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인센티브 제도의 시사점
이용규 | 한국기계연구원 그린환경기계연구본부 선임연구원
지구 온난화에 따른 온실 가스 배출 저감에 대한 필요성과 화석 연료의 고갈 위기에 따른 지속적 유가 상승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동차 문화에 고효율 친환경 자동차라는 새로운 기술적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2009년 5월 19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6년까지 자동차의 평균 연비를 15km/l 까지 향상시키고 유해 배기가스 배출량을 현재 기준보다 1/3가량으로 줄이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자동차 연비향상과 배기가스 배출 억제책”을 발표하였다. 이것은 2008년도 미국이 계획한 2020년까지 CAFE(Corporate Average Fuel Economy : 미국 연료비 효율 기준) 기준이 14.87 km/l 인 것을 고려할 경우, 미국에서 판매 혹은 수입되는 모든 자동차 회사들의 기존의 규제에 대한 대응 기간을 4년 앞당겨야 하고 연비 또한 0.4 km/l 추가적으로 향상시켜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승용차의 경우는 16.6 km/l ,경트럭의 경우는 12.8km/l 로 연비를 향상 시켜야 한다. 년 간 4,300억 달러에 해당하는 석유를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이번 대책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미국은 이미 CAFE 규제에 의해 미국에서 판매되는 각 차량에 대하여 설정된 표준연비에 초과되는 0.1mg/gallon 당 5달러의 벌금을 차량대수에 곱하여 부과하여 왔으며, 작년의 경우, 벤츠는 2,894만달러, 폭스바겐은 450 만달러, 포르쉐는 123만달러 등의 벌금을 지불했다.
미국 도로교통 안전국(NHTSA) 자료에 따르면 현대기아자동차의 미국 수출 승용차 평균 연비는 14.3 km/l 로 미국 전체 평균인 11.7 km/l 보다 우수한 편이지만, 미국환경보호청(EPA) 통계에 의하면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종 중, 현재 미국의 새로운 연비 기준을 충족시키는 모델은 11개뿐으로 그 중 국산차는 한 종류도 없음을 고려할 때 국산 자동차에 대한 추가적인 연비향상을 위한 제도적, 기술적인 지원이 시급함을 시사해 주고 있다.
한편, 프랑스는 “생태∙에너지 지속가능 개발 및 계획부”를 2007년 1월에 출범시켜 그 업무의 일환으로 자동차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에 연계한 생태적 보너스제도를 2007년 12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즉,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신규 차량 구매자에 대해서는 ‘녹색 보너스(Green Bonus)’를 통해 보상해 주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차량의 경우에는 ‘생태적 벌금(Ecological penalty)’을 부과하여, 생태적 벌금의 수입을 녹색 보너스의 재원으로 사용하여 자동차 구매의 생태적 환경성을 증대시키고 있다.
녹색 보너스는 일반 구매자가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이 121~130 g/km 인 차량을 구입할 경우, 200 유로에 해당하는 차량 가격의 할인이나 추후 환불 방식의 보너스로 지급한다. 이러한 보너스 시스템에서 전기자동차와 같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60g/km 이하인 차량을 구매할 경우, 최대 5,000 유로의 보너스 해택을 받을 수 있다. 또한 기존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높은 차종을 폐기하고 저공해 차량을 구입할 경우, 추가로 300 유로에 해당하는 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
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60 g/km 이상인 차량의 경우, 200 유로에 해당하는 벌급을 지불해야 하므로 차량 구매 시 차량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250 g/km를 초과하는 경우 이러한 벌금은 최대 2,600 유로에 달한다. 프랑스는 이러한 생태적 보너스 제도의 시행에 앞서 이미 2006년 5월부터 자동차의 연료소비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 표시제도(CO2 labelling)’를 의무화하여 소비자가 자동차 구매시 이를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제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참고로 현재 프랑스에서 판매되는 현대 디젤 소나타 차량의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91 gCO2/km(표시등급 E)이며, 산타페와 투산의 경우는, 202 gCO2/km(표시등급 F)와 214 gCO2/km(표시등급 F)이다. 즉, 생태적 벌금 750 유로와 1,600유로의 부과로 인해 일반 구매자의 차량 가격 부담이 큰 상황이다.
스웨덴 정부는 ‘그린자동차(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20 g/km 이하인 자동차)‘에 대하여 향후 5년 동안 자동차세를 면제해 주는 환경세(Climate bill)를 제안하였고, 이 법안은 2010년 1월 1일부터 발효되며 2009년 6월 1일부터 소급 적용될 계획이다. 이 법안에 의하면 자동차세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120 g/km 기준에서 1g 초과될 때마다 5 크로나(824원 정도)가 증가하게 된다.
이탈리아의 경우 Euro 4와 Euro 5 배기가스 규제를 만족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40g/km 이하인 신차를 구입할 경우, 800유로의 구입비 지원과 함께 2년간의 자동차세를 면제해 주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이외에도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스페인 등 유럽의 12 개국 나라가 차량 구매자에게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한 환경부담 규제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2008년 9월 Economist지의 발표 자료에 의하면 2007년도 세계 자동차 제조업체별 2006년 대비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 저감 비율은 2.2% 수준이다. BMW의 경우 170 gCO2/km 로 전년대비 7.2% 수준을 향상시켰으며, 현대자동차의 경우 160 gCO2/km로 3.9% 수준을 향상시켰다. 반면 프랑스의 PSA Peugeot Citroen 과 Renault, 이탈리아의 Fiat 등은 이산화 탄소 저감율은 2% 미만으로 낮은 수준이지만, 2007년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41~145 gCO2/km로 다른 제조업체에 비해 월등히 우수한 이산화탄소 배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앞서 설명한 ‘녹색 보너스’ 등과 같은 정부차원의 고효율 저연비 차량에 대한 제도적 인센티브 제도를 통한 소비자의 자동차 구매 패턴의 변화가 자동차 제조업체의 기술개발을 유도한 것으로 판단되며 소비자와 자동차 제조업체가 서로 Win-Win 하는 이상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국제적인 분위기 속에서 국내의 경우,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에서 전기자동차, 태양광자동차, 하이브리드자동차, 연료전지자동차를 친환경적 자동차로 정의하고, 최근 천연가스 자동차와 클린디젤자동차를 포함시키고자 하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클린디젤 자동차의 경우는, ‘수도권 대기질 특별법’에 의하여 EURO 5 수준 이상을 미리 만족시키는 차량을 클린디젤로 정의하여 이를 생산하는 기업에 대하여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으나 EURO 5가 시행되는 2009년 9월 이후에는 이러한 인센티브의 설득력은 그 입지를 잃게 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물론 차세대 자동차의 방향이 온실가스와 환경 유해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적 자동차로 가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아직 전기자동차, 하이브리드 자동차, 연료전지 자동차와 같은 차세대 자동차에 대한 충분한 기술력과 보급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자동차에 국한하여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것은 너무도 미래지향적인 해결책이 아닐 수 없다. 실제 국내에 보급된 자동차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 140 g/km 이하를 만족시키고 있는 차량은 10종 내외이며 그 중의 50% 이상을 디젤 소형 자동차가 차지하고 있다. 또한, 하이브리드자동차와 전기자동차와 같은 차세대 자동차는 보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2013년부터 시행될 유럽의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120 g/km 규제와 2016년까지 강화될 미국의 연비 규제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단순한 차량의 구동방식과 연료 등에 기준을 둔 차별적인 보급 지원이 아닌, ‘얼마나 친환경적인가’에 기준을 둔 인센티브 제도의 마련이 필요하다.
이러한 실질적인 보급 지원을 통하여 자동차 완성업체의 기술 개발의 방향을 구동 방식과 연료 측면이 아닌 친환경적인 방향으로 유도하고 소비자가 차량 구매 시 친환경성을 먼저 고려하여 차량을 선택하는 패턴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제도의 마련이 시급하다. 이러한 문맥에서 세계 각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한 인센티브 지급과 범칙금 부과 제도는 우리나라의 친환경적 자동차에 대한 정의와 그 지원 방향이 어디로 가야 할지를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