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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연비/온실가스 기준강화의 의미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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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연비/온실가스 기준강화의 의미와 과제

홍창의 | 관동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최근 세계는 경제위기와 자동차 시장의 지각 변동 상황에서 필사의 생존전략으로 『그린 카』개발 경쟁에 돌입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자동차 산업을 주도하던 미국에서는 이미 GM이 무너진 상태고 크라이슬러와 포드도 대대적인 구조조정의 아픔을 겪고 있어 새로운 탈출구를 『그린 카』개발에 두고 있다. 유럽연합(EU)도 클린디젤, 디젤 하이브리드 차 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상용화까지 추진하고 있는 추세이다. 일본은 두말할 필요 없이, 하이브리드의 원천 기술시장의 선두주자이다. 결국 세계가 『클린디젤 자동차』를 기반으로 한, 하이브리드로 환경과 연비를 동시에 타깃으로 하는 자동차 시장의 세분화를 지향하고 있는 셈이다.

대기환경에 피해를 주는 여러 오염원 중에서 자동차는 온실가스의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다. 자동차는 국민생활과 밀접하고 매연과 같은 공기오염을 개인이 피부로 느낄 수 것이기에 환경 개선대상으로서의 상징성이 매우 크다. 그러한 맥락에서 정부는 과감한 규제와 인센티브 도입을 통해 자동차업계로 하여금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게 하여 자동차 산업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면서, 국민들에게는 저탄소·고효율형 자동차 이용문화를 고취시켜 에너지절약과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공략하는 뜻을 담기 위해 『자동차 연비 및 온실가스 배출기준 개선방안』을 내놓았다고 본다.

녹색성장위원회는 빠르면 2012년부터 단계적으로 자동차 업계의 평균 연비를 17㎞/L 이상으로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도 140g/㎞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을 시행키로 했다고 7월 6일 밝혔다. 지금까지는 자동차 배출가스의 규제와 연비에 대한 기준이 있다 해도, 처벌과 실효성이 미미했다. 이번에 발표된 정책은 그 기준의 강화와 연비에 대한 실질적 규제의 성격이 새롭게 등장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연비에 대한 규제는 미국 16.6㎞/L보다 오히려 높은 수준이고 온실가스 규제는 유럽연합(EU)이 적용하고 있는 기준 130g/㎞에는 못 미치지만, 현재 우리의 여건상으로는 그렇게 녹녹한 제약만은 아니다. 그래서 국내 자동차 소비형태 및 업계의 여건 등을 고려해 2012년부터 전체 차량 연비기준을 30%, 2013년 60%, 2014년 80%, 2015년 100%로 단계적으로 높여갈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정부는 연비 규제와 온실가스 규제 모두 각각의 장점이 있고 또한 필요성도 있음을 감안해, 연비와 온실가스 규제 기준의 벌칙을 병렬로 설정하고 업계가 둘 중의 하나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향후 패널티를 단일화하고 업계의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제도를 보완·발전시키겠다는 복안인 것 같다.
이와 함께 연비와 온실가스 측정방법과 절차도 선진국의 사례를 심도 있게 연구·검토하여 개선해 나갈 모양이다. 실제로 연비 측정방식을 미국식으로 전환만 해도 연비가 15~18% 자동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한, 자동차 업계의 기준 달성과 『그린 카』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신축성 부여 제도는 물론이고 저탄소 고효율 차 구매자에 대해서도 인센티브 지원을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세상이 변하듯이 자동차 세금도 진화해야 한다. 2010년 이후 자동차 개별소비세 등 과세 기준이 현행 『배기량』에서 『연비,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바뀐다고 한다. 적은 에너지로 달리면서 오염물질을 적게 배출하는 차를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세금 혜택을 더 주기로 한 것은 매우 합리적인 생각이다.

액화천연가스(LPG) 하이브리드 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PHEV)에서 수소연료전지차량까지, 『그린 카』에 대한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도 대폭 늘어난다. 지식경제부는 2010~2013년 2,625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고, 환경부와 국토해양부는 같은 기간 각각 700억 원, 259억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이 실행되면 오는 2015년까지 약 800만t(이하 누적 기준), 2020년까지 약 2,500만t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면서 “2015년까지 약 1,500만 배럴, 2020년 4,200만 배럴 석유 등 에너지 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고 예견하고 있다.

정부가 큰소리치는 대로 다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문제는 지금 시장에 출시되어 있는 국산제품이 대부분 LPG 하이브리드 차량이라는 데 있다. LPG를 연료로 사용하면 휘발유보다 상대적으로 싼 LPG의 가격적인 면이 부각되어 마치 LPG 하이브리드가 연료절약형이고 저탄소 차량이라는 착각을 소비자에게 줄 수 있다. 실제로 LPG의 연료 연소효율은 경유는 물론이고 휘발유보다도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경유와 동일한 효율을 내려면 연료소모를 더 많이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클린디젤 차량』이나 『경유를 기반으로 한 하이브리드 차량』을 극구 주장해 온 것이다.

연비를 좋게 해서 국가의 에너지절약을 이끌어 내고 배출가스를 줄여 보겠다던 순수한 의미의 녹색성장위원회 정책은 지식경제부와 환경부의 어처구니없는 LPG 하이브리드 차량 억지에 퇴색하고 있는 형국이다. 결국 연비제고와 저탄소의 당초 목적은 온데간데없어지고, 장애인이 아닌 일반인에게도 준중형 LPG 승용차량을 허용하는 이상한 정책으로 비뚤어지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원유야 전량 수입하지만, 휘발유와 경유는 우리의 순수 국산제품을 쓰고 있다. 그러나 과도하게 많은 LPG 차량들 때문에 LPG는 국내 정유로는 부족하여 제품단위로 수입까지 하고 있는 형편이다. 앞으로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LPG 하이브리드 차량들로 인해, 외국산 LPG를 다른 나라로 부터 수입하는 일은 더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렇게 외국제품인 LPG를 수입까지 해가면서 하이브리드라는 허울 속에 연비가 열악한 LPG 차량보급을 대폭 확대하려는 속내를 모르겠다. LPG 연비를 개선하기 위해 새롭게 개발한 LPI 엔진이라 해도 클린 디젤엔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수준이 떨어진다.

또한, LPG 연료를 달가워하지 않는 세계 자동차 시장을 외면한 채, 자기만족을 위해서 혹은 스스로를 세뇌시키고 집단 최면에 걸려가면서까지, 우리가 아무리 훌륭한 LPI 하이브리드 카를 만들어도 우물 안 개구리일 수밖에 없다. 다른 나라는 우리의 LPG 하이브리드 카를 거들떠도 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연료세금 차별로부터 비롯된 착시현상에 취해, LPG 하이브리드 카에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에 우리의 경제동력을 이끌었던 자동차 수출은 분명 둔화될 것이고 그 시장은 고스란히 일본에게 내줄 공산이 크다.

과세 기준이 현행 『배기량』에서 『연비,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바뀌는 정책이 좋은 제도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LPG 우대정책은 철폐되어야 한다. 아직도 경유는 환경오염이 제일 심한 연료라는 그릇된 정보의 우산 속에서 클린디젤을 알려고도 하지 않고 ‘경유’와 ‘디젤유’가 다른 것 아니냐고 볼멘 소리하는 무식이 정부부처에 존재하는 한, 녹색성장 대국으로 가는 길은 요원하다. 일부 경제 부처의 조급한 실적주의와 한건주의 욕심 때문에 국익(國益)이 걸린 사업이 졸속으로 추진된다면, 큰 실망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산업이 미래 『그린 카』 세계시장을 선점하고 주도하기 위해, 정부가 어떤 선택을 하고 무엇에 집중을 해야 할지를 깊이 고민한 뒤, 국가 에너지 수급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자동차관련 세금에 관한 최적의 해법을 찾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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