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자급률 10% 달성을 위한 정책제언
글·이철규|대한석유협회 석유개발팀 부장
머릿말
최근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10월 뉴욕 NYMEX 선물시장에 상장된 서부텍사스중질유의 가격은 배럴당 55달러를 상회하여 원유선물 상장이후 21년 동안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평균 32.52$/B에서 금년 10월 평균 53.24$/B로 63.7%나 상승하였다. 그나마 우리나라가 대부분 수입하고 있는 두바이유의 가격은 동기간동안 28.52$/B에서 37.55$/B로 31.7% 상승에 그쳐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고 하겠다(그림 1 참조).
국제유가가 급격히 상승한 요인은 무엇보다 미국 및 유럽의 경기 호조와 특히 중국의 고성장을 들 수 있다. 이에 따라 세계 석유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8,000만B/D를 넘어섰다. 반면, 공급측면에서는 이라크의 정세 불안, 러시아 유코스 사태, 베네수엘라 파업 등 공급불안이 지속되었고 OPEC 국가들의 생산여력도 한계에 도달하였다. 더구나 투기적인 수요까지 가세하여 작은 변수에도 시장이 크게 흔들리는 양상이다. 앞으로도 유가는 이러한 국제시황과 중동 불안이 조기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고유가시대의 도래는 이미 이라크사태가 시작된 2002년말부터 예견되었던 것으로 이라크전쟁이 발발하기 전부터 세계 정세는 석유를 둘러싸고 치열하게 진행되어 왔다. 2002년 11월 23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미국과 러시아의 정상회담을 필두로 중국·러시아, 일본·러시아 정상회담이 2개월 사이에 개최되어 이라크 및 극동아시아 석유이권에 대한 대합의가 이루어졌으며, 이라크전쟁 발발이후 세계 각국의 대응 또한 석유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세계정세의 급격한 변화와 고유가의 지속으로 인하여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에서도 석유자원과 개발에 대해 관심이 고조되어 그 대책마련에 부심하기 시작하였다. 이는 석유개발사업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한다. 업계로서도 많은 기대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우리나라 석유개발업계가 진일보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석유개발사업의 발전을 기대하는 입장에서 다시 한번 우리나라 석유개발사업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자급률 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을 제언하고자 한다.
해외석유개발사업의 문제점 분석
○ 해외석유개발사업 운영의 핵심 역량 부족
무엇보다 해외석유개발사업에 대한 투자규모가 절대적으로 부족할 뿐만 아니라 경쟁국에 비해서도 미흡한 실정이다. 1981년부터 시작된 해외석유개발사업에 대한 우리나라의 총 투자액은 45억 달러로 메어저급 회사인 BP의 2002년도 상류부문 투자액 97억달러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총투자액은 우리의 12배, 정부지원액은 22배에 달하고 있다. 이와 같이 정부지원이 미흡한 이유는 정부 지원이 세입이 한정된 에특회계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사업 활성화에 한계가 있으며 에특회계 예산도 증액하기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투자형태도 부가가치가 높은 직접 사업운영보다는 대부분 단순지분 참여에 치중하고 있는데, 이는 대규모 해외석유개발 프로젝트를 확보하여 수행할 정보력, 기술력, 재원조달 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중인 55개 해외석유개발사업중 75%에 달하는 41개 사업이 단순지분참여 형태이다.
더욱이 석유개발사업을 추진할 기술인력과 전문인력이 미미하여 석유공사와 민간기업을 합하여도 200명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세계 50위정도의 석유회사인 Occidental사 1개사의 7,244명의 30분의 1도 안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 원인은 우리나라가 빈약한 자원부존에 따른 자원산업 기반이 취약하여 해외자원개발 관련 기술 습득 및 관리능력 제고의 기회가 부족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외환위기 이후 국내 석유개발업계의 침체와 구조조정으로 관련 기술인력이 상당수 이탈하였을 뿐만 아니라 관련 기술인력의 취업기회 상실로 대학내 전문인력의 교육과 기술훈련 기능이 약화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원인은 민간기업 CEO의 해외석유개발사업에 대한 관심과 이해부족이라 하겠다.
자원개발사업의 구조적인 특징인 대규모 초기자본투자, 장기의 투자회임기간 등의 이유로 인해 빠른 투자회수를 선호하는 민간기업 CEO의 투자관심을 유인하는데 어려움이 있으며, 특히 전문경영인의 등장 이후 단기간 내 성과도출이 가능한 사업분야를 선호하여 석유개발사업에 대한 관심이 저하된 상태이다.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의 기업에서 해외석유개발사업은 핵심사업이 아닌 비주력사업으로 추진되어 기술, 인력, 사업관리에 있어 전문성 결여를 초래하였다.
○ 국가의 에너지·자원 확보에 대한 관심 및 자원배분 부족
석유위기가 발생되었던 70년대와 80년대에 있어서는 에너지·자원 확보 및 정책에 대한 국가적 관심이 고조되었으나, 90년대 이후 에너지 및 광물자원 가격 안정이 지속되면서 국가적 관심 및 정책적 우선순위가 퇴조되었다. 그 결과 1993년 동력자원부가 폐지되고 현재 산업자원부로 통합운영되고 있는데, 과거 동력자원부의 경우 전체 인력이 최대 604명이었으나 현재 자원정책실 산하 인력이 124명으로 과거의 1/5에 불과한 실정이다. 특히 해외자원 관련 부서는 과거 독립부서인 과에서 현재 계로 축소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조직 및 인력의 축소로 인하여 정책수립 전문성 확보 및 정책 실현에 있어 상대적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일본의 경우 자원에너지청의 인원이 1,102명으로 우리의 9배에 달하고 있다.
더욱이 청와대의 경우도 국가 에너지·자원 안보 및 정책을 총괄하는 독립적인 에너지 전담조직이나 위원회, 보좌관 운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장기적이고 기본적인 국가 에너지정책 수립에 한계를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 정상의 에너지자원외교 부재를 초래하였다. 그러나 최근 대통령의 카자흐스탄과 러시아 방문, 대 남미 정상 자원외교 등이 연이어 이루어진 점은 에너지자원에 대한 인식변화로 기인된 것으로 생각되며 에너지자원 개발사업의 활성화에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 민간기업의 석유개발사업 참여 유도를 위한 제도적 지원 미흡
해외석유개발은 초기투자비가 많이 소요되고 사업 리스크가 높아 자금의 유동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는 민간기업으로서는 투자의 우선순위가 낮기 때문에 석유개발사업 참여를 꺼린다. 국가 안보와 경제발전에 필수불가결의 전략적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민간기업의 참여를 유도하여야 하나, 현재 석유개발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미미한 상태이다.
투자자금 확보측면에서 볼 때, 지원자금은 전적으로 에특회계에 의존하고 있으나 지원규모도 작고 실질 지원비율도 낮아 신규사업 진출시 자금운영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석유개발자금 지원액은 98년 795억원에서 2000년 1,121억원, 2001년 1,457억원, 2002년 1,809억원으로 매년 증액되었고, 2003년 예산도 전년대비 무려 45.5% 증가된 2,632억원이 반영되어 전체 에특예산 2조 5,514억의 10.3%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정도 규모의 지원예산으로는 대규모 사업이 추진될 경우 지원가능여부가 불투명하여 민간기업의 신규사업 참여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또한 국내 금융기관들의 경우 풍부한 대출자금력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석유개발사업에 대한 자금융자가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는 에너지·자원개발사업에 대한 사업타당성 평가 및 자원개발사업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기술력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내 자원개발산업의 몰락과 더불어 그 수요가 줄어든 세제상의 지원제도들도 점차 자취를 감추어 현재 남아있는 자원개발사업에 대한 지원세제는 거의 없다. 조세특례제한법 이전의 조세감면규제법에서는 광업투자준비금제도와 해외투자손실준비금제도 등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대한 조세 지원제도가 있었으나 조세특례제한법으로 바뀌면서 동 제도들이 삭제되었다. 현재 남아 있는 해외석유개발사업에 대한 지원세제는 이중과세 방지와 관련된 세제뿐이다. 그나마 일부는 조세특례제한법에 한시법으로 규정되어 있고 또 일부는 대부분의 자원보유국과 체결하지 않은 조세조약의 제약으로 실효성이 없는 경우도 있다. 더욱이 이중과세 방지는 당연히 부과되지 않아야 할 세금에 대한 방지책으로 석유개발사업에 대한 민간기업의 참여 유인책이 될 수 없다.
석유 자급율 10% 달성을 위한 정책 제언
최근 세계정세의 불안과 고유가의 지속으로 인하여 에너지자원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에서도 석유개발사업을 활성화하여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어 가고 있다. 또한 이러한 인식의 변화와 함께 산업자원부의 제2차 해외자원개발 기본계획의 수립과정에서 석유개발사업에 대한 문제점 분석과 대책들이 발표되면서 우리나라 해외석유개발사업을 활성화를 위한 방안들이 각계에서 논의되고 대안들이 발표되는 등 일대 변환이 요구되고 있는 시점에 와 있는 듯하다.
특히 대통령이 카자흐스탄과 러시아를 방문에 이어 남미, 아프리카 및 동남아 순방을 통하여 자원 및 경제외교를 펼쳐 커다란 성과를 거두고 있어 자원개발사업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최근 언론에 발표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석유 자주개발율 10% 달성을 2010년에서 2008년으로 앞당기겠다는 산업자원부의 계획이 발표되었고, 현재 실장급인 산업자원부내 자원개발관련 조직을 차관급으로 확대하여 에너지자원본부를 신설한다는 산업자원부 조직개편안도 언급되었다. 또한, 해외석유개발사업을 전담할 대형석유회사의 설립에 대한 논의와 이를 위하여 산업자원부를 중심으로 관련 공기업, 학계, 연구소, 회계·법률전문가로 Task-Force 팀을 구성하여 연구검토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자원개발사업에 대한 민간투자를 유도하기 위하여 자원개발사업 설비투자에 대해 투자액의 3%를 세액공제하는 제도를 신설하기 위하여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되어 있다.
이와 같은 정부의 노력이 모두 실현된다면 우리나라 자원개발사업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며, 여기에 민간부문의 적극적인 참여가 수반된다면 에너지자원산업의 역량은 한 층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방안들을 실현하기 위하여 최우선적으로 선행되어야 할 문제는 투자재원과 전문인력의 확보 그리고 민간부문의 참여유도이다.
현재의 정부는 2008년까지 자원개발사업 활성화를 위한 소요액을 7조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으나 매우 긍정적인 추정치로 세계 50위권의 석유회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석유부문만도 향후 5년동안 15조원 정도를 투자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7조원이든 15조원이든 추가재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이고 시현 가능한 방안들이 제시되어야 하며, 투자재원의 효율적인 투자방안이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기술력을 갖춘 전문인력의 확보문제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석유개발 기술 인력은 석유공사 100여명, 민간기업 40여명과 대학 및 연구소 200 여명을 모두 합하여도 340 여명 수준에 불과한 실정인데, 우리가 목표로 삼고 있는 세계 50위권의 석유회사인 Occidental사(세계 50위) 종업원 수 7,244 명, Unocal사(세계 56위) 기술인력 6,980명 등과 비교해 볼 때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 정도의 기술인력을 일시에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인력을 확보해야 하는 것으로 산-학-연간 인력교류시스템인 기술인력 Pool제 도입 등 현재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인력의 효율적인 활용 방안이 도출되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기술인력 양성을 위하여 관련 대학의 지원과 자원개발 핵심 기술 분야에 대한 국비유학생 제도 신설 등 연간 50명이상의 인력양성을 추진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민간부문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하여 보다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참여유인책이 제시되어야 한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자원개발사업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도 커다란 인센티브가 되긴 하지만, 보다 더 적극적인 방법은 설비투자 뿐만 아니라 탐사투자비에 대한 세액공제가 이루어져야 하며 그 공제규모도 최소 7% 수준은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해외자원개발의 목적이 궁극적으로 해외자원의 확보와 개발자원의 도입을 지향하는 정책이므로 자주개발 원유에 대하여 차등관세를 적용하고 수입부과금을 면제하여 자원개발을 촉진하고 개발자원의 국내 도입을 유인하여야 한다. 특히 관세 및 수입부과금 면제는 국제적 규모를 갖고 있는 국내 정유사의 해외자원개발을 촉진시킬 수 있기 때문에 더욱 효과적인 방법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