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기후변화협약>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정유산업의 대응전략
정남일 | GS칼텍스 주식회사 상무
지난 2월16일 교토의정서가 발효됨에 따라 우리나라 뿐 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대응방안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 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기후변화협약에 의해 온실가스 배출 저감 의무를 부담하게 될 경우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정유산업 역시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후변화협약으로 인해 정유산업이 향후 받게 될 영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정유산업도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해 투자를 해야 하므로 이로 인한 생산비 상승 요인이 발생하게 된다는 점이다.
둘째는 정부의 에너지 소비 저감을 위한 정책에 따른 에너지 소비 감소로 석유류의 수요가 감소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영향들은 정유산업에 상당한 파급 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물론, 그 영향의 정도는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얼마만큼의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할 것인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는 이를 정확하게 예측을 할 수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정유산업의 경우에는 생산제품이 기후변화협약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1차 에너지이기 때문에 다른 산업에 비해 좀더 많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기후변화협약과 관련한 기업의 경영환경 변화와 함께 국내 정유산업의 대응전략을 살펴 보고자 한다.
정부의 대응 현황
정부는 지난 2월 국무총리 주재로 기후변화협약대책위원회를 개최하여 “기후변화협약 대응 제3차 정부종합대책(05~07년)”을 통해 기후변화협약이행 기반구축사업, 분야별 온실가스 감축사업, 기후변화 적응기반 구축사업 등 3대분야 90개 과제를 선정하여 총 21조5천억원을 투자하기로 하였다.
이중 신재생에너지 기술지원 등 온실가스 감축관련 연구개발에 1조5천억원을 투자하기로 하였으며, 청정개발체제(CDM: Clean Development Mechanism) 및 배출권거래제(ET : Emission Trading)를 적극 활용하기로 하였다.
분야별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보면 정유산업이 속해 있는 에너지 공급부문의 경우 열병합발전 확대, 신재생에너지 발전전력 의무구입 추진, 전국적인 천연가스 인프라 구축, 에너지공급자에게 에너지절약계획립 의무화 등을 추진하기로 하였으며 이를 위해 9조9천억원을 투자하기로 하였다.
한편, 산업자원부는 금년 3월 대통령 연두 업무보고를 통해 기존 화석에너지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무공해·무한 에너지원 개발과 이에 따른 에너지구조개편, 산업구조 조정 및 인프라 구축 등을 망라한 수소경제 종합 마스터플랜을 금년 상반기 중 수립하기로 하였으며, 수소경제체제를 이끌 자동차 및 버스용 연료전지, 발전용 연료전지, 다목적용 연료전지 로봇 등 핵심기술 개발과 함께 시범 프로젝트로 신재생에너지와 연료전지가 결합된 파워파크 조성을 추진키로 하였다.
기업의 경영환경 변화
2005년 하반기부터 제2차 의무 이행기간(2013~2017년)에 대한 온실가스 감축협상이 시작되며, OECD 회원국이면서 현재 CO2 배출량 세계 9위인 우리나라는 2차 이행기간부터 감축의무가 부과될 가능성이 높다.
교토의정서의 규제 강도가 완화되고 감축방식이 바뀔 수는 있겠지만, 온실가스 규제사회의 도래가 거부할 수 없는 대세이다.
이 경우 기업은 다음과 같은 경영환경 변화 및 리스크요인이 예측된다.
경영환경 변화 | 환경규제의 강화 (탄소세 및배출권 총량제 도입) | 탄소시장의 급성장 (배출권거래 및 CDM 사업 성장) | 무역장벽 강화 (무역 규제 및 비관세장벽 강화) | 환경기술의 도약 (온실가스 감축기술 발전) | 지속가능성의 중시(환경에 대한 사회적 책임 강화) |
리스크요인 | 세금 및 연료비 상승으로 인한 원가부담 증가, 공장신증설 제한 | 온실가스 감축 및 배출권 구매비용 증가 | 기준 미달 시 수입 금지 및 벌칙금 부과 | 신기술개발계획 상실으로 인한 경쟁력 실추 | 제품불매운동 등 소비자인식 전환 |
국내 대응 현황 및 문제점
대부분의 국내 기업에 있어서 기후변화협약의 대응이라는 이슈는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구체적인 대응전략을 구축 하기에는 아직은 시기상조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아직까지는 기후변화협약에 의한 온실가스 저감 의무부담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인 목표가 불명확하고 따라서 아직은 인력 및 재원의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할 시점이 아니라고 생각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후변화협약과 관련한 국제 정세의 움직임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저감은 불가피하므로 기업차원에서도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대응수준은 기업간에는 다소 차이가 있으나 전반적으로는 아직 대응 초기단계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유산업의 대응현황을 살펴보면 2003년 대한상의 산하에 정유업종 차원의 기후변화협약 대책반을 구성하여 약 1년간 관련부서 담당자들이 주기적 모임을 통해 비록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하는데 까지는 이르지 못하였으나, 업종 차원의 공감대 형성과 함께 학습기회를 통한 대응역량 강화를 모색한 사례는 매우 의미 있는 활동이었다. 이외에도 각 사별로 에너지저감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는 해외기업과도 전혀 뒤지지 않는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국내 정유업계 활동들은 해외 선진기업들과 비교해 볼 때 미흡한 부분이 많다. 그 이유로는 먼저 외부적 불확실성에서 그 원인을 찾아 볼 수 있다. 즉, 온실가스 저감시점 및 조기행동 인정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온실가스 저감투자에 대한 기업의 의사결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내부적 역량 미흡 또한 그 원인으로 들 수 있으며 이는 기후변화협약 관련 업무를 부가적 업무로 인식하여 전담 조직 및 인력 들의 자원투입이 미흡한 때문이다.
외부적 불확실성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에너지 정책 전반에 대한 가시적인 로드맵 제시가 필요하며, 특히 탄소세 도입과 같은 정부의 규제 방법이 아닌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도록 조기 행동 보상과 같은 인센티브 제도 도입이 요구된다.
대응전략
기후변화협약의 전력적 대응을 위해서는 단기전략/중•장기전략으로 구분하여 단계별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기전략으로는 온실가스 Data Base 구축, 저감목표 수립, 지속적인 에너지효율화 향상, 정부의 시범사업에 적극 참여, 교토메카니즘 활용기반 마련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온실가스 Data Base 구축은 온실가스 저감목표를 수립하기 위한 기반으로서 이를 위해서는 온실가스 산정을 위한 구체적인 산정기준, 범위, 계산방법 등을 국제기준에 맞도록 체계화하여야 하며, 연료사용량(직접배출량) 및 전기사용량(간접배출량)에 대해 한정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현재의 계산방식을 국가 Inventory 체계와 일관성을 가지게 함으로써 향후 국제 배출권거래제에도 적응 할 수 있는 역량을 구축하여야 한다. 현재 에너지관리공단의 기후변화협약대응체계 구축사업으로 추진중인 “정유산업 기후변화협약 대책반” 활동 및 “국내 석유류 발열량 체계 개선”을 통해 정유산업에 적합한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지침 및 배출계수 산정을 도출할 예정이며, “온실가스 감축실적 등록체계 구축” 시범사업을 통해 사업계획서 작성 등 교토메카니즘 활용기반 마련을 위한 내부 역량 강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중•장기전략으로는 온실가스 저감을 에너지 정책의 최고 목표로 설정, 정부의 온실가스 저감 자발적 프로그램에 적극 동참, 국제 배출권 확보,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기존의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연료전지, 수소에너지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 저감과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룩하여야 한다.
정유산업은 대표적인 에너지 집약산업의 하나로 국가 차원에서 뿐 만 아니라 정유산업 자체로서도 온실가스 배출 감축 의무부담에 대비한 노력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단계별 대응전략을 통해 위기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는 기후변화협약을 국제 경쟁력 확보 및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의 기회요인으로 만들 수 있도록 적극 모색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