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동행, 석유로 만나 승화하는 더 큰 에너지 ‘우리’
대한석유협회 조장은 과장
“최대한 이곳 배경이 아름답고 많이 나오도록 찍어주세요. 내가 이렇게 아름다운 계절에 한국을 방문했었다는 걸 오래 기억하고 싶어요. 나는 참 운이 좋은 것 같아요”
차도르를 두르고 있어 때마침 가을 소풍을 나온 유치원 꼬마들에게 관심과 인기가 더욱 높았던 이란 국영석유사(National Iranian Oil Compnay) 제품마케팅 부장 Ms. Zahra Nikfarjam은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솨르륵 소리를 내며 햇살아래 더욱 눈부신 순천만의 갈대밭을 걸으며 친구들처럼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이란 국영석유사 인사들과 미국 석유사 임원의 모습에는 치열한 국제정세와 자원대국간의 경쟁을 넘는 따뜻함이 먼저 보였다.
한-산유국 국제협력사업
우리 협회에서는 2006년부터 한-산유국 국제협력사업의 일환으로 주요인사 초청사업을 시행하여 왔다. 한-산유국 국제협력사업은 산유국과의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과 국내 석유․가스 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한 협력채널 강화를 목적으로 시작된 정부와 민간업계의 협력사업으로 올해를 마지막으로 10여년에 걸친 교류활동의 막을 내리게 되었다. 그 중, 주요인사 초청사업은 산유국 정부, 국영석유사의 고위 임원을 국내에 초청하여 직접 우리나라의 사회와 문화를 체험하고 느끼며 우호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이다. 百聞이 不如一見.
2015년도 주요인사 초청사업은 10월 19일~23일 4박 5일간의 서울, 여수, 광양, 남해로 이동하는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초청사업의 참가자는 한-산유국 국제협력사업을 후원하는 국내 8개 참여사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E1, SK가스에서 추천하는 인사들 중 선정하게 된다. 올해는 이란 국영석유사(NIOC), 이라크 정부기구(PCLD, SOMO), 쿠웨이트 국영석유사(KPC), U.A.E. 국영석유사(ADNOC), 미국의 민간 석유가스기업 등 5개국 10인의 임원들이 행사에 참가하였다. ‘06년 사업을 시작한 이래로 주로 중동 산유국과 동남아 수출지역 인사의 참여가 많았고 중앙아, 동남아, 아프리카, 남미 등지에서도 참여하였으나, 미국 인사의 참석은 사업 10년만의 이색적인 사례이다. 몇 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 붐과 세계 최대 산유국 등극의 글로벌 트렌드가 본 사업에도 반영됨을 느낄 수 있었다.
참가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인 행사 첫날 아침. 조금은 어색하지 않을까 했던 우려를 기우로 날리고 프로페셔널한 비즈니스인들은 바로 서로 반갑게 인사하며 공통의 화젯거리로 서울의 아침 풍경 감상을 나누었다. 첫 세션인 한국 경제사 세션을 마친 후, 한 참석인사가 발표를 듣고 돌아본 서울의 풍경에서는 한국인들의 노력과 열정이 느껴져 사뭇 다르게 보인다고 소감을 전했다. 조금이나마 알고 그 후에 보는 것은 역시 다른 것인가 보다. 이번이 첫 방문인 인사들도 이전에 출장을 왔던 인사들도 그 소감에 동의하며 우리나라의 발전 속도가 놀랍다고 하였다.
이 날의 공식 환영만찬에는 국내 에너지 기업들과 참가국 대사관의 경제 및 에너지 담당관들 그리고 국내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KPC 대표 등 60여명이 참석하여 소개를 하고 인사를 나누었다. 협회장님께서는 환영사를 통해 저유가 시기일지라도 에너지 안보에 대한 긴장감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당부 말씀을, KPC 서울 사무소 대표께서는 축사를 통해 이러한 실질적인 교류 프로그램이 더욱 다양화되고 활성화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짧은 일정이지만 기업들과의 계속되는 면담시간 중에도 짬짬이 시내를 둘러보며 ‘서울에 익숙해졌다’고 ‘나도 이제 서울사람’이라고 농담을 던지는 초청자들에게 다른 도시를 보여줄 차례가 되었다.
한국의 산업현장과 美
산업시찰의 첫 행선지는 여수의 GS칼텍스. 여수 국가 산업단지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GS칼텍스 여수공장은 세계4위의 단일 공장 규모와 국내 최대의 고도화 시설 설비를 갖추고 일 78만 5천 배럴의 원유 정제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첨단 생산기지이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여수의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마치 농원같이 관리되고 있는 듯한 공장은, GS칼텍스의 환경에 대한 높은 관심과 수준을 절로 느낄 수 있게 하였다. 참가인사 모두 빼어난 경관에 감탄하며 맑은 하늘과 어우러진 수려한 묘도대교를 배경으로 마치 관광지에 온 듯 연신 사진을 찍으며 함박웃음을 나누었다.
이어 방문한 한국석유공사 비축기지에서는 참가자들간의 열띤 토론이 있었다. 굳이 원유를 비축할 필요가 없는 산유국 인사들에게는 각국의 석유회사에 재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념적으로만 생각했던 원유 비축기지 안에 직접 들어서는 일은 새로운 경험이라고 하였다. 익숙히 스쳐지나던 지상 탱크가 아닌 지하 암반 저장시설에 들어서자 점잖은 인사들의 얼굴에 활기가 넘쳤다. 안내 직원의 원리와 시설 설명을 꼼꼼히 듣고 여기저기 질문이 계속되는 마치 학생들의 과학수업 시간 같은 분위기였다.
여수를 뒤로하고 잠시 아침햇살이 가득한, 우리나라의 가을 절경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순천만의 갈대밭 사이를 산책한 후 포스코 광양제철소를 방문하였다. 자국의 제조업과 중공업, 플랜트 건설에 관심이 많은 참가인사들은 열연공장 안에 직접 들어가 철광석이 용광로를 거쳐 붉고 뜨거운 쇳물 덩어리가 얇고 견고한 두루마리 철판이 되는 과정을 발걸음을 옮겨가며 탄성과 함께 한참 지켜보며 흥미로움을 표했다.
일정의 마지막 밤. 탁 트인 남해를 바라보며 휴식을 취한 참가인사들은 먼 타지에서 시차를 극복하며 분주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쌓인 피로를 풀었다. 이러한 기회는 그들에게도 흔치 않은 오래 기억될 동행이라며, 이제는 모두가 좋은 친구가 되었다고 본 사업을 후원한 우리나라의 기업들과 협회에 감사인사를 전해 달라고 하였다. 그동안 업무상 서류와 통화, 미팅을 통해 알고 있던 한국을 직접 보고 느끼며 완전히 새로운 인식과 추억을 가지고 돌아간다고 소감을 전하며 한국과의 향후 사업에 더욱 협력할 것이고 더 많은 기회가 있기를 희망한다고 인사를 전했다. 역시, 그리고 여전히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자원과 에너지는 人 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