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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기후대기 정책 주요 추진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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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기후대기 정책 주요 추진방향

환경부 기후대기정책과장 황석태

 

1. 들어가는 글

새 봄이다. 춥고 긴 겨울에 지쳐 갈 즈음에 어김없이 봄이 찾아왔다. 기후변화로 겨울이 짧아진다고 하는데 겨울이 지루하기는 마찬가지 인 것 같다. 국립기상연구소(2009)에 따르면 1920년보다 5℃ 미만의 기온이 지속되는 기간이 22~49일까지 감소했다고 한다. 이에 비해 20℃ 이상의 기온이 지속되는 기간은 13~17일이 늘어났다.
 겨울이 줄고, 여름이 늘어나는 계절 패턴의 변화에 더해 여름의 폭염, 가뭄, 긴 장마, 가을의 폭우, 겨울의 폭설, 혹한 등등 지구 온난화로 인한 극한기상 현상이 올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지 걱정이다. 후손을 위해 지구를 지킨다는 말보다 당장 지금 세대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 나서야할 형편이다. 이미 배출된, 또 앞으로 배출될 온실가스로 인해 발생하는 기온 상승에 적응하는 일도 게을리 할 수 없다. 온실가스는 일단 배출되면 종류에 따라 50~200년까지 대기 중에 머물게 된다.
 기후변화만 문제가 아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높은 인구밀도, 산업화 등으로 인해 대기오염도가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기후변화 대응과 대기 질 개선 업무를 담당하는 환경부 기후대기국의 미션(mission)은 “지구에게 2℃의 기적을, 국민에게 깨끗한 공기를”이다. 2009년 코펜하겐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15)에서는 산업혁명 이후 지구 온도 상승을 2℃ 이내로 억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기온상승이 2℃를 초과할 경우 지구 시스템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나고, 그 피해가 감당할 수준을 넘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로 극지방의 빙하가 녹게 되고, 이로 인해 이전에 빙하가 지구 밖으로 방출하던 태양 빛이 녹은 바닷물에 흡수되면서 지구 온난화가 더욱 가속화된다. 이에 따라 극지방의 영구 동토층에 갇혀있던 메탄이 대기 중에 방출될 경우 지구시스템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난다고 한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21배나 강한 기체이다.
 그럼에도 지금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협상의 진행은 기대에 못 미친다. 다행히 지난 해 말 더반에서 열린 당사국총회(COP17)에서 중요한 진전이 있었다. 무엇보다 2020년부터 모든 배출국가가 참여하는 新 기후체계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이는 중국, 인도 같은 온실가스 다량배출 개도국뿐 아니라 미국도 의무감축국이 됨을 의미한다. 2010년 기준으로 세계 7위의 온실가스 배출국가인 우리나라도 2020년에는 의무감축국이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남의 탓, 남 핑계 될 때가 아니다. 화석연료의 고갈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탄소에 의존한 경제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체질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루 빨리 에너지 고효율, 저탄소사회로 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외국에서 수입하는 에너지의 비중이 97%에 달하고, 1인당 에너지 순수입량은 4.67TOE로 세계 최고이다. 지난 해 원유 수입액이 사상 처음으로 천억 달러(약 110조원)를 넘어섰다. 이는 우리나라 주력 산업인 자동차와 반도체의 수출액보다 더 크다.
  

2. 여건 및 전망

그 동안 정부는 연료규제, 저황유·청정연료 보급 확대, 특별대책·대기환경규제지역 지정,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등을 통해 대기보전에 노력해 왔다. 2003년에는 ‘수도권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서 사업장 오염물질 총량관리제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수도권의 미세먼지 오염도가 개선 서울 미세먼지 오염도(㎍/㎥)는 71(2001)→61(2007)→54(2009)→49(2010)로 개선되고 있다.
되는 등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수도권의 대기 질은 OECD 주요 도시에 비해 미세먼지는 2.1~2.9배, 이산화질소는 1.4~2.1배 수준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우선 중국으로부터 유입되는 오염물질의 영향이 적지 않다. 대개 학자들은 우리나라 전체 오염물질의 30~40%가 중국에서 온다고 본다. 또 우리나라의 주요 대도시가 분지지형에 위치하고 있어 대기 순환에 크게 불리하다. 2002년도 기준으로 인구밀도(480명/㎢)는 OECD평균(105명/㎢)의 4배 이상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승용차 운행거리가 1일 평균 41.7㎞(2002)로 일본 26.9㎞(1996), 독일 32.9㎞(1996), 프랑스 38.4㎞(1996) 등보다 높고, 도시철도 분담율 또한 서울이 35.7%로 도쿄 66.7%, 파리 49.2%에 못 미치는 것도 이유이다.
 

한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각국의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특별히 시장의 순기능을 활용하는 배출권거래제(ETS)가 확산되고 있다. EU(유럽연합) 31개국과 뉴질랜드가 배출권거래제를 성공적으로 운영 중이다. EU는 1990년과 비교해서 GDP는 40% 성장했지만, 온실가스는 16%를 줄였다. 이른 바 성장과 온실가스 감축의 탈동조화(decoupling)이다.
 작년에 최대 석탄 수출국가인 호주가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였고, 우리나라보다 경제규모가 큰 미국 캘리포니아 주가 내년에 시행한다. 이밖에 중국은 2015년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목표로 내년에 베이징, 상하이 등 6개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인도는 배출권거래제와 유사한 에너지 절약 인증서 거래제를 작년 4월부터 도입·운영 중이다.

 

3. 2012년 기후대기정책 추진전략

2012년 기후대기정책의 추진전략은 크게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올해 기후변화 대응의 키워드는 ‘실효성’과 ‘내실화’가 될 것이다. 올해부터 목표관리제 하에서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이루어진다. 2012년 목표관리 대상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량은 872만톤으로 예상배출량 5.99억톤의 1.46%이다.
 동 제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추진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추진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가 있으면 신속하게 제도를 개선하고자 한다. 핵심은 온실가스 감축에 진정성을 갖고 노력하는 기업이 피해를 보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무엇보다 우선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기준이 되는 예상배출량 산정방법을 고칠 필요가 있다. 먼저 업종별로 배출허용량을 확정한 뒤 업체별로 예상배출량을 협의하도록 하고, 기업이 제출한 신·증설 투자계획이 실현되었는지 평가해서 기업의 부당한 예상배출량 부풀리기를 차단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배출전망치(BAU)를 기준으로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2020년 배출전망치(813백만톤)의 30%를 감축하기로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시행령에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목표관리 대상 기업에 감축목표를 줄때도 예상배출량을 산정하고, 여기서 얼마를 줄이도록 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예상배출량을 지나치게 높게 잡을 경우 해당 기업은 전혀 감축노력을 하지 않고도 목표를 달성하는 문제가 생기게 된다.
 목표관리제를 튼튼히 정착시키고,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통해 기업에게 온실가스 감축의 유연성을 부여하는데 정책의 방향성을 둘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가 야기하는 위험요소로부터 시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적응대책을 내실화하고자 한다. 작년에 새로운 기후변화 시나리오(RCP)가 나왔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에서 작성 중인 제5차 평가보고서에서는 대표농도경로(Representative Concentration Pathways)를 새로운 시나리오로 사용하고 있다. RCP 시나리오는 최근의 온실가스 농도변화를 반영하였으며, 기후변화 대응정책과 연계하여 RCP 2.6, 4.5, 6.0, 8.5 시나리오를 설정한다. 예컨대 RCP8.5는 현재 추세로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경우에 해당한다.
 이를 반영하여 기존의 국가기후변화적응대책을 보완할 계획이다. 아울러 기초 지방자치단체 수준의 대책마련을 위한 취약성평가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둘째, 국민이 생활 가운데 느낄 수 있는 생활체감형 대책에 역점을 두는 대기보전대책을 추진한다. 악취, 도로 비산먼지, 황사에 정책적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올해 2단계 황사피해방지종합대책(2013~2017)을 수립할 예정인데 황사 피해를 위해성(危害性)을 중심으로 평가하고, 취약계층의 건강보호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마찬가지로 대기보전대책의 패러다임을 위해성 중심의 선진국 형 대기관리로 바꾸어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 대기오염 분류를 위해성 기준으로 하고, 대기오염물질 배출사업장의 인·허가 때 이 기준을 적용하게 된다. 의약품, 화학섬유 제조업을 대상으로 유해대기오염물질(HAPs)의 시설관리기준을 도입하고, 건강에 특히 악영향을 주는 초미세먼지(PM2.5) 관리대책을 마련하고자 한다.

셋째, 시장 기능을 활용하고 유인(incentive)체계를 바꾸는 노력을 경주해 나가고자 한다. 글로벌 경제 하에서 무한경쟁에 처해있는 현 상황에서 유연하고 스마트한 규제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배출권거래제, 보너스-부담금제도, 그린카드 등 기업과 소비자의 행동을 녹색으로 바꾸어 정책과 제도를 발굴하는 노력을 지속하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승용차 중 중·대형차 비중이 81.9%('11)로 온실가스 과다배출과 에너지 낭비가 심하다. 외국의 경·소형차 비중은 미국 33%, 독일 56.5%, 프랑스 78.3%, 일본 66%이다.
 이에 경·소형차 중심으로 승용차 구매패턴의 변화를 꾀하고,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 위해서 CO2를 적게 배출하는 새 차 구매자에는 보조금을 주고, CO2를 많이 배출하는 새 차 구매자에게는 부담금을 부과하는 보조금-부과금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 제도는 이미 프랑스에서 Bonus-Malus 제도라는 이름으로 시행되어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동 제도 시행 이후 2008년 프랑스의 중·대형차 수요는 42% 감소한 반면, 경·소형차 수요는 47%가 늘었다.
 환경부는 조세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너스-중립-부담금 구간을 설정하고, 외국 사례와 국내 기술수준을 고려한 제도 설계와 보조금-부담금 구간별 CO2 배출량을 연차적으로 강화하여 제도의 실행력을 높이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환경부의 기후대기 정책역량을 강화하고자 한다. 특히 올해는 대기오염도의 상시 분석·평가체계 구축을 위한 기반을 닦는 한 해가 될 것이다. 대기 질의 변화는 기상요소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인위적 요소와 자연적 요소를 분리해서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사업장이나 자동차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의 배출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기 모델링 방법론을 정교화하고, 오염물질 인벤토리를 업그레이드 하며, 대기오염 측정망 자료의 활용도를 제고할 것이다. 이미 작년 말부터 에코이노베이션(EI) 사업으로 대기 질 모델링과 인벤토리 체계 개선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준비를 토대로 2014년 이후 수도권 대기개선을 위한 제2단계 “수도권대기환경관리기본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4. 글을 마치며

기후변화가 대세(大勢)인 듯하다. 부부싸움도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우스개 얘기도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기후변화는 자연이 우리에게 던지는 경고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화석연료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해 생명체가 줄어가고 생태계가 망가지고, 지구가 망가져서 급기야 우리 인간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온실가스는 남이 아니라 내가 배출한다. 가정, 상업 등 비(非)산업부문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전체의 43%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냉난방을 줄이는 데서부터 쓰지 않는 가전기기의 플러그를 뽑는 것까지 에너지를 절약하는 녹색생활의 필요성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하지만 이를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에 환경부에서 시작한 사업이 그린카드(Green Card)이다. 가정에서 수도, 전기, 가스를 절감할 때 주는 탄소 포인트, 녹색매장에서 친환경상품을 구매할 때 주는 포인트, 지자체의 각종 문화체육시설 할인혜택, 대통교통 할인을 포함한 일반카드 혜택을 하나로 묶었다. '11.7월 출시 이후 7개월 만에 100만장을 넘는 이례적 히트 사례로 금융감독원 선정 올해의 신용카드 부문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올해에는 그린카드를 발급 받아서 정말 열심히 녹색생활을 실천해 봄이 어떨까? 기후변화!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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