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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만나고 우리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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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만나고 우리를 보다
 
-유럽출장을 다녀와서-

글·주정빈|대한석유협회 대외협력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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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따라 나선 길…

늦더위와 끈적이는 바람이 아직도 목덜미에 남아있던 지난 8 27. 몇 번의 연기 끝에 유럽 출장을 떠났다. 러시아·독일·프랑스·영국 등 유럽 4개국과 국제에너지기구(IEA)·영국석유협회(EI)를 방문, 국제 석유 흐름을 파악하고 상호 협력을 모색하기 위해 회장님과 함께 나선 길이었다. 정상적인 이륙을 알리는 기내 방송과 함께 너무나도 닮은 푸른바다와 파란 하늘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마음 끝자리는 쪽빛색깔만큼 개운하지 않았다. 날개 돋친 기름값 따라 언론의 관심과 비판도 출렁이고 있었고 정기국회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땅 위의 일은 모두 잊으라는 듯 KE 923기는 한반도를 시야 밖으로 밀어내고 어느새 고비사막을 가로질러 모스크바를 향해 고도를 낮추고 있었다.

얼지 않은 푸른 모스크바…

매서운 눈보라가 사계절 내내 몰아칠 것 같은 동토의 나라. 얼마 전까지 동서냉전의 중심에서 세계의 반쪽을 호령하던 땅. 이념에서 자유롭지 못하던 시절, 상상조차 자유롭게 할 수 없을 만큼 멀게만 느껴지던 곳. 그러나 ‘백야’와 ‘닥터 지바고’의 낭만으로 애틋하게 기억되던 ‘모---바’.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닐 암스트롱과 올드린의 흥분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자못 상기된 마음으로 모스크바에 첫발을 내디뎠다.

땅은 얼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가 도착한 ‘쉐르메췌브어드바공항’은 국제공항이라는 말이 무색하리만치 너무나 소박(?)했고 얼어붙어 있었다. 입국심사를 위해서 기나긴 지루함이 필요했고, 공항 밖에선 세련된 미모와 싱싱한 매력이 넘치는 안나카레리나 대신 택시 영업을 하는 일단의 러시아 마피아가 지친 우리를 맞이했다. 저녁 시간을 갓 넘긴 모스크바엔 라흐마니노프의 선율도, 호수에서 미끄러지는 백조의 춤사위도 없었다. 떠나기 전 러시아 정부와 유코스사의 갈등으로 세계 석유 시장을 들썩이게 해 우리의 속을 시커멓게 태웠던 모스크바의 저녁은 너무도 태연했고 낯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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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시내에 있는 레닌시대 건축물

한반도의 78배에 이르는 드넓은 땅에 1 5천만의 인구와 풍부한 자원을 가진 러시아는 대칭과 정반의 연속이었다. 1991년 사회주의가 붕괴된 러시아는 현재 정치·경제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상태. 지극히 러시아적인 과거 권력의 흔적들과 봇물처럼 들이닥친 서구의 모습이 공존하고 있었다. 크레믈린과 붉은광장에 선 레닌에게 자본주의의 옷을 입혔지만, 그 옷에는 서비스와 친절이 빠져있었다. 무기와 우주 분야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면서, 거리엔 과거 우리나라 ‘포니’나 ‘새나라’ 수준의 차들이 즐비했다. 도시는 장중했으나 건물은 낡았고, 하늘과 공기는 맑고 깨끗했으나 오가는 사람들의 얼굴은 그늘지고 어두웠다. 유가가 폭등하여 나라는 부유해졌으나 급격한 인플레로 서민의 생활은 더 어려워지고 있는 듯 했다. 늘씬한 몸매와 배꼽티로 단장한 루스까야(아가씨)의 자유분방함이 이방인의 경계를 풀어헤치더니, 불만과 의심으로 가득찬 눈길을 보내는 루스끼(총각,아저씨)와 길거리에서 생활비를 벌고 있는 경찰들의 뻔뻔함이 금세 풀어진 입술과 마음을 닫게 했다. ‘친절은 세상을 아름답게 하며 모든 비난을 해결한다’는 톨스토이의 말에 더 이상 귀를 기울이지 않는 듯 했다. 그러나 잠시 머물고 본 소회란 것이 온통 이율배반인 것은 아니었으며 묘한 정반이 역설로 인간적이었다.

오히려 우리에게 러시아의 의미는 과거나 현재가 아닌 미래에 있었다. 이념 대신 석유와 가스자원을 등에 업고 옛 제국의 화려한 부활을 노리고 있는 잠용(潛龍). ‘세계 7위 석유 보유국’이자 ‘세계 1위 가스 보유국’ 러시아! ‘세계 4위 석유 수입국’이자 ‘세계 2위 가스 수입국’ 한국! 두 나라의 너무나도 다른 처지가 푸른 모스크바 하늘만큼이나 시리다. 어수선한 카오스의 땅을 떠나 베를린으로 향하는 하늘 아래 끝 모르게 우거진 수목만큼이나 러시아의 미래는 푸르렀다.

통합의 땅 베를린…

통일독일의 수도 베를린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직 가을이 묻지 않은 비였지만 러시아에서 팽팽하게 당겨진 신경을 달래 주는 듯 하다. 흠뻑 젖은 도시를 배경으로 활짝 웃는 흑인 택시 운전기사의 하얀 이가 정겹다. 그러고 보니 벤츠와 BMW가 지천이다. 독일이 맞는 모양이다.

자유를 찾아 서독으로 넘어가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 40여㎞의 두껍고 차가운 콘크리트 담장을 쌓아야만 했던 도시. 그러나 그렇게 가로막혀있던 동서독인들은, 1989 11, 28년만에 그 장벽을 걷어냈다. 그리고 그로부터 11개월 후 거짓말같이 하나가 되었다. 역사적인 재통일을 이룬지 14. ‘동서냉전의 상징물’은 이제 브란덴부르크문을 중심으로 극히 일부만 남겨져 ‘아픈 과거의 상징물’로 ‘업그레이드’ 되었다.

‘베를린 장벽’의 붕괴는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물건 대신 먼지만 수북했던 가게 선반은 넘쳐나는 상품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마음대로 왕래조차 할 수 없었던 이 도시는 전세계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이제 이 곳은 그 어느 도시보다 자유롭고 활기찬 독일의 수도가 되었다. 현지 주민들은 통일 후 한동안의 혼란은 피할 수 없었지만, 그들은 그 혼란을 슬기롭게 이겨냈고, 이제는 그 혼란 뒤의 평화를 마음껏 누리고 있다고 만족스럽게 말했다. 아직도 서로 차가운 경계의 눈길조차 거두지 못하고 있는 우리에게, 베를린은 분명 가슴 아프게 부러운 도시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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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서 교외로 연결된 기차역

9세기 중엽 동프랑크에서 비롯된 독일은 오래된 역사와 건축물만큼이나 현재도 견고해 보였다. 곳곳에 전쟁과 분단의 상흔이 아직 남아 있지만 외려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평화의 씻김굿을 하고 있었고, 거리마다 건물마다 세계 정신을 주물렀던 수많은 철학자가 살아 숨쉬고 있었다. 모스크바처럼 웅장하진 않으나 거리는 질서정연하고 깨끗하였으며, 사람들은 친절했고 활기찼다. 시차는 우리보다 7시간이나 늦지만, 정치·경제·문화의 발전 속도와 질은 우리를 훨씬 앞질러 가고 있었다.

독일은 우리와 많이 닮고도 달랐다.

전쟁의 참화를 슬기롭게 극복, 세계 경제의 한 축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한 점을 굳이 들지않더라도, 중화학 공업 위주로 석유에 의존하고 있는 경제 구조가 닮은꼴이다. 원유 수입량도 비슷하다. 우리가 세계 3위·독일이 4. 석유 소비량도 각각 7위와 4위를 차지하고 있고, 정제 능력은 6위와 7위로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두 나라는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현실도 같다. 그러나 독일이 우리처럼 ‘비산유국’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독일은 석유 소비량의 55%를 자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유국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자급률 3%밖에 안되는 우리 처지가 베를린의 낮게 깔린 구름만큼이나 침침하다.

또 비가 내린다. 이번엔 가을은 아예 건너뛰고 겨울비다. 나그네는 괜히 마음만 분주하다. 하루에도 몇번씩 바뀌는 변덕스런 날씨다. 생각이 많아지는 이유를 알겠다.

“봉쥬르 파리…”

어느덧 파리다.

끝없이 이어지는 평원. 산은 보이지 않는다. 서유럽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한 나라답다. 덜덜거리던 에어프랑스. 멋진 이름이 어색하지만 훌륭한 착륙이 그나마 다행이다. 입국 수속은 간단했다. 옆 동네에 온 듯 하다. EU로 통합된 후 모습이란다. 서운(?)했지만  서둘러 ‘예술 천국’ 속으로 들어갔다.

‘고색창연’이라는 말보다는 ‘세련’·‘균형’이라는 단어가 훨씬 잘 어울리는 도시. 140여년 전 세워졌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잘 정비되고 편리하다. 그러고 보니 거리의 사람들도 파리를 닮았다. 다가오는 여인에게서 마리 앙뜨와네뜨가, 스쳐지나가는 이에게 나폴레옹과 드골이 오버랩된다. 폭은 좁지만 수심 깊은 센강을 따라 유려한 문화가 도도하게 흐르고 있었다. ‘절대 가치’가 돼버린 미국 문화가 에펠탑 앞에서 빛을 잃는 이유가 있었다. 프랑스는 ‘Pax Americana’를 거부할 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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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강이 흐르는 파리 중심 전경

그러나 온통 아이보리색으로 아름답게 치장한 파리는 한편으론 아이러니 그 자체였다. 세계 문화 중심지로 당당히 인정받고, 그들 스스로는 ‘빛의 도시’라고 자랑스럽게 부르는 이 도시는, 한편으론 폭력과 광기의 현장이기도 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소장품을 자랑하는 루브르박물관과 그림같은 정원의 대명사 베르사유궁전의 전시실에선 절대 권력에 희생된 원혼들이 아직도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원치않는 자리에 놓여진 전세계 문화재들은 고향을 그리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파리의 얼굴엔 북경의 모습이 얼비친다. ‘대륙주의’와 ‘중화사상’를 바탕으로 이웃나라를 비하하는 ‘자기중심적 세계관’, 미국의 패권주의를 비난하면서도 극소수 엘리트의 양성에 기초한 ‘국수주의적 전략’,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지 않고 라데팡스와 상해를 중심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경제적 저력’, 다양한 맛과 멋으로 세계인을 매료시킨 ‘음식 문화’, 먼저 마음을 열지 않으며, 자주 씻지 않는 민족성까지. 이곳에 중국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 이유가 있었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지역을 ‘여행 자유 지역’으로 풀었다는 소식이다. 현지인들은 천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실로 엄청난 숫자다. 이 숫자는 단지 여행객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 유럽은 아시아인의 각축장이다. 중국·일본·인도 등에서 온 아시아인들이 인종적 차별을 딛고 사회적 성공을 이루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었다. 사람만이 유일한 희망인 우리도 좀더 넓은 세상으로 눈을 돌려야 하지 않을까? 도버해협을 건너면서, 그곳이 우리가 극복해야 할 땅임을 절감한다.

“굿바이 런던…”

히드로 공항은 무척이나 맑았다. ‘하루에 사계절이 다 있다’는 변덕스런 기후에 무척 드문 날이란다.

도심 여기저기에 아름다운 공원이 보인다. 거리낌없이 윗옷을 벗어던진채 한가로이 햇볕을 쬐는 젊은이들, 공놀이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연인들의 다정한 속삭임 속에 토마스 모어가 말한 ‘유토피아’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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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킹검궁앞 공원

그러나 그 곳에도 시련이 없던 것은 아닌 모양이다. 인류 문명의 신기원을 연 산업혁명은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고, 그 암울한 그림자는 아직 현재진행형이었다. 급격한 산업화에 따른 오염으로 말 그대로 ‘죽은 강’이었다는 템즈강에는 여전히 그 흔적이 흐르고 있었다. 그보다 더한 것은 ‘인간 소외’ 문제였다. 자식과도 약속을 하지 않으면 만나기 어렵다는 런던 노인들은 벤치에 혼자 앉아 책을 읽거나 개나 고양이를 돌보며 쓸쓸한 말년을 보내고 있었다. 우리의 미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주름진 얼굴만 두 눈 가득 들어온다.

영국을 말할 때 흔히들 “기후·음식·여자가 안좋다(?)”는 이야기를 한다. 질보다는 양에 집착한 음식, 세련미엔 미련없는 털털한 여인들. 기후를 뺀 두 가지 사실을 확인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영국은 몇 개의 얼굴을 갖고 있었다.

민주주의와 봉건주의, 그리고 제국주의가 혼재하고 있었다. 대헌장·시민혁명·권리장전이 만든 ‘웨스터민스터궁’이 민주주의 대표 얼굴이라면, 한때 54개 식민지를 거느리던 ‘버킹검궁’과 80만평 정원을 자랑하는 ‘블렌하임성’, 그리고 전시물의 80%를 다른 나라에서 빼앗아온 문화재로 채워놓은 ‘대영박물관’은 봉건주의와 제국주의의 또다른 얼굴이었다. 귀퉁이가 깨진 그리스·이집트 신전의 거대한 부조 앞에 서자 망치를 든채 고대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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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박물관 중앙도서관 내부모습

재를 뜯고 있는 무표정한 영국인들이 보였다.

런던은 농업 문제·높은 실업률 등 여러 가지 몸살을 앓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많은 도시였다. 옛 것을 존중하는 전통은 그 어떤 것도 함부로 부수는 법이 없었고, 일상에서도 스스로 고쳐 쓰고 아껴쓰는 검소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조금만 헐어도 내버리고 바꾸고 부수는 우리와 너무 다르다. 이들은 또한 겉치레가 없고 매사에 서두르는 법이 없다. 사람이 죽어도 15일에 걸쳐 장례를 치를 정도라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체면과 외양을 중시하고 속도에 대한 강박에 사로잡혀 있는 우리와 극단으로 비교된다. 의료 · 교육 등 사회 보장 제도와 안정된 사회 시스템도 부러운 대상이었다.

그러고 보면 영국은 일본과 많이 닮았다. 같은 섬나라인 일본은 메이지유신의 모델을 영국으로 삼았고 지금도 영국은 동경의 대상이다. 국가는 부자이나 개인은 가난하며, 검소하고 예의바른 국민성, 엄격한 교육 제도, 좌측 통행·우측 운전석, 호텔, 가정집, 교복, 심지어 반찬값까지 비슷하다. 중국과 프랑스처럼 일본은 영국과 비교되고 있었다.

런던의 해도 지고 있었다. 돌아갈 시간이 다가온 모양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히드로공항은 분주했다.그러나 돌아오는 내내 설레임 대신 가라앉은 침묵이 마음을 온통 차지한 건 왜일까?

집으로…

짧지만 긴 여정이었다.

많은 곳을 돌아봤고 많은 사람을 만났다. 느낀 것도 많았고 새롭게 본 것도 있었다. 혼란스런 국제 정세 속에서 석유 산업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고 미래를 가늠해보려했다. 강대국이란 이름 속에 가려진 모순에 가슴이 서늘하면서도 배울 점 또한 많았다. 문제는 다시 ‘우리’였고 ‘나’였다. 2002 월드컵으로 인지도가 많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국제 사회에서 대한민국은 아직 미미했고 초라했다. 찬란한 오천년의 역사와 문화를 말하지만 정작 보여줄 것이 없는 현실. 좁은 땅덩어리에 자원은 없고 사람만 북적이며, 그마저 남북으로 갈라져 있는 나라. 무역 규모 세계 10위권은 말 그대로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릴 만 했다. 희망도 있었다. 곳곳에 걸려있는 우리 상품 광고판, 수많은 차별과 외로움속에서도 꿋꿋이 자리를 지켜가는 교포와 유학생들.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리켜 주고 있었다.

이번 출장 중에 많은 분이 도움을 주셨다. 그 중에서도 파리 소르본대학 철학 박사 과정을 밟으며 통역을 담당해 주셨던 구교찬 선생님과 런던에서 전사적으로 지원해주신 황의균 SK 런던지사장 이하 직원 여러분께 지면으로나마 고개숙여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첨부>

<방문 기관 및 결과>

■ 국제에너지기구(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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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문 일시 : 2004. 9. 1(수) 10:00~11:00

  IEA측 인사 :

   - Claude Mandil 총장(Executive Director)

   - Antoine Halff (Global Oil Demand Analysis)

○ 개요

   - 설립 목적: 1973 10 4차 중동전에 따른 제1차 석유 위기 이후   OPEC의 일방적인 유가 인상 및 금수 조치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서방의 주요 석유 소비국들이 1974 11 OECD 결의에 따라 국제에너지계획(International Energy Program : IEP) 협정의 실행 기관으로 설립.

   - 가입 자격 : OECD 회원국이면서 IEP 협정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국가(이사회 의결을 거쳐 가입).

    - 회원국 : 26개국(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호주,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스위스, 오스트리아, 덴마크, 그리스, 캐나다, 벨기에, 핀란드, 한국, 일본, 노르웨이,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뉴질랜드, 포르투갈, 스웨덴, 터키, 체코, 헝가리)

   - 활동 : IEP 협정을 통해 비축 의무(전년도 일평균 석유 순수입량의 90일 분) 부과. 비상시에는 석유 소비 억제 및 회원국간 상호 융통을 통해 산유국의 석유 금수 및 감산에 대응(이 제도는 지난 1990년 쿠웨이트 사태 때 국제 유가 안정에 크게 기여한 바 있음).

   - 주요 정책 : 신에너지 정책을 제시, 기존의 정책과 더불어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에너지 체계 구축. 에너지 기술 연구 개발 및 보급. 에너지 무역·투자의 국제 협력 강조.

 

○ 주요 토의 내용

  IEA는 현재의 고유가를 중대한 위기 상황으로 보고 있지 않음(미국 에너지 장관도 동의). 따라서 전략 비축유 사용은 고려하지 않고 있으나, 시장이 위기라고 판단시 즉각적으로 비축유를 방출하여 시장을 안정시킬 계획.

  4/4분기 석유 수급과 유가는 심각한 돌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안정될 것으로 전망.

  ● 전세계 석유 회사 협의회인 IAB(Industry Advisory Board, 위원장 : Exxon사 대표)를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의 참여를 희망.

 

() 최근 고유가와 관련, 석유 안정 보장을 위한 IEA의 추가 대책과 국제 유가 상승에 대비한 IEA의 노력은?

() - IEA 1974년 석유 분야의 석유 공급 중단이라는 비상 사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설립되었기 때문에 회원국에 전략 비축유 정책(최소 90일분)을 엄수토록 하고 있음. 따라서 전략 비축유는 IEA가 정한 공급 중단 사태 발생시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음.

      - 현재 수급 시장에서 수요에 비해 충분한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어 IEA의 추가 대책(전략 비축유 사용)은 필요 없다는 입장.

      - 지금의 고유가는 산유국내의 정치 불안과 석유 시설에 대한 테러, 투기 자본 유입 등 생산 외적인 요소, 그리고 석유 시장에서 잉여 공급량 축소(2~4백만B/D 1백만B/D)와 공급량 증대를 위한 투자 미흡 때문.

      - 투기 자본 유입으로 인한 유가 상승에 대한 대책은 IEA 설립 방침에 의거, 아무런 역할을 수행할 수 없을 뿐더러 해서도 안되게 되어 있음. 그러나 지금의 고유가 상황이 지극히 비정상적이라는 것은 인정함. 투기 자본이 더 이상 유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

      - IEA는 산유국의 잉여 생산량이 현저히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돌발 사태가 발발했을 경우 즉각적으로 전략 비축유의 사용을 허가하여 석유 수급 안정에 노력할 것임.

() 지난주 미국 에너지 장관과 면담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전략 비축유 사용과 관련된 합의 사항은?

() IEA총장 (Mr Mandil)은 지난주 미국 에너지 장관(스펜서 아브라함)을 만났으나 정기적인 만남이었을뿐 특별한 면담은 아니었다. 중대한 돌발 사태가 일어날 경우 전략 비축유를 사용한다는 원칙적인 합의를 했고, 현재가 그 시점이 아니라는 데 동의했음.

() 에너지 국제 협력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 - 현재 IEA는 국제 기구로서 회원국 정부를 위한 조직임. 즉 회원국 정부의 관리하에 26개국의 대표자들(한국은 OECD주재 대사)로 구성된 이사회에 의해 운영되고 있음.

      - 6개 위원회(재무, 연구, 장기 분석ㆍ단기 분석, 석유시장, 위기대처, 비회원국관리위원회)가 있으며, 매년 5차례의 정기 모임과 수시 모임을 통해 상호 관심사를 논의함.

      - IEA는 전세계 석유 회사 협의회인 특별위원회 IAB(Industry Advisory Board, 위원장 : Exxon사 대표)를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의 조속한 참여를 희망함.

      - 전세계의 유수한 산업 분석가 대상의 정기 세미나를 개최하여 연구서를 작성·공표하고 회원국에 전달하고 있음. 또한 중국·인도 등 비회원국들이 IEA와 상호간 협력할 있도록 노력하고 있음.

() 향후 4/4분기 석유 수급 예측과 OPEC의 공급 여력 및 유가 전망은?

() - OECD 회원국의 비축량 증가와 OPEC 및 非OPEC의 생산량 증가로 4/4분기 수급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

      - 이라크에서 석유 시설에 대한 파괴가 잇따르고 있으나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고, 사우디에서 꺄뜨리와 무사파 등 신규 유전이 발굴되고 있어 노후 유전의 생산량 감소를 상쇄하고 전반적인 생산량 증가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됨.

      - IEA가 유가를 전망할 경우 석유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원칙적으로 유가 전망을 하지 않고 있음. 다만 직접적인 전망보다는 어느 시점에서 유가가 생산 전반적 요인들에 비해 과도하게 인상 또는 절하되었는지에 대한 평가를 내놓을 뿐임.

() 인플레이션 고려시 현 유가 수준이 고유가가 아니라는 견해에 대한 IEA의 입장은?

() - 이란혁명으로 인한 2차 석유파동때(1979~ 1980)와 비교시 현 유가는 고유가가 아니라는 평가는 일리가 있음.

      - 그러나 최근 WTI 45~50달러 가격선은 석유 생산 원가를 고려시 고평가 되었다고 볼 수 있음.

      -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를 경우 전세계 GDP 0.3%P 하락.

() 고유가 현상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 - 현재의 고유가는 생산과 관계없는 외부 요인들이 많이 개입해 있기 때문에 전망이 매우 어려움.

      - 그러나 향후 심각한 돌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현재 공급과 비축이 충분하기 때문에 향후 유가는 하락할 것으로 전망됨.

      - 다만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석유 산업 시설 전반에 대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인가가 중요함.

() 고유가의 원인으로 비가입국인 중국과 인도의 석유 수요 급증을 꼽는데, 이에 대한 IEA의 대책과 역할은 무엇인가?

() - IEA는 중국의 석유 수요 급증을 예상치 못했음. 그러나 고유가 책임을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이 미국 대비 1/10 수준에 불과한 중국에 전가하는 것은 공정치 못함.

      - 그러나 중국의 석유 수요 급증이 고유가의 원인이 되었다는 분석에 동의하며, 향후 10년간 이들 나라에서 괄목할 만한 소비 증가가 예상됨.

      - 중국·인도에 대해서는 IEA가 책정하는 적정 수준의 석유를 비축하도록 하고, 효과적인 에너지 소비 성향이 정착되도록 도울 것임.

() 일각에선 40년 이후 석유가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IEA의 판단은 무엇인가?

() 현재 생산 유전 외에 다수의 유망 유전이 존재함. 유전 개발 기술이 지속적으로 진보되고 있고, 미생산 유전에 대한 채굴이 곧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40년 이후 석유 고갈 사태에 이르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함.

영국석유협회(EI, Energy Institute IP)

image○ 방문일시 : 2004. 9. 3(금) 15:45~17:00

EI측 인사 :

   - Catherine M Cosgrove (Library and Information Service Manager)

   - Lawrence Slade (Business Development and Technical Director)

   - Martin Hunnybun (Technical Manager - Aviation Distribution)

   - Sanjeev Kumar (Professional Affairs Manager)

 

○ 개요

   - 설립 : 2003 7 IP(The Institute of Petroleum, 1913년 설립) IE(The Institute of Energy) 통합.

   - 직원수 : 43(본부)

   - 가입 자격 : 특별한 요건 없음

   - 회원 : 에너지 분야에 종사하거나  관심있는 국내외 석유회사·개인(현재 12,000)

   - 주요 활동

  • 전문 에너지 분야
  • 석유 산업 분야 관련 기술·과학적 지원
  • 지식과 정보 제공
  • 교육과 훈련 및 문헌 정보 제공(최근 EI의 집중 분야)
  • 지역·국가 및 국제적 에너지 네트워킹 구축
  • 에너지 분야의 테크니컬 솔루션과 건강·안전·환경 문제에 대한 최적 실행 방안 제공
  • 에너지 분야에 대한 개인 연구 지원

○ 주요 토의 내용

  ● 현재의 고유가는 수급상의 문제라기보다는 러시아ㆍ베네수엘라ㆍ이라크 등의 정치적인 이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임. 이러한 문제는 곧 해소될 것으로 보이며 국제 유가는 안정될 것으로 전망

  ● 최근의 고유가는 산유국인 영국에게도 좋지 않은 현상이며, 정유사와 주유소의 경영 상태도 나쁜 상태임.

  ● 영국의 높은 세금은 유전 개발에 대한 보전 때문이며,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은 상황임.

() 올초부터 오르기 시작한 유가가 최근 최고가를 갱신하고 있음. 이런 상황에서 거의 모든 소비국이 고통을 겪고 있음. 현재 고유가의 주요 이유는 무엇이고 얼마나 오래 갈 것인가?

() 수급상의 이유라기보다는 중동 불안 등 정치적인 요인 때문으로 보임. 베네수엘라·러시아 등과 같이 이라크 문제도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전망되며, 따라서 고유가는 오래 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

() 국제 유가 상승이 대부분의 소비국엔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주고 있는데 산유국인 영국은 어떠한가?

() - 영국은 산유국이지만 산업 구조가 소비 분야에 치우쳐 있기 때문에 영국 역시 좋은 상황이라고 할 수 없음.

      - 정유 회사와 주유소 역시 경영이 좋지 않은 상황임.

() 보통 산유국은 석유 제품 가격이 비교적 저렴함. 산유국인 영국의 석유 제품 가격이 비싼 이유는?

() 영국의 석유 제품 가격의 80%는 세금임. 1960년 북해 유전개발 이후 자본금 회수 차원에서 높은 세금을 부과하고 있음. 소비자들도 높은 세금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음.

() 영국의 석유 제품 중 경유가 휘발유보다 약 2파운드 정도 비싼 이유는?

() 경유 소비 비중이 높아 석유 기업들이 이익 구조를 경유에 두고 있으며, 환경 부담금이 얹혀져 비싸게 판매되고 있음(2005년부터 휘발유는 50ppm, 경유는 10ppm으로 황함유량 제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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