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송용 에너지세 개편의 필요성과 방향
윤원철(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수송용 에너지 상대가격 변화
지난 2005년 7월부터 2007년 7월까지 시행되었던 2차 에너지 세제개편에서는 휘발유, 경유, LPG(액화석유가스)의 상대가격비율을 100:85:50으로 설정한 바 있다. 참고로, 2001년 7월부터 2006년 7월까지 시행되었던 1차 세제개편에서는 그 비율이 100:75:60이었다.
하지만 에너지세액이 고정된 상태에서 국제유가 변동에 따라 세전가격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적정 상대가격비율을 달성하는 것은 실제로 불가능하였다. 이런 이유로 최종소비자가격보다는 에너지원간 상대세액을 적정 수준으로 설정하는 것이 에너지 과세의 정책효과를 달성하는데 보다 유리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휘발유, 경유, LPG, CNG(압축천연가스) 등 육상 수송용 에너지가 우리나라 전체 최종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 17.1%에서 2013년 14.7%로 약간 감소하였다. 특히, 2002년 이후 수송용 에너지의 상대가격 변화에 따라 경유의 소비 비중은 상대적으로 크게 감소한 반면 CNG의 소비 비중은 증가하였다.<그림2>
<그림2> 최종에너지 소비에서 수송용 에너지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단위: %)
자료: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통계연보
실제로, 국내 수송용 에너지의 경우 상대가격 변화에 따라 수급불균형 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경유의 내수량 부족과 LPG의 수입량 과다 현상이 문제가 되고 있다. 경유는 내수량이 국내 생산량의 절반 이하에 불과하여 잉여분을 수출로 해소하고 있다. 반면, LPG는 내수량이 생산량의 5배 이상에 달하여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에너지 관련 세제의 내재화
이렇게 수송용 에너지의 수급불균형이 발생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우리나라 에너지 관련 세제가 외부비용을 가격에 제대로 내재화(internalization)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에너지 가격체계는 효율적 자원배분, 에너지 소비절약이나 환경오염물질 배출 감소를 목적으로 두기보다는 교통부문에 대한 지원, 일부 산업의 경쟁력을 위한 지원, 지역균형발전 지원 등을 위해 다분히 정책적으로 운영되고 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교통‧에너지‧환경세, 개별소비세 등 다양한 세금을 에너지원별로 부과하고 있으나, 이들 세금은 환경오염이 초래하고 있는 사회적 비용에 비해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김승래(2010)는 우리나라의 GDP 대비 환경관련 세수의 비중은 2.92%로 OECD 평균인 2.71% 보다 약간 높지만 탄소세를 일찍 도입한 북유럽국가들(핀란드 3.27%, 네덜란드 3.63%, 노르웨이 3.67%, 덴마크 4.65% 등)에 비하면 현저하게 낮다고 지적하였다.
이렇게 에너지에 대한 세금이 사회적 비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 에너지원 간 세율의 형평성도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현재 우리나라의 에너지에 대한 세율 부과는 사회적 비용과 같은 객관적 기준에 근거하여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정책적으로 결정되고 있어 사회적 비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써, 에너지원간의 경쟁력을 왜곡시켜 결국 합리적 소비구조를 왜곡시키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유류세와 경기회복
한편, 최근까지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휘발유와 경유 등 수송용 석유제품의 유류세 수준의 적정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고조되어 왔다. 우리나라 유류세 수준은 절대 금액이나 최종소비자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 측면에서 OECD 주요국에 비해 높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국민소득이나 PPP(구매력평가지수)를 기준할 경우 OECD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인 순위가 높아지게 된다. 한국납세자연맹의 보도자료(2012.4.3)에 따르면, 2010년말 기준 PPP를 감안한 우리나라의 무연휘발유 가격은 미국(0.735 USD)의 2.8배, 호주(0.827 USD)의 2.5배, 일본(1.193 USD)의 1.7배, OECD 평균(0.878 USD)의 2.4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유류세의 적정 수준에 대한 검토는 서민층의 경제적 부담 완화, 기업의 대외 경쟁력 향상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한 현안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유류세 인하에 따라 예상되는 이득은 소비자 가처분소득과 소비의 증가, 기업의 제조원가 하락 및 투자환경 개선 등으로 경기회복과 고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는 다시 소비자 소득 증가와 기업활동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으로 인해 오히려 세수 증대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유류세 인하로 세수 감소와 석유제품 낭비를 부추길 수 있는 역효과도 있지만, 유류세 인하에 따른 선순환 이득이 더욱 클 수 있다.
수송용 에너지세제 개편의 방향
앞서 수송용 에너지세 개편의 필요성을 제시하였는데, 이제는 과연 어떤 방향으로 개편이 필요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자. 먼저, 수송용 에너지세를 인하하여 소비자의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최근 들어 전기에 대한 과세 등 추가적인 에너지 관련 세수 확보가 가능해졌기 때문에 수송용 에너지에 대해서는 적정 사회적 비용을 반영하여 유류세를 일정 수준 인하할 경우 소비자 부담이 완화된다. 다시 말해, 석유제품 가격의 절반을 차지하는 세금을 낮추게 되면 최종소비자가격이 낮아져서 가계 부담이 줄고, 물가를 안정화시키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참고로, 휘발유의 경우 최종소비자가격이 10% 인하될 경우 소비자물가는 0.03% 인하되는 효과를 가져 오는 것으로 추정된 바 있다(한국혁신학회, 2013).
다음으로, 소득계층 간 에너지세 부담 형평성을 개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수송용 에너지세 개편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득이 높은 가구일수록 전체 에너지 소비 중 유류 소비의 비중은 낮고 전력 소비의 비율은 높으며, 소득이 낮은 가구일수록 유류 소비의 비율은 높고 전력 소비의 비율은 낮게 나타난다. 현행 에너지 세제 체계와 같이 유류에 높게 과세되고 전력에 낮은 세금이 부과되면 유류의 소비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일수록 더 높은 에너지 세금 부담을 떠안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수송용 에너지세 인하는 유류 소비의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의 부담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한편, 수송용 에너지 세제 개편에 따른 세액조정이 이루어 질 경우 경유에 대한 세금 인하가 사회적인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가장 크게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자원경제학회, 2013).
마지막으로, 수송용 에너지원 간 조세형평성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세제개편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국내 수송용 에너지원별 사회적 비용 대비 조세 수준을 살펴보면 휘발유와 경유의 조세부담이 상대적으로 과중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외부비용에는 환경오염비용을 비롯해 교통혼잡비용, 안보비용 등이 포함될 수 있는데, 이 중 교통혼잡비용과 안보비용은 에너지세의 결정 시 사회적 비용에서 제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최근 경유의 환경오염 비용이 감소함에 따라 이를 반영하여 에너지세를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현재 경유는 EURO-6의 도입에 따른 배출량 기준의 강화로 경유 사용에 따른 환경비용이 현저하게 감소하였다. 또한 경유의 경우 수송용 이외의 용도로 사용되는 비중이 높으며 수송용 이외의 사용에 대하여 수송용 에너지 사용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며 이에 따른 에너지세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김승래, ‘녹색성장과 탄소세 도입방안’, 한국환경경제학회·한국재정학회 정책토론회 발표자료, 2010. 3.
한국납세자연맹, “구매력평가지수 감안한 휘발유 값, OECD 평균보다 2.4배 높아”, 보도자료, 2012. 4. 3.
한국자원경제학회, 수송용 유류세 개편 연구, 2013.
한국혁신학회, 에너지산업 균형발전을 위한 정책연구,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