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제품 유통과정과 소비현황
박성기_현대오일뱅크 영업기획팀 과장
2008년 상반기 국내 석유제품 유통 시장은 변화 그 자체였다. 배럴당 150불에 육박했던 국제유가, 고유가에 따른 최종 소비 감소, 정부의 석유유통 정책 변화 등 상반기 내수 시장은 변화의 연속이었다. 최근 들어와 국제유가는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유가가 하락하면서 악화되었던 소비 심리가 다시 살아날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시장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게 시장 참여자들의 몫일 텐데, 근래의 시장 변화는 예측의 날을 갈수록 무디게 하고 있다. 변화무쌍한 내수 시장의 유통과정과 소비현황에 대해 간략히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내수 시장의 유통 과정
석유제품의 국내수송은 1차 수송과 2차 수송으로 구분된다. 1차 수송은 정유공장에서 주요 소비지역에 위치한 저유소까지의 운송단계이며, 2차 수송은 저유소에서 대리점·주유소·판매소·중소규모 수요처까지의 운송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석유제품 중 휘발유, 등유, 경유 등은 1차 및 2차 수송 단계를 거쳐 최종 소비자에게 공급되나 정유공장 인근의 판매망(대리점, 주유소, 일반 판매소등)이나 수요처에는 저유소를 거치지 않고 정유공장에서 직접 운송되고 있다.
석유제품의 국내 1차 수송 수단으로는 유조선, 철도, 차량, 탱크트럭, 송유관 등이 이용되고 있다. 이들 1차 수송수단 중 유조선에 의한 해상수송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한국이 삼면으로 바다에 둘러싸여있고, 정유공장이 모두 해안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데다, 대량 장거리 수송시 해상 수송비가 가장 저렴한 데 기인된 것이다
석유제품의 유통경로는 정유사가 직접 판매하는 경로와 중간 유통상을 통해 판매하는 경로로 구분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판매규모가 대량이고 구매자가 지역적으로 집중해 있는 대수요처에는 정유사가 직접 판매한다. 정유사→대리점→최종소비자로 연결되는 2단계 경로는 판매단위가 비교적 소규모이고 구매자가 지역적으로 분산되어 있는 중소 제조업체나 중소규모 실수요자에게 판매하는 경우이다. 그리고 정유사→대리점→주유소(또는 일반판매소) →최종소비자로 연결되는 3단계 경로는 판매단위가 소량이고 구매자가 광범위한 지역에 분산되어 있는 경우에 활용되는 유통경로이다
[유통경로별 판매흐름]
일반적으로 대리점의 유형은 직영대리점과 일반대리점으로 나뉘는데, 직영대리점은 정유사의 자본참여와 경영참여로 운영되는 대리점으로서 자기자본과 책임하에 정유사와의 계약으로 석유제품을 공급받아 판매하는 일반대리점과는 본질적으로 성격을 달리한다. 98년 1월 정유사와 주유소간 직거래가 허용된 이후 대리점 기능은 위축되고 있다. 정유사는 주유소나 일반판매소를 통하여 직거래 비중을 높이고 있어 주유소와 일반판매소로 공급한 비중이 98년 이후 증가된 반면, 대리점으로 공급하는 비중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
[유통 채널별 정유사 공급현황]
| 01년 | 02년 | 03년 | 04년 | 05년 | 06년 | 07년 |
유통채널 계 | 100.0% | 100.0% | 100.0% | 100.0% | 100.0% | 100.0% | 100.0% |
대리점 | 57.2% | 57.5% | 55.1% | 50.2% | 48.6% | 47.6% | 47.9% |
주유소 | 38.4% | 38.2% | 40.0% | 43.2% | 45.3% | 47.5% | 47.9% |
일반판매소 | 4.4% | 4.3% | 4.9% | 6.6% | 6.1% | 4.9% | 4.2% |
*자료출처: 석유공사, 직매채널 제외 기준, 경질유(휘발유, 경유, 등유)
국내 석유 유통환경의 변화
국내 석유시장은 95년 이후 유통시장에 큰 변화의 흐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변화의 기조는 자유화와 개방화이었다. 95년 11월, 주유소 거리제한 완전 해제→ 96.1월, 석유정제업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변경97년 1월, 석유제품가격 자유화 실시, 석유수출입요건을 신고제에서 등록제로 변경(비축시설과 품질 요건만 갖추고 정부에 등록만 하면 누구나 가능하게 됨)→ 98년 1월에는 정유사와 주유소/일반판매소간 직거래 허용→ 98년 5월에 주유소를, 동년 11월에는 석유 정제업을 대외개방→ 01년 9월부터 복수상표표시제를 도입하는 등 95년부터 국내유통시장에 일련의 조치가 시행되었다.
[1995년~2007년 전국 주유소 현황]
*자료출처: 주유소협회
95년 이후 국내시장의 자유화와 개방화 물결 속에서 국내 주유소수는 국내수요 증감과는 무관하게 움직이며 꾸준히 증가, 2007년말 현재 12,000여개를 상회하고 있다. IMF 이후 석유소비는 정체하였지만, 내수시장에 참여하는 플레이어가 많아졌으니 내수시장의 경쟁강도는 예전보다 훨씬 높아진 것이다.
국내 소비 현황
정부의 탈 석유화 정책으로 IMF 이후 총 에너지에서 차지하는 석유의 비중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 석유제품소비의 절대량은 경제 발전과 함께 크게 증가하여 1990년 3억3천만배럴에서 2006년 7억6천만배럴로 늘어났다.
[1990년~2007년 총에너지에서의 석유비중]
*자료출처: 에너지 경제 연구원
[부문별 소비 현황]
석유제품의 용도는 크게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1) 수송부문: 도로, 항공, 해운, 철도 등의 수송용 연료로 사용
2) 산업부문: 화학 제품업의 산업용 원료나 농림제조업 및 건설업 등 기계장치에 사용됨.
3) 가정·상업 부문: 주택과 상업용 건물의 난방용 연료로 사용.
4) 발전·공공기타 부문: 국내 발전용 연료 및 공공기관에 사용
수송부문은 자동차 대수, 대외무역 거래량, 여행자수 등의 증가로 2000년 이후 매년 2.7% 증가하였고, 산업부문 소비는 나프타 수요의 증가로 연평균 2.4% 증가를 보였다. 반면, 가정상업부문 소비는 도시가스 등으로의 대체가 지속되어 2000년이후 매년 -8.2 감소하였고, 발전부문은 타 에너지 대비 경제성 열위로 발전용 연료사용이 줄어들면서 연평균 -4.4% 감소하였다. 수송/산업 부문의 증가 추세와 가정상업/발전 부문의 감소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된다는 것이 시장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부문별 석유제품 현황]
*자료출처: 석유공사
유종별 소비 현황
1)휘발유: 석유제품 중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제품으로 주로 자동차 내연기관 연료로 사용됨.
2)등유: 등유는 백등유와 적등유로 나눠지는 데, 흔히 말하는 석유(가정용 실내난방기구용)는 백등유를 말하며 적등유(보일러등유)는 약간 붉은 색의 석유를 가정용 보일러나 농업용 온풍기 등에 주로 쓰임.
3) 경유: 경유의 대부분은 자동차, 건설기계, 선박 등의 디젤 엔진에 쓰이며, 일부 보일러의 연료, 기계 등의 세척용 등으로 쓰이기도 함.
4) 중유(경질중유,중유,방카C유): 선박용 내연 기관, 산업용 보일러, 각종 노(爐, furnace)의연료로 사용됨.
5) 나프타: 석유제품 중 가장 큰 비중(40%)을 차지하는 제품으로 주로 에틸렌,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원료로 사용되며, 방향족이나 휘발유를 생산하는 원료로 쓰임.
6) 프로판: 일반 가정이나 음식점 등의 연료로 쓰임.
7) 부탄: 주로 자동차 연료, 공업용 연료로도 사용됨.
8) 용제: 공업용 휘발유, 공장의 세척제, 세탁소의 드라이크리닝용, 페인트 도료용으로 쓰임.
9) 부생연료유: 석유화학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로서 산업용 보일러 등의 연료로 쓰임.
근래 들어와 나프타, 휘발유, 경유, 부탄, 제트유 등의 소비는 증가하고 있지만, 등유, 중질유, 프로판 등의 소비는 정체 또는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부문별 소비와 그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주요 유종별 석유제품 현황]
*자료출처: 석유공사
유종별 소비는 지난 몇 년간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2000년 초반 RV•SUV 차량대수 증가로 가파르게 상승했던 경유 수요는 경유 소비자가 급등에 따른 매력도 감소로 근래 들어 크게 주춤하고 있다. 휘발유 가격보다 항상 저렴했던 경유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추월했으니, 휘발유 차량대비 가격도 비싸고 소음도 심한 경유차를 일반 소비자가 구입할 이유를 찾기 힘들 듯 하다. 한편, 정부의 우호적인 정책으로 부탄 수요는 매우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경유차 LPG 엔진 개조에 대한 정부 지원과 타 연료대비 가격 우위로 2000년 이후 연평균 6.3% 증가를 보이고 있다. 향후 LPG 경차 및 LPG 하이브리드 카 출시로 부탄 소비 증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사휘발유는 2002년부터 범람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휘발유 차량대수는 늘어났지만 휘발유 소비는 오히려 줄어드는 웃지 못할 현상이 나타났다. 정부의 단속강화로 07년부터 유사휘발유는 감소하고 추세이지만 최근 들어와서는 유사경유(경유차의 등유혼합)사용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7년간 연평균 -13%씩 감소했던 등유수요는 일찍 찾아온 폭염 속에도 불구하고 전년대비 크게 늘어나는 기이한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결언
국제 유가 상승과 함께 국내소비는 최근 매우 심한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다. 소매유통업에 참여하는 플레이어들은 좀 더 낮은 가격에 기름을 사두기 위해 재고 플레이를 더욱 활용하고 있고, 최종 소비자들은 차량운행은 가급적 줄이며, 주유소 선택시 위치보다는 가격을 우선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한편, 수요는 정체 또는 감소하고 있는데 주유소 수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으며, 고유가로 인해 운영자금이 부족한 주유소 수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작금의 국내 석유유통시장은 소비감소와 플레이들의 다수 등장으로 향유할 수 있는 열매의 크기가 줄어 들고 있는 듯 하다. 95년부터 시작했던 국내유통시장의 자유화와 개방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 참여자들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는 조심스런 예측을 해보며, 비용은 최대한 줄이되 효율성을 극대화 시키는 방법을 찾는 것만이 치열한 국내 시장에서 살아남는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참고: 석유제품 이용도]
*자료출처:석유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