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석유화학 산업 구조개선 통해 위험 대비할 때
김은진(화학경제연구원)
국내 석유화학 에틸렌 생산능력 850만톤으로 세계 4위의 규모화는 이루었으나…
석유화학은 경질유분인 나프타를 크래킹함으로써 산업 소재의 기초물질인 모노머를 생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 모노머 중에서 대표적인 제품은 에틸렌으로 그 생산능력을 가지고 한 국가의 석유화학 산업 크기를 가늠하는 척도로 보고 있다. 2014년 기준 전세계 에틸렌 생산능력은 1억 6000만여톤이고 한국은 850만톤의 생산능력을 갖춰 규모면에서는 세계 4위의 생산대국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실제적인 생산 역시 2015년 기준 가동률 96%로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해 ‘규모의 경제’ 논리에 충실한 성장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의 수익성은 글로벌 선도기업에 미치지 못했다. 영업이익률은 10% 미만이고 투자자본에 대한 회수율도 10% 미만이다. 글로벌 기업 중 저가의 에탄을 원료로 하는 SABIC이 22%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스페셜티와 소재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한 BASF가 25%에 가까운 자기자본 이익률을 보이는 것에 비한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더군다나 세계 경제성장률이 3.1%로 하락하고 수출 주요국가인 중국의 경제성장률도 2015년부터는 6.8%로 내려앉은 저성장의 시대에 들어서고 있어 2016년 수익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내 NCC 기업 사업 포트폴리오 구조]
원인은 지나치게 기초화학 중심으로 구성된 제품 포트폴리오 때문이다. 국내 6대 NCC 기업과 글로벌 기업간 사업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한국은 석유화학과 기초 화학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석유화학에서 스페셜티까지 전체인을 가지고 있는 Dow, 주요사업이지만 사양화된 섬유부문을 떼어낸 DuPont이나 헬스케어, 소비재까지 확장한 3M 등은 높은 영업이익을 시현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DuPont의 매출원가 구성비는 62%인데 반해 한국 6대 NCC의 매출원가는 94%에 육박한다.
중복투자로 인한 공급과잉으로 수출의존도 확대되고 중국 의존적 사업 구조도 고착화
석유화학 산업의 규모는 커졌지만 그 내실은 부족한 상황이 된 것인데 그 원인은 중복투자에 있다.
2000년대 초반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서 한국 인근에 대수요 시장이 형성되자 5년 사이 합성수지 160만톤, 합섬원료 150만톤이 증설됐다. 2005년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우수했던 프로필렌으로 투자가 집중됐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무려 170만톤, 다시 2015년까지 160만톤의 프로필렌이 추가 증설됨으로써 공급과잉을 심화시켰다. 2010년 이후에는 석유화학 중 아로마틱에 대한 투자가 잇따랐고 수익성이 좋다고 판단한 정유기업들까지 투자에 합세했다. 최근 5년 사이 폴리에스터 섬유의 중간 원료인 P-X는 560만톤이 추가로 투자되면서 기존 생산능력의 2배 규모로 성장했다.
공급과잉에도 불구하고 국내 수요 성장은 정체되면서 생산제품의 많은 물량을 수출로 판매해야 하는 구조가 된 것이다. PE, PP와 같은 폴리올레핀은 생산의 절반 이상을 수출하고 BR, SBR의 범용 합성고무는 80%를 수출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의존도 역시 높은 구조인데 특히 P-X, EG, SM의 3대 중간유도품은 수출 중 95% 이상을 중국으로 판매해야 하는 문제에 직면했다.
물론 중국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현재와 같이 한국산 제품을 구매해 준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자급률 상승과 성장률 둔화로 수입도 예전만큼 크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폴리올레핀의 경우 중국의 자급률은 2014년 기준 80%까지 올라와 있고 합성고무도 81%를 자급하고 있다. 범용 폴리올레핀은 중동의 공세도 만만치 않아 중국 수입 제품 중 한국산 점유율은 2007년 23%에서 2015년 9월까지 누적을 기준으로 16%까지 하락했다. 반면 동기간 중동은 9%에서 40%로 중국 내 수입제품 중 점유율이 껑충 뛰어올랐다.
셰일가스로 시작된 원료 다양화 전쟁, 2016년은 ‘정전’기에 잠시 진입할 전망
대외적으로는 원료 다양화의 위험을 피하기 어려운 시기가 되었다. 특히 셰일 가스 개발은 미국의 ECC 신증설, LPG를 활용한 PDH 투자, 타이트 오일 생산에 따른 유가 하락의 3가지 판도 변화를 이끌었다.
[석유화학 원료 다변화 지도]
Source)CMRI
셰일가스 wet전(田)에서 나오는 NGL이 함유한 에탄과 LPG가 석유화학 원료로 활용되면서 미국이 석유화학 시장의 헤게모니를 잡는 계기가 됐다. 에탄을 활용한 Dow가 적극적인 원료 다양화 정책을 폄으로써 LA 지역에 116만톤의 ECC를 재가동했고 Exxon과 Shell 등 정유사들이 150만톤 급 이상의 ECC에 신규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물론 최근 유가 급락에 따라 투자 시기가 원래 예상된 2017년에서 2018년 이후로 ‘연기’되기는 했지만 ‘중단’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프로판 수율이 높은 LPG는 미국 외로 수출됨으로써 중국이 PDH 플랜트 520만톤을 신규로 짓기로 발표하는 등 다양한 원료를 활용한 경쟁국가들의 위협 속에 국내 석유화학 기업은 장기적인 위험을 대비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것이다.
2015년 국내 NCC 영업이익률 8%로 ‘반짝’했으나 2016년까지 이어지지 않을 전망
단기적으로 본다면 2015년 한해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성적은 우수했다.
유가가 하락하면서 석탄화학이나 ECC에 비해 나프타의 경제성이 일시적으로 회복됐기 때문이다. 국내 6대 NCC 기준 영업이익률은 3분기까지 평균 8.1%로 2014년 평균 2.5%의 3배 가까이 상승했다. 아시아 역내 NCC 정기보수와 일본의 크래커 폐쇄가 맞물리면서 에틸렌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했고 2014년 4분기 유가 급락시에 사 두었던 나프타가 2015년 1분기에 투입되면서 원가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이 유가 하락으로 셰일가스 산업의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LNG 수출 승인 시기가 될 것이라는 2017년의 이후로 ECC 투자를 연기하면서 예상보다 대외적인 여건도 좋았다.
한국 석유화학 기업의 미래는 결코 밝지만은 않다.
저유가 기조가 장기화됨에 따라 저가격/저마진 구조로 전환되고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수요 성장도 기대하기 어려운 시점이기 때문이다. 최근 10년의 유가를 분석해 배럴당 40~60달러 박스권일 때의 가격전가율을 추정해 보니 LDPE 가격 전가율이 2.1로 유가하락기의 0.5%의 4배 이상으로 분석됐다. 즉 유가가 하락하고 있는 현재 시점보다 저유가가 지속되는 2016년 이후에는 유가하락분이 폴리머 가격 하락을 견인한다는 의미이다.
동시에 한국 석유화학 산업 경쟁국들의 공세는 거세지고 있다. 중동은 ECC 중심에서 벗어나 NCC, Mixed Cracker 중심으로 신규 투자를 전환함으로써 후방으로 내려왔다. 셰일가스를 주 무기로 하는 미국은 ECC와 PDH 증설에 집중하고 중국은 국가차원에서 CTO, MTO, PDH에 투자함으로써 자급률을 높이고 있다.
다행인 것은 배럴당 40~60달러의 저유가 시대에 돌입함으로써 국내 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나프타의 경쟁력이 경쟁국들의 다양한 원료에 비해 양호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한국 석유화학 산업은 저유가로 인한 나프타의 경쟁력이 유지될 향후 2~3년간 적극적인 구조조정과 M&A를 통해 소재, 스페셜티 중심으로 변화해야 한다. 5년 후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