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분석]
미국 국가에너지정책(NEP) 보고서의 분석
글·김재두|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왜 잊혀진 NEP를 거론 하는가?
최근 국내 각종 언론 매체에 에너지안보에 대한 기사나 특집이 종종 눈에 많이 뜨인다. 대부분 중국발 에너지위기, 우리 주변 국가들의 에너지 확보에 대한 의지, 동북아 에너지 협력 등에 대한 것이다. 대부분 거창하게 에너지전쟁이라는 제목을 달고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지금은 세인의 뇌리에서 잊혀져 있지만 이라크전쟁이 테러전이냐 혹은 석유전이냐 라는 다소 유치한 논쟁이 한창이던 2002~2003년에는 미국의 국가에너지정책 보고서(National Energy Policy: 이하 NEP로 약칭)와 베이커보고서에 대한 흥미 위주의 기사들이 올라온 적이 있었다.
베이커 보고서는 라이스(Rice)대학 제임스 베이커 공공정책연구소와 미국 외교협회(CFR: Council on Foreign Relations)가 공동지원한 독립 Task Force에서 만든 것으로서 원 제목은 “21세기를 위한 전략적 에너지 도전”(Strategic Energy Policy Challenges For The 21St Century) 이다. E. L. Morse가 위원장이 되고 A. M. Jaffe가 책임자로 수행한 프로젝트의 성과물이며 2001년 4월에 발간된 보고서는 개정판이며 원본은 1999년에 작성되었다. 이 보고서가 지니는 의미는 2002년 5월 18일 부시 대통령에게 보고된 국가에너지 정책 보고서의 구체적인 바탕이 되며 전반적인 에너지문제는 생략하고 이라크 석유문제의 처리와 그 당위성을 설파하고 있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이 부시대통령의 정책자문 역할을 했다는 점과 최근 한국을 다년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이 백악관에 입성하기 이전 라이스대학 부총장을 역임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필자 역시 두 보고서의 분석을 중심으로 미국의 안보전략가들이 이라크전쟁을 에너지안보의 관점에서 어떻게 인식하고 준비했는가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였지만 그 연구결과는 불행하게도 햇볕을 보지 못하고 말았다.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이라크전쟁은 명백한 테러전인데 이런 연구결과가 책자화 될 경우 석유전쟁이라는 음모론에 악용될 것이라는 다수 평가위원들의 주장 때문이었다.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개발에 대한 증거가 나오지 않고 알 카에다와의 연계설이 왜곡된 정보에 의한 것이었다고 밝혀진 오늘에도, 한국의 장기에너지계획 수립을 위해 수많은 연구자들이 미국의 두 보고서를 연구하고 준거로 삼는 오늘날에도 그 당시 그런 무지한 편견을 주장했던 연구자들로부터 한마디의 반성조차 들어 본 적이 없다.
왜 이런 황당한 일이 생기는가? 필자는 그 원인을 “강 건너 불구경 한다”라는 옛말에서 찾고 있다. 즉 아프간전쟁과 이라크전쟁이라는 일련의 사태는 에너지안보측면에서 동북아 지역에 강력한 후폭풍을 몰고 올 사안인데도 그 불똥이 우리 발등에서 지글 지글 타는 심정으로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비록 에너지정책보고서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기는 하나 포함하고 있는 내용 자체가 외교와 통상 등 국가전략의 전반적 방향을 설정하고 있는 문서들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정밀하게 분석된 후 국가정책수립의 자료로 활용되지 못한 점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NEP는 무엇이며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
죠지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에 입성하고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국가 에너지 정책 개발 그룹(NEPDG: National Energy Policy Development Group)을 구성하였다. 역대 어느 정권보다 강력한 권력을 가진 딕 체니 부통령이 이례적으로 위원장을 맡고 7개부서 장관과 6개 기관장이 구성원으로 참여하였다. 참가자들의 면면을 보면 파월 국무장관, 에이브러햄 에너지장관, 폴 오닐 재무장관, 에반스 상무장관, 볼튼 대통령 정책보좌관, 린제이 대통령 경제보좌관 등 미 국정 전반을 이끄는 각 기관의 핵심 인물들이 다양하게 포진하고 있다. 상당히 중요한 국가안보전략에 관한 보고서도 두개 이상의 부서 장관이 함께 서명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NEP의 경우 체니 부통령에게 다양한 이슈에 대하여 필요한 부서장관들에게 이러 이러한 내용을 지시할 것을 건의하는 대목들이 핵심 내용을 이루고 있는바 작성에 참여한 인물의 폭이나 형식면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사례이다.
NEP는 2001년 5월 16일 부시대통령에게 보고되었다. NEP는 8개장과 두개의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장마다 체니 부통령이 대단히 구체적인 내용을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그로 인해 이 보고서는 흔히 <체니 보고서>라고 불리기도 한다. 에너지보고서인 만큼 오일, 가스, 석탄 등 다양한 에너지원 및 환경문제와 국제사회와의 관련성에 대해 언급을 하고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 오일 이외의 에너지원은 자급자족이 거의 가능한 상태이므로 대부분의 내용은 오일에 대해 할애하고 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이 정도의 방대한 내용을 담은 보고서가 위원회가 구성된지 불과 2개월 만에 보고된 점이다. 이 부분은 베이커 보고서의 작성 과정에서 NEP의 상당 부분이 사전에 준비되어 있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에너지문제에 대한 보고서가 주목받는 결정적인 이유는 보고서의 8장인 “범세계적 동맹의 강화”(Strengthening Global Alliances) 부분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국가 에너지안보와 국제관계의 신장”(Enhancing National Energy Security and International Relations)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8장에서는 7장까지 검토된 미국의 에너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미국의 대외정책과 동맹정책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범정부적 대처방안을 중동, 카스피海, 아프리카 등 지역별로 나누거나 국가별, 시장 기능별로 세분하였다. 대통령에게 건의된 세부내용은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해당 부서가 시행하게 되어 있으며 의회와의 긴밀한 협조 하에 입법이 필요한 경우 입법조치 하게 되어 있다.
NEP는 그런 의미에서 미국의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일종의 국가전략 차원의 문서이다. 에너지보고서라는 이름을 달고 있기는 하나 실제로는 경제와 안보가 결합된 미국의 에너지안보에 대한 향후 계획이 담겨져 있으며 시간이 지난 오늘날 큰 차이 없이 미국의 대외정책으로 시현되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이 같은 지적은 더욱 더 설득력을 갖는다. 8장에서만 35개 항목의 대통령에 대한 건의사항이 있다. 그중 맨 처음 건의사항은 “NEPD Group은 대통령에게 에너지안보를 미국의 통상 및 외교정책의 최우선순위에 두실 것을 건의합니다.”라고 되어 있으며, 나머지 사항은 미국의 국가적 이익이 걸린 사안에 대해 주로 국무장관이 주가 되고 에너지부장관과 통상부 장관이 해야 할 일에 대한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담고 있다. 2000년 기준으로 미국이 석유를 수입하는 국가들의 비중은 캐나다가 15%, 사우디아라비아 및 베네수엘라가 14%, 멕시코가 12%로서 이들 4개국이 전체 미국 수입량의 55%를 차지하고 있다. 이라크는 약 7.5%로서 나이지리아에 이어 6위권에 머물러 있다.
중동지역은 미국의 에너지안보에 있어서 여전히 중요한 관심지역이지만 미국의 범세계적 개입정책으로 향후 국제 에너지 균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새롭게 등장하는 지역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서방국가들과 카스피海 지역, 아프리카의 석유 생산량의 증가는 석유 공급시장의 교란으로부터 미국의 경제가 받는 충격을 감소시킬 수 있는 중요한 사안임을 강조한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과 카자흐스탄, 미국과 러시아간 석유 및 가스에 대한 쌍무관계의 개선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새롭게 부상하는 지역으로 카스피海와 아프리카를 들고 있다. 카스피海는 체니부통령이 “자고 일어나 보니 카스피海만큼 유명해진 지역은 전례가 없었다”라고 강조할 만큼 미국이 눈독을 들이는 지역이다. 미국계 석유회사들이 긴밀하게 이 지역 국가들과 협조할 경우 2005년에는 일일 180만 배럴 규모의 생산량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으며 잠재된 부존량은 알려진 규모에 비하여 더 크다고 추정되는 곳이다. 건의사항 중에는 “NEPD Group은 대통령께서 국무, 통상, 에너지장관에게 석유회사들이 카자흐스탄에서 활동하면서 BTC라인을 통하여 석유를 수출할 수 있는 통상 환경을 조성해 주도록 지시해줄 것을 건의함”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BTC라인은 아제르바이잔의 바쿠(Baku), 그루지야의 트빌리시(Tbilisi), 터키의 세이한(Ceyhan)으로 이어지는 송유관을 의미한다.
이밖에도 건의사항 중에는 터키, 그루지야, 아제르바이잔을 돕기 위하여 샤 데니즈(Shah Deniz)가스 파이프라인 개발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강조도 있다.
한 가지 눈길을 끄는 것은 경제부문에서 요구되는 사항을 충족하기 위하여 국무장관이 해야 할 일을 대단히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예로서 “NEPD Group은 대통령께서 있어서 유럽의 소비자들이 카스피海산 가스를 구매함으로서 공급을 다변화할 수 있도록 국무장관으로 하여금 그리스와 터키가 가스파이프라인 시스템을 연결하도록 지시해 주실 것을 건의함”이라는 사항을 들 수 있다.
우리가 이 보고서의 행간을 주의 깊게 읽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개별 건의사항만을 놓고 볼 때는 상당히 구체적이거나 미국의 경제이익을 심도 있게 고려했다는 점 외에 그다지 주목을 끌지 못한다. 그러나 보고서 그 어디에도 없는 종합적 의미를 살펴보면 향후 미국의 대외정책이 어떻게 전개되겠구나 하는 전망을 하는데 중요한 준거를 제공하고 있다.
가령 미국이 OPEC국가들의 시장비율을 줄이고 미국과 우호적인 非OPEC국가들의 시장 점유율과 생산량을 지속적으로 증가시키는 정책을 취해온다고 할 때 종합적인 결론은 그 어디에도 없으나 개별 국가에 대한 미국 각 부처장관들의 해야 할 소임은 대단히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는 것이다.
미국의 대외정책이 북코카서스 3국 중 그루지야와 아제르바이잔, 중앙아시아에서는 카자흐스탄에 중점을 두고 이루어질 것이라는 사실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OPEC국가들이라 하더라도 미국과 우호적인 국가들에게는 아낌없는 경제지원과 협력을 제시하는 점도 잊지 않고 있다.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가 대표적인 국가들 중의 하나로서 나이지리아와 경제적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다각적 노력을 경주할 것을 건의하고 있다. 실제로 아프리카와는 미국-아프리카 교역 및 경제협력 포럼을 결성하고 미국-아프리카 에너지장관급 모임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미국이 아프리카에서 수입하는 석유는 15%선이다. 그러나 2001년 전 세계에서 발견된 총 80억 배럴의 유전 중 70억 배럴이 서아프리카에 몰려 있다는 사실과 관련 국가들이 미국의 석유자본을 받아들인다는 사실은 중요한 대목이다. 서아프리카에서 새롭게 발견되는 대규모유전지대에는 이미 미국의 군사기지들이 들어섰으며 1000Km에 이르는 서아프리카 가스파이프라인이 나이지리아의 배닌에서 토고, 가나로 연결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미국 수출입은행이 자금지원을 하고 건설 컨소시움이 형성되어 현재 건설 중인 상태에 있다. 2002년 9월 15일자 Pentagon Brief에 나타난 바와 같이 미국의 석유기업들은 아프리카의 유전개발에 지배적 우위를 점하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일본과 중국이 아프리카에 대하여 부채탕감 및 경제지원정책을 앞세우며 집중적인 자원 확보에 나서는 것도 NEP에서 나타나는 미국의 정책 방향과 일치하고 있다.
아시아지역에서 미국의 관심은 단연 중국에 쏠려 있다. 중국은 국제에너지 안보의 문제에서 아주 결정적인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그 이유는 중국 에너지소비량의 대단히 가파른 증가세와 그 규모에 있다. 2001년 중국의 에너지 소비증가율은 약 10%로서 이것이 전 세계 증가량의 2/3를 점하고 있다. 현재 중국이 수입하는 석유량은 일일 기준 200만 배럴 규모를 상회했지만 2020년경에는 일일 수입량 5~8백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은 1993년경을 기점으로 오일 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돌아 섰으며 수입량은 경제발전 속도에 걸맞게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것은 중국이 경제발전을 한다 하더라도 대외적으로 가지게 되는 치명적 약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중국 내부에서도 이 점에 대한 심각한 인식이 이루어졌으며 중앙아시아와 중동지역의 유전개발에 많은 노력을 경주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의 석유메이저들이 오랜 기간을 두고 쌓아온 기술력, 자금력, 그리고 가장 중요한 국가차원의 외교적 지원이 상대적으로 미약한 탓에 수입다변화와 해외의존도를 변화시킬 수준의 결실은 얻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조선일보 2003년 1월 15일자에 보면 중국 국영 연구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중국의 경제성장에 대한 에너지안보측면의 심각한 경고를 하고 있다는 기사를 발견할 수 있다. 중국 국토 자원부 산하의 지질과학원은 향후 20년간 석유를 비롯한 주요 지하자원의 부족으로 인해 중국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예측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과학적으로 수립된 전략 하에 경제, 환경, 국방 등이 협력하여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NEPD Group은 미대통령에게 국무, 통상, 에너지장관으로 하여금 아시아 오일 시장의 데이터에 대한 투명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검토하게 하라는 건의를 하고 있다. 별것 같지도 않은 내용이지만 중국으로서는 섬뜩해지는 대목이다. 또한 동북아 에너지협력에 참여하는 러시아나 일본, 한국 공히 미국이 아시아 오일 시장의 투명성 제고를 통해 어떤 정책 수단을 가지려 하는 지에 대한 각국 나름대로의 판단이 필요한 대목이다.
NEP를 통해 우리가 생각해야 할 몇 가지 대목
하나의 현상을 놓고 사람들은 다양한 시각을 가지기 마련이며 부여하는 가치 역시 상이하기 마련이다. 약간의 특이한 점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하나의 국가정책문서에 불과한 NEP를 두고 남들보다 유달리 큰 비중을 부여하는 필자에게 많은 사람들은 그 이유를 물어오곤 했다. 그때마다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비중을 두어 꼽는 것은 바로 국가안보전략을 다루는 사람들이 에너지문제를 국가안보차원에서 작성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몇 가지 점을 동시에 말해주고 있다. 즉, 인력양성의 차원에서 우리는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좋은 예가 미국의 체니 부통령이다. 이라크 전후 처리과정에 대한 숱한 뉴스 속에서 체니 부통령이 유전개발 관련회사인 헬리 버튼의 CEO를 오랫 동안 지냈다는 사실은 국내에 많이 소개되었다. 단순한 이 한 가지 팩트를 놓고 사람마다 보는 각도는 다르다. 어떤 이는 이라크 전후 재건과정에서 헬리 버튼의 관련회사인 KBR의 수주 실적을 놓고 미국의 독점적 행태를 비난하기도 한다.
필자는 崇美論者도 아니고 反美論者도 아니지만 이 대목만 생각하면 배가 아파 견딜 수가 없다. 어째서 지구상에서 해외 에너지 의존도가 가장 높은 축에 속하는 한국에는 에너지에 대한 전문적 식견과 경험을 가지는 사람이 국가안보의 중추에서 서서 경제논리와 안보논리가 절묘하게 조화되는 길을 제시하지 못하는가? 왜 그럴 수 있는 인재들을 배출해 내지 못 하는가라는 점이 필자의 배를 더욱 더 아프게 아는 결정적인 이유이다.
다소 희극적인 방법으로 심정을 표현하기는 했지만 이 대목은 한국의 생존전략에서 대단히 중요한 점이다. 현재 우리는 두 분야의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 머리를 맞대며 보다 나은 길을 찾고자 노력하는 단계에 서 있다. 그런 논의구조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조차도 사실은 불과 2~3년 전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할 정도로 발전한 셈이다. 그러나 함께 머리를 맞댄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는 아무것도 얻을 게 없다. 함께 논의했으면 보다 나은 그 무엇이 나와야 하는데 그게 말같이 쉬운 일은 아니다.
바로 이 대목에서 두개, 세 개의 얼굴을 가진 인재들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혹자는 NEP라는 하나의 보고서에서 너무나 동떨어진 결론을 주장하는 것을 어불성설이라 평하기도 한다. 그럴 때에는 이런 대답을 한다. “알겠습니다. 멀리 가지 맙시다. 그러나 NEP라는 이 보고서, 제대로 한번 읽어나 봅시다”라고. 그래서 내가 만일 한국에는 없는 부통령의 직책에 있다면 국가통치권자에게 건의하는 저 숱한 건의사항을 어떤 내용으로 채워 넣을지, 그럴 능력은 있는지 대단히 아픈 배를 부여잡고 스스로에게 물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