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에너지의 꿈과 현실: 석탄을 활용하자!?
이덕환 _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지구상에 가장 많이 남아있는 화석연료는 무엇일까? 답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우리의 연료 채취와 활용 기술에 따라 그 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단순한 기술로 채취해서 활용할 수 있는 연료만을 고려한다면 그 답은 확실하게 석탄이다. 석탄은 석유와 거의 같은 시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가장 넓은 범위에 가장 많은 양이 남아있는 것이 확실하다. 비교적 쉽게 채취할 수 있고, 활용 기술이 단순한 것이 매력이다. 그러나 채취 과정에 자연 생태계에 심한 영향을 미치고, 완전 연소를 시키기 어렵다는 것이 단점이다.
전 세계에 남아있는 석탄의 매장량을 정확하게 알아내기는 쉽지 않다. 앞으로 500년을 쓸 수 있는 9천억 톤이 남아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앞으로 2천 년을 쓸 수 있는 3조 톤이 남아있다는 주장도 있다. 어느 쪽이거나 엄청난 양의 석탄이 남아있는 것은 분명하다. 미국이 30퍼센트 정도로 가장 많은 양으로 가지고 있고, 러시아, 중국,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 많이 분포하고 있다. 남한에는 8천만 톤 정도가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북한에는 6억 톤이 남아있다.
인류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은 석탄
인류가 석탄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산업혁명부터였다. 인류는 사람이나 가축의 힘에 의존해서 생산활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수력과 풍력은 극히 제한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석탄의 강한 화력을 이용한 증기기관이 개발되면서 인류의 삶은 획기적으로 달라지게 되었다. 석탄과 증기기관이 산업혁명의 원동력이 되었다. 산업혁명은 단순한 기술적 혁명으로 끝나지 않았다. 인류는 처음으로 극심한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또한 인류의 산업 생산성이 급격하게 높아지면서 굶주림의 고통도 해결해주었다. 절대왕권이 무너지고 자유, 민주, 평등의 개념이 등장하게 된 것도 석탄을 활용하면서 나타난 역사적 변화였다.
오늘날 한 사람이 하루에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은 원시 시대와 비교해서 무려 10배 이상이나 늘어났다. 자연에서의 수렵과 채취 생활을 하던 원시 시대의 인류는 하루에 2천 칼로리의 에너지를 사용했다. 인간이 하루에 섭취해서 활용하는 에너지의 양이다. 농경과 목축이 시작되어 정착 생활을 시작하면서 우리의 에너지 소비는 한 사람 당 5천 칼로리로 늘어났고, 산업 활동이 시작되면서 2만 칼로리를 넘어서게 되었다. 이제는 단순한 생존을 넘어서 다양한 여가 활용을 위해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도 엄청나게 늘어났다. 물론 에너지 소비의 증가는 곧바로 우리 삶의 질 향상과 연결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변화가 긍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기계의 활용으로 노동의 수요가 크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증기기관에 필요한 석탄을 채굴해서, 증기기관까지 운반하는 데에도 상당한 규모의 노동력이 필요했다. 증기기관을 이용하는 공장을 운영하는 데에도 노동력이 필요했다. 수송 수단이 충분하지 못했던 초기에는 생산 공장을 탄광에 가까운 산악 지방에 지어야만 했다.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새로운 도시를 만들어야 했고, 그런 도시에 거주하는 노동자들의 삶은 과거보다 오히려 더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까지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자본가와 노동자의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된 것이다.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심각했다. 석탄의 채취 과정부터가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고체인 석탄의 밀도가 작기 때문에 연료로 사용하는 석탄의 부피는 대단히 크다.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 채굴해야 하는 석탄의 부피가 대단히 클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많은 양의 석탄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자연 환경이 심각하게 파괴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석탄은 원유와 달리 지표면에 가까운 곳에서 채취하기 때문에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석탄층이 지표면에 노출되어 있는 노천광의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물론 지하에 매장된 석탄을 채굴하는 경우보다 비용은 적게 들지만, 석탄을 채취하기 위해 지표면의 생태계 전체를 훼손할 수밖에 없다. 석탄을 채취한 후에 생태계를 본래의 상태로 복구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생태계에 미치는 피해까지 포함하면 노천 탄광이 경제적이라는 주장도 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석탄을 운반하고 활용하는 과정에서의 환경 파괴도 심각하다. 석탄은 대부분 분말 상태로 운반되어 저장된 후에 적정한 형태로 가공되어 활용된다. 운반과 저장 과정에서의 환경 오염도 심각하지만 석탄의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은 아직까지도 적절한 대책을 마련할 수 없는 수준이다. 고체 상태의 석탄을 완전히 연소시키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다. 석탄의 불완전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맹독성의 일산화탄소도 심각한 문제가 된다. 실제로 난방 연료로 연탄을 사용하던 70년대 말까지 ‘연탄 가스 중독’은 우리의 심각한 사회 문제였다.
석탄을 대량으로 연소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타르와 매연과 이산화탄소도 심각한 문제가 된다. 산업혁명이 한참 진행 중이던 19세기 영국의 산업도시들은 엄청난 양으로 쏟아져 나오는 콜타르 처리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산업폐기물이었던 콜타르가 현대의 화학산업을 발전시킨 계기가 되었던 것은 역설적인 일이었다. 19세기에 처음 등장하기 시작했던 합성 염료와 합성 의약품의 원료가 대부분 콜타르를 증류해서 얻은 것이었다.
그러나 석탄의 대규모 연소에 의해 발생하는 매연은 ‘런던형 스모그’를 일으켜 도시 환경을 크게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최근에는 석탄의 대량 소비가 산성비를 일으켜서 광범위한 지역의 환경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석탄에 대한 거부감은 더욱 커지고 있는 형편이다. 최근의 분석에 따르면 석탄의 대규모 사용에 따른 이산화탄소의 대량 배출이 인류에 의한 기후 변화의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어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인식되고 있다. 석탄의 연소 과정에서 방사성 입자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청정 석탄 활용 기술
그렇다고 석탄을 완전히 포기해버릴 수는 없다. 석탄은 현재 지구에 남아있는 화석 연료 중에서 가장 활용이 쉬운 연료이고, 매장량도 풍부한 연료이기 때문이다. 석탄 채굴, 운반, 가공, 연소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석탄 활용의 새로운 기술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 바로 ‘청정 석탄’ 기술이다. 석탄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술이다. 석탄에 포함되어 스모그와 산성비를 일으키는 불순물을 화학적으로 제거하는 기술, 석탄을 고온으로 가열해서 기체 상태의 연료(석유)를 생산하는 기술, 연통을 통해 배출되는 가스에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나 산성비를 일으키는 황산화물을 포집해서 환경에 배출되는 양을 줄이려는 기술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석탄에서 일산화탄소를 생성시키는 가스화 기술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석탄에 포함된 불순물을 제거해서 연소 과정에서 배출되는 대기 오염 물질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고, 연소 과정을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고, 온실 가스의 배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다.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기는 하지만 결코 쉽게 개발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쉬운 일도 아니고,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그렇지만 인류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석탄을 깨끗하게 활용할 수 있는 청정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과 투자를 절대 게을리 할 수가 없는 형편이다.
그러나 청정 석탄 기술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석탄이 환경 문제 해결의 핵심이 될 수는 없다는 입장 때문이다. 청정 석탄 기술이 석탄 활용에서 배출되는 오염 물질과 폐기물의 형태만 변화시킬 뿐이지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다. 결국 석탄 사용에 의한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면서 대중에게는 전혀 다른 인식을 심어주는 ‘친환경세탁’(greenwash)의 대표적인 경우라는 것이다.
석탄의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황 산화물, 질소 산화물, 이산화탄소, 분진을 제거하는 기술은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개발되어 있다. 그러나 아직도 대규모로 적용하기에는 경제성이 크게 뒤떨어지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짧은 기간에 경제성이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는 어렵다고 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청정 석탄의 경제성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더욱이 석탄은 풍력이나 태양 에너지와 같은 재생 가능한 연료가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비록 현재 지하에 매장되어 있는 석탄의 양이 적은 것은 아니지만 한 번 사용하고 나면 다시는 쓸 수 없다는 근원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아무리 청정한 방법으로 활용하더라도 석탄은 언젠가는 고갈될 수밖에 없는 에너지원이라는 뜻이다.
청정 석탄 기술이 연소 기술에만 한정되어 있는 것도 문제가 된다. 석탄을 채굴하고, 운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피해와 오염도 심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표면에 노출되어 있거나 지표면에서 가까운 곳에 매장되어 있는 석탄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산이나 언덕이 통째로 사라져 버리고,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되어 버리는 문제는 결코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정말 어려운 과제다. 석탄 채굴이 지하수 오염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석탄 연소 과정에서 생성되는 이산화탄소의 포획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무시하기 어렵다. 실제로 이산화탄소를 성공적으로 포획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포획한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거나 활용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원유나 천연가스 채굴에 사용하는 것도 방법일 수는 있지만 결국에는 대기 중으로 배출될 것이기 때문에 완전한 해결 방법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결국 석탄의 활용을 쉽게 포기할 수는 없지만, 석탄이 완벽한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