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협약과 정유산업의 대응

김주헌 대한석유협회 대외협력팀부장

1. 현황

2005. 2.16일부터 교토의정서가 발효되어 온실가스 배출 책임이 있는 AnnexⅠ 국가(부속서 Ⅰ국가 : 1차 의무이행기간(2008-2012) 동안 온실가스 감축의무 대상국가)는 ’08~’12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배출량을 평균 5.2% 감축해야 한다. 그리고 2차 공약기간인2013년 이후(Post-2012)에 대한 온실가스 감축 의무부담이 국제적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아직은 기후변화협약상의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받고 있지 않지만 에너지소비 증가추세 및 경제규모, 국제적 위상을 감안할 때 어떠한 형태로든 Post- 2012에는 강제적 의무부담 참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Post-2012에 우리나라가 의무대상 국가로 분류되면 산업 및 에너지 정책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변화를 필요로 하며 우리나라의 산업구조와 에너지수급체계 등에서 근본적인 체질개선이 불가피하다.

이에 우리나라는 현재 정부가 중심이 되어 그동안의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자세에서 탈피하여 업종별 자발적 감축목표 설정 및 이행을 통한 산업계의 기후변화협약 대응 능력향성 및 기반구축에 정책적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

기업들도 기후변화협약을 위기에서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이고 에너지와 환경에 대한 투자가 향후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면서 에너지절약 및 효율향상, 온실가스 저감기술개발 및 환경관련 사업의 확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 압박을 오히려 에너지효율과 신재생에너지, 환경관련 산업들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려 고부가가치의 차세대 수출전략산업으로 육성하는 기회로 보고 있다.

2. 정유업계와 기후변화협약

정유산업는 화석에너지를 생산 공급하는 업종으로 향후 기후변화협약 전개과정에서 가장 타격을 많이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선 화석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타 에너지로 전환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정유공정에 있어서도 원유를 도입해서 하역, 저장, 정제하여 제품을 생산, 출하하는 과정은 에너지소비와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Post- 2012에 대한 의무부담을 받을 경우 생산 및 국제경쟁력에서 많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 정유업계의 기후변화협약 대응 방안

정유산업은 기후변화협약 대응방안의 일환으로 3개년에 걸쳐 대책반을 운영하여 정유업종의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지침을 마련하였고 정유업종의 에너지사용량 및 배출량의 세부적인 산정기준을 마련하였다. 그리고 온실가스 감축실적 등록소의 온실가스 저감 실적 및 GEIS(온실가스배출통계시스템)에 온실가스 배출을 등록하고 있으며 정부와 체결한 에너지절약 및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위한 자발적협약을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 또한 정유업계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세부 이행 방안으로는 내년 4월 목표로 최적의 원단위를 개발하고 이를 기초로 자발적 온실가스 저감 목표를 수립하고 이행전략을 모색해 나갈 예정이다.

① 온실가스 감축수단

정유업종의 온실가스 감축수단에는 경제적, 기술적 수단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경제적수단은 탄소세도입, 에너지세도입 등 정부 정책에 의해 조정할 수 있는 반면, 기업이 노력할 수 있는 방안은 신기술사용, 연료전환 등 기술적 수단이 있다. 신기술도입은 정유공정별 기존기술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로서 에너지절약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다. 경쟁력있는 신기술의 온실가스 한계감축비용은 마이너스로 나타나기 때문에 이러한 신기술은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어 기업이 자발적으로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

정유산업이 신기술외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수단은 연료를 전환하는 방법으로 현재 사용중인 벙커유를 천연가스로 전환하는 방법과 정제공정에서 발생한 부생연료(off-gas)의 사용을 증대시키는 방법, 그리고 폐열을 회수하여 전력을 생산하는 방법이 있다. 부생연료의 사용은 현재 부생연료 생산량의 대부분을 연료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사용 확대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폐열회수발전은 현재 시행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천연가스로의 전환만이 가능한 실정이다.

② 정유산업 특성 고려한 목표설정

우리나라 정유산업은 석유수요의 경질화, 환경규제강화로 초저황유와 같은 환경친화적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고도화 시설을 증설하고 있다. 특히 2011년까지 고도화시설에 대규모 투자가 진행중에 있어 온실가스 배출총량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와같은 고도화시설은 중질유를 경질유로 전환하고 고유황제품을 탈황하는 시설로 대기질 개선에 크게 기여함은 물론 정유업계의 국제경쟁력 배양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시설이다. 따라서 정유업계는 온실가스 감축잠재량 및 감축목표 설정시 정제시설의 증설 등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의 증대가 불가피한 점을 감안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정유업계는 기후변화협약과 관련한 국내외적 상황변화에 대비하여 채택할 수 있는 감축목표를 다양한 방안으로 검토하고 개발하여야 한다. 정유업종의 특성상 상압시설 및 고도화시설을 차별화하여 반영하고 국제경쟁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비용효과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온실가스 배출 원단위 개발이 필요하다. 우리 정유업계는 일본 및 중동일부 국가에서 적용하고 있는 Nelson Index 등과 같이 부가가치가 높고 환경친화적인 제품생산을 위한 고도화설비는 더 많은 배출량 증가가 불가피하다고 보아 보다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온실가스 배출원단위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2) 기후변화협약과 정부지원

선진국 정유사의 경우 유전 탐사ㆍ개발(Upstream) 과정에서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한 것에 비하여, 국내 정유사는 정제(Downstream)시설만 갖추어져 있고 석유정제공정상은 현재 고효율 설비가 이미 구축된 상황이므로 온실가스 감축이 상대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국내 정유업종은 온실가스 자체 감축에 고비용이 소요될 뿐 아니라 감축잠재 능력이 미흡하여 해외 탄소배출권 확보가 불가피하다. 더욱이 탄소시장 또한 지속 성장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이에 탄소배출권은 청정개발체제(CDM)사업을 통해서 확보할 수 있으나 유망한 CDM사업은 갈수록 사업발굴이 어려우므로 자원확보 관점에서 해외 CDM사업 세제지원 및 글로벌 기업육성 등 적극적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조성중인 탄소펀드의 활성화를 위해 펀드운영 수익에 대한 세제혜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3. 결론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국제동향을 볼 때 우리나라는 Post- 2012 에는 온실가스 감축 의무국가로 분류될 소지가 매우 크며 최근 정부에서도 의무감축에 대비한 국가전략을 수립하고 감축기반조성에 제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물론 의무국가로 분류가 되지 않도록 국제 협상력을 높여야 하겠지만 온실가스 문제가 세계적 재앙으로 다가오는 현실에서 피할 수만은 없기 때문에 국가나 기업, 개인 모두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이에 정유업계도 에너지와 환경에 대한 투자가 앞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을 깊이 인식하고 관련된 기술의 개발 및 투자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생산과정에서의 에너지효율 향상 및 청정에너지 사용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며 제품부문에서도 환경친화적인 제품생산을 위해 적극적인 기술개발과 연구에 투자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