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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디젤차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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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차 다시보기 

| 전병역_경향신문 산업부 기자

요즈음 자동차 업계에 경유차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우리나라에서 경유차 하면 '시커먼 매연가스나 내뿜고 시끄럽고 기름 많이 먹는 구식차' 정도로 취급해온 게 사실이다. 이런 경유차가 선진국에서는 오히려 '저공해차'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는 것은 우리로선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근래 세계 산업계의 화두는 지구온난화를 방지하는 신기술 개발에 있다. 자동차 업계도 이른바 '친환경차'의 대표격으로 부상한 하이브리드 카와 연료전지자동차, 플러그인 전기자동차 등이 미래 자동차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첨단 자동차가 기존의 자동차를 대체하는 데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이 걸릴지는 제대로 예측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국내도 내년 7월 현대·기아자동차에서 아반떼급의 하이브리드 카를 양산할 계획이다. LPG 엔진 또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의한 모터가 서행·가속 상황에 따라 주된 동력으로 작동하게 된다. 현대·기아차는 앞으로 쏘나타급이나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도 하이브리드 카를 만든다고 한다.

다만 하이브리드 카가 얼마나 기존 차량보다 경쟁력이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차 전문가들은 하이브리드 카가 상대적으로 고연비를 실현하겠지만 기존 휘발유·경유 엔진 차량을 대체하는 데는 비교적 긴 시간과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자동차의 본질은 달리는 것이기 때문에 주행성이 떨어지면 소비자가 외면할 수도 있다.

연료전지차나 전기차의 상용화 및 확대보급에도 길게는 10여년이 걸릴 수도 있다. 미래형 친환경차의 보급에는 경제성과 주행성능, 사회 전체적 비용 등 감안해야 할 요소가 많다.

전문가들은 미래형 친환경차 몇개 모델로 완전 대체되기 보다는 최소한 상당한 세월간은 석유 엔진 자동차가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또 자동차 마니아들은 다소 번거로워도 수동변속기를 선호하듯이 석유 엔진 차만이 가져다주는 주행성능의 재미를 포기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는 사이 지구온난화의 문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의식있는 자동차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 유난히 외면해온 경유차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경유차라고 하면 "매연차, 시끄러운차, 기름 많이 먹는 덩치 큰 차"로 통하던 게 사실이다. 경유차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휘발유나 LPG보다도 적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논란이 돼온 '시커먼 배기가스'도 매연저감장치(DPF)를 통해 대부분 걸러낼 수 있다는 사실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자동차 선진국인 유럽에서 '그린카'로서 경유차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도 이런 근거에서다.

무엇보다 경유차는 최근 산업계의 핵심 관심사로 떠오른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덕분이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현대차 아반떼(1.6 수동변속기 기준)의 경우 경유 모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29g/㎞으로 휘발유 모델 148g/㎞보다 적다.

쏘나타 2.0ℓ의 경우 디젤 모델(연비 13.4)는 1㎞를 달릴 때 이산화탄소를 194 배출하는 데 비해 쏘나타 가솔린 모델(연비 11.5)은 204의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다. 또 쏘나타 디젤은 쏘나타 LPi(연비 9.0)의 196만큼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한다.

특히 공인연비에서도 경유차가 휘발유차보다 약 30% 높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 있다. 연비가 높으면 같은 거리를 달릴 때 적은 연료가 들고, 그만큼 이산화탄소나 오염물질 배출도 적다는 뜻이다.

연비가 높은 대부분의 차는 수동변속기를 단 경유 모델이다. 아반떼 수동변속기 모델은 연비가 21.0㎞/ℓ으로 국내 최고 연비를 자랑한다. 클릭 디젤 수동변속기 모델도 20.1㎞/ℓ로 가솔린 자동변속기 모델의 13.5㎞/ℓ를 훌쩍 뛰어넘는다. 아반떼 1.6 디젤은 연비가 21.0㎞/ℓ로 베르나 1.4 하이브리드(19.8㎞/ℓ)보다 좋고, 경차인 마티즈 0.8(16.6㎞/ℓ)보다도 좋다.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 박용성 박사는 "현재 18.8%인 경유차를 25%로 늘리기만 해도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7만, 연료비는 3000억원 줄인다는 계산이 나온다"며 저공해 경유차를 정책적으로 늘릴 것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하이브리드 카나 경차 보급도 중요하지만, 당장은 친환경 소형 디젤차 개발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고 할 정도다.

결론적으로 디젤 모델은 연비는 높으면서도 이산화탄소 배출은 더 적다는 뜻이다. 이는 자동차 엔진 기술 영향도 있지만, 발열량에서 경유가 휘발유나 LPG보다 높은 특성에서 비롯됐다.

에너지기본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경유는 ℓ당 8450㎉, 휘발유는 7400㎉의 순발열량을 가지고 있다. 반면 LPG차 연료인 부탄가스는 6302㎉로 낮다. 경유의 화력이 좀 더 세고 이는 차의 힘과 연비 차이로 나타나는 셈이다.

경유 승용차를 외면해온 이유는 휘발유차에 비해 시끄럽다는 점과 속도가 느린 편이란 점 때문이다. 대체로 디젤 차량은 최대마력은 낮아도 최대토크가 높아 힘이 좋은 편이고, 가솔린 차는 힘보다 속도가 높은 쪽이다.

단 현실에서 최대 속도(시속 200㎞ 이상)까지 달릴 곳은 거의 없다. 오히려 추월할 때 등 순간 가속력이 중요한데, 경유차는 특성상 토크가 높아 가속력이 더 좋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소비자가 지는 짐을 외면할 수는 없다. 경유차는 더 비싸고 준조세인 부담금까지 물어야 한다. 국산 경유차는 기술 수준도 더욱 끌어올려야 할 시점이다.

정부는 '경유차=매연차'라는 인식에 얽매여 연비가 낮은 LPG차 개조에 약 400만원씩 지원하며 '역주행'하고 있다. 소비자는 물론 정책 당국의 인식 전환부터 필요해 보인다.

경유차 운전자가 해마다 약 5~20만원씩 내야 하는 '환경개선비용부담금'도 손질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얼마전 법무법인 서린이 경유차의 환경개선부담금 부과를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 대표적이다.

본인도 경유차 운전자라는 장진영 변호사는 한마디로 "1993년 시행된 환경개선비용부담금법은 디젤 엔진 제조기술이 발달치 못해 배출가스가 많이 나오던 때에 제정됐다. 경유차란 이유만으로 부담금을 내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은 신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현재 ㎞당 160g에서 2012년까지 130g 이하로 낮추도록 추진 중이다. 이탈리아, 스웨덴처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자동차세를 부과하는 국가도 늘고 있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럽의 디젤차 신규등록 비율은 프랑스 78.3%(88만3625대), 스페인 68.9%(56만7503대) 독일 45.1%(73만6062대)로 집계됐다. 다른 유럽국과 달리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싼 영국(43.1%·60만4215대)도 디젤차 비중이 늘어났다.

반면 우리나라 디젤차 비율은 18.7%(10만8494대)로 낮다. 특히 버스나 SUV를 빼면 일반 승용 디젤차는 비중이 더욱 낮다. 올해 상반기 동안 국내 승용차 내수 판매에서 가솔린, 디젤, LPG 모델 비율은 79.8%(32만2296대), 1.8%(7231대), 18.4%(7만4503대)였다.

올해 들어 9월까지 현대차의 클릭 디젤 모델은 217대(3.6%)가 팔렸고, 베르나 디젤은 720대(10.2%), 아반떼 디젤 2694대(4.0%), i30 디젤 1554대(6.4%)가 나갔다. 쏘나타는 613대(0.6%)만 팔렸을 뿐이다. 소형차는 디젤이 제법 팔리지만 중형 이상은 거의 전무하다는 얘기다.

반면 유럽차들은 최근 고연비, 친환경성을 강조한 새 디젤 모델 비중을 높이고 있어 대조된다. BMW 코리아는 11월부터 국내에 처음으로 디젤 세단을 3종류 들여왔다. BMW 320d, 520d, 535d로 연비가 대략 15~20㎞/ℓ대로 유럽에서 검증된 디젤 세단의 우수성을 보여주고 있다.

푸조의 2.0ℓ급 308SW HDi는 공인 연비 15.6km/ℓ에 3세대 배기가스 저감 장치를 탑재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당 173g으로 줄였다. 폭스바겐의 디젤 세단 파사트 2.0 TDI도 특유의 직분사 엔진으로 15.1㎞/ℓ 공인연비를 뽐낸다. 디젤 미립자 필터를 장착해 친환경적인 디젤 엔진을 자랑한다.

휘발유차 위주이던 일본도 '클린 디젤차'를 사는 사람들에게 내년 상반기부터 한 대당 약 145만~193만원을 보조해줄 계획이다. 미국은 내년부터 클린 디젤을 하이브리드 같은 친환경 엔진으로 분류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클린 디젤 기술을 앞세워 미국 시장에 디젤 승용차를 강화키로 했다.

경유 엔진의 진화는 완전 연소에 가깝게 효율을 높여 덜 타고 시커멓게 뿜어져 나오는 배기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인 직분사 기술 덕분이다.

경유차에 대해 아직 풀어야 할 숙제는 있다. 배기가스에 포함된 유해한 물질 논란인데, 매연저감장치로 대다수 걸러낸다고 하지만 아직 국내 기술 수준이 높은 것 같지는 않다.

한 유명 수입차업체 직원의 경험담은 '경유차의 명예회복'을 강조하는 이들의 힘을 빼는 게 사실이다. 이 직원은 얼마전 고속도로에서 한 국산 신형 SUV 뒤를 따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오르막길에서 가속을 하는 순간 그 SUV에서 시커먼 매연이 마구 뿜어져 나오더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원인은 유사석유 등 불량 연료 탓일 수도 있지만 불완전 연소 때문이라면 아직 기술의 한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는 단지 수입차 직원 입장에서 국산차를 깎아내리기 차원은 아닌 것 같았다.

아무리 경유차가 사회적으로 중요하다고 외쳐도 비용부담이 되고, 차의 성능이 떨어진다면 소비자가 외면하게 된다. 국내 자동차 시장 특성상 아무리 좋은 수입차가 들어와도 내수시장의 10%도 안되기 때문에 영향력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국산 자동차가 고품질의 경유차, 특히 경유 세단을 선보여야 한다는 뜻이다. 어느날 갑자기 소비자들은 애국자나, 환경운동가 의식을 주입시킬 수는 없다. 자연스럽게 소비자도 유익하고 지구도 생각하는 해법을 제시해야 할 때이다.

최근 현대·기아차가 유럽 환경규제인 유로-5를 충족시킨 차세대 친환경 디젤 'R엔진'을 개발했다는 소식은 고무적이다. 내년 상반기 쏘렌토 후속 차종인 'XM'과 싼타페 개조차, 투싼과 스포티지 후속 모델에도 이 R엔진을 달 계획이라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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