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어떻게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을까?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교수
구윤모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미세먼지 감축 의지가 높아 보인다. 대선 후보 시절 정책을 소개하는 누리집 ‘문재인1번가’에서 국민들의 가장 큰 호응을 받은 ‘정책 상품’이 미세먼지 저감 대책이었던 만큼, 미세먼지 저감은 국민과 현 정부 모두의 큰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노후석탄화력 발전소 가동률 조정에 대한 대통령 업무지시와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대책 특별기구에 대한 논의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미세먼지로 뿌옇게 흐린 하늘을 볼 때면 신체적 피해 못지 않게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받게 되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새 정부의 신속하고 적극적인 미세먼지 저감 관련 행보가 반갑게 느껴진다. 동시에, 연구자의 한 사람으로서, 과학적 사실을 기초로 합리적인 정책 판단이 필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이유로 효과적인 대책 수립에 한계가 있을까 우려의 마음도 든다.
첫째, 미세먼지에 대한 과학적 측정과 통계가 미흡하다. 현재 미세먼지를 포함한 국가대기배출량에 대한 공식 통계는 국립환경과학원이 대기보전정책지원시스템(CAPSS)을 통해 발표한다. 하지만 해당 시스템에서는 미세먼지 직접 배출량 통계만 있기 때문에, 미세먼지 총 발생량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2차 배출량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다. 2016년 정부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에 제시된 2차 생성을 고려한 부문별 미세먼지 배출 기여도에 대한 근거를 찾기 어렵고, 신뢰도 역시 평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CAPSS는 휘발유와 LPG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발생량을 보고하지 않고 있다. 반면 미국, 독일, 영국 등의 국가 통계에 제시된 휘발유 사용량 대비 미세먼지 배출량은 경유의 50%~150% 수준으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국내에서도 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2009년 수행한 ‘연료 종류에 따른 연비, 배출가스 및 CO2 배출량 실증 연구’에서는 휘발유 승용차와 LPG 승용차의 리터당 미세먼지 배출량이 경유 승용차(DPF부착)의 배출량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2013년 Argonne National Laboratory의 차량별 배출계수를 보더라도 경유 승용차의 미세먼지 배출량이 2005년부터 이미 휘발유 승용차의 미세먼지 배출량보다 적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둘째, 미세먼지 저감정책의 경제적 효율성 평가가 부족하다. 정부 입장에서는 한정된 예산을 이용하여 미세먼지를 최대한 저감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각각의 미세먼지 저감 대책의 비용 대비 효과를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환경부는 미세먼지 관련 예산 중 절반 이상을 친환경차 보급에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승용차 부문의 미세먼지 배출량 자체가 크지 않고, 정부 통계를 따른다면 미세먼지를 배출하지 않는 휘발유 또는 LPG 승용차를 전기차로 전환하더라도 미세먼지 측면에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없다. 동일한 이유로 2015년 서울시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 추진실적 보고서에 전기차/하이브리드차 지원 사업의 미세먼지 삭감량은 없는 것으로 보고된다. 오히려 석탄화력발전 비중이 높은 국내 상황을 고려했을 때, 전기차에 사용되는 전력 생산을 위해 미세먼지가 더 많이 배출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어떤 종류의 저감 사업이 비용 대비 효과가 좋은 것일까? 아래 그림은 국립환경과학원에서 2009년 PM2.5 대기환경기준 설정을 위해 수행한 연구 결과로서, 미세먼지 저감 대책의 비용 대비 효과와 감축 잠재량을 분석한 것이다. 가로축은 미세먼지 누적 감축량, 세로축은 이에 따른 누적 비용을 의미하고, 미세먼지 감축비용이 낮은 정책부터 높은 정책 순서로 번호를 매긴 것이다. 그림을 살펴보면 15번 이전 정책인 도로살수, 나대지 잔디 조성, 고기구이 집진장치 설치와 같은 생활부문 저감정책의 비용 효과가 월등히 높아 훨씬 낮은 비용으로 전체 감축 잠재량의 70% 이상을 감축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주로 승합차의 엔진개조나 DPF 부착, 조기폐차와 관련된 정책은 높은 비용에 비해 감축량은 극히 미미하다. 이는 화물차나 버스에 비해 승합차의 미세먼지 배출계수 자체가 낮기 때문으로, 일반 승용차를 대상으로 하는 정책은 승합차 대상 정책보다 더 비용 효과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도로청소나 음식점/찜질방 집진장치 설치와 같은 생활부문 저감 사업에 우선적으로 비용을 투자하고, 그 다음으로 화물차나 버스 등 미세먼지 배출량이 높은 차량에 대한 저감 사업을 수행한 뒤, 재정적인 여력이 있으면 승합차/승용차에 대한 저감 사업을 지원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책의 합리성과 형평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 최근 미세먼지저감 대책으로 주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경유세 인상의 경우를 살펴보자. 앞서 비용-효과 측면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같은 경유를 사용하는 차량이라 할지라도 차량의 종류나 연식에 따라 미세먼지 배출량의 차이가 매우 크다. 승용차 대비 대형 화물차나 건설기계의 미세먼지 배출량은 100배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하고, 같은 차종 안에서도 출시년도에 따라 배출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배출량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 편의상 전체 경유 사용자를 동일한 기준으로 고려하여 동일한 양의 세금을 환경비용 명목으로 부과하는 것은 오염자부담원칙에도 합치하지 않는다. 더구나 사업용 화물차나 버스의 경우 유류세가 올라가는 만큼 유가보조금도 함께 올라가도록 설계되어 있고, 실제 대형 화물차나 건설기계의 경우 경유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미세먼지 감축 효과도 기대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결국은 경유 세금 인상에 따른 부담은 대부분 미세먼지 배출량이 휘발유 또는 LPG차와 큰 차이가 없는 경유 승용차 사용자에게 돌아갈 것이다. ‘클린디젤’이라며 저공해차 인증까지 받은 승용차를 구매했던 소비자로서는 화물차 또는 버스와 같은 연료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실제 배출하는 오염물질보다 훨씬 더 큰 부담을 져야 하는 것이 얼마나 불합리하겠는가? 차량을 구분하여 경유 세금을 부과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가장 오염물질 배출량이 낮은 경유 승용차를 기준으로 경유세를 결정하고, 그 외의 차종은 추가적인 오염물질 배출량에 한해 자동차세나 별도 부담금을 통해 차량별로 부과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라고 본다.
미세먼지는 우리의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결코 뒤로 미뤄 생각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과학적 분석과 정확한 통계 구축에 힘쓰고, 단기적으로는 비용 효과적이고 합리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실질적으로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다. 잘못된 원인 진단을 바탕으로 성급하게 내어 놓은 정책은 오히려 장기적으로 ‘독’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