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중간점검이 필요하다
강승진(한국산업기술대학교 지식기반기술・에너지대학원 교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재정비
총괄 조정 국무조정실, 총괄업무 기재부, 집행업무 4개부처
파리협정에 따른 감축 로드맵의 정비
최근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상을 위한 추진전략이 효과적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새로운 기후변화 추진체계를 구축하고,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준비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우선 국무조정실이 중심(Control Tower)이 되어 기후변화에 관한 정책을 총괄·조정하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파리협정에 따른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은 국무조정실이 총괄하기로 하고, 온실가스 배출통계를 총괄 관리하는 온실가스 종합정보센터도 국무조정실로 이관되었다. 그리고 배출권할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경제부총리의 기능을 강화하여, 기획재정부가 배출권 할당계획 수립, 인증위원회 운영, 거래시장 관리 등의 총괄업무를 수행하기로 하였다. 환경부가 담당하고 있던 배출권 집행업무를 산업부, 농림부, 환경부, 국토부 등 4개 부처가 관장하는 체제로 전환하고, 이들 관장부처가 소관분야에 대해 할당 대상 업체의 지정 및 할당, 조기 감축실적 인증, 배출량 및 외부사업 인증, 사후 관리 등을 담당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정부는 작년 파리협정 채택에 따른 신기후체제 출범에 맞추어 기후변화 대응을 새로운 성장기회로 활용하고 저탄소 사회로 이행하는 전략을 수립키로 하였다. 이에 따라 지난해 파리협정에 따라 정부는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예상 배출량 대비 37% 감축) 달성을 위한 새로운 감축 로드맵을 금년 내에 수립키로 하고 현재 준비작업 중에 있다.
정부가 지난해 6월에 제출한 감축목표에 따르면 2030년 37% 감축목표 중 11.3%는 국제시장(IMM: International Market Mechanism)을 통해 배출권을 구입하고, 25.7%는 국내 감축을 통해 달성한고 했다. 그리고 산업계의 국제경쟁력을 고려해서 산업부문은 12% 감축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발전, 건물 및 교통부문 등에서는 30% 이상의 감축이 필요하다는 의미가 된다. 국제시장 구입분 11.3%도 2030년 BAU 배출량 851백만톤을 고려하면 9천6백만톤에 이르는데, 이는 배출권 국제시장가격에 따라 연간 수조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비용은 누가 어떻게 부담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파리협정에 따라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은 다시 만든다는 것은 기존의 2020년 감축목표 및 감축 로드맵을 조정하는 것이다. 현재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에서 제 1기(2015∼17년)의 배출권 할당은 기존의 감축로드맵(2020년 BAU 대비 30% 감축)을 따르고 있다. 이번에 장기 감축 로드맵이 만들어지면 제2기(2018∼20년)의 배출권 할당은 이 로드맵에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작년 1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되었지만 배출권할당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 되고 있다. 정부는 기 확정된 감축로드맵에 따라 업체별 배출권을 할당했다고 주장하지만, 산업계는 업체의 현실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할당량을 책정하였으므로 감축 잠재량을 재산정하고 할당량을 재조정하자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기존의 온실가스 감축로드맵을 살펴보자. 정부는 지난해 1월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에 따라 BAU 전망을 재산정한 결과, 기존의 전망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런데 그동안 온실가스 배출은 당초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여 2013년 총 배출량이 694백만톤에 이르렀다. 당초 예상됐던 2020년 BAU 배출량은 776백만톤이며, 30% 감축을 감안한 목표배출량은 543백만톤이 된다. 이는 2013년 배출량 대비 21% 낮은 수준이다. 다시 말하면 향후 7-8년 내에 절대량으로 20% 이상을 줄여야 감축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현재의 에너지소비 및 온실가스 배출추이를 보면 이러한 감축목표는 달성 불가능하다고 여겨진다.
현실적인 할당과 거래제를 위한 제언
달성 불가능한 감축 로드맵에 따른 배출권 할당의 현실적 방안 요구
이 외에도 간접배출규제, 전기요금 반영 여부 등 개선 필요
문제는 이러한 달성 불가능한 감축로드맵에 근거하여 배출권할당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제1기(2015-2017년)의 할당량 정부초안도 이 로드맵에 근거한 것이었다. 비록 산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할당을 완화했다고 했지만, 제2기(2018-2020년)의 할당이 기존 로드맵을 따라간다면, 산업계는 상당한 양의 감축부담을 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2018년부터 제2기 할당에서는 새로운 장기 감축 로드맵에 따라 달성가능하고 보다 현실적인 할당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제 1기의 배출권 할당과 거래제 시행을 보면서 개선해야 할 사항을 몇 가지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할당방법의 개선이 필요하다.
유럽의 사례에서 보듯이 온실가스 배출은 경기와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경제활동 변수를 무시한 실적기준(Grandfathering) 할당방식은 경기가 좋은 때에는 배출권 초과수요를, 경기가 좋지 않을 때에는 초과공급을 야기한다. 따라서 배출권 가격은 경기 상황에 따라 매우 심한 등락을 보이게 된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온실가스는 다른 대기오염물질과 달리 현 기술수준에서 감축투자를 늘려도 감축할 수 있는 양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반 대기오염물질의 경우 탈황설비, 탈질설비, 집진설비 등 적정한 투자를 하면 감축할 수 있다. 반면, 온실가의 경우는 온실가스 포집 및 저장(CCS) 기술이 상용화되기 전까지는 감축에 한계가 있으며, 최후의 수단은 생산량을 줄이는 방법 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에서 배출권가격이 경기에 따라 급등락할 가능성이 크므로 경기변동이나 생산 활동을 고려한 할당방안 및 배출권 최고가격제 등 시장유연화조치의 도입이 필요하다.
둘째, 할당시 업종별 조정계수 적용방식을 재고해야 한다.
현재 업체별 할당방식은 Top-Down 방식과 Bottom-Up 방식을 혼용하고 있다. 즉, 업종별 감축 목표량은 Top-Down 방식으로 국가 감축 로드맵에 따라 산정되며, 여기에 업종별 배출전망치 및 배출권거래제 대상 업체의 배출 비율을 고려하여 업종별 배출권 할당총량이 정해진다. 이후 정부는 각 업체의 배출권 할당 신청량 제출받아서, 업종별 할당 신청량의 합계를 Top-Down 방식으로 정해진 업종별 할당총량에 맞추기 위해 조정계수를 적용하고 있다. 업종별 할당 신청량이 많을수록 조정계수는 작아진다. 일부 업종은 조정계수가 0.8 이하인 경우가 있다. 이는 해당업종의 기업체는 할당 신청량의 80% 이하를 할당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국가 온실가스 배출통계 및 전망이 주로 에너지 공급통계에 근거하고 있어 정확한 업종별 배출통계를 반영하지 못하는 점이 있으며, 또한 업종별로 조정계수가 들쑥날쑥하여 형평성이 결여되어 있다. 또한 일부 업체는 배출권을 과다 신청하여 사후에 적지 않은 양의 할당 취소 처분을 받고 있는데, 이 때문에 해당 업종의 조정계수가 낮게 책정되어 솔직하게 할당 신청한 업체가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업종별 할당총량 책정시 Top-Down 방식을 지양하고, 목표관리제 및 배출권거래제에서 제출된 배출실적에 근거해서 할당하는 방안을 적용해야 한다.
셋째, 간접배출규제도 문제이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목표관리제 및 배출권거래제는 전력 및 열 소비에 따른 간접배출을 포함하고 있다. 배출권거래제에 참여하는 산업체 입장에서 보면, 이는 이중규제다. 전력사용으로 인한 배출도 감축해야 하고, 발전부문의 감축비용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분도 감내해야 한다. 배출권거래제에서 이러한 간접배출규제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사례를 찾을 수 없다. 파리협정에 따라 2021년부터 국제시장 메카니즘(IMM)을 활용하려면, 우리나라 배출권거래제도 국제적인 규칙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 간접배출 규제는 이미 법령에 명시되어 있는데, 추후 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필히 시정해야 할 사항이라고 본다.
넷째, 간접배출 규제 철폐와 아울러 시행해야 할 사항이 발전부문 감축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것이다.
배출권할당 과정에서 정부는 전기요금 반영을 약속했다. 우리나라는 전기요금 결정이 이원화되어 있어서 이에 대한 면밀한 대비가 필요하다. 우선 전력도매시장에서 발전사의 온실가스 감축비용과 배출권구입비용을 적절히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의 마련이 필요하다. 기존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의무할당제(RPS)와 비슷하나, 배출할당량 미준수에 따른 과징금이 정산대상에서 제외될 경우, 발전회사의 부담이 크게 증가할 우려가 있다. 그리고 전기요금은 과거에 왕왕 물가안정 명분 또는 정치적인 이유로 현실화를 미뤄 온 사례가 있었다. 배출권거래제 및 온실가스 감축비용을 전기요금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을 경우에는 또다시 전력 과소비 현상이 발생하고 에너지수급구조를 왜곡시킬 가능성이 크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한지 일년반이 지났다. 하지만 배출권 거래시장에서 거래는 매우 미약하다. 최근 들어 거래는 많지 않고 호가만 상승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산업체는 배출권할당량이 적어 구입하고 싶어도 매물이 없다고 하는 반면, 정부는 배출권은 충분히 공급되어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많은 기업들이 배출권의 여유가 있어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선 배출권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배출권거래 총괄기관 이관에 따른 정책집행의 일관성 문제, 제2기 할당 문제, 시장 안정화조치 발동 문제, 예비분 할당 문제, 과징금 처리문제 등 배출권거래제를 둘러싼 불학실성 요인이 너무 많다. 따라서 앞으로 정부는 배출권시장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시장에 확실하고 일관된 시그널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