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FTA 협정과 에너지산업의 영향
글·이문배|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박용덕|에너지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Ⅰ. 서론
지난 2월 16일 우리 국회에서 7개월이나 끌어오던 한·칠레 FTA 비준 동의안이 진통 끝에 통과되었다. 칠레 상원은 이미 지난 1월 22일 한국과의 FTA 비준 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양국이 국내 비준 절차를 마침에 따라서 빠르면 4월 초순경에 정식으로 양국간 FTA가 발효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칠레에 이어서 일본, 싱가폴, 아세안 및 멕시코 등과의 FTA에 대한 협상이 진행 중이거나 협상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FTA 체결과 관련하여 우리 연구원의 관심은 FTA를 체결한 상대국의 에너지 수급 및 산업구조와 관련 정책에 대하여 살펴보고 시장개방 이후 에너지부문의 영향과 대응책에 관한 사항들을 점검해보는 것이다. 1차 에너지 소비규모에서 칠레는 우리나라의 1/10 수준에 불과하며, 에너지의 자급율은 약 25%에 이르고 있다.
국내 생산 에너지의 대부분은 수력발전으로 인한 전력 생산이다. 원유와 천연가스 등의 에너지는 아르헨티나와 볼리비아 등 주변국으로부터 파이프라인을 통하여 수입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한·칠레 FTA 발효 이후 에너지부문에서의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일본, 싱가폴 및 아세안과 산유국 멕시코와 FTA가 체결되면 에너지부문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본고에서는 칠레의 에너지 수급 및 산업 등 전반에 걸쳐 살펴보았으며, 향후 예상되는 다른 나라와의 FTA 협상과 관련하여 일반적인 에너지부문의 영향과 대응책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Ⅱ. 칠레 경제 일반현황
1. 경제 동향
라고스 대통령이 이끄는 칠레 경제는 2003년에 약 3.1%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였으며, 2004년에는 4.4% 성장률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세계 최대 동(銅) 생산국이기도 한 칠레는 1990년대 중반까지 연 7% 수준의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였으나 1998년~1999년 아시아 외환위기의 여파로 국제 銅가격의 하락과 그에 따른 재정수입 손실로 1999년에는 -1.1%의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하였다. 2000년에는 국제 銅 가격의 회복에 힘입어 5.4% 성장률을 기록하였다. 칠레 정부는 세계 구리시장의 변동성을 상쇄시키고 재정수입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구리안정화기금을 설치하기도 하였다.
2000년 이후 최근까지 칠레 경제는 아르헨티나 등 주변국의 경제위기와 세계경제, 특히 미국경제의 침체로 타격을 입어 2%대에 머물러야 했다. 남미 국가 가운데 가장 도전적이고 개방된 경제체제를 가지고 있는 칠레는 남미경제공동체(MERCOSUR)의 회원국이기도 하다. 2003년 하반기부터 수출과 내수경제가 회복되고 있고, EU와의 FTA 발효에 이어서 최대 교역국인 미국과의 FTA도 연초에 발효됨에 따라서 성장 동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2. 우리나라와의 관계
우리나라와는 1962년에 국교를 수립하였고 1972년에 북한과도 수교하였다. 칠레는 우리나라의 42대 수출국이며 주요 수출품목은 자동차와 섬유, 전자·전기제품 등이다. 반대로 한국은 칠레의 9대 수출국으로 칠레의 수출품은 동(銅)과 목재, 농수산물 등이 있다. 2003년 9월 현재 우리나라의 대 칠레 투자는 총 23건의 약 56.7 백만 달러이다.
우리나라와는 1977년에 무역협정 체결한 이후, 항공협정(1979), 기술협력협정(1982), 문화협정(1983), 과학기술협정(1994), 투자보장협정(1996) 등을 체결하였다.
Ⅲ. 칠레 에너지산업 주요 현황
1. 에너지 수급현황
칠레는 에너지부문에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부존자원이 매우 부족하다. 따라서 석유, 가스, 석탄 등 화석 에너지의 대부분은 인접국으로부터 수입하여 해결하고 있다. 원유는 주로 아르헨티나, 브라질, 나이지리아와 페루에서 수입되어 국내 2개의 정유공장에서 정제 소비한다. 천연가스는 아르헨티나로부터 파이프라인을 통하여 수입하고 있다. 전력의 상당부분은 국내 수력발전에 의하여 생산 공급되며, 나머지 전력은 화력발전소에서 생산 공급된다.
2002년 칠레의 1차 에너지 소비량은 23.9백만 TOE로 전년대비 약 2.6% 늘어났다. 석유 수요가 10.8백만 TOE로 점유율 45%를 차지하고, 천연가스 점유율이 25%, 수력 22%, 나머지가 석탄으로 구성된다. 원유와 천연가스는 국내에서 소규모로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지속적으로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수력은 1990년대 중반까지 전력수요의 약 50%를 충당하는 공급원이었지만 1990년대 후반 대 가뭄으로 정전사태를 겪은 이후 천연가스 수입을 통한 가스 화력발전소의 건설을 통하여 발전전력 믹스의 다변화를 시도하였다. 이후 가스파이프라인의 폭발 등으로 다시 정전사태를 겪은 이후 중유 겸용 발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2. 석유산업
칠레는 소규모의 산유국이다. 지난 20년 동안 원유 생산은 1982년 54천 b/d를 정점으로 2002년 14천 b/d까지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였다. 반면 석유소비는 현재 약 24만 b/d로 같은 기간동안 약 135%가 늘어나서 2002년 현재 순수입 규모가 226천 b/d를 기록하고 있다. 국가에너지위원회(CNE)에 따르면, 2002년에 원유를 수입한 국가로는 아르헨티나가 총 물량의 74%로 단연 선두이고, 브라질 8%, 나이지리아 7%, 페루 6%, 베네수엘라 3%, 말레이시아 2% 등이다. 현재 칠레의 석유 확인매장량은 150백만 배럴이다.
칠레의 탄화수소 매장량은 주로 남부 끝단에 위치한 Tierra del Fuego로 잘 알려진 Magallanes 구조분지에 집중되어 있다. 앞서 언급되었듯이 칠레 석유생산은 지난 20년 이상 계속해서 줄어드는 추세에 있다. 기존의 유정은 점차 고갈되고 있고 그 동안 새로운 탐사활동은 실패를 거듭하였다.
국영석유회사 ENAP(Empresa Nacional de Petroleo)가 Magallanes 구조분지에서 원유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동 국영석유회사는 수 년 동안 석유 상류부문 사업 활성화를 위해 해외의 합작투자자를 물색하고 있는데 1977년 이후 15개의 합작 개발프로젝트를 성사시킨 바 있다.
2003년 1월 ENAP는 정부로부터 탐사사업비로 264백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승인을 받았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이번 투자는 2006년까지 회사의 자산가치를 2배로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의 일부로 국내 정유산업 현대화와 원유탐사 및 개발을 위한 해외사업 진출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ENAP의 자회사 Sipetrole은 해외 유전개발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데, 국내기업과 함께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에콰도르 및 이집트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칠레에 있는 3개 정유공장은 모두 ENAP가 운영하고 있다. 최대 규모의 정유공장은 Talcahuano 시티 인근에 위치한 Petrox SA로 원유 처리량 규모가 하루 100,640 배럴이다. Petrox SA는 인접국 아르헨티나에서 파이프라인을 통하여 원유를 공급받고 있다. 칠레의 2대 정유공장은 산티에고 북쪽에 위치한 Concon 정유소로 하루 94,350 배럴의 원유를 처리할 수 있다. 2003년 8월 브라질 국영석유회사 Petrobras와 Concon 정유공장의 확장을 위한 3억 달러 규모의 투자사업에 대하여 협상중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남부지역에 위치한 가장 규모가 작은 Gregori-Magallanes 정유소는 Magallanes 유전지역과 파이프라인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하루 처리능력은 9,859 배럴에 불과하다.
칠레는 2개의 석유제품 수송용 파이프라인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와 연결되어 있는 Transandino 파이프라인은 총 길이가 268마일로 하루 수송능력이 115천 배럴이다. 다른 하나의 파이프라인은 볼리비아로 연결되는 Arica-Sica 파이프라인이다. 칠레 정부는 점점 높아지고 있는 석유의 수입의존도에 대비하여 1991년에 석유안정화기금(FEPP)을 만들었다. 동 기금의 운영은, 고유가 상황에서 소비자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저유가 상황에서는 기금 보존을 위하여 석유제품에 세금을 부과한다. 2000년 이후 최근 수년 동안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자 동기금은 고갈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 천연가스
칠레에는 약 3.5조 입방피트의 천연가스 매장량이 있다. 원유와 마찬가지로 천연가스 역시 지난 20년 동안 생산량이 하락하는 추세이다.
2001년 칠레의 천연가스 생산량은 약 400억 입방피트를 기록하였는데 1997년 대비 약 44%나 줄어든 수준이다. 그러나 천연가스 소비는 지난 10년 동안 엄청난 규모로 늘어나고 있다. 2001년 천연가스 소비량이 2,280억 입방피트를 기록하였는데 1991년 대비 거의 4.4배가 늘어난 수준이다.
국가에너지위원회(CNE)는 오는 2011년까지 천연가스 소비가 현재의 약 2배 수준인 5,710억 입방피트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생산량 감소와 소비의 급격한 팽창으로 칠레는 인접국으로부터의 가스 수입이 늘어나고 있다.
2001년 총 가스 수입규모는 1,880억 입방피트로 모두 아르헨티나로부터 수입되었다. 칠레는 1990년대에 수력발전 중심에서 에너지 믹스 다원화 전략의 일환으로 가스 화력발전소를 건설하였다. 1998~1999년 당시 심각한 가뭄으로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되었는데 이를 계기로 정부가 에너지정책의 변화를 추진하게 되었다. 2002년 4월 국가에너지위원회는 2010년까지 가스 화력발전소 10기와 수력발전소 1기의 신규 건설을 전망하였다.
그러나 2002년에 발생된 아르헨티나의 노동 문제로 천연가스 공급 중단 사태가 발생되자 역시 대정전 사태가 발생되었고, NorAndino 파이프라인의 폭발사건으로도 일시적인 가스공급 중단사태가 발생되었다. 이들 사건을 계기로 칠레정부는 장기 에너지 전략을 재검토하여 새로 건설될 가스 화력발전소를 중유도 이용할 수 있도록 변경하였다.
아르헨티나에서 칠레로 연결되는 가스 파이프라인은 GasAtacama, Norandino, GasAndes, Pacifico 등 4개이며 1997년 이후에 본격 가동을 시작하였다. 이들 파이프라인을 통하여 칠레 도시지역과 광산 및 발전소로 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발전 산업은 천연가스의 최대 수요처로 2011년까지 총 가스 수요의 약 50%를 차지할 것으로 CNE측은 예상하고 있다.
GasAtacama 파이프라인은 1999년 6월에 가동을 시작하였으며 아르헨티나 Cornejo에서 칠레 Mejillones까지 총거리 578마일 규모의 파이프라인이다. GasAndes 파이프라인은 총 280 마일로 아르헨티나 Neuquen 구조분지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칠레 수도 산티에고 주변에 위치한 3개 가스 화력발전소에 공급하고 있다. 동 파이프라인은 수도에서 남쪽으로 46마일 떨어진 칠레 최대 동광산 제련소가 있는 Caletones까지 연결되어 있다. Pacifico 파이프라인은 1999년에 완공되었으나 당초 예정되어 있던 가스 화력발전소의 개발이 취소됨에 따라서 현재까지 이용이 미미한 실정이다. 한편 Norandino 파이프라인은 네덜란드계 Tractebel 회사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칠레는 볼리비아 산 액화천연가스(LNG)를 미국과 멕시코로 수출하기위한 통로로 LNG 수출터미널 기지로 이용될 수도 있다. 동 LNG 사업은 “Pacific LNG Project”로 알려져 있는데 콘소시움의 참여회사로는 Repsol-YPF, BG, BP가 운영하는 Pan American Energy 등이다. 프로젝트의 총 투자 규모는 약 50억 달러로 투자 내용에는 볼리비아에서 항만까지의 수송시설과 수출 선적을 위한 액화설비 등을 포함하고 있다. 동 프로젝트 유치를 위하여 Patillos 항과 Peruvian 항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인데 항만 선정을 둘러싸고 양국 사이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으로 발전되면서 투자가 계속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4. 석탄산업
칠레는 13억 2백만 톤의 석탄 가채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2001년 63만 톤을 생산한 반면 소비량은 353만 톤으로 290만 톤을 수입한 석탄 순 수입국이다. 1997년 이후 소비는 거의 49%나 감소되었다. 국가에너지위원회(CNE)는 향후 석탄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석탄 소비수준의 변동이 심하였는데 이는 주로 전력부문의 소비 변동에 기인한다. 칠레에서 석탄의 최대 수요처는 발전부문으로 석탄화전은 강우량에 따라서 전력생산의 변동을 보이는 수력발전을 보완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1990년대 말 큰 가뭄 발생으로 수력발전이 타격을 입었을 때 석탄소비는 크게 증가하였다.
석탄의 수입은 대부분 호주에서 들여온다. 국내 석탄 생산지는 Lota/Corone 지역으로 칠레 남부 맨 끝단에 자리하고 있다. 최대 석탄 매장지는 1997년 폐쇄되었고 현재는 단지 두개의 소규모 광산만이 남아 운영되고 있다.
5. 전력산업
칠레의 전력산업은 역사적으로 수력발전 비중이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2001년 전력소비량은 약 401억 kwh를 기록하였는데, 그 중 53%인 215억 kwh가 수력발전에 의해 생산되었다. 1995년에는 전체 생산 전력 가운데 수력비중이 72%를 기록하였고, 설비비중도 59%를 기록하였다. 그러나 1997년에서 1999년까지 극심한 가뭄의 영향으로 전력생산이 큰 타격을 받아 그 결과로 수도 Santiago에서는 대정전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결국 칠레정부는 발전부문의 에너지믹스를 다각화하기위한 정책을 채택하게 되었다. 이후 가스 화력발전소의 건설이 추진되었고 아르헨티나로부터 발전용 천연가스 수입이 확대되었다. 2001년 현재 전체 발전설비 중 화력발전 설비비중이 57%, 생산 전력 중 화력발전 비중은 49%로 1995년도의 41%와 26%와 비교하면 상당한 변화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지난 2002년 아르헨티나의 경제위기로 인한 노동 분규로 가스 파이프라인 공급에 지장을 초래하여 또다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되었다. 그 결과로 칠레 정부는 미래 위기상황을 대비하기 위하여 천연가스 이외에 발전부문에서 가스와 함께 석유를 사용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칠레에는 4개의 송전망이 운영되고 있는데 중앙 송전망(Sistema Interconectado Central)은 전체 송전 전력의 9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중앙 송전망은 수력발전 60% 화력발전 40%로 구성되어 있다. 북부 송전망(Sistema Interconectado del Norte Grande)은 주로 화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는데 북부지역의 광산물 가공처리센터로 대부분 공급된다. 나머지 Asyen, Magallanes 송전시스템은 모두 칠레 최남단지역을 담당하고 있는데 이들 2개 송전 시스템은 전국 전력공급량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칠레 정부는 2003년 7월 말 송전요율을 규제할 새로운 법안을 의회에 제출하였다. 그러나 법안은 발전사업자와 소비자가 송전비용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분담할 것인가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는데 실패하여 법안 통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Ⅳ. FTA와 에너지부문의 영향
1. FTA의 기본성격
자유무역협정(FTA)은 해당국간의 무역을 저해하는 모든 무역장벽을 제거함으로써 양국간의 무역규모의 확대를 도모하는 무역협정이다. FTA가 적용되는 범위는 상품분야의 무역자유화를 중심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상품, 서비스, 투자, 지적재산권 등의 교역확대를 기본내용으로 하고 있다. 대표적인 구성요소를 살펴보면 관세 및 비관세장벽, 원산지규정, 통관절차 등으로 이루어진 상품교역분야, 투자 및 서비스 교역분야, 무역규범분야, 무역분쟁해결절차, 각종 협력으로 이루어진 기타분야로 이루어져 있다.
FTA에서 가장 타결이 어려운 분야는 상품교역분야의 관세인하 및 철폐인데, 주요 쟁점사항은 기본관세율 및 관세철폐 시기의 설정과 대상품목의 선정이다. 관세율인하로 인한 외국산 상품의 국내가격경쟁력 강화로 대표되는 FTA는 자연히 국내 관련산업의 치열한 저항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FTA의 체결로 말미암아 단기간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민감한 산업부문은 보통 5~15년에 걸친 단계적인 자유화를 실시할 수 있다. 또한 관세인하 이행기간 중에도 양자간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통해서 수입이 급증한 품목에 한해서 일정기간 수입을 제한할 수도 있다.
2. FTA의 이익
FTA 체결을 통하여 단기적으로 역내무역의 활성화를 가져올 수 있는데 이러한 역내무역의 증대는 무역창출효과와 무역전환효과라는 상반된 효과를 야기하게 된다. 무역창출효과란 각국이 협정체결 전에 소비하던 고가의 국내산 상품 및 서비스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역내 상품 및 서비스로 대체함으로써 협정체결 양국의 비교우위산업의 시장이 확대되고, 이에 따라 체결 양국의 후생수준이 증가하는 효과를 의미한다.
그러나 협정체결 이전에 보다 효율적인 생산구조를 가진 역외국이 존재했을 경우 역내특혜적인 관세철폐로 말미암아 역외의 저가상품의 수입이 저해되고 이로 말미암아 약화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를 무역전환효과라 한다. 무역창출효과와 무역전환효과의 상대적인 크기는 산업구조, 산업경쟁력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하여 결정되는데 일반적으로 무역창출효과가 무역전환효과를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무역자유화의 정태적효과 이외에도 FTA는 경제통합의 효과가 장기적으로 나타나는 동태적효과를 유발하게 되는데 이는 규모의 경제, 경쟁촉진요인, 외국인 직접투자 등이 장기적 측면에서 보다 큰 경제파급효과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동태적효과는 FTA 체결이 역내시장 규모의 확대를 의미하고 이는 규모의 경제를 유발하는데 중요한 동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역내 회원국 기업의 자국시장내 진출로 인해 나타나는 자국시장의 기업참여수의 확대는 시장점유율 경쟁을 통해 각 기업의 경쟁력 강화로 유발하는 시장환경을 조성하게 되며, 이러한 현상이 가격인하경쟁과 연구개발의 경쟁 등을 유발 하게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협정체결국간의 관세인하와 비관세장벽의 철폐는 역내시장의 이윤창출의 기회를 증대시키게 되고 이러한 이윤창출의 기회증대는 자연스럽게 외국인 직접투자의 규모증대에 기여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일반적으로 기업이 해외직접투자를 결정할 때 중요한 변수로 고려되는 시장규모, 성장가능성, 정치 및 사회의 안정성, 법적·제도적 장치의 투명성, 노동력의 질 등의 요소가 FTA를 통해 개선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무역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대외무역환경의 악화가 전반적인 경기침체의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는데, 자유무역협정 확장을 통해 대외무역환경의 안정성을 제고하고 안정적 시장규모를 확대하는 것은 경기안정성 유지에 필수불가결하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은 첨단기술보다는 제조기술의 비교우위에 근거한 생산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선진국 기업들은 고도의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후발개도국은 저임금에 기초한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함으로써 우리의 무역환경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그런데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선진국과는 그들의 첨단기술과 우리의 생산기술을 결합하고, 후발개도국과는 특정분야에서 저렴한 노동비용과 우리의 생산기술을 결합할 수 있다면 FTA는 향후 무역시장에서의 우리나라 제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3. 바람직한 FTA 체결 대상국가
FTA를 체결하기 위한 바람직한 대상 국가 선정의 주요 기준은 일반적으로 상대국의 경제규모, 투자시장규모, 양국 산업간 보완성 정도, 배후시장규모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상대국의 시장규모가 클수록 FTA 체결에 따른 수출증가의 효과도 크고, 외국기업이 역내 국가를 생산거점으로 활용하려는 투자유인도 커지게 된다.
또한 FTA 체결로 자국산업이 선진산업에 종속되는 결과를 피하고, 취약한 국내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산업간 보완성이 큰 국가들과 FTA를 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산업구조의 보완성이 큰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협상타결이 체결 당사국에 제공하는 긍정적 파급효과가 여타의 경우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시장규모를 확대하고 산업적 보완성을 증대시킬 수 있는 대상국가 선정을 위해 노력하면서, 우리나라가 비교우위가 있는 산업부문의 집중적 육성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현재 비준이 완료된 칠레의 경우는 산업의 보완성에서는 우수하지만 상대국의 경제 규모에서는 다소 미흡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남미의 경제우등생으로 평가받고 있는 칠레와 FTA 체결을 성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배후시장으로 지목할 수 있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과 같은 대규모 시장에 진출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다만 에너지산업 부문만의 파급효과를 분석해보면 칠레와의 FTA는 다소 그 중요성이 떨어진다고 하겠다.
4. FTA의 에너지부문에의 파급효과
FTA의 주요 구성요소로는 관세 및 비관세장벽 점진적 철폐, 원산지규정, 통관절차의 개선을 통한 원활한 상품교역, 투자 및 서비스 교역분야 개선 등을 제시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관세율 인하를 통한 상품교역의 확대는 가장 파급효과가 큰 반면 가장 협상의 진행이 어려운 부분이다.
현행 FTA가 상품교역 뿐만 아니라 서비스부문의 무역자유화도 추구하고 있지만 현재 교역대상의 대부분이 제조업 생산품인 까닭에 관세율 인하로 인한 제품별 상대가격의 변화가 대내적인 시장 환경변화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FTA의 체결로 인한 에너지부문의 파급효과는 에너지제품의 수출입부문의 관련 상품의 상대가격변화로 인한 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수입석유제품에는 2000년 이후 5%의 관세가 부과되는 원유보다 3% 높은 8%의 기본관세율이 부과되고 있는데, 이러한 관세부과에 대하여 정유업계와 석유수입업계가 각기 다른 측면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정유업계에서는 경쟁국에 비해 고율의 원유관세가 국내석유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고, 수입석유제품의 국내시장 잠식으로 인한 정유업계의 위기심화에 따른 석유수급의 불안정성 문제를 지적하면서 원유에 대한 관세율인하를 통한 석유수입제품과의 관세율 차이의 확대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에, 석유수입업계는 원유와 석유제품의 관세율 차이의 축소 내지는 현상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석유수입사 주장의 근거는 석유수입제품 수입자유화로 인한 소비자의 제품선택권 확대 및 국내시장의 경쟁촉진과 같은 수입자유화의 긍정적인 효과의 유지를 위해서는 수입석유제품의 가격경쟁력을 어느 정도는 유지의 필요성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FTA 체결로 원유와 수입석유제품의 관세율의 차이에 변화가 일어나게 되는 경우 국내의 석유제품시장은 수급체계에서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물량적으로 수입에 비해 30~50배 이상의 규모를 보여주고 있는 수출시장의 경우 FTA를 통해 상대국의 수입석유제품 관세율 인하를 유도하게 되는 경우 수출 가격경쟁력에서 큰 이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가격경쟁력의 강화는 우리나라 석유제품수출여건을 크게 개선시킴으로써 수출물량의 증대에 기여하고 아울러 1996년 이후 국내수요를 초과하기 시작한 정제능력규모로 인한 국내시장의 잉여공급분의 수출을 통한 해소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Ⅴ. FTA 체결의 추세와 석유산업부문의 파급효과
1. 우리나라 FTA 체결 전망
칠레와의 FTA 비준이 완료됨에 따라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FTA관련 협상이 좀더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가장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는 FTA 협상은 일본과 이루어지고 있는데 제조업분야의 개방범위와 관세인하율이 우리나라 관련 산업분야의 초미의 관심사항이 되고 있다. 향후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는 우리나라의 FTA 협상은 일본 외에 싱가포르, 아세안, 멕시코 등의 국가들이 포함되어 있다.
칠레와의 FTA를 시발점으로 향후 전개될 일본과의 FTA 체결은 관세율의 인하정도와 그 적용범위에 따라서 우리나라에 지대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에너지산업에서 시장개방이 거의 이루어진 석유산업의 경우, 우리나라와 일본은 석유제품의 수출입을 통해 상대국의 석유산업 부문에 다양한 파급효과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일본과의 FTA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경우 현재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대상국인 중국과의 FTA 가능성에 대한 논의도 전개되리라 예상되는데, 중국은 석유부문의 수출입 측면에서 일본과의 교역규모보다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FTA 협상을 통한 석유산업부문에의 파급효과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싱가포르는 석유제품 수출입 측면에서 최근 주요국가로 부상하고 있어 향후 진행될 FTA 협상 결과가 석유부문에 어느 정도의 효과가 예상된다.
2. 석유제품 수입현황
1997년 석유제품 수출입법이 전면 자유화됨에 따라 일정기준의 저장시설을 갖추면 누구나 석유제품을 수입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수입자유화에 따라 정유회사이외에 새로운 석유수입사가 등장하여 주요 석유제품의 국내 총수입량에서 석유수입사의 비율이 1998년 0.5%에서 2001년 35%로 급속히 증가하였다.
또한 수입자유화 초기인 1998년에는 일본과 중국에서만 수입되었으나 점차 수입대상국이 다원화되었다.
각국별 비중을 살펴보면 일본의 비중은 수입자유화 초기인 1998년부터 2001년 까지 50%를 상회하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2002년은 LNG 공급부족으로 인한 B-C유의 긴급수입으로 말미암아 인도네시아의 비중이 급격히 증대되었는데 이는 일시적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대만의 비중이 해마다 증가하여 일본에 이어서 중국을 추월하여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석유수입사들이 동남아 국가들로부터 보다 저렴한 가격에 대량으로 석유제품을 구입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입선이 싱가포르를 제외하고는 인근국가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신규 석유수입사들이 대량구입이 가능할 정도로 충분한 자체 저장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인데, 다만 2001년 이후 일본 및 중국으로부터의 수입비중이 낮아진 것은 일부 석유수입사의 추가적인 저장시설 확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2002년의 인도네시아산 B-C유의 대량수입현상은 이러한 수입사 여건 변화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3. 석유제품의 수출현황
1996년 이후 정제능력규모가 국내수요를 초과하기 시작하면서 석유제품의 수출이 크게 증가하였다. 정유사들이 정제시설의 가동을 내수규모와 관계없이 크게 증가시키면서 국내시장의 잉여공급분을 수출을 통하여 해소하려 했기 때문이다.
1996년 이후의 가동율은 매년 97%를 상회하였고 이에 따라 정유사들의 석유제품 총생산량중 수출의 비중은 1996년 20%를 상회하기 시작하여 2001년 까지 연평균 33%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석유제품별 수출은 수급불균형 조절을 위해 고유황 경유와 고유황 B-C유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초과정제능력으로 인한 수출이기에 거의 전 품목에 걸친 수출이 이루어지고 있다. 2001년 기준으로 보면 경유가 전체 수출물량의 31%, B-C유가 24% 정도 차지하는 등 수출제품구성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으며, 나프타와 제트유가 각각 18%, 13%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등유와 휘발유는 5% 내외의 낮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다만 이러한 수출제품구성 비중이 최근에는 다소 변동을 보여주고 있는데, 2002년에는 경유가 35%의 높은 수준을 유지한 반면, B-C유는 16%로 급격한 감소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B-C유 수출의 급격한 감소는 국내 환경기준강화와 경쟁연료 대비 가격경쟁력 약화에 따른 생산감소 뿐만 아니라 2002년 10월 이후의 LNG 공급부족으로 인한 국내수요증가에 따른 수출감소로 분석되므로 이러한 추세의 지속여부는 현재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나프타와 제트유의 수출은 해외시장의 호조와 수출마진의 상승 등으로 뚜렷한 증가세를 보여주고 있다.
국내시장의 공급과잉으로 정유사들이 제품 수출량을 증가시키면서 석유제품의 수익성도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2000년에 전개되었던 석유제품 수출에 대한 논란은 일부 언론의 주장에 따르면 석유제품시장에서의 과도한 가격경쟁은 덤핑수출을 야기시키고 이로 인한 손실분을 국내소비자에게 전가시키고 있다는 것이었다.
국내석유제품의 수출을 대상 국가별로 보면 일본이 2000년 이후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하면서 전체 수출물량에서 37~38%를 차지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중국의 비중은 1997년 38%의 수준에서 2002년에는 18%에 불과한 수준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외에 주요수출대상국의 위치를 보여주고 있는 홍콩과 싱가포르는 2001년 이후 10%내외의 수출비중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국가별 수출현황에 비추어 볼 때 일본시장에의 접근이 가장 효과적으로 수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므로 향후 일본시장의 효율적 유지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동시에, 향후 막대한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중국시장에 대해서도 현재의 비중감소 요인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시장진출 전략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4. 석유산업부문 파급효과 및 향후 대응전략
FTA 체결로 인해 석유수출입부문에서 체결국 상호간의 관세율이 낮아지는 경우 대내적으로는 석유수입사가 상대적인 이득을 보게 되고 대외적으로는 수출물량 증대로 인해 정유사가 이득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주요 석유수출대상국의 원유와 석유제품간의 가격격차가 크게 나타나고 있으므로 관세율 인하로 인한 이러한 수익률의 개선은 수출물량의 증대를 유발하게 되고 이는 기존 석유정제시설의 과다로 인한 잉여공급 문제 해결에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우리나라의 석유제품 수입자유화는 전형적인 과점구조인 국내 석유시장에 외부경쟁을 본격적으로 도입시켰는데, 이러한 경쟁도입은 석유수입사와 정유사들 간의 시장점유율 확대 또는 방어를 위한 가격 및 비가격경쟁을 통해 국내 석유기업들의 경영합리화를 촉진시켜 석유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 및 가격인하에 의한 소비자후생 증가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와 같은 시장 환경에서 향후 FTA 체결로 인해 국내 석유수입관세율이 인하되는 경우 FTA 체결은 석유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소비자 후생증대의 추세를 더욱 강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FTA 체결이 가져오는 석유부문 수출입 확대의 긍정적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수입측면에서 정부는 수입석유제품이 국내시장의 점유율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정유업계의 수익률 저하와 석유수급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정부차원의 석유시장 안정화 대책을 아울러 제공해야한다.
또한 수출측면에서는 우리의 주요 수출대상국의 석유제품시장에서 수출 석유제품의 가격경쟁력 향상 측면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시장진출에 관련된 장애요인을 제거함으로써 FTA로 인한 석유제품 가격경쟁력 향상이 수출물량의 확대로 연결될 수 있는 시장여건 조성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