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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태평양지역의 FTA 현황과 우리의 대응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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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태지역의 주요 FTA

1990년대 후반부터 아태지역에서는 무역정책의 주요 수단으로 FTA가 강조되기 시작하였고, 최근에는 전세계의 FTA를 주도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 산하 아시아지역통합센터(ARIC)에 의하면 1990년대까지만 해도 아시아지역의 발표기준 FTA는 29개에 불과하였으나, 2014년 말에 119개로 4배 이상 증가하였다. 협상 중이거나 제안된 FTA를 포함하면 278개에 이를 정도로 급격하여 증가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중심으로 논의되어 온 아태지역에 있어서 지역주의는 양자간, 복수국간, 혹은 지역간 FTA 등 다양한 형태로 추진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TPP, RCEP, 한중일 FTA 등 Mega FTA가 경쟁적으로 추진되는 등 복잡한 구도로 지역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ASEAN

아태지역에서 진행되는 대표적인 복수국간 FTA로는 ASEAN에 의한 FTA를 들 수 있다. 현재 ASEAN은 한, 중, 일, 호주, 뉴질랜드, 인도와 모두 양자간 FTA를 체결하고 있는데, 이를 기반으로 ASEAN 중심의 RCEP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1967년 창립 회원국들인 ASEAN 6(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폴, 태국)와 CLMV로 통칭되는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의 10개국으로 구성된 ASEAN은 1993년 1월 1일 ASEAN FTA (AFTA)를 출범하였다. 이후 ASEAN 국가들은 점진적으로 시장개방 수준을 확대해 가고 있는데 ASEAN 상품무역협정이 2010년 5월 17일 발효되었고, 1995년 서명된 ASEAN Framework Agreement on Services와 1998년 서명된 Framework Agreement on the ASEAN Investment Area를 토대로 서비스와 투자 부문의 시장개방 심화작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지역경제통합 작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면서 ASEAN은 FTA 경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교두보로 인식되고 있으며 아태지역의 FTA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RCEP

한편 RCEP은 ASEAN이 기체결한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과의 개별 FTA를 통합하여 지역협력을 심화·확대하는 시도에서 추진되고 있다. 2012년 11월 20일 협상 개시가 선언된 이래 2015년 8월 제9차 협상까지 진행되었다. RCEP 협상은 상품무역 뿐만 아니라 서비스 무역, 투자, 경쟁, 지식재산권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고 있다. 참여국들 간의 경제 수준의 차이를 감안하여 개도국 및 최빈개도국 회원국들에게 특혜대우를 부여하는 조건을 부과하고 있다. 올해를 협상 타결의 목표시점으로 설정하고 있으나 주요 참가국인 한국, 중국, 일본 등이 한중일 FTA, TPP협상 등에 전념하고 있어 실질적인 진전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본래 RCEP은 ASEAN 중심 구도로 기획되었으나 실질적으로는 중국의 주도적인 역할이 기대되었던 협정이다. 특히 미국 중심의 TPP에 대립하는 구도로 RCEP이 부각되면서 중국의 리더쉽이 협상 진전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TPP협상

아태지역의 복수국간 FTA 중 가장 진전이 빠른 협상은 TPP협상이다. TPP협상은 2005년 칠레, 뉴질랜드, 싱가포르, 부르나이에 의해 시작되었으며, 2009년 미국, 호주, 베트남, 페루, 2011년 말레이시아, 2012년 10월 캐나다, 멕시코, 2013년 7월 일본이 가입의사를 밝히면서 현재 12개 회원국이 참여하고 있는 거대 FTA로 발전하였다. 한국이 참여 의사를 타진중인 가운데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도 조만간 가입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TPP는 무역과 투자 자유화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차세대 지역협정인 동시에 기존 무역 쟁점들과 21세기에 새로이 대두된 무역 쟁점들, 예를 들면 지식재산권, 경쟁, 전자상거래, 환경, 노동 등을 다루는 무역협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중일 FTA

복수국간 FTA들 중 동아시아 지역의 통합을 추진하는 한중일 FTA는 역내 지역통합 움직임에 매우 중요한 전기를 마련하는 FTA로 주목된다. 2002년 한중일 FTA를 검토하기 시작하여 2014년 4차 협상에서 상품분야와 관련해 3국간 양허방식, 협상 진행 프로세스 등 모델리티(modality)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하였으며, 2015년 7월 제8차 협상까지 완료한 상황이다. 동북아 3국 경제가 통합되는 경우 2012년 기준 경제규모면에서 세계경제의 약 21.4%(GDP 기준)를 차지하는 거대 경제권이 형성될 뿐만 아니라 무역의 관점에서도 세계 총 수출과 수입의 18.5%와 17.4%를 차지하는 무역거점이 완성된다. 특히 글로벌 가치사슬의 핵심에 위치한 세 국가들이 FTA를 통해 교역을 활성화하는 경우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정태적 분석에서 제시하는 수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역내 투자를 촉진함으로써 동태적인 경제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단일국가 중 FTA협상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국가는 싱가포르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GCC와 FTA를 체결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GCC는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레이트로 구성된 지역경제협의체로서 중동국가들의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EU, ASEAN, 중국, 인도, 터키, 러시아, 호주 등이 GCC와 FTA 협상을 추진하거나 준비 중이다. 정유산업을 주력산업으로 가지고 있는 싱가포르가 GCC와 유일하게 정부조달, 투자 및 지재권 보호 등을 포괄하는 FTA를 체결하고 있는 점은 석유화학 산업이 대표적인 주력산업인 우리나라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림 1> 아시아태평양지역 내 FTA 추진 네트워크 현황(자료: 산업부)




향후 FTA전략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경제통합 움직임은 다른 어떤 지역 또는 경제권보다 빠르고 폭넓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경제통합의 핵심축(linchpin)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지난 10년 이상 동안 동시다발적 FTA 전략을 추진했으며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었다. 그 동안의 성과와 문제점을 고려하여 간략하게 우리나라의 향후 FTA 전략방향을 제시한다.



첫째, FTA 전략은 WTO 다자주의 전략에 대한 보완책으로서의 의미가 더 크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즉, 한국경제의 괄목할만한 경제발전과 이를 뒷받침한 경이로운 수출확대는 모두 개방적으로 운용되었던 국제통상 질서에 힘입은 바 크다는 점이다. 향후에는 적극적인 FTA 전략과 더불어 WTO 차원에서 전개되는 다자간 무역자유화를 성공적으로 성사시키는 토대를 마련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할 필요가 있다.

둘째, FTA 전략을 추진함에 있어서 산업정책의 방향을 함께 고려하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특히, 한국이 이미 국제경쟁력을 확보한 산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한편, 다른 개도국에 경쟁력 열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분야에 대한 구조조정을 위한 국가 차원의 중장기 산업발전 비전을 FTA 전략과 맞물리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셋째, FTA 협상과 다자간 협상에서 적용할 협상전략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즉 국내와 국제협상으로 구성되는 협상의 복합적 구조를 이해하고 각 단계에 적합한 협상전략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내협상은 일반국민에 대한 정책설명 및 홍보 뿐만 아니라,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정부부처 사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는 바, 이를 효과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시스템의 마련이 필요하다. 이러한 국내협상을 통해 국가전략이 충분하게 정리된 후에 국제협상에 임한다는 기본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넷째, 한국이 FTA 전략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특히 동아시아 및 아태지역에서 전개되는 지역주의 움직임에 선도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 한국은 사실 이러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토대가 이미 어느 정도 마련되어 있으며, 가능하면 이러한 기본적인 토대를 보다 확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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