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2005년 석유산업환경
2005년 국제유가 전망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李 文 培
1. 머리말
2004년 국제 원유가격 일일 현물시세를 보면, 두바이 원유는 8월 20일 배럴당 $41.35,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의 경우 10월 22일 배럴당 $56.42로 각각 사상 최고가격을 기록하였다. 이를 연간 평균가격으로 시산해 보면, 두바이 원유 $33.74, WTI 원유 $41.50로 2003년 대비 각각 25.9%(배럴당 약 7달러)와 33.5%(배럴당 10달러)를 기록하며 지난 2000년과 유사한 유가 폭등으로 기록되었다. 이 같은 고유가 상황은 기본적으로 원유 공급측면에서 여러 가지 리스크 요인이 발생된 반면 수요측면은 2000년 이후 수년간의 소비증가율 부진에서 벗어나 대소비국을 중심으로 빠른 수요증가 상황이 관측됨으로써 원유수급 차질에 대한 우려감으로 석유시장이 요동쳤기 때문이다.
2005년 올 한 해, 그 동안의 고유가 여파로 인하여 세계 석유수요는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중동지역의 지정학적인 불안요인을 포함한 공급부문의 제약요인들은 그 방향성을 찾기가 여전히 힘들 전망이다. 이 밖에도 달러화 약세 전망과 선물시장의 투기수요 등 제반 요인들의 영향을 감안할 때 고유가 상황이 적어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2. 국제유가 변동 요인의 점검
가) 세계 석유수요: 고유가 여파로 둔화 전망
세계 석유수요는 2004년에 8,237만 b/d로 전년대비 263만 b/d 늘어나 약 3.3%의 소비 증가율을 기록하였다. 연중 지속적인 고유가 상황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중심으로 상반기에 실현된 강력한 경기회복의 흐름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3/4분기 이후 하반기에 기록적인 고유가의 영향으로 인한 세계경기 둔화의 우려가 제기되면서 최고 5% 내외로 예상되던 세계 GDP 성장률은 약 4% 중반 수준으로 둔화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유가로 인한 경제성장율 둔화 여파는 2005년까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적 경기전망 기관들은 최근 자료에서 2005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4% 미만으로 낮추어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세계경기 둔화의 원인은 달러화 약세의 여파와 장기간 고유가의 영향으로 분석되고 있다. 2005년 세계경기 둔화 전망에 따라 세계 석유수요 증가율도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월간시장보고서(Monthly Oil Market Report) 최근호에서 2005년 세계 석유수요를 2004년도 대비 약 1.7%(138만 b/d) 늘어난 8,375만 b/d로 전망하였는데. 이러한 증가율은 전년대비 거의 절반 수준이다. 개별 국가와 경제권역별 수요전망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구소련을 포함한 개도권의 석유소비 증가율은 약 3.6%로 전망되었는데 이는 2004년 6.3%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관심을 집중시켰던 중국의 석유수요는 669만 b/d로 2004년 대비 36만 b/d(증가율 5.7%)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였는데, 이는 작년도 소비증가율 14.7%(75만 b/d)와 비교하면 1/3 정도의 수준이다. 이 같은 석유수요 둔화 전망은 중국정부의 경기 연착륙 정책과 국제적인 위안화 절상 압력과 관련하여 올해 중국경제를 둘러싼 대외여건이 2004년보다 악화될 것이라는 예상을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개도국의 석유 소비증가율은 2.5%로 역시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이다. 최대 석유소비국 미국의 2005년 석유수요 전망은 2,063만 b/d로 2004년 2,046만 b/d보다 0.8%(+17만 b/d) 증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나서 2004년 소비증가율 2.1%의 약 1/3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을 제외한 OECD의 경우, 2005년 석유소비가 0.1%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한편 OPEC은 2005년 세계 석유수요를 2004년 대비 149만 b/d 증가한 8,323만 b/d로 전망하였으며, 미국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정보처(EIA)는 약 2백만 b/d 늘어난 84.5백만 b/d로 각각 전망하였다. 특히 미국 에너지정보처의 석유수요 전망치가 IEA 전망치와 비교할 때 약 62만 b/d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서 세계경기둔화와 영향과 고유가로 인한 석유소비 파급 효과가 예상보다 작게 나타날 수도 있다는 점을 깨우쳐주고 있다.
나) 석유생산: 비OPEC 꾸준한 증산, OPEC은 추가생산능력 확충 노력
비OPEC의 원유 증산은 고유가 영향으로 2004년 약 110만 b/d에 이어서 2005년에도 비슷한 수준의 증산에 따라서 지속적인 공급물량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IEA는 2005년 비OPEC의 원유공급 물량을 51.2백만 b/d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 에너지정보처(EIA)도 최근 월간보고서 1월호에서 비OPEC 공급물량 전망을 약 51.0백만 b/d로 제시하고 있다. 한편 OPEC의 석유공급은 시장변동 상황과 OPEC의 시장전략에 따라서 공급규모의 변동이 예상되지만 원유가격이 급락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는 한 원유기준(NGL제외) 28백만 - 29백만 b/d 규모의 공급 수준은 유지될 전망이다. 그 결과 기본적으로 석유의 수급밸런스는 안정기반을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최근 비OPEC 공급물량 증가의 중심에는 러시아를 포함한 구소련지역이 자리잡고 있다. 구소련지역은 2004년에 11.2백만 b/d를 공급하여 전년대비 0.9백만 b/d(+8.7%) 증가로 비OPEC 공급증가 기여율 81.8%를 기록하였다. IEA는 구소련지역의 2005년도 증산 규모를 0.6백만 b/d(+5.4%)로 전망하였다. 그러나 최근에 결론지어진 러시아 유코스사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국영화 여파로 인한 영향을 아직까지 가늠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당초 유코스 파산으로 인한 파장 가능성 보다는 적을 것으로 보이지만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타 카스피해를 중심으로 바쿠 - 지중해 파이프라인의 가동으로 인한 공급증가 가능성도 예상되고 있다. 이외에 남미지역과 아프리카지역의 꾸준한 개발 프로젝트들의 생산 활동으로 동 지역으로부터의 원유의 공급물량 확대가 전망되고 있다. 한편 OPEC은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시장안정화를 위한 증산 노력”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2004년 말 현재 여유생산능력이 100만 b/d에도 미치지 못하는 여건 속에서 OPEC이 유가 안정화에 영향을 미치기는 힘들 전망이다. 2005년도에도 원유가격이 평균 35-40달러를 웃도는 상황 하에서는 대부분의 산유국들이 증산과 수출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시장에 대한 영향력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다만 경기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와 과잉공급으로 인한 유가 하락이 단기에 가파르게 이어질 때 이를 제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감산전략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측면에서 비수기에 예상되는 유가 하락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하여 OPEC이 사전에 비수기 감산합의를 선언함으로써 시장상황에 조기대응 전략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함께 OPEC은 2005년도에 소비국의 수요증가에 대비하기 위하여 원유의 추가생산능력 확충에 대한 노력을 경주할 전망이다. 그러나 OPEC 회원국 가운데 생산능력 확충을 추진하고 있는 국가는 현재까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나이지리아, 리비아, 알제리의 5개국으로 총 100만 b/d가 조금 넘는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아래 <표> 참조)
<표> OPEC 원유생산능력 평가 (단위: 백만 b/d) | ||||||
| 생산쿼터 | 생산량(11월) | 최대생산능력 | 잉여생산능력 (2004.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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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 | 2005.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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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 | 0.86 | 1.29 | 1.30 | 1.45 | 0.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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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 1.40 | 0.97 | 1.00 | 1.00 | 0.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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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 3.96 | 3.90 | 4.00 | 4.00 | 0.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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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웨이트 | 2.17 | 2.44 | 2.50 | 2.70 | 0.06 |
|
리비아 | 1.45 | 1.61 | 1.62 | 1.70 | 0.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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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 | 2.22 | 2.35 | 2.40 | 2.55 | 0.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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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 0.70 | 0.80 | 0.80 | 0.80 | 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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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 8.78 | 9.55 | 10.50 | 11.00 | 0.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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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 2.36 | 2.42 | 2.55 | 2.55 | 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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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 3.11 | 2.55 | 2.25 | 2.25 | 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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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계 | 27.00 | 27.57 | 28.92 | 30.00 | 1.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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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
| 1.79 | 2.50 | 2.50 | 0.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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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 계 |
| 29.36 | 31.42 | 32.50 | 2.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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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2005년 최대생산능력 자료: IEEJ “2005년 국제석유정세 및 전망(12.16)”에서 인용
자료: IEA, Oil Market Report 12월호, 2004. 12.10
다) 공급 장애요인 발생 가능성
원유의 공급 장애요인으로는 무엇보다도 혼미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이라크 정세와 사우디 등 주요 산유국 석유산업 인프라에 대한 테러조직의 파괴 위협, 일부 산유국에서의 노조 파업이나 정치적 불안정 여파, 이외에 태풍이나 해일 등으로 인한 자연재해와 예기치 않은 사고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 가운데 핵심적인 문제는 이라크의 정정불안과 그 여파로 인한 중동지역의 포괄적인 지정학적 불안요인이다. 이들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요인은 석유시장 리스크 프리미엄의 기저를 형성하고 있다.
우선 이라크 사태는 현재 1월30일 코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앞두고 이슬람 무장단체와 테러조직들의 선거를 방해하기 위한 파상적인 공격으로 매우 혼잡한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선거 연기 주장도 제기되고 있으나 미국 정부와 알라위 총리가 이끄는 이라크 임시정부는 강행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이 같은 혼미한 국내 상황 때문에 원유수송 파이프라인에 대한 공격도 이어지고 있어서 당분간 이라크 원유생산과 수출은 부진함을 면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라크 총선에 대한 성공여부가 불투명할 뿐만 아니라 선거 이후에 시아파와 수니파 사이에 새로운 내전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이라크 사태를 예측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국제 테러조직에 의한 석유 인프라 공격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는 우려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사우디 석유 인프라에 대한 알-카에다 조직의 공격 가능성인데 이 같은 사태가 실제로 발생할 경우, 그 영향을 가늠하기가 쉽지않은 실정이다. 본 유가전망에서는 이들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요인이 기존의 상황으로 유지되는 케이스를 기준 전망(BAU: business as usual)으로, 극한으로 악화되는 케이스를 고유가 상황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외에 비중동 산유국에서의 석유노동자의 파업이나 유전과 정유소 등에서의 돌발적인 사고 발생의 영향은 역사적 사례에 비추어 볼 때 복합적으로 어우러지지 않는 한 석유시장에는 단기적인 영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미국시장을 중심으로 하류부문의 정제능력과 수송부문 제약에 따른 공급부문 병목현상의 결과 일부제품 수급차질로 인한 원유가격 급등 현상이 올해도 재연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휘발유와 항공유 등 경질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증가와 미국 내 환경기준 강화로 인하여 경질 저유황 원유에 대한 수요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데 반해 공급물량 증가는 제자리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경질저유황 원유와 중질 고유황 원유사이에 가격 스프레드 확대 현상도 지속될 전망이다.
라) 투기거래와 석유재고
2005년에도 2004년과 마찬가지로 석유시장 특히 공급부문을 둘러싼 제반 요인들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중동지역의 불안요인이 가중되거나 예상 밖의 악재가 가중될 경우, Nymex 선물시장을 중심으로 투기거래가 급증하면서 단기적인 가격 급등을 선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요인이 악화되거나 고유가로 인한 수요 둔화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경우, 선물시장에서의 투기 매수거래를 수반하여 급등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투기순매수 거래의 증가는 대부분 유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시장의 제반 여건이 호전되거나 금융시장의 이자율 인상 등으로 투기성 자금의 원유에 대한 포트폴리오가 줄어든다면 투기거래의 영향력은 크게 줄어들겠지만 가능성이 그다지 커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2005년도에는 석유수요의 둔화 전망과 함께 산유국들의 공급증대 및 공급능력 확충 등으로 수급밸런스가 개선될 것이라는 가정을 전재한 기준 전망에서 투기자금의 유입이나 투기수요 증가는 2004년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석유의 상업재고 혹은 비축구매로 인한 시장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매주 발표되는 미국의 상업용 석유재고 통계는 유가흐름의 바로미터로 작용되고 있다. 중국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원유비축 프로그램은 아시아 시장의 유가흐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 Nymex 투기거래와 WTI 선물가격 연관성
자료: Nymex, CFTC
3. 2005년 두바이 원유가격 전망
앞에서 살펴본 주요 요인들의 변동성을 바탕으로 기준 전망(BAU)과 고유가, 저유가의 3가지 시나리오를 구성하였다. 기준 전망 시나리오는 세계 석유수요가 장기간 고유가의 영향으로 증가율의 둔화를 예상한 반면 중동의 지정학적 요인 등 공급부문의 여러 제약요인들은 더 이상 악화되지 않는 최근 추세의 연장으로 가정하였다. 또한 투기자금의 선물시장 영향은 완화될 것으로 가정하였다. 기준전망의 경우, 두바이 원유의 연평균 가격은 배럴당 $31 ~ $34이며, 상반기에 $35/bbl 내외의 비교적 높은 수준에서 하반기에 $30/bbl 내외의 수준으로 안정화될 전망이다.
한편 고유가 시나리오는 기본적으로 이라크 사태 등 중동의 지정학적 요인의 악화를 가정하였고 세계 석유수요도 중국 등의 요인으로 연평균 2.5% 이상 수요증가를 이어간다고 가정하였다. 고유가 시나리오 하에서 두바이 원유 연평균 가격은 배럴당 $38 ~ $41. 단기적으로는 50달러 수준에 근접할 가능성도 있다.
저유가 시나리오는 공급부문의 제약요인이 크게 해소되는 것을 가정한 시나리오이다. 이라크 총선 이후 치안상황이 개선되는 것을 골자로 중동의 지정학적 요인이 크게 완화되는 시나리오. 석유수요는 2005년 이후 증가세가 다소 둔화되지만 개도국의 꾸준한 소비로 약 2% 수준의 증가세를 가정하였다. 저유가 시나리오에서 두바이 원유 연평균 가격은 배럴당 $26 ~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