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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유통시장의 변화와 발전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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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유통시장의 변화와 발전방향

강승진_한국산업기술대학교 에너지대학원교수

우리나라의 석유유통시장은 크게 2차례에 걸쳐 변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 처음 변화가 1990년대 중반에 진행된 석유산업 자유화이다. 두 번째는 2008년 전후로 진행된 유가안정 차원에서 진행된 석유유통제도의 변화다. 이러한 유통제도 변화를 거치면서 석유시장의 자율성이 확대됨과 동시에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러한 경쟁 상태는 앞으로도 석유시장이 변화될 여지가 있다는 의미이다. 문제는 석유시장이 어떠한 방향으로 변화해 가야 바람직한 방향인가 하는 것인가

1960년대 우리나라에 정유소가 도입된 이후, 석유는 일종의 전략물자로 간주되어 정부의 엄격한 통제를 받았다. 정유업이나 주유소 진출조차도 정부의 허가를 받던 시기였다. 석유유통구조도 정유사, 대리점, 주유소 등의 엄격한 3단계 판매구조를 유지하고, 석유산업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못하게 규제되었었다. 이를 테면 정유사는 석유대리점이나 주유소를 할 수 없었고 대리점은 주유소를 영위할 수 없도록 취했던 조치들이 그것인데, 그 배경에는 외국 자본이 내수 석유유통시장까지 지배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 컸다. 과거 이승만 정부 시절 국내 유일의 석유수입사 겸 대리점이었던 코스코라는 회사가 석유 공급권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던 아픈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엄격한 석유유통구조는 상황에 따라 다소의 변동은 있었으나 70-80년대까지 계속 이어져 왔다. 이때 정부규제는 두 차례의 석유파동으로 인아여 강화되었으며 석유수급 및 가격의 안정화에 목적을 두고 있었다. 석유가격은 정부의 엄격한 관리를 받고 있었으며, 정유사, 대리점, 주유소 등 판매단계별로 가격은 정부가 결정하여 발표하였다. 이러한 석유시장의 변화의 시초는 1980년대 중반 이후에 발생한 석유가격 하락, 이후부터 시작된 자동차 붐에 따른 석유수요 급증, 그리고 정부 유가관리제도의 부작용 등이었다. 그리고 1990년대 중반 들어 전세계적인 자유화‧개방화 추세에 따라 우리나라 석유산업도 큰 변화를 격기 시작하였다.

1990년 중반 이후 국내 석유유통시장은 자유화․개방화의 추세에 따라 자율적 시장경쟁체제로 정책이 전환되었다. 정부는 여건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1995년 석유사업법을 전면적으로 개정하여 경쟁구조 강화를 위한 일련의 조치 수행하였다. 석유판매업의 허가제가 등록제로 변경되고, 석유유통업 및 석유정제업에 대한 외국인투자가 허용되고, 석유제품 가격이 자유화 되었으며, 석유제품 수출입도 자유화되었다. 또한 그동안 제한되었단 정유사-주유소간 직거래 허용으로 유통경로가 자유화되었다. 이에 따라 1997년부터 석유사업자는 일정 요건만 갖추면 자유롭게 석유유통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같은 자율화 조치를 같이 시행하는 이유는 국내 석유시장에 외부경쟁이 유입되도록 하여 가격경쟁을 촉진시키기 위한 것이다.

석유산업 자유화 이후 국내 석유유통시장은 크게 변화되었다. 1997년말 외환위기 이후 석유수요는 정체되는 반면, 정제능력은 수요를 크게 초과하여 공급과잉 상태에 있으며, 대리점 및 주유소 등 석유사업자의 수는 크게 증가하여 석유시장은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유가와 유류세 인상에 따라 유사석유제품 및 면세유 불법유통, 무자료거래, 상표표시 및 수평거래 위반 등 석유유통시장은 매우 혼탁한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일부는 제도와 현실이 맞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이며, 일부는 석유사업자의 영리추구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석유산업이 자유화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제도적으로 아직도 영업범위 및 방법에 대한 제약이 다수 존재하고 있었다. 이러한 제약은 석유사업자 간에 유통되는 가격의 불투명성과 더불어 석유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였다. 따라서 석유사업의 영업방법 및 범위에 대해 최소한의 규칙만 정하고 나머지는 과감하게 자율화할 필요성이 있었다.

이렇게 석유유통구조 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2008년 들어 사상 초유의 고유가로 인하여 국내 석유제품의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유류에 대한 세금을 낮추는 등의 조치와 함께, 그동안 논의 되었던 석유유통 관련 제도를 한꺼번에 바꾸면서 국내유가 안정을 도모하고자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8년초 석유제품 가격 안정화를 위해 일련의 석유유통시장 개편 조치를 단행하였다. 1997년 석유산업 자유화 이후 단편적으로 언급되어 오던 석유유통 관련 각종 제도들을 한꺼번에 변경하였다. 석유유통제도 변경의 핵심은 사업자간 경쟁을 촉진시켜 유가를 안정화 시키고, 유가정보 공개 확대를 통하여 소비자가 저렴한 유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석유 판매자간 경쟁촉진을 위해 석유수입조건을 완화시키고 사업자간 수평거래를 허용하였으며 상표표시제를 폐지하였다. 또한 주유소별 석유제품 판매가격을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대형 할인매장에 주유소 설립을 장려하여 주유소간 경쟁을 촉진하고자 하였다.

주유소 사업자들은 상표표시고시 폐지를 비롯해 다양한 석유유통구조 개편을 요청해왔고 상당부분이 받아 들여졌다. 하지만 주유소업계는 희망했던 것들을 얻었는데도 실질적으로 경영여건이 개선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석유 판매량이 늘어나지 있는 상황에서 각종 물가 상승 요인이나 판매비용의 증가로 주유소의 마진 역시 늘어나야 하겠지만 주유소의 수가 너무 많은데다 과당 경쟁으로 마진을 확대하는 것이 쉽지 않으며, 이러한 현상이 심화될 겨우 여러 가지 부작용이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주유소당 연 평균 석유 판매량이 1만 드럼 정도에 불과한데, 새로운 주유소의 등장은 경쟁의 차원을 넘어서 생존의 문제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 그렇다고 주유소의 등록을 인위적으로 막을 수 도 없다. 결국 주유소의 입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위당 판매량이 많던지 마진을 늘리던지 최소한 둘 중 한가지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그렇다고 주유소 스스로가 마진이 늘리려는 시도는 사회적인 요구와 맞지 않는다. 정부가 석유유통 구조개편 작업을 벌이는 배경은 유가안정을 통해 소비자 후생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또한 주유소가 마진을 늘리려는 노력이 이뤄지게 되더라도 대형마트 주유소나 셀프 주유소가 견제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고 그런 면에서 주유소업계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선택이 될 것이다.

일본의 경우 지난 1990년대 석유산업 자유화 이후 주유소의 수가 크게 줄어 들었다. 때 6만여개가 넘던 주유소가 4만5000여개로 감소한 바가 있다. 우리나라도 영세한 지방 주유소들을 중심으로 경쟁 및 여건변화에 따라 많은 주유소들이 문을 닫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그 과정에서 일본의 경우처럼 문 닫는 주유소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필요해 보인다. 주유소의 경영이 어렵다고 정부 자금으로 영업을 지원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폐업한 주유소가 흉물스럽게 방치되면서 환경이나 토양을 오염할 수 있는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 정부 차원에서 문을 닫는 주유소들이 폐업하거나 방치되면서 토양 등을 오염시키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필요해 보인다.

정부가 다양한 석유유통구조 개편작업을 추진한 근본적인 배경은 경쟁촉진을 통하여 유가를 안정화시키기 위한 목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정부는 관행으로 이뤄지던 정유사-주유소간 배타적 공급계약 지양, 사후정산제 폐지, 타 정유사 제품 혼합판매 등 경쟁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사사건건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부작용이 우려된다.

차라리 정부는 시장의 룰을 만들고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정부는 큰 틀에서 석유유통 시장제도 과감하게 바꾸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즉, 석유유통시장을 석유제품 생산/수입업과 판매업으로 이원화 하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대리점이 주유소를 겸업하고 있고, 다수의 법인주유소 등 주유소 잡단이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리점”이라는 조직은 그 존립 의의가 많이 퇴색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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