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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주도하는 ‘길잡이’의 역할을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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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주도하는 ‘길잡이’의 역할을 기대

이영원_GS칼텍스 상무

“네, 10점입니다. 금메달입니다.”
한국양궁대표팀은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양궁 전종목 석권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이번 결과는 지난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의 전종목 우승에 이은 것으로, 2회 연속 전종목 석권이라는 또 하나의 전설을 만들어 냈다.

물론 한국양궁의 탁월한 실력은 어제 오늘의 얘기만은 아니다. 한국양궁은 이미 지난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 전종목 우승을 달성했고 1998년 방콕대회와 2006년 도하대회, 그리고 이번 대회까지 아시안게임에서만 총 4회 전종목 석권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작성했다.

비단 아시안 게임에서만이 아니다. 각종 세계 대회에서의 눈부신 성적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한국양궁이 올림픽에서 기록한 금메달의 수는 남ᆞ녀 개인전과 단체전을 포함16개에 달하고 은메달, 동메달의 수까지 포함하면 수십개에 달한다.

결국 세계 양궁협회는 한국 양궁의 금메달 독식을 방지하기 위해 단체전 참가 인원수를 줄이고 올림픽 라운드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고 바람부는 곳에 양궁장을 설치하여 실력이 아닌 외부변수로 경기결과가 좌우되도록 경기의 틀 자체를 변경했다. 심지어 동메달 박탈 규칙마저 신설하여 한국 선수들이 1,2,3등을 모두 쓸어가 버리면 3등은 자동 탈락하고 4등이 동메달을 차지하도록 했다. 정말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하지만 세계양궁협회는 우리의 정당한 항의마저 묵살한 채 새로운 규정을 적용했다.

이 모든 일이 대한민국이라는 하나의 국가를 견제하기 위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어느 스포츠 종목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보기 어렵다. 동등한 조건에서 자신의 기량을 최고로 발휘하면서 정정당당하게 경기를 해야 한다는 스포츠 정신은 온데 간데 없고 대한민국 양궁 선수들의 발목잡기가 공공연히 이루어졌다. 정말 부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더욱 대단한 일은 이러한 불공정한 룰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양궁선수들은 여전히 세계무대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적이 아닐 수 없다. 무엇이 이러한 기적을 가능하게 한 걸까?

많은 전문가들은 두터운 선수층과 선수들의 강한 정신력, 코치와 선수들간의 신뢰감, 그리고 부단한 노력 등을 그 원인으로 꼽고 있다. 그 가운데 첫 손가락으로 꼽는 요인은 바로 ‘변화에 대한 대응능력’이라고 지적한다.

단체전 참가인원수를 줄이고 올림픽 라운드를 도입하자 강도 높은 훈련과 더욱 강화된 팀워크로 이에 대응했고, 바람부는 양궁장이 등장하자 선수들은 바람의 반대편으로 화살을 쏘아 10점 만점을 맞추었다. 그밖에 해병대 무박3일 행군, 12m 다이빙 훈련, 120m 번지점프, 잠실야구장 소음특훈 등 한국 양궁 선수들의 훈련은 그 모든 변화를 수용하고 확고부동한 1위의 자리를 더욱 공고히 하기에 충분했다.

정유업계는 최근 거센 변화의 바람이 맞고 있다. 고유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정제 마진율은 점점 떨어지는 한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기후변화협약 및 신재생에너지 개발의 압력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더욱이 에너지관련 정부정책의 변화와 그에 따른 유통구조의 개편, 경쟁 심화, 그리고 그로 인한 수익성 악화 등 정유업계는 한마디로 격동기를 겪고 있다. 이로 인해 사업구조의 개편, 조직 재정비 등으로 저마다 자생력을 높이기 위한 활로 찾기가 한창이다. 기존에 유지해 왔던 관행을 그대로 답습해서는 에너지 수급의 안정성은 물론 조직의 영속성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위기상황이다.

이러한 위기의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통찰력을 지닌 길잡이의 역할이다. 외부환경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기 보다 축적된 전문성과 자신감을 통해 주도적으로 환경을 변화시키는 역할이 절실히 필요한 시대이다.

석유협회가 해야 할 역할이 바로 이것이다. 석유협회는 외부 환경변화를 직시하여 문제점과 변화의 큰 흐름을 읽고 업계가 공동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안내해주는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변화를 예측하고 변화를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상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정책대응 능력, 조직내 구성원간의 믿음과 체계화된 팀워크는 석유협회가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본자질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한국양궁의 성공사례가 전달하는 교훈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석유협회 30년.
그간 에너지 수급위기와 숱한 우여곡절 속에서도 에너지업계의 길잡이로서 그 역할을 다 해온 석유협회에 박수를 보냅니다. 아울러 앞으로도 한국 에너지업계의 등대와 같은 역할을 지속해 주기를 바라며 축하의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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