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지난호 보기
협회보 바로보기 협회보 다운로드 전체 목차보기

유로5 배출 허용기준 실시로 클린디젤 전성시대를 열다

ICON ICON

유로5 배출 허용기준 실시로 클린디젤 전성시대를 열다

이경섭 | 재독 자동차 전문가 자동차 컬럼리스트
First Avenue Consult Germany 대표

작년부터 시작된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직접 맞은 것은 금융기관이라기보다 자동차 산업이었다. 그 원인과 이유 등 각종 분석 자료들이 많이 나와 있어 새삼스럽게 다시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분명한 것은 자동차 산업이 위기에 몰리자 자금지원 등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과 세제혜택 등의 간접적인 지원이 주어지면서, 동시에 자동차업체에게 생산규모를 줄이거나 구조조정을 요청하고 친환경 자동차생산을 적극 유도하기에 이르렀다. 전 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이 친환경 자동차로 여러 형태의 자동차모델들을 선보였다. 그중에서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전기자동차, 하이브리드 그리고 클린디젤이다.

이 친환경 컨셉 자동차 모델들 중 가장 많은 언론의 포커스와 각광을 받으면서 등장한 것이 전기자동차다. 가장 최근에 나온 친환경 컨셉처럼 보이는 것도 전기자동차이다. 하지만 전기자동차가 처음 선을 보인 것은 내연기관이 자동차의 심장으로 나오기 이전에 이미 소개되어 나왔으니 사실은 매우 오래 된 낡은 컨셉이다. 미래의 언젠가는 반드시 자동차의 바퀴는 꼭 전기모터가 담당할 날이 올 것이라는 전망은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클린디젤, 전기자동차, 하이브리드 자동차들 중 당장 실현가능성이 가장 낮은 것으로 전기자동차를 꼽는다. 클린디젤과 하이브리드자동차는 이미 시장에 상품으로 나와 고객들에게 선보이며 판매경쟁에 돌입했지만 전기자동차는 아직 인프라구축과 판매 전략 등을 소개하는 수준이다. 작금의 산업구조가 아직은 내연기관위주로 편성된 탓이 크고 전기에너지의 생산과 유통 그리고 저장에 석유에너지 의존도가 너무 높은 탓이다. 결정적으로 자동차에 있어 전기에너지는 휴대하기에 아직 많은 경비가 들고 불편함이 따르기 때문이다.

 전기모터와 내연기관이 결합된 하이브리드는 원래 대도시의 인구밀집 지역내에서 오염물질을 내놓지 않는 게 목적이었다. 최근엔 하이브리드가 연료소비를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컨셉으로 소개되고 있지만 원래부터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이상의 동력변환기가 장착된 하이브리드는 무게가 무겁고 동력 변환에 따른 에너지손실이 커서 전체적인 에너지사슬관계에서 효율성이라는 면을 고찰해보면 친환경적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니 일정한 지역 내의 특정한 조건하에서만 친환경이라고 할 수 있는 좀 특별한 모델이다. 그나마 연료소비를 줄이고 효율을 높이려면 연료절약 컨셉인 디젤엔진과 전기모터를 결합한 디젤하이브리드가 하이브리드시대 끝자락에라도 서게 될 것이다. 전기자동차와 하이브리드에 관한 내용은 다음 기회에 자세히 다루기로 하고 여기에서는 실제적인 친환경으로 불리는 클린디젤에 관하여 논해보고자 한다.

클린디젤이란 유럽의 배기가스기준치인 유로 5의 충족 여부와 맞물려 있다. 배출가스기준치인 유로 5를 충족해야 클린디젤이다. 그렇지 못한 디젤엔진은 클린디젤이라고 할 수 없다. 배출가스기준 유로5란 무엇인가? 배출가스기준치 혹은 연료소비기준치라고도 불리는 이 유로 5는 일정한 조건하의 실험실에서 특정한 운행방식과 거리를 모의주행하는 테스트방식을 말한다. 2006년도 말 유럽의회에서 정하고 2009년 9월 01일부터 발효된 자동차(승용차)배출가스 기준치 유로5 는 기존 유로 4 기준과 디젤엔진에 있어 크게 두가지면에서 다르다. 우선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매연의 획기적인 저감이다. 유로5에서는 유로4기준에 비해 매연물질을 무려 80%나 줄여야 한다. 새로운 유로5의 매연 허용 기준치 5mg/km은 기존 유로4 기준치인 25mg/km에서 무려 20mg/km를 줄여야 가능한 일이다. 여기에 유로4에서는 규제대상이 아니었던 질소화합물도 규제대상이 되면서 질소화합물의 배출규제가 더 큰 문제로 대두되었다. 질소화합물의 배출은 휘발유엔진에서 킬로미터당 60mg를 초과해선 안 되고 디젤엔진에서는 킬로미터당 180mg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정했다. CO배출은 유로 4와 같이 휘발유엔진은 킬로미터당 1000mg 디젤엔진은 500mg이다.

그래서 기존 디젤엔진에 매연필터인 DPF만 장착해서는 클린디젤이 될 수 없다. 매연뿐만 아니라 질소화합물까지 일정 수준 아래로 낮출 수 있어야 한다. 매연을 킬로미터당 5mg이하로 낮추려면 연료를 순간연소를 하는 실린더안에서 완전연소에 가깝게 유도해야하고 매연필터장치도 기존 시스템과는 많이 달라져야 한다. 짧은 시간에 연소를 하는 실린더안에서 완전연소에 접근하려면 연료의 분사시기와 분사량이 공기온도와 습도와 같은 조건들과 하중여부의 상태에 따라 아주 정확해야 가능하다. 2000바이상의 초고압 분사장치가 필요하고 밀리초단위의 정확한 분사타이밍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90년대초에 개발된 디젤연료 분사장치인 커먼레일 방식에 ECU 라는 컴퓨터가 엔진에 장착됨으로서 이를 가능케 했다. 배기가스 필터시스템도 진화를 거듭했다. 질소화합물을 분해하려면 배기가스 시스템 내에서 요소을 뿌려주어야 했고 이를 기존의 DPF와 접목한 SCR시스템이 개발되었다. SCR 배기가스시스템 내에서 요소를 분사해 주어야 하는데, 독일 자동차공업협회가 등록한 최초의 등록상표인 Adblue는 바로 이 요소를 상표로 등록한 것이다. 이미 이러한 요소물질들은 우리나라의 화학회사들도 상표로 등록해 시판하고 있다. 즉, 디젤엔진의 연소개량을 위한 분사장치의 개발과 후처리시스템의 개발이 클린디젤의 핵심이다.
이제 클린디젤엔진에서 매연은 찾아볼 수 없게 됐고 질소화합물의 방출도 규제할 수 있게 되었다. 요즘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는 이산화탄소는 디젤엔진이 휘발유엔진에 비해 약 50%까지 적게 방출한다.

승용차에 디젤엔진이 적용된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는 클린디젤엔진개발이 유럽에 비해 많이 뒤떨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내 승용차의 연료시장에서 휘발유와 LPG가 압도적으로 점유하고 있다 보니 디젤은 상용차나 버스 등 대형에만 적용되어 상대적으로 개발에 힘쓰지 않은 결과다. 그러나 독일 등 유럽에서는 이미 상용차부분에서부터 엔진 및 후처리테크닉을 발전시켜 진작부터 클린디젤엔진으로 바꿔왔다. 지난 90년대 초 공영 베를린 시내교통측은 모든 시내버스에 매연필터를 장착하기로 결정했다. 무려 수년간 천연가스와 매연필터를 놓고 필드테스트를 한 결과를 토대로 분석한 결정이었다. 한마디로 디젤엔진에 매연필터를 장착하는 것이 천연가스엔진으로 교체하고 천연가스충전소를 설치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고 공해오염방지 효과가 크다는 것이었다. 경미하지만 천연가스엔진에서 방출되는 무색무취의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의 방출도 천연가스 버스나 차량이 많은 숫자로 늘어나면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도 매연필터로 결정하는데 한 몫을 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베를린시내버스공사가 천연가스엔진을 배격하고 디젤엔진의 매연필터로 결정한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경제성이었다. 그렇다고 천연가스버스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지금도 계속 필드테스트를 하고 있다. 미래에 확보될지도 모를 경제성을 위해..... 그리고 에너지시장의 포트폴리오를 위해...

우리나라가 클린디젤엔진개발에 뒤떨어진 것은 많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디젤엔진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깨끗한 디젤엔진에 대한 올바른 내용의 홍보가 부족한 탓이다. 여기엔 메이커와 정부의 책임도 있다. 올바른 클린디젤에 대한 정책이 미흡했고 디젤엔진으로는 친환경에 도달할 수 없다는 일반인들의 인식을 방치했다. 아직도 일반인들의 디젤엔진에 대한 인식이 60년대에서 머문 것은 메이커의 휘발유위주의 승용차 판매 전략에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정부와 업계의 디젤엔진의 배기가스 후처리시스템개발도 더디고 늦었지만 더 늦은 것은 시행착오로 인한 클린디젤엔진의 연구 개발 시기를 놓쳤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유로5가 9월 01일부터 시행됐고 유로6가 오는 2014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유럽에서 지금부터 구비하는 디젤자동차는 모두 유로5이다. 비록 유로5는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유로6를 준비하면서 부지런히 클린디젤엔진 연구와 개발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곧 따라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에서 물자수송과 교통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중대형 상용차와 버스 등 분야는 앞으로도 결코 디젤엔진을 포기할 수 없는 분야이다. 상용차는 물론 앞으로 승용차도 연료의 포트폴리오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전기자동차가 본격적으로 교통기관에 실용화되기까지는 앞으로도 10년 이상의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 기간 동안은 적어도 강화되는 배출가스규제에 맞추는 휘발유엔진은 물론 클린디젤로 가야만 진정한 친환경자동차라 할 수 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