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현 무역투자연구원 실장
한국의 석유산업은 정유업계의 수출 주력 전략과 지난 수년간의 수출 다각화 노력 등으로 석유제품이 국내 제조업 생산규모와 수출품목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하지만 최근 석유제품의 수출호조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내 석유산업의 미래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그 주된 요인은 미국과 중국의 석유산업의 경쟁력 증강과 중동 및 아시아 지역의 대규모 공정 설비 신증설에 따른 자급률 제고 등 외부적인 변화로 인한 우리 석유제품 수출시장의 급속한 축소와 이윤율 급락이 우리 석유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본고에서는 FTA를 통한 석유산업의 경쟁력 확대라는 측면에서 우리 석유산업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이미 체결되어 발효된 FTA가 석유제품을 비롯한 우리기업의 수출에 미치는 효과를 살펴봄으로써 우리 석유산업이 중․장기적인 미래에 당면하게 될 우려에 대한 대처 방안으로서 GCC와의 FTA 체결이 반드시 필요함을 지적하고자 한다.
경제활동과 밀접한 석유제품
우리나라는 석유제품의 내수 대 생산 비율이 120%대를 유지하고 있는 공급과잉의 상태에서도 석유제품의 수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는 일부 석유제품의 생산부족 현상과 사용용도의 한정성, 가격구조의 왜곡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석유제품의 수급불균형 상황에 대한 마땅한 대책이 없이 우리 정유산업의 석유정제능력은 꾸준히 증가하여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일본에 이어 세계 6위(2014년)의 석유정제능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또한 우리나라의 일인당 석유소비 규모는 세계 8위로 세계 14위의 경제규모(GDP)를 상위하고 있어 경제규모에 비해 높은 소비 수준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석유소비 중 산업용이 58%, 수송용이 32%에 달하며, 상당 부분이 우리나라 경제활동과 밀접한 소비이므로 석유 소비를 줄일 여력 또한 많지 않다.
경제구조상 석유의존도가 높고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로서는 에너지 원자재의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2014년 기준 우리나라 에너지 원자재 수입규모는 1,734억 달러로 전체 수입규모인 5,257억 달러 대비 약 33%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원유를 비롯한 천연가스, 석유제품 등이 수입 상위 품목을 차지하고 있으며, 원유의 경우 949억 달러에 달하며, 이 가운데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은 86.0%(2013년)에 달한다.
FTA가 가지는 의미
석유제품의 수급불균형 해소와 신규수요 개발 및 시장 확대, 안정적인 에너지자원 확보 차원에서 우리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FTA 정책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싱가포르 FTA의 경우 당초의 우려를 불식하고 FTA 체결 후 교역이 증대되어 흑자폭이 확대되었으며, 한․EU FTA와 한․미 FTA의 경우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양국간 교역량이 여타 FTA 비체결 국가와의 교역량에 비해 일정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우리나라의 수출․입을 지지하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 이는 석유제품에 있어서도 FTA 체결국과의 관계에서 교역이 증대되고 일정한 교역량이 유지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며, 우리나라 석유제품의 인지도 제고와 수요 창출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타결되어 국회의 비준절차를 진행 중인 한․중 FTA의 경우, 석유제품에 있어서는 당초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우리 석유제품의 중국 내수시장 진출과 양국간 교역 증대에 기여하기를 기대해 본다. 더 나아가 협상 중인 한․중․일 FTA와 RCEP 협상에서도 우리가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석유제품의 수출을 위한 전략적 고려가 반영되어 우리 석유제품의 경쟁력이 유지․확대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GCC FTA의 중요성
우리나라의 FTA 정책은 부존 에너지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 있어서는 안정적인 에너지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차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GCC로부터 도입되는 원유 물량은 전체 도입물량 중 71.7%를 차지하여 에너지자원 확보를 위해서는 한․GCC간의 FTA 체결은 필수적이라 할 것이다. 한․GCC FTA 체결을 위해서는 GCC로부터 수입하는 원유에 대한 관세 철폐가 전제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나 이에 대한 우리정부의 태도는 다소 소극적이라 하겠다.
우리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의 원인은 GCC로부터 수입되는 원유에 대한 관세를 철폐함으로써 감소하는 세수에 대한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이미 체결․발효한 여타 FTA와의 정합성과 원유 관세 철폐에 따른 세수 감소가 우려하는 만큼 크지 않다는 것을 주지한다면 GCC와의 FTA에서 원유 관세를 철폐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원유 관세의 경우 일본, EU, 중국, 대만은 이미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고, 우리가 체결한 미국, 칠레, 터키, 페루, EFTA, EU, 싱가포르, ASEAN과의 FTA에서는 이미 원유 및 주요 석유제품에 대해서는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어 GCC와의 FTA에서 원유에 대해 무관세를 적용하지 않는 경우 협상 타결을 어렵게 할 수 있다.
FTA 상대국 | 원유 | 석유제품 | |||||||
휘발유 | 등유 | 경유 | B-C | LPG | 나프타 | 아스팔트 | 기타 | ||
미국, 칠레, 터키, 페루, EFTA, EU | 0% | 0% | 0% | 0% | 0% | 0% | 0% | 0% | 0% |
싱가포르 | 0% | - | - | - | - | 0% | 0% | 0% | 0% |
ASEAN | 0% | 5% | 5% | 5% | 5% | 0% | 0% | 0% | 0% |
주: - 일반 관세율 적용 품목 자료: 한국석유공사 |
세수감소 우려와 관련하여, 2014년도 기준 총 원유 도입 물량 가운데 우리의 원유 무관세 도입국인 EU, 미국, ASEAN 등으로부터의 무관세 도입 물량과 석유제품으로 수출되는 물량에 대한 관세 및 수입부과금 등의 환급액을 제외하면 실제 납부할 관세액 추정치는 약9,213억 원으로 GCC로부터 도입되는 원유 물량이 전체 도입물량의 71.7%로 단순 산술하여도 약 6,605억 원에 불과하다. 이를 2015년도 상반기 평균 원유 도입단가와 환율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그 추정 관세액은 더 낮아져 약 5,433억 원 정도이다. 이러한 수치는 우리나라 관세 징수 총액(2013년)의 약 5.14%, 국세 징수 총액(2013년)의 약 0.83%에 불과하다.
반면, GCC는 세계 최대 에너지자원 보유지역으로 전세계 석유매장량의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對세계 교역비중의 11.0%를 차지하는 제3대 교역국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GCC와의 FTA를 체결함으로써 연간 11.1억 달러(추정)에 이르는 수출 관세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對GCC 수출 연간 관세장벽(추정치) | FTA를 통한 연간 관세절감액 | ||
한-미 FTA | 한-EU FTA | 한-중 FTA | |
11.1 | 9.3 | 13.8 | 54.4 |
자료: KITA |
GCC는 우리나라의 최대 에너지 공급원으로 한․GCC FTA는 주요 에너지자원의 안정적 확보와 에너지 협력 확대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최근 우리나라의 최대 원유수입지역인 중동지역으로부터의 중국의 원유 수입이 증가함에 따라 중국 내수시장은 물론 우리나라 내수시장을 비롯한 해외시장에서의 중국 석유제품과의 가격경쟁력에서 불리한 위치에 처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이러한 우려에 대한 대처방안으로 GCC와의 FTA 체결을 통해 석유제품의 원가절감과 가격 경쟁력 확보, 수출시장 다각화 노력으로 국내․외 석유시장 방어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