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세계는 자원확보 전쟁중
에너지 확보 쟁탈전 나선 중국, 국제적 긴장 유발
글·정우진|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1973년 프랑스의 작가이자 정치가인 알레인 페이르휘테(Alain Peyrefitte)는 “중국이 깨어나면 세계가 흔들린다(When China wakes up, the world will tremble)”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했다. 그 당시 잠재하고 있는 거대 중국의 위력을 경고한 것이다. 30여년이 지난 지금 국제 에너지·광물자원의 가격이 치솟는 그 가운데에는 중국이 서 있다. 최근의 원자재 가격 폭등에는 세계경제의 회복, 이라크전쟁에 따른 불안심리, 투기세력의 매점매석 등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지만 무엇보다도 중국경제의 고도성장이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석탄을 비롯해 철강과 철광석, 구리, 아연, 주석, 백금의 세계 최대 소비국이며 알루미늄, 연은 세계 2위, 석유와 금, 니켈은 세계 3위의 소비국이다. 이중 석유소비량은 곧 일본을 추월, 미국 다음의 대 석유소비국이 될 전망이다.
석유소비와 수입의 급증으로 위기감이 고조되자 작년 6월 중국의 원자바오( 家 )수상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하는 연구회의를 통해 석유수급안정을 위한 종합전략을 수립하도록 지시했다.
지금같이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과 급격한 에너지소비증가가 지속된다면 언젠가는 세계 에너지수급 밸런스는 그 균형을 잃어버리고, 에너지공급부족 사태가 도래할 수 있음이 경고되고 있다. 더구나 또 하나의 거대인구를 가진 인도가 그동안의 전쟁과 사회불안의 혼돈을 딛고 최근 고도 경제성장기로 접어들면서 에너지소비대국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과 인도 두 거대 저개발국의 경제도약은 많은 사람들을 빈곤에서 탈출하게 할 것이지만 그 만큼 자원소비도 늘어나 획기적인 공급증강 대책이 없는 한 심각한 자원확보 전쟁을 예고하기도 하는 것이다.
중국, 해외 석유의존도 심화
작년(2003년) 중국의 석유소비 증가율은 10%이상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도 세계 석유소비증가율의 30%이상을 중국이 차지했다. 중국의 석유소비 급증은 곧, 석유수입의 급증을 의미한다. 중국은 1993년에 석유제품이, 1996년에는 원유의 순수입국이 되면서 석유의 생산과 소비의 차이가 계속 벌어져 왔다. 중국 석유의 확인매장량은 1982년 195억배럴에서 1992년 240억배럴로 증가한 이후 2002년 현재는 183억배럴로 낮아졌다. 원유생산량도 수년간 연 330~340만 배럴에서 정체되고 있다. 이미 중국 최대의 유전인 다칭(大慶)유전을 비롯해 육상유전의 생산량은 감소하고 있으며 그나마 해상유전에서의 생산량이 늘어나 전체적으로는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에너지성 정보국(DOE/EIA)의 추정에 따르면 중국의 석유순수입량은 2000년 하루 1.04백만배럴에서 2010년에는 3.65백만 배럴, 2020년에는 7.45백만 배럴로 늘어날 전망이다. 따라서 중국의 석유수입량은 곧 한국의 석유수입량을 상회할 것이며 2015년 안에 일본의 수입량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표>중국의 석유 수습 전망 (단위 : 백만 b/d)
2000 | 2010 | 2015 | 2020 | 증가율 | |
수요 | 4.54 | 6.80 | 8.60 | 10.50 | 4.3% |
국내생산 | 3.50 | 3.05 | 3.00 | 3.05 | -1.0% |
부족 | 1.04 | 3.65 | 5.60 | 7.45 | 10.3% |
자료 : EIA, International Energy Outlook 2002, March 2002 |
이에 따라 중국이 석유를 해외에 의존하는 비중도 2003년에 30%에서 2025년에는 80%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중국의 석유소비 증가는 곧, 세계 석유시장에 파급을 줄 것이며 반대로 세계 석유시장의 불안이 곧 중국의 석유수급에 크게 영향을 줄 것임을 의미한다.
중국의 석유산업이 안고 있는 과제는 석유의존도가 높아 가는 것만이 아니라, 석유수입의 중동 의존도 역시 지속적으로 높아갈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도 중국 석유의 중동의존도는 60%에 이르고 있으며 곧 70~80%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 예상된다. 즉, 한국, 일본과 같이 중국도 공급 안보측면에서 매우 취약한 석유수급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석유안정화 및 해외확보 전략
석유소비와 수입의 급증으로 위기감이 고조되자 작년 6월 중국의 원자바오(溫家寶) 수상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하는 연구회의를 통해 석유수급안정을 위한 종합전략을 수립하도록 지시했다. 이러한 회의는 중국에서는 처음 있는 것으로서 석유안정 공급이 중국정부의 현안과제가 되었음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또, 이때는 이라크전쟁의 발발로 중동지역 정세가 불안해 석유의 안정조달이 긴급과제로 부상되기도 하였다. 이 연구회의 주요 전략수립 내용은 국내 석유 및 가스개발과 해외 석유 및 가스개발, 석유비축, 에너지절약과 대체 에너지연구로서 해외 자원개발이 중국 에너지전략의 중심테마가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이 지금까지 추진해온 석유와 가스의 안정화전략은 우리나라와 거의 유사하다. 하지만 중국은 정치적 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보다는 더욱 공세적인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중동지역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공급선 다변화정책을 꾸준히 시행해 오고 있다. 이를 위해 러시아,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등으로 수입선을 확대하고 자원개발 진출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중동지역 의존도를 낮추는 주요 대체공급선으로 적극적인 진출을 모색중이다.
둘째는 중동지역과의 정치적 유대를 강화함으로써 이 지역에서의 석유수입 안정화를 도모한다는 것이다. 이의 일환으로 최근에는 중-아랍 포럼을 발족하기로 공동성명을 발표하였으며 걸프만-인도양-말라카해협의 석유수송 루트의 안정화를 위해 걸프만입구인 파키스탄 과다르항구건설을 지원하기도 하였다. 최근 미국 의회의 미-중국 안보검토위원회(The US-China Security Review Commission)에서는 중국이 테러지원 국가들과 유착하고 있으며 이는 석유수입의 안정화를 위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 이 위원회 보고서에서는 중국은 미국이 중동의 패권을 노리고 있으며 이는 중국 석유수입 안전의 주요 걸림돌로 판단하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한편 중국이 이라크정세에 있어서 미국편에 서서 지지하지는 않지만 비교적 중립적 입장을 취한 것도 후세인정권 붕괴이후 이라크산 석유를 원활하게 구입하기 위한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셋째는 석유수급 안정화를 위해 대규모 석유비축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이나 일본과 달리 중국은 그동안 석유수출국이었기 때문에 비축제도를 시행하지 않았으나 1990년대 중반부터 석유의 순수입량이 계속 늘어나자 전략적 석유비축제도(SPR)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현재 중국정부는 2003년에 우선 중국 석유수요의 1개월분 정도인 1억 5천만 배럴(약 2,000만톤)의 전략비축유를 확보하였고 저장(浙江)성 전하이(鎭海)에 처음으로 석유 비축기지 건설을 시작했다. 현재 공식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전하이를 포함해 황다오(黃島), 다롄(大連) 등 4대 비축기지를 건설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다음, 중국이 석유 및 가스의 수급안정을 위해 추진하는 중요한 정책은 해외에서의 자원개발사업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1992년부터 추진해온 해외 석유개발사업은 2000년 들어 더욱 대규모로 추진해 나가면서 일본이나 서방의 메이저들과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해외 석유·가스 개발 추진
중국이 해외에서 석유개발을 처음 시도한 것은 1992년 추진한 캐나다 알버타주 타샌드(tarsand) 개발사업이다. 그후 중국은 캐나다, 태국, 페루, 파푸아누기니야, 수단, 베네주엘라, 이라크 ,러시아, 카자흐스탄, 남미 등지에서 석유 및 가스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2000년 현재 중국의 해외개발 원유생산능력은 1,350만톤, 천연가스 생산능력은 8억m3에 달하고 있으며 이중 원유 505만톤, 가스 4.8억m3를 도입하였다. 중국은 2005년까지 해외 개발생산량 2,000만톤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중 900만톤을 중국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중국의 해외 석유개발 사업추진에 대한 최근의 주요 근황을 보면 다음과 같다. 2002년 4월에는 장쩌민(江澤民) 당시 중국 국가주석이 리비아를 방문, 리비아가 석유탐사와 개발, 마켓팅부문에서 중국업체에 “유망후보자” 지위를 부여하는 협정을 맺었다.
2003년 7월에는 중국석유총공사 CNPC의 산하기업인 페트로차이나가 알제리 하이드로겐 카바이드사와 알제리 서부 유전을 공동개발, 운영키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사업의 지분 70%를 인수한 중국은 계약에 따라 알제리 중서부 아드라르에 소재한 스바(SBAA)유전에서 23년간 매년 60만톤의 석유를 생산할 전망이다. 이 유전개발에 중국은 3억 5천만 달러를 투자 해 수단에 이어 중국의 제 2 해외원유공급기지로 떠올랐다.
2003년 말에는 중국의 CNPC가 러시아 남부의 유전개발업체인 스티물사의 지분을 인수하였다. 스티물사는 러시아 Gazprom과 영국의 업체가 세운 합작사로 중국이 인수하는 지분은 영국업체의 지분중 일부이다. 현재 스티물사가 발굴하고 있는 유전은 약 2억배럴 규모로, CNPC의 지분 인수 가격은 1억 5,000만~2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2003년 역시 CNPC는 카자흐스탄 국영석유천연가스공사가 공동으로 건설한 캔키야크-아티라우 석유파이프라인을 정식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 파이프라인은 2002년 5월 착공하였으며 전장 448.8km, 직경 610mm, 초기공사비 1억6,000만달러, 연간 수송능력은 600만톤에 달한다. 2기, 3기 공사를 거쳐 2006년에는 1,200만톤으로 수송능력을 늘릴 계획이다. 이 파이프라인 건설로 카자흐스탄 서부에서 중국 서부까지 3,000km에 이르는 석유파이프라인 건설의 기초가 구축되었다고 한다. 또, 이 파이프라인은 카자흐스탄 서부의 유전을 러시아 경유의 국제 석유파이프라인망과 연결해 카자흐스탄의 석유수출을 촉진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 최근 5년간 카자흐스탄 석유부문에 투자한 금액은 총 6억 8,600만 달러에 달하며 중국측이 주식의 60% 이상을 보유하는 아크츄빈스크사는 2003년 카자흐스탄의 산유량의 1/10에 가까운 436만톤의 석유를 생산하였다고 전하여지고 있다.
금년 들어 중국 석유화학공사 SINOPEC은 사우디아라비아 루비 알-칼리 사막의 ‘B’지구 천연가스전 개발 생산계약을 체결했다. 루비 알-칼리 지역의 4만㎢ 지역의 천연가스 개발을 위해 SINOPEC과 사우디의 아람코가 각각 80%, 20%의 지분을 갖는 합작회사를 설립한다.
자원개발확대로 경쟁국과 갈등심화
1990년대 중반부터 중국이 해외에 자원개발을 확대해 나가면서 경쟁국과 마찰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중국의 적극적인 해외 자원개발 확대 정책으로 개발프로젝트의 입찰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앞에서 거론된 러시아 스티몰사의 지분매입도 중국이 참여함으로써 입찰가격이 크게 올랐다는 평이다. 2002년 러시아정부가 러시아 7위의 석유회사인 슬라네프트 지분 74.95%를 매각 입찰시, 중국 CNPC가 참여의사를 밝히자 당시 13억 달러로 추정된 매각가격이 25억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낸 적도 있다.
카스피해 북부지역의 유전개발 사업권을 둘러싸고 기존의 석유메이저들과 중국간 갈등도 본격화되고 있다. 2003년 5월 석유메이저들은 세계 최대 석유프로젝트중 하나인 카스피해 북부 유전개발에서 중국 컨소시엄의 참여를 배제했기 때문이다. 북부 카스피해 유전개발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있는 엑슨모빌, 로열더치셸, 토탈 등 6개 석유메이저들은 영국석유탐사그룹 BG의 컨소시엄 지분 16.67%를 중국의 해양석유총공사 CNOOC와 SINOPEC에 매각키로 한 당초의 방침을 뒤엎고 중국에 할당키로 했던 지분은 컨소시엄 참여 메이저들이 나누어 가져 버렸다. 이에 대해 중국정부는 중국내 석유관련 사업에서 이들의 참여를 배제하겠다고 반발함으로써 석유메이저들과 한때 긴장관계에 놓였던 적이 있다. 당시 중국은 카스피해 유전개발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특히 일본과는 종종 같은 사업을 놓고 경합을 벌여 외교적 갈등으로 비화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 일본과 가장 대립이 심했던 사업은 극동 시베리아의 송유관 건설 사업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1999년 양국 총리회담에서 동 시베리아 이루크추크의 앙가르스크 유전에서 중국 다이칭유전까지의 송유관 건설에 합의했다. 이때 계약상대자는 러시아의 최대 석유회사인 유코스사와 중국의 CNPC이다. 중국라인이라 칭하는 이 라인은 총연장 2,500㎞로 건설비 20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며 2005년 완공해 하루 50만배럴의 석유를 공급받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러시아 국내 사정으로 착공이 미루어지는 가운데 2003년 1월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러시아를 방문하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일본측은 앙가르스크 - 트인다 - 콤소몰스크 - 하바로프스크 - 나훗카를 연결하는 극동·시베리아 송유관 건설을 제안하고, 건설비외 유전 개발비 70억달러를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러시아측의 환심을 샀다. 중국라인과 극동라인을 비교하면 파이프라인 거리는 중국라인이 약 2,500㎞ 극동라인은 약 3,800㎞이고 건설에 투자되어야 할 자금 규모 역시 중국라인의 경우 약 20억달러인데 비해 극동라인은 약 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경제적인 측면만 감안할때는 중국라인이 유리한 입장이나 러시아와 중국간의 미묘한 분위기와 일본의 적극적인 유치 활동이 파이프라인 건설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일본이 시베리아 파이프라인에 적극성을 보이는 것은 중동지역의 정세 불안에 따른 도입선 다변화가 가장 큰 것으로 보여지며 특히 북방 4개섬에 대한 영토권 주장과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측은 일본의 극동파이프라인 주장이 러시아내에서 긍정적 반향을 일으키자 파트너인 러시아 정유사를 통해 일본 극동라인의 반대 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그림]중-일이 경합중인 극동 송유관 건설계획
자료 : 조선일보사, 2004.2
그 후 러시아는 한 때 중국라인을 먼저 건설하고 중국국경에 인접한 중계지 치타에서 극동의 나홋카까지의 일본용으로 연장하는 2단계 타협안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금년들어 다시 상황은 반전되어 러시아측은 극동라인을 우선 건설하기로 내부적으로 결정하고 푸틴 재선후 곧 이를 공식화할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러시아가 결정한 것으로 알려진 안은 송유관 목적지를 극동·일본라인으로 하되 중·일라인 2개를 절충해 건설하는 것이다. 즉, 시발점인 앙가르스크에서 바이칼호수 남부로 시작해 치타지역에서 나홋카 방향으로 추진하고, 향후 석유 공급량이 확대될 경우 중국라인을 재차 추진하기로 하는 것이다. 러시아는 송유관 건설 배제로 인한 중국의 섭섭함을 고려, 중국측과 우주분야에 대한 협력을 더욱 확대키로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극동·일본라인의 선정 배경은 일본은 물론, 한국과 미국으로 석유 공급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중국라인의 경우, 당장 경제적인 이익이 보장되겠지만,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쳐 향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탈락의 결정적인 배경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해외자원개발은 더욱 확대될 전망임에 따라 앞으로도 자원개발시장에서
중국과 다른 자원개발국과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과 일본이 해외 자원을 놓고 경합을 벌이고 있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 정부는 30여년간 지속돼 온 헤이룽장성 다칭(大慶)유전 석유의 일본 수출을 2004년부터 중단하겠다고 일본에 통보했다. 다칭유전의 석유는 1973년부터 일본에 수출돼 중국 경제가 어렵던 시기에 외화를 벌어들이는 역할을 해 왔다. 중국은 올해와 내년의 수출조건을 협상하면서 인도네시아산 석유보다 배럴당 6달러 이상 높은 가격을 일본측에 요구했다. 일방적인 수출 중단보다는 일본의 수입 포기를 유도하는 협상전략이었다는 평이다. 일본은 이에 반발했지만 결국 협상을 포기하였다.
중국과 일본은 또 인도네시아의 천연가스 개발 프로젝트를 놓고도 맞부딪쳤다. 일본 미쓰이물산이 2003년 말 세계 최대규모인 이 프로젝트의 지분 10.7%를 영국 업체에서 인수한다고 발표하자 중국 CNPC가 영국측과 서둘러 접촉해 지분 중 일부를 먼저 확보해 버린 것이다. 한편 지난 2월 18일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란 남서부의 아자데간 유전에 일본이 서둘러 개발권리 각서에 합의한 것도 중국과의 경합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자데간 유전은 매장량 260억배럴로 추정되는 세계 네 번째 규모의 유전지대로 일본 기업들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약 20억달러를 투자해 75%의 개발권을 갖는 사업이다. 일본 컨소시엄은 2006년에는 하루 5만배럴, 2007년까지는 하루 50만배럴의 석유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의 유전개발 투자비용 20억달러가 이란의 핵무기 개발과 테러활동 지원에 전용될 수 있다며 반대했었다. 중국이 아자데간 유전에 관심을 갖자 이란은 이를 대일교섭에 이용했다고도 전해진다.
맺는 말
중국의 해외자원개발은 더욱 확대될 전망임에 따라 앞으로도 자원개발시장에서 중국과 다른 자원개발국과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유가 구조가 지속되고 있고 중국과 인도 등 신흥 공업대국들의 고도 경제성장으로 에너지수요가 계속 늘어 특별한 대책이 없는 한 에너지공급시장이 더욱 타이트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과 일본은 해외 자원개발 전략이 유사함에 따라 양국간의 경쟁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금년에 제 2 차 해외자원개발 계획을 새로이 수립하여 보다 적극적인 해외자원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해외자원개발 진출시 중국, 일본과의 자원확보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 더구나 우리가 중점적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러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동북아 지역은 한국과 중국, 일본이 서로 이해가 마주치는 전략지역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 일본 삼국은 모두 에너지자원의 해외의존도가 높고 더구나 중동의존도가 높다는 같은 환경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산유국 개발프로젝트의 단가를 높이는 자원확보 경쟁보다는 협력을 통해 공동의 이익을 찾는 자원개발 전략이 요구된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