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등유가격 인상으로 소비자의 난방비 부담 가중
진용한_전국경제인연합회 선임조사역
2005년 4월 현재 등유의 소비자가격은 실내등유 기준으로 리터당 867.1원이다. 이는 2000년 대비 54.9% 상승한 수준이다. 등유의 소비자 가격은 정유사 세전가격이 63%를 차지하고, 유통비용 5.3%를 제외하면 31.7%가 세금으로 구성되어 있다. 에너지 세제개편 전인 2000년에 대비하여 2005년 4월까지 등유의 유통비용은 지속적으로 하락한 반면, 세전가격과 등유 관련 세금이 각각 53.5%, 111.5% 증가하였다. 특히, 등유 관련 세금 증가는 등유의 수송용 경유로의 전용방지를 위한 정부의 에너지 세제개편의 결과이다. 향후에도 정부 계획에 따른 등유가격의 추가 인상이 예정되어 있어 서민층 등유소비자의 난방비 부담은 가중될 것이다.
등유가격 급등은 경제적 약자인 농·어촌 및 지방소도시 서민의 난방 연료비 부담 가중 및 역진적 세부담 문제를 야기
등유의 대부분은 도시가스가 보급되지 않는 농·어촌, 중소도시 가구 및 영세 중소기업의 난방용 연료로 소비되고 있다. 도시가스는 보급이 용이하고 소득수준이 높은 대도시 아파트 지역 중심으로 우선 보급되었고, 특히 대도시 내에서도 달동네 등 저소득층 거주지역의 도시가스 보급률이 낮은 실정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00년 기준으로 대도시 동지역 가구는 지역난방, 도시가스 난방비율이 63.3%에 이르는 반면 농어촌 지역인 읍지역은 등유 사용가구 비율이 71.5%에 달하며, 단독주택과 비교하여 아파트의 도시가스 사용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2003년 기준 농어촌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224만원으로 도시가구의 월평균 소득 294만원에 비해 76% 수준이다.
농어촌가구의 소득수준이 도시가구에 비해 76% 수준에 불과하나, 동절기 1월 평균 난방비는 등유(기름보일러) 사용가구가 월 22만 9,891원으로 도시가스 사용가구 월 12만 6,435원에 비해 1.8배 높은 수준이다. 현행 에너지세제 개편계획 상 2007년 1월에는 등유 사용가구의 월평균 난방비가 229,891원에서 248,011원으로 7.9% 인상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낮은 농·어촌 및 지방소도시 가구가 등유를 사용함에 따라 도시가스 사용가구보다 높은 세금을 내게 되는 세부담의 형평성 문제가 심각하다. 동일 열량기준으로 보면 등유세금은 도시가스의 6.7배 수준에 이르며, 등유와 도시가스의 세금은 천㎉당 21.5원 차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주요 선진국 대비 최고 수준의 국내 난방용 유류가격 유지
일본, 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서민용 난방연료에 대해 저가정책을 유지하는 반면 국내의 경우 고율의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국내 난방용 유류의 소비자가격은 영국, 프랑스, 독일 등 OECD 국가 평균 보다 20% 높은 수준이다. 특히, 일본의 경우 휘발유(가솔린세: 53.8円/ℓ), 경유(경유인취세: 32.1円/ℓ) 등에는 높은 세금을 부과하나, 난방연료인 등유에는 소비세(5%)만 부과함에 따라, 일본의 등유가격이 국내 대비 77% 수준에 불과하다.
생활필수품인 난방연료에 사치성 제품의 소비억제를 위한 특별소비세나 판매부과금의 부과는 동 제도의 도입취지에 맞지 않다. 동절기의 가정용 난방은 의식주에 해당될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생활영위 수단이기에 OECD국가 중 난방용 연료(등유기준)에 특별소비세를 부과하거나 또는 수송용 유류와 연동하여 상대가격을 조정한 사례가 없다. 또한, 경제성 측면에서 도시가스 배관망이 농·어촌지역 등 전국에 설치되기는 불가능한 상황에서 특소세를 등유에 부과하는 경우 연료선택이 제한된 등유소비자의 부담만 가중되는 결과만 가져오고 있다. 도시가스 배관이 충분히 확충될 경우에도 저소득계층은 수백만원에 달하는 건물내 배관설비와 보일러 교체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운 실정인 것이다.
등유소비자의 난방비 부담 완화 및 경유로의 전용방지대책 마련 필요
등유 사용자의 생활수준 및 도시가구와의 형평성 측면을 고려하여 등유에 부가되는 특별소비세(현행 ℓ당 154원)의 인상방침을 철회하고, 점진적으로 인하하는 등 등유 소비자의 난방비 부담 완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한편, 등유 가격의 인상 배경인 경유로의 전용은 일본, 영국 등 OECD 국가들처럼 식별제·착색제 첨가, 노상검사 강화 등 제도적 장치를 통해 방지하고, 난방용 유류에 대해서는 저가정책을 유지해야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