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경제제재 해제의 한국 경제 파급 영향
조규림(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 10년만에 해제
건설·에너지·플랜트 및 정보기술·엔지니어링 등 진출 확대 기대
지난 2016년 1월 16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이 지난해 7월 주요 6개국과 타결한 공동행동계획 의무이행 조건을 충족했다고 밝혔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對이란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으며, 유럽연합(EU) 외교안보고위대표도 "이란에 대한 제재가 풀리는 이행일(Implementation Day)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이란의 핵개발 의혹과 관련해 2006년 UN과 미국, EU 등 국제사회에 의해 부과되었던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가 10년 만에 해제된 것이다.
이란은 GDP규모가 2014년 기준 4,040억 달러에 달하는 중동 제2의 경제 대국으로 인구규모가 약 7,798만명에 달하며, 원유 매장량은 1,580억 배럴로 세계 4위에 해당하는 등 인구 및 자원이 풍부해 경제성장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경제제재 해제로 이란이라는 거대한 시장이 열리면서 이란 경제에 대해 세계 주요국들과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과거 1970~1980년대 중동붐이 일어나면서 우리나라는 토목건설을 중심으로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로 진출한 바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이번 이란 경제제재 해제로 과거와 같이 이란과의 건설·에너지·플랜트 분야의 협력 기반이 더욱 강화되고 정보기술 및 엔지니어링 등 고부가가치 산업 분야로의 진출도 확대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확산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국내 경제로의 긍정적인 효과를 살펴보기 위해 우선 경제제재 조치 해제가 국제 원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對이란 경제제재가 강화되었던 2010년을 기점으로 이란의 주요 경제 지표 및 對한국 교역을 비교해 보았다.
제재 해제가 국제 원유 시장에 미치는 영향
이란의 원유수출량 확대시 저유가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이란의 경제제재 해제로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부문은 국제 유가이다. 2014년 상반기만 해도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던 국제 유가는 최근 20달러대를 기록하며 2003년 수준으로 돌아갔다. 유가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세계 석유시장의 지속된 초과공급을 꼽을 수 있는데, 이번 對이란 경제제재 해제로 인해 세계 석유시장의 초과 공급이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란 석유장관에 따르면 이란의 원유 생산량은 2014년 일일 평균 310만 배럴 수준에서 2016년 말 420만 배럴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란이 경제제재 강화 이전 수준으로 수출을 늘릴 경우, 이란의 원유 수출 규모는 111만 배럴에서 250만 배럴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국제 유가는 추가 하락 압력에 직면하여 저유가 상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 경우 저유가 지속을 우려한 OPEC의 감산 조치 가능성도 있어 향후 국제 유가의 향방을 섣불리 예단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한편 이란 경제는 이번 경제제재 해제 조치로 인해 원유 수출이 재개되면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제재 강화 이전 연평균 5.7%로 성장했던 이란 경제는 제재 강화 기간 중에는 연평균 5.0%로 오히려 축소되었다. 수출 증감률 역시 제재 강화 이전 연평균 29.4%에 달했으나 강화 기간 중에는 -3.3%로 하락했으며, 물가상승률은 연평균 16.5%에서 24.8%로 급등했다. 경제제재 강화로 부진에 빠졌던 이란 경제는 이번 해제 조치를 계기로 반등할 것을 기대된다. IMF에 따르면 이란은 원유 수출에 따른 수익이 GDP의 약 17%를 차지하고 있어 원유 수출 재개가 경제 회복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이란 경제에서 기대되는 부문은 자원개발 관련 투자 부문이다. 이란 석유부는 중장기적으로 석유, 가스, 화학 분야에 1,730억 달러 규모를 투자할 계획인데, 상류부문(Upstream)에만 600억 달러 규모이며, 정제 부문에 200억 달러, 석유화학 700억 달러, 효율 향상에 23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이란은 중동 국가 중 전반적인 인프라 상황이 가장 열악해 석유화학 부문만이 아니라 향후 도로․항만․항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규모 인프라 건설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인 IHS는 이란 건설시장 규모는 2015년 681억 달러에서 2020년 968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다만 최근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이란 수출 경기 및 내수 회복 속도는 다소 점진적일 가능성이 높다.
<그림1> 이란 주요 대내 경제지표 변화(경제 제재 강화 전후)
자료 : 현대경제연구원 ( 이란중앙은행 자료 이용 ).
주 : 1) 연평균 증가율 기준 .
2) 자료 취득의 한계로 2013 년까지 계산 .
<표1> 중동 주요국의 인프라 수준
|
도로 |
항공 |
항만 |
전기 |
종합 |
UAE |
4.6 |
6.7 |
6.5 |
6.6 |
6.4 |
바레인 |
5.4 |
5.2 |
5.7 |
6.2 |
5.6 |
오만 |
6.0 |
5.1 |
5.2 |
6.3 |
5.4 |
카타르 |
5.0 |
6.0 |
5.4 |
6.5 |
5.4 |
사우디 |
5.3 |
5.1 |
5.0 |
6.2 |
5.2 |
요르단 |
4.1 |
4.8 |
4.1 |
5.4 |
4.8 |
쿠웨이트 |
4.6 |
3.8 |
3.9 |
5.0 |
4.3 |
이란 |
4.1 |
3.2 |
4.0 |
5.1 |
3.9 |
세계평균 |
4.0 |
4.4 |
4.1 |
4.5 |
4.2 |
자료 : WEF(2014-2015).
주 : 7 점 만점 기준 .
對이란 수출의 증가 전망
특히, 차량·철강·기계류 등의 중화학공업 부문이 수혜
이란의 경제제재 해제로 국내 경제 역시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수출 측면에서 보면 그 동안 감소했던 對이란 수출이 증가세로 반등할 전망이다. 한국의 對이란 수출 증감률은 경제제재 강화 이전 연평균 26.6%에 달했으나 강화 이후인 2010~2014년에는 -2.5%로 감소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번 경제제재 해제로 향후 이란의 원유 수출 재개에 따른 구매력 상승, 대규모 투자에 따른 자본재 수입 확대 등이 예상됨에 따라 對이란 수출이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對이란 수입은 수출보다 더욱 크게 감소하였다. 경제제재 강화 이전 32.5%에 달했던 수입 증가율은 경제제재 강화 이후 -9.9%로 급락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대이란 수입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원유 수입이 감소한 것에 의한 영향이 크다. 경제제재 강화 이전 연평균 7,600만 배럴이었던 이란산 원유 수입 물량은 경제제재 강화 기간에는 연평균 6,200만 배럴로 감소했다. 이란의 원유는 중동지역 다른 국가의 원유 단가(53.6달러/배럴, 2015년 1~10월 평균) 보다 낮은 수준인 51.5달러/배럴을 보이고 있어 향후 이란으로부터의 원유 수입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란 내 투자 확대로 인해 국내 중화학 공업 부문의 수출이 확대될 전망이다. 산업 전반에 걸쳐 수출 증대가 예상되지만, 그 중에서도 차량 및 철강, 기계류 등 중화학 공업 부문의 수출이 상대적으로 수혜를 크게 입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란의 투자 확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기계 품목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경제제재 강화 이후 수출증가율이 크게 하락했던 승용차와 자동차 부품 등 운송기계류의 수출이 상대적으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중동 국가 중 상대적으로 제조업 부문이 발달된 나라로 현재 이란 정부는 자동차 및 부품 산업을 핵심 육성 산업으로 선정하고 노후화된 상용차 교체 및 천연가스 차량 생산의 증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이란 정부의 의료 시설 확대 및 서비스 현대화를 위한 투자 증대가 예상됨에 따라 광학 및 의료용기기의 수출 증가세도 지속될 전망이다.
건설 및 플랜트 수주의 증가도 국내 기계 품목의 對이란 수출 확대를 견인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對이란 수주 실적 건수는 경제제재 강화 이전(2005~2008년)의 연평균 2.3건에서 강화 기간(2010~2014년) 연평균 1건으로 감소한 상황이다. 수주 금액 역시 경제제재 강화를 전후로 연평균 3.8억 달러에서 0.2억 달러로 급감했다. 이란의 경우 에너지 관련 산업설비 프로젝트에 편중된 다른 산유국과 달리 토목과 건축 사업의 다양한 공종의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어 이들 부문의 진출과 더불어 건설용 기계 장비의 수요 역시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그림2> 한국의 對이란 수출입 증감률 변화 (경제제재 강화 전후)
자료 : 현대경제연구원 ( 한국무역협회 자료 이용 ).
주 : 기간중 연평균 증감률 기준 .
<표2> 한국의 對이란 기계품목별 수출
증가율 변화(경제제재 강화 전후)
|
경제제재 강화 이전 (2005~2008 년 ) |
경제제재 강화 기간 (2010~2014 년 ) |
자동차부품 |
10.7% |
-9.1% |
건설중장비 |
13.8% |
2.2% |
공기조절기 |
-3.8% |
15.3% |
펌프 |
65.8% |
-3.9% |
의료용기기 |
65.8% |
17.5% |
승용차 |
92.9% |
-52.3% |
냉방기 |
55.6% |
10.1% |
섬유기계 |
37.9% |
-16.6% |
원동기 |
37.6% |
-12.6% |
철도차량 |
87.1% |
12.2% |
자료 : 현대경제연구원 ( 한국무역협회 자료 이용 ).
주 : 1) MTI 4 단위 기준 상위 10 대 품목 .
2) 기간 중 연평균 증감율 .
국제석유시장에 재진입하는 이란
기술이나 원가측면의 차별화 전략 및 정부차원의 대책 마련
이번 경제제재 해제 조치는 자원 부국인 이란이 국제석유시장에 재진입하는 계기이자 이란 경제가 재부상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주요국들 및 글로벌 기업들 역시 이러한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이란과의 경제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이란의 경제제재 해제에 따른 국내 경제의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무엇보다 정부 차원의 對이란 진출 지원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미 중국, 인도 등 국가들은 경제제재 기간 동안 막대한 국가자본을 바탕으로 이란의 건설, 플랜트 등 시장으로 진출한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 현지 유전 개발이나 원유 수입 확대에 대해 지원함과 동시에 수출금융·무역보험 등 금융지원을 확대하는 등 이란 진출기업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경제제재 해제 조치가 본격화될 시기를 대비하여 우리 기업들의 對이란 투자 진출 기회를 적극 모색해야 한다. 2010년 이후 우리나라의 對이란 신규 건설수주 실적은 전무한 반면, 중국과 인도 등 국가가 대거 진출하는 등 위협 요소들이 상존해 있으므로 이란시장 진출 시 기술이나 원가 측면에서의 차별화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또한 우리나라는 보건, 의료, ICT, 문화 부문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유한 만큼 이를 활용하기 위해 전략적인 진출 로드맵을 구성하여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이란에서의 한류 확산을 활용하여 관련 소비재 및 문화 상품의 시장 점유율 제고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란 원유생산 증대에 따른 낮은 가격의 이란산 원유를 확보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란산 원유 공급 증대로 유가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란산 원유를 선제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이란 정부와의 외교적 노력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이란의 원유 공급 증가는 우리나라 정유 기업들의 정제 마진 개선과 내수 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1) 경제제재 강화 이전은 2005~2008 년이며 , 강화 기간은 2010~2014 년 ( 단 , 2009 년은 금융위기 직후인 점을 감안하여 제외 ).
2) CNN Money, "Iran sanctions lifted: Brace for oil shakeup", 2016.1.16.
3) 에너지경제연구원, 2016년 1월, ‘이란 경제제재 해제에 따른 영향과 시사점’.
4) 산업연구원, 2013년 7월, ‘이란 신정부 출범 이후 대이란 교역 전망’.
5) 이란에 대한 수주는 발전소, 정유공장, 화학공장, 가스처리시설, 정유시설, 원유시설 등 산업설비(플랜트)를 중심으로 유지되어 왔으며 특히 2012년과 2013년 이란의 토목 및 건축 등 건설 부문 수주 실적은 0건.
6) 한국건설협회, 2015년 4월, ‘이란 핵협상 타결 따른 이란 건설시장 및 진출전망 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