여전히 가파른 가운데 올해 들어 3월과 6월 두 차례 OPEC의 증산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의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대표유종인 WTI(미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는 6월 중순과 7월초에도 일시적으로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섰고, 세계적인 투자기관인 골드만삭스는 단기간 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이처럼 국제유가의 강세기조가 장기화될 경우에는 전 세계는 다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에 휩싸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고유가는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경제에는 커다란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원유수입은 2003년 이후 20%대가 넘는 높은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올해에는 5월까지 유가상승으로 원유 수입액이 늘어나면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2.0%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작년 전체 수입에서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13.3%에서 올해 5월까지는 14.8%나 높아졌다.  

한편, 이러한 고유가로 인해 우리경제에 미칠 영향으로는 무엇보다도 무역수지 악화와 물가상승이라 할 수 있는데, 유가 강세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하반기 이후 우리경제 회복에는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내기업들도 고유가로 인해 생산비 부담이 커지게 되어, 채산성 악화와 함께 기업경영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하에서는 최근 국제유가의 현황, 전망을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우리경제 및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2. 최근 국제유가 현황


(1) 국제유가의 추이 및 동향 


2002년 하반기 이후 상승하기 시작한 국제유가는 2005년 들어 다시 급등하기 시작하였으며, 6월 27일에는 WTI 가격이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60달러를 돌파하기도 하였다. 7월 초에도 일시적으로 60달러를 상회하기도 하였으나, 6월 중순 이후에는 WTI 가격은 배럴당 50달러 후반에서 소폭의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가 가장 많이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를 대표하는 두바이 가격도 올해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오다가 7월 8일에는 배럴당 55.4달러를 나타내, 심리적 마지노선인 55달러 선을 넘어섰다.

이처럼 국제유가는 원유시장 전문기관이나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달리 고공행진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로는 2/4분기에는 원유비수기에 접어드는데다, 올해는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작년에 비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OPEC은 지난 3월 정기 총회 이후 증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가상승세가 좀처럼 완화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국제원유시장의 특징 중 하나로는 두바이 가격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 이유로는 중동지역의 정정불안, 북중미, 유럽 지역에 비해 낮은 아시아 지역의 원유재고 등이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4년 10월 배럴당 15.7달러까지 확대된 두바이와 WTI간 가격격차는 5월 18일에는 한때 2.1달러까지 축소되었다. 7월 8일 현재 두 유종간 가격차이는 4.2달러로, 과거 정상수준인 5~6달러에 비해서는 격차가 줄어든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추이>

image 

                         자료: 한국석유공사 DB.



(2) 유가강세의 요인


현 국제유가의 강세기조가 지속되는 이유로 크게 4가지 요인을 들 수 있다. 첫째, 산유국의 원유공급여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90년대 이후 세계 각국은 전통 제조업보다는 IT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 시작하였다. 이는 2차 석유파동기 이후 유전개발 사업 등으로 공급능력의 여유가 발생하면서, 원유가격이 하락한데 기인한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유전탐사 및 개발 등 석유산업에 대한 투자가 과거에 비해 크게 축소되었고, 원유의 공급여력도 정체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그 동안 원유시장에서 가격조정자로서 역할을 하였던 OPEC의 기능은 거의 유명무실화된 것이다.

둘째, 주요 석유소비국인 미국의 정제시설 미흡도 유가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경우에도 신경제 기간 동안 IT산업에 비해 석유산업에 대한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음에 따라, 정유소에서의 가솔린 정제설비가 부족하게 되었다. 이는 원유재고가 증가하지만 오히려 가솔린 재고는 부족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특히 국제원유시장에서 가솔린 가격 상승은 유가상승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셋째,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경제의 부상 등으로 원유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3년 이후 국제 원자재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중국은 전 세계 원유소비의 약 1/3 정도의 비중을 점하고 있다. IEA(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05년 세계 원유수요는 하루 84.3백만 배럴로, 작년에 비해 1.8백만 배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같은 기간 중 중국의 수요는 작년에 비해 하루 50만 배럴을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넷째, 투기자금의 유입도 국제유가 상승의 주요 요인이다. 특히 올해 가격상승 국면에서 대규모 투기자금 유입이 이루어졌다. 그 이유로는 정보가 과거와는 다르게 전 세계적으로 공유되고, 규제완화가 진척되면서 국제자본의 이동이 용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제금융시장의 동조화가 발생하면서, 위험분산 차원에서 상품시장으로의 투기자금 유입이 급증하게 된 것이다.

  


3. 국제유가 전망


대부분의 유가 전망기관이나 전문가들이 향후 가격에 대한 전망을 상향조정한 가운데 국제원유시세는 하절기 수요와 그에 따른 가격흐름이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주요 석유소비국인 미국의 가솔린 공급능력이 가격을 좌우할 수 있는 주요한 변수이다. 게다가 계절적으로 미국의 드라이빙 시즌(휴가기간) 도래에 따른 가솔린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보여, 관련 제품의 공급부족에 대한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가솔린 수요 증가에 따라 가솔린 가격도 갤런 당 2달러 정도의 인상요인이 발생하면서, WTI도 가격 상승압력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이후 국제유가 전망에 대하여 국제적인 원유 전문기관들의 견해를 살펴보면, 지난 1/4분기에 예측한 수치보다는 수요 증가를 토대로 공통적으로 상향조정하였음을 알 수 있다. 미국 소재 에너지 정보분석 회사인 ESAI(Energy Security Analysis Inc.)는 두바이 가격 기준으로 하반기 중 배럴당 41.1달러, 연간으로는 42.3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케임브리지 에너지 연구소(CERA: Cambridge Energy Research Associates)는 하반기 중 두바이 가격이 ESAI가 전망한 수치보다 다소 높은 배럴당 43.5달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은 하반기 두바이 가격은 두 기관보다 다소 높은 배럴당 47.9달러로 예상하였다. 이들 기관이 전망한 하반기 두바이 가격 평균치는 배럴당 44.2달러, 연 평균으로는 배럴당 44.0달러로 나타났다. 그러나 실제 중동지역의 정정불안이 심화되거나 산유국의 생산차질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게 될 경우에는 이들 기관이 예측한 수치보다 높은 수준의 가격에서 시세가 형성될 가능성은 매우 높은 편이다.


<주요 원유시장 전망기관의 유가 전망치>

(단위: 달러/배럴)            

 

ESAI

CERA

EIA

2005년 하반기

41.13

43.50

47.92

2005년 평균

42.32

43.49

46.30

                  자료: 한국석유공사, 2005년 하반기 국제유가 전망(2005. 6)에서 재작성.           



4. 고유가와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


(1) 성장률 및 물가


고유가 기조가 장기간 지속되면, 국내물가와 무역수지, 그리고 경제성장률 등 국내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선 국제유가의 상승은 원유를 중간재로 사용하는 모든 제품가격을 상승시킬 뿐만 아니라 이들 제품을 다시 중간재로 이용하는 관련 제품의 가격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쳐 국내 물가를 상승시킨다. 또한 고유가의 지속은 원유수입 부담을 늘리고, 수출 감소를 초래함으로써 무역수지 악화 요인으로 작용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유가급등 시에도 원유 수입물량을 큰 폭으로 축소시키기가 어렵기 때문에 원유수입액이 증가하게 된다. 반면, 수출은 고유가 장기화에 따른 세계경기 둔화와 국내 수출제품의 가격경쟁력 저하로 감소 요인이 발생한다. 따라서 수입증가, 수출 감소, 그리고 Cost-push형 인플레이션 압력 등으로 인한 소비 및 투자의 위축은 국내 경제의 성장 둔화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기관별 유가상승에 따른 국내 거시경제 영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한국은행은 국제유가 10% 상승시 GDP 성장률이 0.15% 하락하고, 소비자물가가 0.25%의 상승압력을, 경상수지는 30억 달러의 적자요인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하였다. 아시아 개발은행(2004년 9월)에 따르면, WTI 가격이 배럴당 30달러에서 50달러로 상승하는 경우, 우리나라의 GDP 성장률은 1.2% 포인트 떨어지고, 소비자물가는 1.4% 포인트가 오를 것으로 추정하였다. 계량모형에 의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2달러 상승하는 경우, 경제성장률은 0.28% 포인트 하락하고, 소비자물가는 0.34%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유가상승에 따른 세계경제 및 교역물량 감소 등으로 무역수지는 13.3억 달러의 적자 요인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고유가에 따른 국내 경제 파급경로>

 image



(2) 산업별 영향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국내 기업의 생산비 상승 요인으로 작용함으로써 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키게 된다. 고유가 지속에 따른 산업별 파급 정도는 비용인상의 가격전가 가능성, 석유제품 투입 비중 등에 따라 차별화된다. 예를 들어, 생산과정에서 다른 원자재에 비해 원유나 석유제품을 더욱 많이 사용하는 석유화학산업이나 정유, 전력산업 등은 고유가에 따른 생산비 부담이 타 산업에 비해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은행의 「2000년 산업연관표」를 통해 국제유가 상승이 각 산업의 제조원가에 미치는 효과와 산업 특성에 따른 유가인상분을 제품가격에 전가 가능성 등을 살펴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원유시장 전망기관들의 예측치에 따라, 올해 연 평균 국제유가(두바이 기준)가 전년대비 30% 상승하는 경우에 전 산업의 제조원가는 0.41%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산업별로는 유가 30% 상승에 따른 제조원가는 제조업이 0.45% 오르는 반면, 서비스업은 비용상승 효과는 0.36%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제조업 중에는 화학제품의  제조원가가 2.18% 올라, 비용 상승효과가 가장 컸으며, 다음으로 섬유 및 가죽제품(0.51%), 제1차 금속제품(0.25%)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기·전자(0.16%) 및 정밀기기(0.23%) 등은 제조원가 상승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었다. 반면, 서비스업의 경우에는 운수 및 보관업(1.85%)과 전력·가스 및 수도업(0.65%) 등을 제외하고 유가급등에 따른 비용부담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화학, 전기 및 전자, 제1차 금속제품 등은 단기적으로는 유가상승분을 제품가격으로의 전가할 가능성이 높은 편이어서, 고유가에 따른 충격은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고유가 지속시 수요감소와 제품가격 인상의 어려움 등으로 타격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섬유산업의 경우, 유가상승에도 불구하고 업체간 경쟁이 치열하여 실제로 제품가격으로 전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서비스업의 경우에는 전기·가스·수도의 경우를 제외하면, 원유투입비중과 소득탄력성 등이 높아 가격전가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할 수 있다.


<국제유가(30%) 상승 시 주요 산업별 제조원가에 미치는 효과>

(단위: %)                

 

원유투입비중

제조원가 상승효과

가격전가 가능성

전 산업

3.82

0.41

-

제조업

2.74

0.45

높음

섬유 및 가죽제품

1.43

0.51

낮음

화학제품

10.26

2.18

높음

제1차 금속제품

3.04

0.25

높음

일반기계

1.17

0.24

낮음

전기 및 전자기기

0.38

0.16

높음

정밀기기

0.60

0.23

낮음

서비스업

2.73

0.36

낮음

전력·가스·수도

7.07

0.65

높음

운수 및 보관

17.61

1.85

낮음

도소매

2.09

0.17

낮음

통신 및 방송

0.47

0.08

낮음

금융 및 보험

0.44

0.06

낮음

                   주: 1) 원유투입 비중은 총 투입액에서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

                   자료: 한국은행,『2000년 산업연관표』에 의거 계산.



5. 대응방안


향후에도 고유가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국내 경제주체들의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정부차원에서는 중동산 원유를 많이 수입하고 있는 주변 국가와의 협력을 통해 도입가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동북아 국가들과 함께 에너지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거대 프로젝트(동북아 국가들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공동사용 등)의 추진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산업구조가 에너지 절약형 산업구조로의 전환되어야 한다. 공정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산업구조 자체를 고부가가치화하는 것이 궁극적인 해결책이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소재산업보다는 가공조립산업, Off-line보다는 디지털-온라인 산업이 에너지 효율성이 더 높은 편이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에너지 효율화 제품의 기술개발 지원, 정부의 우선 구매, 세제 인센티브 등이 확충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국내 기업들은 고유가를 위협으로 간주하기 보다는 기회요인으로 활용해야 한다. 오일머니 유입으로 내수 시장이 활성화되는 중동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높은 조선 산업 등에서 고부가가치 제품 수주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소비자들이 고효율 제품을 선호하는 움직임에 기민하게 대응하여 관련 제품 및 대체 에너지 사용 제품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