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중국發 영향부터 분석해야 한다
카톨릭관동대학교 교수
홍창의
최근 들어 서울에서 미세먼지 없는 하루를 보내는 것이 귀해지고 있다. 매년 봄철이 되면 들려오던 중국발 황사의 이야기는 어느 순간부터 미세먼지가 더해져 국가 재난으로 여겨질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다. 중국 베이징의 탁한 공기와 한치 앞도 안 보이는 도로 사진들을 보며 혀를 끌끌 차던 우리가, 이제는 그 뉴스의 주인공이 되어버렸다. 시민들의 건강은 점점 더 위협받고 있고, 개인이 할 수 있는 대책으로는 기껏해야 공기청정기 구입, 마스크착용, 환기 자제, 손발 자주 씻기 등의 소소한 노력들 정도나 소개되는 정도이다.
정부는 현재 2021년까지 미세먼지 농도를 20μg/m3까지 줄이겠다고 정부대응책을 발표한 상태다. 또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는 미세먼지 30% 감축 공약을 제시하며 미세먼지 문제해결에 대한 정책 의지를 보이고 있다. 과연 정부는 발표한 바대로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고, 그 실효성은 어느 정도인가?
첫 번째로, 환경부의 예산안(대기부문)을 보면 총 예산 중 약 70%의 예산이 “전기자동차 보급 및 충전인프라 구축” 등의 친환경차량 관련 예산으로 구성되어있다. 그러나 전기자동차 및 충전 인프라가 확대되는 것은 전기소비량의 증가를 의미한다. 이것은 결국 국내 전력발전량의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국내 전력생산의 약 40%가 아직 석탄화력발전에서 생산되고 있으므로 전력소비량의 증가는 석탄화력발전의 증가로 이어진다. 국립환경과학원의 ‘국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통계’(2013년)에 따르면 전국 미세먼지(PM2.5)의 배출 기여도 중 14%를 발전소가 차지하여 3위를 기록하였다. 친환경차를 늘려 석탄화력발전을 증가시키는 것은 벼룩잡다 초가삼간 태우는 일이 될 지도 모르는 것이다. 국내 전기소모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환경정책은 결과적으로 석탄화력발전을 늘리게 되어 미세먼지 저감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두 번째로, 환경부와 기획재정부에서는 경유에 대한 유류세 세제개편을 활발하게 논의 중이다. 경유차 사용자에게 세금부담을 증가시켜 경유차량의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 차량의 수요를 늘이겠다는 논리이다. 또한 여기서 나온 세입예산으로 노후 경유차에 배출가스저감장치(DPF) 보조금을 지원하여 배기가스를 줄이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경유에 유류세를 부과하더라도 주된 배기가스 배출 원인인 노후 화물차는 유류세 보조금 혜택을 받는다. 이들 차량은 증가하는 세금만큼 고스란히 보조금을 받으므로 노후 경유차량을 바꾸거나 유류사용을 줄일 유인이 없게 된다. 이러한 정책은 오히려 최근 강화된 환경규제를 만족하는 유로5, 유로6급의 클린디젤승용차의 사용자에게 세금을 징수하여 배출가스의 원인인 노후 화물차 운전자에게 지급하여주는 꼴이 된다.
세 번째로, 노후 경유차에 대한 폐차 지원금 정책이다. 현재 2007년 이전에 신규 등록한 노후 경유차를 폐차하는 경우 100만원 한도의 폐차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으나, 연간 지원금 예산은 한정되어 있다. 현재의 예산대로 조기폐차 대상인 경유차 89만 대가 모두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10년이 걸리므로 실효성이 없다.
위에서 나열한 대로 정부는 현재 경유차에 대한 정책들만 쏟아내고 있다. 마치 경유차만이 모든 미세먼지의 주범인 양 일종의 마녀사냥을 하고 있는 것처럼도 보인다. 그러나 미세먼지에 대한 종합적인 고민도 없이 경유차 사용자에 대한 단순한 정책은 맹인모상(盲人摸象)격의 대책일 뿐이다. 국내 미세먼지가 증가하고 있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여, 현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경유차 정책 외에 또 어떤 정책을 할 수 있을까.
미세먼지에 대한 대응책으로는 크게 국내 정책과 국외 정책으로 구분 할 수 있다. 국내 정책으로는 수송 분야에 대한 정책, 발전ㆍ산업 분야에 대한 정책, 생활주변에 대한 정책이 있을 수 있다. 현재는 언급한대로 수송 분야에 대한 정책에 집중되어 있는 실정이다. 국외 정책으로는 중국에서 넘어오는 미세먼지에 대한 정책이 있을 수 있다.
신정부는 지난 5월 15일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응급대책으로 6월 한달 동안 30년 이상된
노후석탄발전 8기의 가동 중단을 발표하였다. 내년에는 호남화력발전소 2기까지 포함한 10기의 화력발전소의 가동을 3~6월에는 중단할 예정이다.
석탄발전을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미세먼지 응급 대책으로 가장 먼저 발표하는 것은 올바른 처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노후석탄발전소 일시 가동 중단은 미봉책으로 근본적인 대책으로 볼 수는 없다. 친환경 전원 믹스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친환경·안전 발전을 유도하기 위한 유연탄 추가 과세 및 원전 과세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결국 석탄화력발전소을 최대한 줄이고 전력 발전단계에서부터 미세먼지 저감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최근 들어서야 중국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한 · 중 공동 워크샵이나 중국으로부터 들어오는 미세먼지의 영향에 대해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2016년 6월에는 국립환경과학원에서 ‘한ㆍ중 월경성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공동연구(2)’도 진행된 바 있다.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중국에서 미세먼지농도가 짙은 날의 주기가 한국에서 2일의 간격을 두고 비슷하게 발견된다고 한다. 즉, 국내 미세먼지 농도와 중국미세먼지 농도의 상관관계가 매우 뚜렷하다는 것이다.
특히 환경부 산하의 국립환경과학원은 4월 7일 열린 “고농도 미세먼지 대응을 위한 토론회”에서 17년 1월~3월 국내 미세먼지 발생 원인의 76.3%가 해외에서 유입되었다는 자료를 발표하였다. 이날 대기질통합예보센터는 국내 배출량은 감소했지만 ‘기상여건과 국외의 영향으로 미세먼지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미세먼지의 주된 원인이 중국에서 불어오는 서풍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정부가 속 시원한 대책을 내 놓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대부분 외교적인 문제 때문일 것이다. 중국의 사드에 대한 반발로 양국의 관계가 급속도로 냉랭해 졌기에 협의를 하는 자리자체를 갖기가 어려워 졌다.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샤오제 재정부장의 회담이 무산된 것이 하나의 사례이다.
그러나 사드사태가 발발하기 이전에도 우리나라는 중국에 그럴듯한 대책마련을 요구하거나, 환경오염에 대해 책임을 물은 적이 없다. 중국에서 받은 피해를 국민들에게 세금을 걷어 줄이자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대응일 것이다. 이제 양국의 미세먼지에 대한 공동연구가 점차 진행되고 있고 중국오염물질의 책임 또한 밝혀지고 있으므로 중국에게도 적절한 보상을 요구하고 국제사회에 공조를 얻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