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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보는 한국 석유사업법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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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니시무라 이사오|西村 功, 아시아 석유·에너지분석가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은 지난 3 3일 열린 정례 브리핑 석상에서 “3 2일 석유사업법개정안이 국회본회의에서 가결되어 4월중순에는 개정된 새로운 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시행이 되면 경찰,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등, 활용가능한 모든 공권력을 총동원해 강력한 유사휘발유 단속활동을 펼쳐나갈 방침이다”라고 확실히 밝혔다.

한국의 석유제품시장에서는 2002년부터 유사휘발유(알코올함유 자동차용 연료)가 대량으로 유통되기 시작하였으며 최근에는 유통량이 국내휘발유 시장의 10%를 넘는 것으로 추산되어 산업자원부(일본의 경제산업성에 해당)를 비롯해 석유정제업계, 주유소업계, 환경부, 법무부, 국세청 등 관계기관과 관련업계는 그 대응책 마련에 고심해 왔다.

휘발유 품질규격은 석유사업법에 의해 엄격하게 규정되고 있으나 상품명 세녹스로 대표되는 문제의 제품은 용제(솔벤트)가 주원료이며 메틸 알코올과 톨루엔을 각각 60:10:30의 비율로 혼합한 것으로 세녹스 제조업자는 이를 연료첨가제로 명명하고 판매를 시작했다. 최근에는 「휘발유 대체연료」라고 광고하는 등 강력한 판매공세를 펼쳐, 전술한 대로 2003년 실적으로는 시장점유율 12.9%나 차지한 것이다(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이러한 상품은 세녹스외 30여 종류에 달함).

주지한대로 일본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했다. 구체적으로 상품명 ‘가이악스’로 대표되는 고농도알코올 함유 자동차용 연료의 문제이다. 이 불법연료에 대처하기 위해 경제산업성, 국토교통성, 석유업계, 자동차업계는 연합하여 협의와 검토를 계속했으며, 지난 2003년 가을 최종적으로 산업경제성과 국토교통성이 관할 감독관청으로서 합동견해를 발표하고 본 건에 대한 판매금지 조치명령을 발표하여 종지부를 찍은 것이 기억에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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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산업자원부는 해당제품이 석유사업법 제26조위반(규격외 자동차용 연료의 제조판매금지)에 해당한다고 하여 2002 10월 서울지방법원에 제조·판매업자(프리플라이트사)를 고발, 제소했다. 그런데 1심판결(2003 11)에서는 의외로 무죄로 판결이 나 프리플라이트 측이 승소했다. 판결의 주된 이유는 석유사업법 제26조가 충분히 갖추어지지 않은데에 따른 것이고 산업자원부는 곧 항소의 수속을 취한다고 발표했으나 지적된 석유사업법 제26조 법령의 미진한 부분에 대해서는 맹점이 될 모양이었다. 또한 산업자원부로서 불리한 것은 2001 7월 해당제품의 품질을 검사한 환경부(국립환경연구원)가 휘발유에 동제품을 40% 혼합한 첨가제로서 인정한 시험성적서를 발행한 것이었다. 재판소는 이 점도 감안하여 무죄판결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왜 휘발유에 대해 이러한 불법행위가 발생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주된 요인은 ①취약한 석유유통시장(주유소 업계) ②석유화학용 용제수급 불안정성 ③휘발유에 대한 고율의 세금 등을 들 수 있다. 첨언하면 휘발유는 석유제품 중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상품이기 때문에 항상 불법행위의 표적으로 되기 쉬운 점도 지적되고 있다.

주된 요인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로 언급한, 한국의 주유소업계는 지금까지 정유 5사가 견고한 점유율을 유지하여 왔지만 제품수입 자유화로 시장점유율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즉 무폴주유소의 출현이다. 자연히 주유소 업계는 치열한 경쟁체제로 돌입했다. 여기에 유사휘발유 제조업자는 보다 유리한 마진을 무기로 시장에 쉽게 참여할 수 있었다. 업계관계자에 따르면 유사휘발유의 대명사이기도 한 세녹스가 시장에 참여함에 따라 업종을 변경하거나 폐업하는 주유소가 속출하는 등 업계질서는 일대 혼란에 빠졌으며 (정상적인) 휘발유의 매출은 전국각지에서 일제히 감소하여 2003 11월에는 전월(10)에 비해 25~30%나 감소하였다고 털어놓았다.

둘째, 석유화학용 용제수급 불안정성에 대해서 언급하면, 석유화학산업의 비중이 외국에 비해 원래부터 높고 그 만큼 여기저기에서 석유화학원료용 용제의 불법유출 여지가 많다는 점이다. 석유정제과정에서 생산되는 용제의 대부분은 석유화학제품 원료에 이용되지만 정유공장에서 석유화학공장으로의 유통과정에서는 과세되지 않는다. 즉 미납세 상태이다. 이를 불법으로 빼내 다른 원료와 혼합하여 유사휘발유를 제조·판매하는 즉, 원료과세분을 탈세해 부당하게 저가제품의 제조행위에 치우치는 것이다. 이러한 불법행위의 빈번한 발생에 대해 산업자원부는 원료 용제가 불법으로 유용되지 않도록 「용제수급조정명령」을 발동했다.

마지막으로 휘발유과세의 문제를 들 수 있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휘발유에는 부가가치세를 비롯해 제세금이 63.5% (2004 1월 소비자가격 기준)가 과세되기 때문에 소비자가격은 리터당 1,347(세금 855원포함)이지만 유사휘발유는 교통세 등 세금을 탈세하는 불법행위로 소비자가격을 990원으로 설정해 판매하고 있다. 이미 국세청은 유사휘발유 제조업자에 대해 해당제품은 휘발유와 동등한 과세대상제품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통지, 지금까지의 미납부를 탈세행위로 간주하고 있으며 그 금액은 총액으로 10,920억원으로 산정하고 있다.

덧붙여서 말하면 한국의 경우에 석유의 연간 국내거래금액은 일본 엔화로 환산하여 5.4조엔, 내국세납부액이 연간 1.8조엔이나 달하는 국내 최대의 거래상품이라는 사실에서 보더라도 석유제품거래에 대한 이러한 불법행위의 유혹은 지극히 큰 것이다.

산업자원부는 서울지법의 소송에 있어서 1심판결에서 패소한 것을 크게 받아들여 판결이유의 첫번째로 꼽았던 석유사업법 제26조의 미진한 점을 수정하여 개정하는 것으로 재검토했으며 최종적으로는 다음과 같이 개정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첫번째 개정포인트는 유사석유제품의 개념을 명확화한 것이다(26조 개정). 또는 유사석유제품에 대한 규제를 명확화함에 따라 산업자원부 내부에서의 혼란방지와 행정자치부 내부에서 각 부서간의 혼란 및 경찰의 단속혼란을 방지하는데에 유용하게 사용되는 것이 목적이다.

두번째 개정포인트는 유사석유제품 제조장의 폐쇄등 행정대집행이 가능하게 되도록 명확해진 것이다(26조의 2). 현재의 법령상 유사석유제품의 단속은 경찰 행정력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산업자원부의 행정조치로도 유사석유제품 제조장의 단속이 가능한 조항을 삽입했다.

세번째 부가사항으로서 석유제품 품질보정행위의 명확화를 채택하고 있다(24조의 2신설). 이러한 개정요건이 명문화되어 서두에서 전술하였듯이 32일의 국회본회의에서 심의결과 가결된 것이다.

한국경제는 안팎으로 괴로운 입장에 서있다. IMF (국제통화기금)가 발표한 2003년의 경제성장율은 2.9%에 그치고 있다. IMF 2004년 들어서 회복 기미가 보인다고 하여 5.5%를 전망하고 있으나, 원유를 비롯한 국제 1차원자재 가격의 상승, 대통령탄핵으로 상징되는 국내정치의 불안정성, 외국인 직접투자액의 감소 등 산업계를 둘러싼 환경은 여전히 어렵다.

전경련을 비롯한 관계 11개 사업자단체는 3월 들어서 서둘러 정부에 대해 경기회복을 위한 「국제유가상승에 따른 기업부담완화를 위한 산업계 의견」이라는 정책건의를 했다. 이 중에서 유사휘발유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는 것이 조세징수의 안정화와 탈세행위의 재발방지로 연결되고 석유제품 유통질서의 확립에도 기대효과가 아주 크다고 하여 정부의 엄정한 단속조치를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

엄정한 법령개정에 대해 제조업자는 부당한 조치라고 반발, 다시 법정투쟁으로 몰고 가려고 하고 있지만, 산업계로부터의 강력한 건의도 있고 이번의 석유사업법령도 개정된 만큼 차차 가까운 시일내에 전면 해결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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