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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최적의 에너지시스템을 구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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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최적의 에너지시스템을 구축해야

김창섭 | 경원대 교수

최근 에너지세제와 관련한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이를 볼 때 우리나라의 에너지가격 및 세제의 개편은 어떠한 형태로건 불가피한 것으로 보여진다. 다양한 논점이 존재하지만 우리사회는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최고의 가치를 향하여 무언가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공감대는 충분한 것 같다. 그러나 지속가능성에 대한 전반적인 동의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선택함에 있어 어려움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틀이 환경, 사회 그리고 경제라는 다면적 가치를 포함하며 그 가치간의 상호상충되는 갈등의 소지가 크기때문이다. 사회적 형평성을 생각한다면 소비자단체의 주장대로 유류세의 탄력세율을 낮추어 소비자부담을 경감시켜 주는 것이 좋고, 국가감축목표와 환경만을 고려한다면 환경단체의 주장대로 탄소세 신설이 필요하다 그리고 경제적 논리를 이야기한다면 선진국대비 절반수준에 불과한 전기요금의 정상화는 당연히 추진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동시에 추진할 수는 없다.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충되는 가치간의 조화를 추구함에 있어 우리경제사회는 어떠한 기준을 최고 우선순위에 두어야 하는가.

결론부터 이야기한다면 우리나라는 현재의 경제와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의 이용을 보장하면서도 에너지수입을 최소화하는 방향을 선택해야 한다. 수입의 최소화는 통상 국가차원의 에너지비용의 최소화 그리고 환경부담의 최소화와 일치되는 기준점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에너지자원이 전무한 중화학공업중심의 제조업국가가 택해야하는 가장 유일한 생존전략이다. 통상 에너지수입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건축물의 에너지설계기준, 가전제품의 효율등급제, 배출권거래제도, 목표관리제 등. 그러나 결국 소비자의 에너지구매 및 이용의 선택권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요소는 결국 각 에너지원별 최종소비자가격임에 분명하다. 결국 에너지수요와 수입을 적절히 통제하기 위하여 정상적인 수준의 소비자가격을 책정해야 하고 또한 최종에너지간의 베스트믹스를 위한 연료간 적정 상대가격을 설정해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최종에너지의 소비자가격을 적절히 설정하도록 하는 가격형성 메카니즘이 다르다는 것에서 어려움이 존재하게 된다. 석유제품(휘발유, 경유, 등유 등)가격은 97년 자유화조치이후 시장에서 결정된다. 그러나 소비자가격의 절반이 세금이므로 결국 석유제품의 최종소비자 가격은 법정세율 방식의 세제정책에 의하여 결정된다. 반면 전기와 가스의 최종소비자가격은 정부의 규제가격으로 결정된다. 공장 및 가정 등의 소비자는 이러한 가격시그널을 통하여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종합적으로 보면 정부의 개입에 의하여 에너지원별 소비자가격이 결정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격탄력성에 대한 논란이 있으나 현명한 소비자는 가격에 섬세하게 반응하는 것이 사실이다. 자동차를 구매할 경우 경유차량과 휘발유차량 등의 선택을 두고 유류세의 등락에 따라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보더라도 연료간 가격차이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를 이해할 수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하여 하나하나 논란이 되는 이슈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환경문제 특히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세 문제부터 살펴본다. 과연 탄소세의 신설이 우리나라의 에너지문제 문제 해결에 가장 급선무의 과제인가. 탄소세는 에너지원간의 상대가격 설정에 있어 탄소배출량을 기준으로 과세함으로서 탄소배출이 많은 연료의 최종소비자가격을 인상함으로서 저탄소에너지 체제로의 전환을 시도하자는 의도이다. 우리나라의 에너지는 석유, 석탄, 가스, 원자력, 신재생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과연 탄소세는 어떤 방식으로 이러한 포트톨리오를 조절하는가. 우리나라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화석연료중 수송용과 난방용 석유류에 이미 다양한 세금(에너지특별회계,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등)을 부과하고 있다. 남는 화석연료는 발전용 유연탄과 가스류(주로 도시가스와 발전용가스로서, 변동성이 가능한 발전용 가스는 도시가스대비 이미 상당히 높은 가격을 형성중)에 대한 과세가 부족하다. 즉 화석연료에 대한 과세를 목적으로 하는 탄소세는 일정 부분 상당한 수준으로 과세가 이루어지고 있고 이는 탄소세가 이미 시행중인 것으로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탄소세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남는 이슈는 수송용 및 난방용에 대한 별도의 과세(논의되고 있는 탄소세)가 아니라 발전용 연료(유연탄)에 대한 과세의 문제이고 이는 결국 전기요금의 문제로 귀결된다. 특히 탄소세는 이러한 1,2차 에너지간의 상대가격의 왜곡을 더욱 심화시켜서 에너지수입을 더욱 증가시키는 전기에너지수요의 급등을 유발한다. 결국 탄소세 논의는 현재 시점에서 본다면 우리나라의 에너지선택의 합리화 논의를 오히려 왜곡시킬 소지가 큰 접근법일 수 있다. 게다가 탄소세는 결국 원자력에 대한 상대적 가격경쟁력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으므로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 역시 주요한 쟁점이 될 것이다.

또한 최근 논의되는 유류세 인하 혹은 전기요금의 억제에 대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국가적으로 물가관리와 복지가 가장 중요한 화두로 실재하는 측면을 감안한다면 전반적으로 에너지가격의 인하는 대세일 수 있다. 최근 산업계는 토요일에 사용하는 연료에 대하여 가격을 인하해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고 소비자들도 전기요금인상에 반대하고 유류세의 탄력세율도 낮추어달라는 입장이다. 이러한 산업계와 소비자들의 입장은 물가와 복지라는 정치적 프레임하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법은 결국 에너지시스템에 투자축소(신재생RPS, 스마트그리드 등 녹색성장 인프라의 위축), 에너지공기업의 재정부실화(공공부문 부채증가 및 재정건전성 악화) 등의 문제를 야기하고 결국 미래의 소비자들에게 그 피해를 넘기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과연 현재의 낮은 요금제도가 가지는 여러 가지 덕목들(미세하나 산업계의 경쟁력 유지, 현재 소비자들의 고통감소 및 감성적인 사회적 통합기능 등)들이 미래의 손실을 감내할 만큼 주요한 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한 것이다. 복지 프레임이 가지는 현실적 힘을 감안한다면 에너지가격의 정상화는 대단히 복잡한 정치사회적 이슈로 확장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결국 공짜 점심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단순하면서 명확한 진실에 유의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지지하여준 강인한 에너지시스템이 지속적으로 무기력해 질 것이다.

기후변화문제, 후쿠시마원전사태, 고유가, 지속적인 전기에너지수요의 증대 등의 여러 가지 여건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에너지시스템에 대한 변화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선택의 시점이 점점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과연 우리나라는 고갈되어가고 더욱 환경적으로 심각성이 증대되고 있는 에너지문제에 대하여 어떠한 입장을 취할 것인가. 예를 들어 송전탑을 둘러싸고 보상문제가 큰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고 원자력 폐기물에 대한 입지문제도 중요한 갈등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에너지이슈는 우리 국민경제에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갈등의 문제이기도 하다.

에너지이슈는 전 국민(도시민과 농어촌주민, 부자와 빈자, 산업계와 소비자, 현재와 미래소비자, 수도권과 비수도권 등)의 이해관계가 상호 상충하는 복잡하고 포괄적인 갈등이슈이다. 휘발유와 경유, LPG간의 상대가격 조절을 시도한 1,2차 유류세 개편과정을 보면 공청회를 정상적으로 개최하기 어려울 정도로서 그 정도에서도 사회적 갈등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에너지가격의 조절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에너지배분의 원칙을 수정하는 것이고 대부분의 사회구성원이 박탈감을 느낄 소지가 크다. 따라서 잘못 다루면 판도라의 상자처럼 우리나라의 통합성과 산업경쟁력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그렇다고 방치하고 미를 수 있는 이슈도 아니다. 무언가 결정하고 합의하고 선택해야 한다. 더 이상 미루기 어려운 이슈이고 이미 거대한 갈등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무언가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이렇듯 어려운 와중에 우리사회가 선택해야 하는 지속가능한 에너지시스템은 무엇일까. 상당한 수준의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고 향후 많은 논의와 정치적 결단이 필요할 것이다. 핵심은 특정 에너지원에 대한 배격 혹은 일방적 선호가 아니다. 필요한 에너지원에 대한 적정 포트폴리오이고 에너지베스트믹스를 지향하는 노력이다.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이나 지질학적으로 특정 에너지(신재생이나 원자력 공히)에 의존할 수 없다. 우리가 합의해야 하는 에너지가격 및 세제의 정책도 이러한 적정 포트폴리오를 추구하기 위한 틀에서 논의되어야 하고 이것이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한 에너지시스템 설계의 요체인 것이다. 환경, 형평성 그리고 경제 등의 지속가능한 덕목의 조화로운 추구를 위한 우리사회가 노력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이다.

그나마 상충되는 가치중 그나마 우리가 반드시 추구해야하고 합의할 수 있는 것은 덕목이 있을 수 있다. 바로 “절약”이다. 판도라의 상자에 마지막으로 남아있었던 “희망”이 바로 절약이다. 우리 사회는 점차 개발독재시절의 졸부문화에서 점차 세계무대에서도 인정받는 고급의 문화강국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제 절약은 단순한 소비절약이 아니라 근본적인 우리나라의 중심적 도덕으로 승화되어야 한다. 에너지비용을 추가하지 않고자 한다면 근본적으로 에너지의 합리적 이용을 통하여 소비를 줄이면 된다. 부담스러운 가격논쟁이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적극적인 해법이다. 우리는 이미 220볼트 승압, 쓰레기 분리수거 등에서 어느 나라보다 선제적이고 모범적인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에너지와 자원의 절약, 순환적 구조 등에서 우리나라는 다시 한번 성공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을 통하여 비용부담을 최소화하고 이 바탕위에서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원별 에너지비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시도를 새로이 시작할 수 있다. 이것이 가장 현명하고 손쉬운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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