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제협력 전망과 과제
손 기 웅
(한국DMZ학회 회장/전 통일연구원 원장)
지난 해 12월 20일 통일부 출입기자들과 금년도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간담회 자리에서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할 것인가를 물어왔다. 단순한 참가가 아니라 김정은 위원장이 대대적으로 대표단을 보내는 평화공세를 펼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 이유로 중국과 러시아도 참가하는 올림픽에 군사도발을 감행하기 어렵고, 가만히 앉아서 남한이 전 세계의 언론과 방송의 중심이 되는 것을 보자니 배가 아파 이왕 벌어질 행사에 남한이 준비했으나 북한이 뉴스의 초점이 되도록, 김정은 위원장의 평화의지를 보여줄 무대로 적극 활용하려 할 것이기 때문임을 들었다.
다만 이것은 이유의 한 면일 뿐이고 진실은 김정은 위원장이 당면한 경제난의 극복에 있음을 강조하였다. 2017년 11월 29일 대륙간탄도탄(ICBM)인 화성 15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한 직후 김정은 위원장은 국가핵무력의 완성을 선포했다. 2013년 3월 핵무력과 경제 건설 병진노선을 주창했던 김정은의 남은 과제는 경제이고, 이는 북한 내부적으로, 국제제재 속에서 실현될 수 없는 문제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을 강경하게 맞받아치면서, 진보적인 문재인 정부가 제안한 대화를 완전히 무시하면서 핵무력 완성을 밀어붙인 상황에서 김정은이 태도를 돌변하여 대화와 협력의 손을 내밀기는 민망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재 완화와 외부적 지원이 절실한 김정은이 명분으로 활용할 것이 평창 동계올림픽일 것이다라고 전망하였다.
실제 김정은은 금년도 신년사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이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며, 대회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에서 대표단을 파견할 것임을 밝혔다. 동시에 남북이 마주앉아 우리 민족끼리 남북관계 개선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고 그 출로를 과감하게 열어 나가자고 제안하였다. 김정은의 바람대로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서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었고, 북한의 비핵화 여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의 남북 교류협력이 준비되고 있다.
무엇보다 김정은 위원장은 경제협력에 관심을 둘 것이다. 사실 현재 그의 주된 관심은 북한주민의 삶을 어떻게 개선시킬 것인가가 아닐 것이다. 그의 권력과 체제를 지탱하고 있는 당・군・정 엘리트들의 기득권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필요한 통치자금, 통치자원의 확보일 것이다. 특히 대미정책과 핵정책에 있어 일대 변화를 시도하려는 작금의 상황에서 그에게 이들의 절대충성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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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김정일 위원장의 급사로 급거 권력을 잡은 이후 그가 감행한 피의 숙청은 단순한 정적제거나 신변정리만이 아니었다. 장성택, 리영호, 현영철, 최영건, 비록 복권되었지만 최룡해 등 아버지 시대의 기득세력들이 가지고 누렸던 자금과 특권을 빼앗아 그의 권력 안정에 이용한 것이었다. 히틀러가 「나의 투쟁」(Mein Kampf)을 쓰면서 생물과 마찬가지로 국가도 성장하려면 ‘생활권’(Lebensraum)이 넓어져야 한다면서 이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내부적 식민지화’(innere Kolonisation)를 제시했다. 즉 국가성장을 위해 독일 내부에 있는 자본과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것으로서 그는 유태인을 그 대상으로 하였다. 즉 나치 시대에 벌어진 유태인 말살은 인종적 정리와 더불어 그들이 가진 자금・자원・권리를 약탈하여 통치에 이용하고자 한 것이었다. 김정은 위원장의 숙청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숙청, 자원 수출, 관광, 인력 파견 등을 통치자금과 자원으로 활용하면서 기득권의 욕구를 충족시켜 불만을 잠재웠던 김정은 위원장에게 감당키 어려운 시련이 닥쳤다. 중국도 합세한 강력한 대북 국제제재이다. 숙청을 통한 수탈도 한계에 이르렀고, 자원 수출의 급감, 관광사업의 부진, 해외 송출 인력의 귀국으로 인해 통치자금과 자원이 전면적으로 막히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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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 개발은 과학기술자를 독려하여 그래도 빠른 시일 내에 성과를 낼 수 있는 반면에 경제난의 극복은 체제 구조적인 문제이므로 중・장기의 긴 시간이 요구된다. 핵무력의 완성을 선언하고 이제 다음 과제인 경제력 건설에 성과를 거두어야 할 김정은, 무오류의 신과 같은 존재라 선전되는 수령의 목줄을 죄어오는 대북 제재의 무게를 절감한 김정은 위원장의 선택은 평화공세였다.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진보적인 문재인 정부로부터 물질적인 무엇을 확보하고, 동시에 문재인 정부를 활용해 북미 관계를 개선하여 대북 제재를 완화시키는 것이었다. 특히 긴급히 필요한 통치자금・자원의 확보는 국제 제재의 완화를 통해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가능한 것이므로 김정은 위원장에겐 절박한 것이었다.
북한의 비핵화가 과연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는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일단 경협을 중심으로 하는 남북 교류협력은 재활의 기지개를 켤 것이다. 무엇보다 통치자금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 임가공 중심의 개성공단 재개, 자원 수출, 금강산관광 재개 및 관광사업 확대가 김정은의 우선 관심사일 것이다.
사실 금년도 김정은의 신년사는 경제난의 고백서에 다름없다. 경제 전 분야에 걸쳐 개선과 발전과제를 제시했지만, 그 중에서도 전력문제가 중심에 놓였다. “전력공업 부문에서 자립적 동력 기지들을 정비 보강하고 새로운 동력자원 개발에 큰 힘을 넣어야 합니다”,“화력에 의한 전력생산을 결정적으로 늘이며 불비한 발전 설비들을 정비 보강하여 전력손실을 줄이고 최대한 증산하기 위한 투쟁을 힘 있게 벌여야 합니다”, “도들에서 자기 지방의 특성에 맞는 전력생산 기지들을 일떠 세우며 이미 건설된 중소형 수력 발전소들에서 전력생산을 정상화하여 지방 공업 부문이 전력을 자체로 보장하도록 하여야 합니다”, “전 국가적인 교체 생산 조직을 짜고 들며 전력낭비 현상과의 투쟁을 힘 있게 벌여 생산된 전력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된 바람을 일으키도록 하여야 합니다”는 물론, 금속공업에 필요한 전력 보장, 경공업 공장들의 설비와 생산공정을 노력절약형 전기절약형으로 개조, 단천 발전소 건설 등에서 전력문제 해결 등을 지적하고 있다. 에너지문제, 그 중에서도 전력문제의 해결도 양자 혹은 다자적 차원에서 남북경협의 중점이 될 것이다.
경제난 극복이 김정은 체제의 권력안정에 한 축임이 분명하고, 이를 위해 남북협력이 필수적인 만큼 우리의 대응도 체계적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북한의 경제난이 단시일 내에 해결될 수 없고, 북한이 대남 경협정책을 중・장기적 차원에서 전개할 것일 만큼 긴 호흡으로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경제적으로 상호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함은 기본이지만,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북 국제제재가 허용하는 범위・규모・방법으로, 북한주민의 실생활 개선에 도움이 되도록, 가능하면 북한주민들이 외부세계에 눈과 귀를 뜰 수 있게 진행되어야 한다. 남북경협이 평화적 공존에 머물지 않고 자유와 민주, 인권과 복지가 한반도 전역에 실현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며, 그 시작은 문재인 정부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