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기후변화협약>
기후변화협약과 국제사회의 대응
오대균 | 에너지관리공단 기후대책총괄실
이제 기후변화협약을 실천하기 위한 교토의정서가 발효된 지도 달포가 지나간다. 그동안 우리는 교토의정서가 발효된다는 뉴스에 눈과 귀를 모으면서 우리가 감축을 하게 된다면 얼마나 큰 경제적 피해가 있을 것인가에만 관심을 기울인 듯싶다. 인류가 기후변화협약을 왜 논의하게 되었고 그것이 지향하는 목표는 무엇이며 실제로 기후변화는 우리 주변의 어디에 영향을 미치고 있나 등등 좀 더 들여다볼 일들도 많다. 기후변화협약은 1992년에 리우에서 합의되었고 우리나라도 1993년에 비준하여 그 이듬해 발효되었으니 이제 10년을 넘겼고, 산업화를 먼저 추진한 역사적 책임을 들어 선진국들이 대기 중 온실가스의 농도를 안정화시키기 위하여 구속적인 감축의무를 이행하도록 한 교토의정서가 1997년에 합의된 후 지난 달 발효되었으니 또한 7년 이상 지났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인류의 인위적인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과 이들에 의한 기후변화에의 영향과 그 결과가 나타나는 데에는 시간 차이가 있으며, 이미 기후변화를 위한 정부 간 패널(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의 보고서는 이미 인류의 활동으로 지금까지 증가한 대기 중 온실가스로 인하여 앞으로도 지구의 평균 기온은 증가할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이러한 기후변화는 다양한 종류의 재난을 야기할 수 있음도 동시에 경고하고 있으며 이러한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Adaptation)도 앞으로 기후변화 대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대기 중 온실가스의 농도를 안정화시키기 위한 배출 감축 측면에서 보면, 온실가스 배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하는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기업 경쟁력에 관한 주제가 된다. 기후변화협약은 환경협약으로 출발하였지만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활동은 각 경제 주체들의 경제활동에 대한 일정한 제약조건으로 작용할 것이며, 이를 타개하는 방안으로는 배출량 감축을 위한 에너지절약 신기술이나 저 탄소형 에너지를 공급하는 신재생에너지 공급기술 등 신기술을 채용해야 하므로 이들 기술을 선점한 국가나 기업이 경쟁력의 우위를 점하는 신기술시대의 도래를 점칠 수 있게 한다.
교토의정서는 1997년에 합의되어 11년 후인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선진국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평균 5.2% 감축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55개국 이상의 비준과 비준에 참여한 의무부담국들의 1990년 배출량이 이들 의무부담국 총 배출량의 55%를 넘는 경우 발효하도록 되었다. 비록 미국과 호주가 개발도상국의 의무 미부담과 자국 경제에 대한 심각한 영향을 들어 교토의정서 체제를 거부하였으나 제2위의 배출국인 러시아가 비준함으로써 발효하였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2012년 이후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의무 미부담 국가들의 참여를 위한 협상이 시작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되어 있어 올해부터 시작되는 의무부담 협상의 결과를 따라 감축의 강도가 정해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부문에서 연료의 연소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02년에 1990년에 비하여 92%나 증가하여 세계 9의 배출국이 되었다. 이러한 증가는 주로 전력 생산을 위한 발전설비의 증가, 특히 이산화탄소 배출계수가 높은 유연탄 화력발전의 확대와 수송부문에서 차량의 증가에 기인한다. 또한 원유에서 생산되어 산업원료로 납사를 사용하는 석유화학산업의 설비증설에 기인한다. 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주요 동력은 이들 제조업의 성장에 기초하였으므로 온실가스의 배출증가는 당연한 것이었다. 이제 기후변화협약으로 대변되면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온실가스 저 배출형 사회로의 전환, 낮은 온실가스 배출 집약도로의 전환, 신재생에너지 공급 확대와 같은 저탄소형 사회로의 전환 등을 요청하고 있다.
올해 시작되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 참여 협상이 끝나는 시점은 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교토의정서를 합의한 전례를 본다면, 비교적 유사한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가진 선진국들의 감축기준에 도달하는 데에도 3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번 협상은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멕시코, 중국, 인도,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이 다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개발도상국을 포함시키려 하고 있다. 또한 교토의정서 체제를 거부하고 있는 미국과 호주의 참여도 유도하고 있다. 참여 대상국이 이와 같이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지나 협상보다 이번 협상은 더 어려운 진전이 예상된다. 협상이 빨리 종료되어 2007년 또는 2008년에 끝난다 하더라도 2013년부터 시작하여 2017년 이행을 점검한다고 가정하면 지금부터 심이삼년 정도가 남았을 뿐이다. 이에 반해 선진국들은 1차 의무이행기간이 끝날 때까지 16년 정도의 시간을 가지고 있으므로 우리보다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길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선진국들의 사례를 더듬으며 집중력을 가지고 우리의 온실가스 배출특성을 파악하고 우리에게 적합한 정책과 조치들을 개발하여 추진해야 한다. 딸서 이미 의무부담을 가지고 감축정책을 추진 중인 의무부담국의 정책들을 살펴본다.
미국
미국은 교토의정서를 거부하고 있으나, 2001년 1월 부시 대통령의 취임 후, 기후변화에 대한 정책 및 조치를 재검토하여 좀 더 혁신적인 정책 및 조치를 개발할 것을 지시하였다. 전문가그룹을 결성하여 온실가스의 대기 집중 안정화, 지속적인 경제 성장, 시장기반의 인센티브, 기술개발, 세계적 참여의 증진 등을 달성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안을 개발하도록 주문하여 아래와 같이 주요 부문의 전략을 마련하였다.
- 전력: 발전 및 송전부문에서의 보다 청정하고 효율적인 기술개발 및 태양력, 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 개발
- 수송: 고연비 차량 및 트럭 개발, 청정연료 연구 및 개발, 차량 운행거리 감축을 위한 프로그램 시행
- 산업: 온실가스 배출감축 협력 프로그램 시행, 열병합발전의 확대
- 건물: 기술지원 및 라벨링제도를 통해 상업, 주거 및 공공건물의 에너지 효율향상을 위한 자발적 협력 프로그램 시행
- 농업과 임업: 농업부문 배출감축 및 임업부문의 흡수원 확대를 위한 프로그램 시행
- 연방정부: 연방정부건물 및 수송수단에서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단계적 조치 시행
또한 미국은 체니 부통령의 주도로 2001년 5월 국가에너지정책(National Energy Policy)을 마련하여 더욱 효율적이고, 환경친화적이며 에너지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종합적 장기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미국의 에너지 공급부문에서 이행 중인 정책들은 아래와 같다.
정책 및 조치 | 대상/활동 | 온실가스 | 수단 | 시행주체 |
신재생에너지상용화: 풍력,태양,지열,바이오 | 경쟁력있는 신재생에너지 발전기술 개발 | 모든 온실가스 | 연구, 규제 | 에너지부 |
climate challenge | 발전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폐기 노력을 촉진 | 모든 온실가스 | 자발적 | 에너지부 |
분산형 에너지원 | 분산형 에너지원을 위한 개술개발, 제도적 장애요인 제거 | 모든 온실가스 | 정보제공,연구 ,교육,규제 | 에너지부 |
고온초전도체 | 송,배전 및 산업용 고온초전도체 개발 | 오든 온실가스 | 연구 | 에너지부 |
수소프로그램 | 사용 시 환경영향을 줄이는 수소기술 및 시스템 개발 지원 | 모든 온실가스 | 연구 | 에너지부 |
청정에너지제안; 녹색전력파트너쉽; CHP파트너쉽 | 고효율 청정에너지 공급의 시장 장애요인 제거 | CO2 | 자발적,교육, 기술지원 | 환경청 |
원자력발전 최적화 | 온실가스 감축에 원자력의 중요성을 인식 | CO2 | 정보제공, 기술지원 | 에너지부 |
차세대 원전시스템 개발 | 진보된 원전시스템 개념의 연구개발 및 실증 | CO2 | 연구, 기술지원 | 에너지부 |
탄소격리 sequestration | 화석연료의 생산/소비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비용효과적 운영을 위한 신기술의 개발 | CO2 | 연구 | 에너지부 |
수력발전 | 수력발전의 기술적, 사회적, 환경적 편익을 증진 | 모든 온실가스 | 정보제공, 연구 | 에너지부 |
국제협력 | 청정에너지기술의 도입을 위한 국제협력 증진 | 모든 온실가스 | 정보제공, 기술지원 | 에너지부 |
일본
일본은 총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90%를 차지하는 에너지부문을 대상으로 에너지 수요와 에너지 공급으로 구분하여 정책들을 추진하고, 동 부문들의 총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까지 1990년의 수준으로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에너지수요 측면에서는 2010년까지 에너지절약을 통해 22 백만TCO2, 새로운 정책도입을 통해 34 백만TCO2, 그리고 연료대체를 통해 18 백만TCO2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할 계획이며, 에너지절약을 위하여 산업부문의 자주행동(independent action), 기술개발 촉진, 가정 및 상업부문의 에너지 소비효율 증진 등의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다. 1997년 일본의 경단련은 자발적 행동계획(The Keidanren Voluntary Action Plan)을 마련하여 2010년까지 1990년 수준으로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괄목할만한 에너지절약 실적을 달성해 왔으며, 일본정부는 본 행동계획의 투명성 및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지원하고 있다.
에너지 설비 및 기기의 효율향상을 위해 자동차, 가전 및 사무실 기기 등에 대한 라벨링제도 및 효율기준제도 등을 시행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조치들은 Top-Runner 방식의 사고를 도입하여 기준 및 강도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한편, 하이브리드 차량 및 천연가스 트럭과 버스의 점차적인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세금 감면 및 보조금 등의 시장 지원책과 더불어 고려되고 있다. 가정 및 상업부문의 에너지절약을 확대하기 위하여, 에너지절약 효과가 우수한 주택과 건물의 건설 및 보급을 증진하기 위하여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으며, 친환경 공공주택 및 건물의 건설을 장려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일본은 주택건설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 건물의 에너지절약 조치 강화 등 에너지절약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들을 도입할 예정이다.
에너지공급 측면에서는 크게 신에너지 도입의 확대, 연료대체, 원자력발전 확대 등을 통하여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한 조치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도입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도입단계, 기술개발 및 시범단계, 환경 및 공공인식 캠페인 등 단계별로 구분하여 신에너지 도입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환경친화적 연료믹스를 달성하기 위한 다각적인 대책으로 연료대체를 위한 조치들은 발전부문을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는데, 석탄 보일러 및 석탄발전의 천연가스로 전환, 가스배관망 확충 등을 통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이외에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에너지수요를 충당하고 이산화탄소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2010년까지 원자력 발전량을 2000년 수준의 130%를 달성하도록 계획하고 있다.
영국
영국의 기후변화프로그램은 제1차 공약기간 중에 1990년 기준 온실가스의 12.5%를 감축하며, 2010년까지 이산화탄소의 20%를 감축하도록 하고 있으며, 전체목표는 기후세, 배출권거래제, 2010년까지 전력공급자의 신재생에너지 10% 의무, 2010년까지 열병합설비 2배 확충, 유럽차원의 자동차연비의 25% 향상, 수송부문 10개년계획, 가정부문의 효율향상 및 건축규제의 강화 등을 통해 달성될 것이다. 범 유럽차원의 사업으로는 차량연비 향상, 에너지효율 향상 프로그램, Best Practice 프로그램, 최저 에너지효율 기준, 신재생에너지 연구개발 및 실증과 상용화, 고효율 청정 고체연료 개발 및 이용촉진 등의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영국은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수급과 환경목표와의 갈등, 공급안정성 및 에너지원의 다변화, 에너지 가격과 정책목표와의 잠재적 갈등 및 연구개발의 평가 등을 에너지 정책에서 고려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정책목표는 산업을 육성하는 것으로, 2000년 신재생에너지는 발전량의 2.8%를 차지하였고 초기 시장구축에 기여한 NFFO (Non Fossil Fuel Obligation)에 의해 5%까지 증가할 것이며, 2010년의 목표 발전비중은 10%이다. 모든 전력공급업자는 일정 비율의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공급하여야 하며, 10% 공급목표의 상당 부문은 해안 풍력발전 및 바이오매스로 달성될 것이다. 열병합발전은 영국 에너지 공급정책의 핵심요소로서, 현재 1,500여 개소에 4,700MW의 설비용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2010년의 설비용량 목표는 10,000MW이고, 기후세의 감면, 열병합을 포함한 에너지절약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 및 열병합 플랜트와 기계류에 대한 세제감면 등을 통해 지원할 것이다.
선진 각국의 기후변화협약에 대비한 에너지부문의 정책들은 아래와 같은 특성을 가진다.
- 정책 및 조치의 대부분이 규제와 재정인센티브로 구성된다. 기후세를 도입하여 세제상의 강한 정책조치를 추진하며, 동 재원을 활용한 다양한 인센티브를 개발하여 추진한다.
- 배출권거래를 도입하여 참여자들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로 활용하고 있으며,
- 에너지 공급부문에 대해 신재생에너지 의무비율, 에너지절약을 위한 공급자 의무 등 여러 가지 의무사항을 부여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부부문의 감축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여 추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향후 우리나라가 의무감축 목표를 가지게 되었을 경우, 우선 고려할 수 있는 정책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 산업계는 에너지 다소비 산업부문을 중심으로 에너지절약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산업경쟁력 제고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기후변화협약을 본격 이행하게 될 경우 에너지절약사업은 앞으로 온실가스 감축사업으로 진행될 것이며, 에너지절약 경제성이 있는 사업은 의무부담 여부와는 별도로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며, 그 이후 견제성이 부족하지만 기후변화협약의 이념을 따른 실질적이고 추가적인 감축사업이 진행될 것이다. 이미 기후변화협약은 기업의 환경경영 이행이라는 압력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이번 교토의정서의 발효는 단지 서곡일 뿐이다. 현재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되어 있음을 들어 에너지절약 사업의 이행을 주춤거리거나 나아가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이행할 수 있도록 온실가스 배출원과 배출량의 목록을 만들고 사업실적을 인정받기 위한 자료를 정비하는 등 필수적인 일들도 보류한다면 기후변화협약 대응기간을 더욱 부족하게 할 것이며 자체 경쟁력의 파악과 강화도 미루는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