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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제 개편을 단행한다면 클린디젤을 반드시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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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제 개편을 단행한다면 클린디젤을 반드시 고려해야

홍창의 | 관동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이제 연료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꿀 때라 본다. 예를 들어, 경유는 더 이상 환경악화 연료가 아니다. 클린디젤로 거듭났기에 더 더욱 환경친화적 연료라 할 수 있다. 과거에 비해 석유제품은 환경 오염물질을 정유단계에서 엄청 덜어내고 또 걸러내고 있다. 그러므로 이에 따른 세금내용도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유류세를 내리라는 국민적 요구가 거센 가운데 정부의 ‘석유가격 TF팀’은 석유업계의 경쟁을 촉진하고 거래가격을 공개해 유가를 인하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온라인 석유시장 설립’, ‘주유소의 혼합판매 허용’, ‘석유 수입업 활성화’ 등의 세부방안도 내놨다. 시중의 반응은 부정적 평가가 즉각적이었다. 이미 과거에 들고 나왔다가 실패한 재탕정책이거나 실효성이 매우 낮은 대책들 일색이라는 게 중론이다. 전문가들 입장에서 보면, 환경 친화적인 클린 디젤에 대한 세금 조정이 빠져 있다는 게 많이 아쉬웠다.

특히 이번 대책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도 국민의 반응은 더 싸늘하고 냉소적이기까지 한 이유는 유류세 인하 요구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또 다시 엇나갔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의 대책을 정리해 보자. 휘발유가 사치품이 아니고 필수품이 되었으니 ‘특소세’를 없애 달라 했더니 ‘주행세’ , ‘교통세’라는 식으로 이름만 바꿔주었다. 휘발유에 붙는 세금이 경유나 엘피지(LPG)에 비해 턱없이 높으니 휘발유세 좀 내려 달라고 했더니 ‘1차 에너지 세제 개편’이라는 미명 아래 엘피지를 대폭 올려 장애인과 택시기사를 어렵게 만들었다. 나아가 ‘2차 에너지 세제 개편’을 통해 경유에 붙는 세금까지 마구잡이로 올렸다. 그 결과 화물차와 버스차량 운영자들을 혼란과 피폐 속으로 몰아넣은 적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휘발유, 경유, LPG 등의 차량연료에 붙는 유류세가 각각 다르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이 같은 세제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차량선호도가 급변한다. 연료별 차량의 장단점을 고려할 때, 현재 운전자들이 체감하고 있는 적정 연료비 가격비율은 이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한 뒤, 국가 전체 에너지 사용에 불균형을 초래하지 않는 방향에서 조정이 되어야 하는 데,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니 안타깝다. 특히 경유차 이용자의 상당수가 서민층, 영세 자영업자들인 점을 감안하면, 환경보호를 핑계로 한 경유 값 인상 때문에 경제적 약자들만 피해를 본다는 비판도 제기될 수 있다.

지난 10년간 정부는 국민이 내는 유류세를 줄여 달라는 요구를 제대로 들어 준 적이 없다. 과거 일련의 어깃장 정책들 때문에 유류세 인하 목소리는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이렇듯 마이동풍이었던 정부가 이번에는 훌륭한 ‘TF팀’을 구성하여 정말로 국민이 속 시원해하는 묘책을 발표할 거라 기대했다. 그런데 시간만 끌다가 난데없이 과거 대책들을 비슷하게 들고 나온 저의는 무엇인가? 세금 인하의 공격은 어떻게든 피해가고 고작 정유사나 윽박질러서 한시적으로 얻어낸 100원짜리 생색내기에 급급한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고유가에도 ‘유류세 꿀맛’을 즐겨왔던 정부가 문제의 본질을 그대로 남겨둔 채 유류업계와 석유 유통시장으로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기에 기름 값 부담에 애타는 사람들의 울화병을 키우고 있다.

얼마 전, 언론에서 질문이 빗발쳤다. “정유사들이 100원씩 기름 값을 인하하겠다고 밝혔는데, 기름 값 안정화에 효과가 있다고 보시는지요.” 대답은 한결 같았다. “큰 효과 없을 거라 봅니다.” 정부가 대책을 내고도 제대로 평가를 못 받는 것은 어쩌면 자업자득이다.

처음부터 ‘100원 인하’는 삐걱댔다. 철저한 준비 없이 정부의 일방적 강요에 의해 졸속으로 추진된 결과다. 자유경제 시장사회에서 G20 국가의 정부가 사기업에게 “가격 내려!” 하고 호통 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니 공감대가 형성될 리 만무하다. 이에 정부는 주유소들의 가격담합행위를 벌 주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정유사 손목 비틀다가 이제는 주유소 혼내겠다는데, 소비자들은 어리둥절할 뿐이다. 기름 값 문제의 본질은 첫째가 터무니없는 유류세이고 둘째가 잘못된 환율정책이다. 이것을 정부가 해결하지 않고 업계 탓만 한다면 당연히 실효가 없게 마련이다.
과거부터 정부는 유류세 인하에 대한 국민의 소리에 딴청을 부려왔다. 예를 들어 우리의 유류세가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처분 국민소득 대비해서 보면, 우리의 유류세는 세계적으로 가장 비싼 수준이다.

기름 값은 또한 환율에 민감하다. 환율이 800원 하다가 1,100원 하면 가만히 앉아서 300원을 더 내는 셈이다. 정부는 수출하는 대기업을 생각해서 고환율 정책을 썼다. 물가폭등의 원인 중에는 잘못된 환율정책도 한 몫 한 것으로 본다. 사실 기름 값을 비싸게 지불해 준 서민들이 수출대기업 도와 준 셈이니 참으로 아이러니다.

원유가 폭등으로 올 1분기에만 세수가 무려 1조원이나 늘어난다면, 연말까지는 4조원이 되는 셈 아닌가? 서민은 아프다고 애원하는 데, 정부는 세수만 챙기고 있다는 게 말이 되는가? 정부는 국민의 근심을 덜어주는 세제개편보다는 자기 합리화와 미봉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세수확보 차원에서 대폭 인상된 교통세부터 당장 다듬는 조처가 필요하다. 외환위기가 끝났는데도 대폭 인상된 교통세를 유지하는 것은 무리가 있고 더군다나 교통세는 처음부터 한정된 기간만 받겠다고 국민과 약속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유류세와 같은 간접세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조세저항의 결집력이 없을 것이라는 섣부른 판단을 계속 맹신하다가는 국민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최악의 사태를 맞이할지도 모른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는 없다고 답답한 고집을 부릴 것이 아니라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고 연구와 긍정적 검토를 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당장 유류세부터 대폭 인하해놓고 그 이후에 정부는 ‘공급가 기준 1년 유가 정액제’, ‘생산용 차량 연료 우대화’, ‘탄소세를 기반으로 한 유류세 비율’, ‘석유 유통구조 개선’을 4대 과제로 선정해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세상의 어떤 나라가 하나의 단일 품목에 유류관세, 수입부과금, 교육세, 교통세, 주행세, 판매부과금, 부가가치세 등 무려 7개의 세금 항목들을 복잡하게 붙이는 곳이 있는가? 세금만 손질하여도 휘발유를 리터당 1,200원 정도에 주유할 수 있게 된다. 왜곡된 유류세 때문에 물류비용이 상승하고 택시와 버스가 무너지고 국가경제가 주름진다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유사 휘발유의 불법유통이다. 세수 감소 걱정에 높은 유류세를 고수하기보다 이런 세금도둑부터 잡아서 세수를 늘리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유사 휘발유는 아파트 단지까지 들어와 ℓ당 1,200원씩 엄청 많이 팔린다고 한다. 사실 그 가격이 답이라 생각한다. 유류세를 인하해서 기름 값을 1,200원 수준으로 내려야 한다. 그러면 유사 휘발유가 줄어들 것이다.
원유가격 폭등으로 유류세 수입이 늘어났다고 표정 관리하는 정부가 서민 입장에서 미운 건 당연하다. 서민은 아프다고 고통을 호소하는데, 정부가 회피하는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가장 시급한 것은 클린디젤차에 대한 세금문제 해결이다. 지난 10년간 경유 값이 3배 가까이 오르게 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인상된 경유세금이다. 유럽의 경우, 1897년 루돌프 디젤이 디젤엔진을 발명한 이후, 디젤엔진이 대기오염의 주범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만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어 왔다. 그 여운은 아직도 존재한다. 지금의 디젤차에 사용되는 경유는 정유단계에서의 탈황 공정으로 황은 제거가 되며, 분진은 차량에 특수필터 장착을 의무화하여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고 있다. 특히 클린디젤 엔진은 기존 디젤엔진의 단점인 질소산화물과 입자상의 물질을 크게 감소시켜주고 연비의 향상을 이뤄냈다. 그러므로 클린디젤차는 환경을 이유로 세금을 추가로 부과되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하고 생산성 차량연료의 지위도 다시 부여해야 한다.

그리고 유류가격에 대한 투명하고 명확한 논리를 가졌으면 한다. 정부는 일단 많이 징수해 놓고 반발이 있을 때마다, 지원금이나 면세, 취득세 감면, 환급 등으로 사태를 진정시키려 한다. 그러나 문제는 영세업자와 일반시민들이다. 그들이 결국은 인상폭, 감면부분, 그 모든 것을 떠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문제는 나름대로의 최적의 해결방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정당한 해결방식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최근 불경기로 인해 서민들의 지갑이 꽁꽁 얼어붙은 지금, 유류세를 소비 진작 차원에서라도 새롭게 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국제금융위기 이후, 서민경제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수입은 줄고 지출은 늘기만 하기 때문이다. 내릴 줄 모르는 물가에 주머니는 가벼워지기만 한다. 여기에 유류세 마저 서민부담을 가중시켜서야 되겠는가?

우리의 물가 불안정의 근본 원인은 높은 유류세로 부풀려진 ‘물류비용’에도 있다고 본다. 서민이 소비하는 모든 재화가 운송과 무관하지 않듯이, 물가를 구성하는 제품 가격 속에 기름 값이 배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높은 기름세금이 나쁜 콜레스테롤이 돼 국가 경제 흐름에 동맥경화를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우리같이 가격경쟁력에 의존하는 수출국은 유류세금이 과도하게 높으면 높을수록 실업자가 많아진다. 이유는 간단하다. 높은 세금은 생산과 유통비용을 올리고, 증폭되어 상품가격에 반영된다. 이렇게 높아진 물가를 견디게 하려면 인건비를 또 올려 주어야 하니 상품가격은 계속 치솟게 마련이다. 생산단가를 낮추려고 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하고 외국인 노동자를 유치하면 우리의 일자리가 움푹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물류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화물운송에 경유가 주로 쓰인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경유세금은 지금보다 대폭 인하되어야 한다고 본다.

유류세를 과다 징수하여 서민경제를 병들게 만든 뒤, 서민 살리겠다고 거둔 세금을 고스란히 다 소진해 쓰는 것보다 유류세를 적절하게 거두어 병폐를 예방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클린디젤 시대에 클린디젤 승용차를 늘리고 버스도 클린디젤로 전환시키는 것이 대기질 개선에 도움을 준다. 클린 디젤을 위한 세제개편을 주장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 상황에서 유류세 인하는 클린디젤 자동차 국내수요 촉진에 특효약이 될 것이다.

유류에 붙는 세금이 다른 물품 세와 비슷한 수준이 될 때, 소비는 신기할 정도로 폭증할 것이고 모든 경제 형편은 다 나아질 것이다. ‘클린디젤 유류세 대폭인하’가 빠진 어떠한 경제정책도 성공하기는 힘들다. 국가든 기업이든, 생산에서 소비로 이어지는 여러 단계에서 부가비용이 늘어나는 길이 옳은 지, 부가가치를 늘려가는 방향이 옳은 지, 정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이제 유류세 인하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본다. 서민의 편에 서서 열린 마음으로 유류세를 돌아보는 정부가 되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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