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지난호 보기
협회보 바로보기 협회보 다운로드 전체 목차보기

기로에 선 정유업

ICON ICON

기로에 선 정유업

image

박영훈 (LIG투자증권 부장)

위협받고 있는 정유사들
정유사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시련의 시기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에서 대규모로 진행된 고도화 투자는 막상 완공이 되고 나니 Light와 Heavy Crude 간 가격차가 좁혀지며 과거와 같은 수익성을 내지 못하며 오히려 부담스러운 설비 취급을 받고 있다. 반면 산유국인 러시아는 최근 대규모 고도화투자를 진행하며 기존 Fuel Oil 수출에서 Gasoline/Diesel 등의 수출국으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Canada는 미국향 원유 수출 감소를 위해 서부 Kitimat에 Refinery를 건설해 아시아로 석유제품을 수출할 계획이다.
인도는 지속적인 정제 Capa증설로 현재 450만배럴인 정제 처리량을 2016년 640만배럴로 확대할 예정이다. 인도는 이미 한국을 제치고 아시아 No1의 석유제품 수출국이 되었다. 미국은 자국내 원유 생산 증가로 인한 WTI의 상대적 약세를 기회로 2010년 이후 Global No1의 석유제품 수출국으로 급부상했다. 미국의 석유제품 순수출국 전환은 EU Refinery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며 EU 정유사들의 파산을 유발했고 지금도 생존 자체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Teapot Refinery의 구조조정을 계획하기 보다는 그들에게 원유 수입권한을 주며 설비 확대를 유도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이런 상황에서 판로마저도 막히고 있다. 북남미향 수출은 이제 전무하고 Singapore이 최대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실수요가 아닌 Trading 목적의 수입이기에 상시적인 부담요일 수 밖에 없는 것이 Singapore 향 수출이다. 사우디는 원유 수출을 줄이고 석유제품 수출을 늘릴 계획이다. 2013년 사우디의 정제 처리량은 일평균 158만배럴로 원유 생산량의 16.4%가 투입되었다. 2014년 일평균 처리량은 195만배럴로 증가했는데, 2013년 말 완공된 40만배럴 규모의 Satorp Refinery가 가동되었기 때문이다.
 2014년 9월에는 ARAMCO와 SINOPEC 합작법인인 YASREF 40만배럴 설비가 완공되었다. 이에 따라 2015년 초 사우디의 정제 처리량은 250만배럴 수준에 이를 것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2016년 40만배럴 규모의 Jazan Refinery가 완공되면 정제 처리량은 290만배럴이 된다. 이에 따라 2016년 사우디의 원유 수출량은 일간 1천만 배럴 생산 시 자가소비 290만 배럴과 발전용 Direct Use 60만배럴을 차감한 최대 650만배럴 수준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2013년 일간 원유 수출량은 754만배럴이었다. 현재 정제업이 단순 임가공보다 못한 수익을 내는 상황에서 원재료가 아닌 제품의 수출 증가는 분명한 우려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난국 속에서 낙관적인 기대는 가능할까?
총체적인 난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적 PX 증설로 인한 PX 약세는 지난 3년간 정유사들의 최대 Cash Cow인 Aromatic 사업부의 수익성을 급격히 악화시키며 가동률은 낮추게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답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런 상황 변화에 딱히 대응할 수 있는 방법 역시 없다. 그저 화학으로의 확장 등을 통한 다각화만 다들 언급하고 있는데, 이 역시 공통된 방향이라 훌륭한 대안이라 평가하기 어렵다.
어차피 Cycle 산업이기에 힘든 시기만 지나면 좋은 시절이 올 수도 있겠지만 적극적인 연비개선 노력, 미국의 원유 수출국으로의 전환 가능성 등은 분명 과거와는 다른 상황 전개이기에 낙관적 전망은 불가하다. EU와 일본 정유업의 몰락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미국에서 전해지는 소식은 정유업에 대한 낙관적 기대에 더 찬물을 끼얹는다.

연비개선과 Gas의 성장
7~8월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여행을 많이 간다. 그러기에 Driving Season이라는 말이 생긴 것이고 이 시기 가솔린 소비량은 그래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다. 미국의 7월 주행거리 Peak 시기는 ‘08년 금융위기 직전인 ‘07년이다. ‘07년 7월의 미국 자동차 주행거리는 10년 전인 ‘97년보다 12.9% 증가했는데, 더 멀리, 더 자주 놀러 다닌 것이다. ‘14년 7월 미국 자동차 주행거리는 Peak였던 ‘07년 7월과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전 호황기 수준까지 올라왔다. 주행거리가 늘면 가솔린 소비도 늘어야 하는데, 오히려 줄고 있다. ‘07년 7월 대비 ‘14년 7월의 미국 가솔린 소비량은 -6.8% 감소했다. 연비가 좋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07년 22.6MPG인 연비는 ‘14년 24.2MPG로 7.1%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연비 목표치가 2025년 50MPG이기에 아직 갈 길은 멀지만, 분명한 것은 비록 목표치 도달을 못하더라도 가솔린 소비량은 계속 감소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30MPG까지 연비가 개선되면 미국의 가솔린 소비량은 지금보다 19% 정도 감소하게 된다. 이 현상은 디젤에서 더 빠르게 나타날 것으로 판단한다. 연비 개선 가능 폭은 아무래도 가솔린 보다 디젤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가솔린/납사 수출량은 추세 증가하게 되는데, 연비는 미국만 좋아지는 것이 아니기에 Global 수요 역시 차량 증분을 제외하고 소비가 증가할 여지는 크지 않아 보인다.


운송 연료로서의 Gas의 성장도 예사롭지 않다. 현재 Global 원유 생산량의 60%는 운송에 사용되나 Gas는 대부분 취사/난방용이다. 그런데 미국 최대 철도회사인 BNSF는 현재 Diesel 연료를 LNG로 바꿀 계획이고 선박에서도 그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할까?
다각화는 기본이지 선택의 대상이나 대안일 수 없다. 그런데 Downstream으로의 확장은 Feed에 대한 의존도를 키워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이 된다.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원료 확보를 위한 투자가 진행되지 않으면 그 무엇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은 이미 와 있다.
MX로 PX를 생산하는 방식이 과거에는 돈이 되었으나 최근 MX 가격으로는 절대 답이 나올 수 없는 상황 전개를 보면, 원재료(Crude) 확보라는 문제는 정유사가 영속기업으로 생존하기 위해 반드시 추진해야만하는 사업이다.


최상류로의 접근을 고려해야 한다.
전 세계 원유 소비량의 60%는 운송에 쓰인다. 운송 관련해서 전기차나 가스차, 연료전지 차량 등의 대안이 존재하나 그 근간은 화석연료에서 전혀 벗어남이 없다. 분명한 것은 현재 내연기관이 상당기간 지속된다 하더라도 결국 연비개선 속도가 수요 증가 속도보다 빠를 것은 분명하기에 수요는 체감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러기에 운송 연료의 대안으로 가능성이 높은 가스나 연료전지 차량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Plant에 Plant를 더 하는 다각화/확장 보다는 최상류로의 접근을 통한 안정적인 Feed의 확보가 선행되어야 한다. Crude/Gas가 있어야 버티고 이를 활용할 다른 대안을 제시할 수도 있다.
정수처리장의 설비가 훌륭하더라도 물이 없으면 아무 의미 없다. 충분히 늦었지만, 밑으로(Downstream) 더 파기보다는 위를 뚫는 게(upstream) 더 절실하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