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리스크 영향과 석유시장 전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문배
연초부터 중동산 원유 수출의 핵심지인 페르시아 걸프지역에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도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8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이란의 핵개발 활동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한 이후 미국과 EU 등 서방국가들이 이란의 핵개발 활동을 억제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의 하나로 이란산 석유를 수입하는 주요 국가들을 대상으로 석유수입 금지 조치를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하여 이란정부가 미국과 EU 등 서방국가들의 이란산 석유 수입금지 조치를 비난하면서 선제적인 대EU 원유수출 금지 선언과 호르무즈해협의 봉쇄를 위협하는 등 석유시장에 위기감을 다분히 조성하고 있다. 올해 연초 배럴당 105달러 수준이던 두바이 원유가격이 2월 24일 현재 배럴당 121.57달러를 기록하며 2011년 4월에 기록했던 리비아사태 당시의 유가수준을 넘어섰다.
특히 리비아의 원유생산량 회복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발생한 이란사태는 경질 저유황의 Brent 원유보다 중질 고유황인 Dubai 원유에 대하여 보다 큰 가격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사우디와 UAE, 쿠웨이트 등 같은 역내에 위치한 중동 산유국이 이란산 원유금수 발동 시 공급중단을 상쇄시킬 수 있는 대체원유 공급처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이란과 함께 이들 국가들이 종파는 다르지만 모두 같은 회교국이며 OPEC 회원국이라는 관점에서 이란이 강하게 반발할 경우, 대체물동량 공급에 대한 한계가 있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란의 원유생산은 현재 하루 약 360만 배럴 수준이며, 이 가운데 국내정제용 수요를 제외한 약 220만 배럴이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 2010년 이란의 원유수출 실적은 약 2.2백만b/d를 기록하였다. 이란의 원유생산은 고유황 중질원유의 비중이 60%, API 32° - 35° 수준의 경질유가 30%로 이란중질유가 이란의 최대 수출 원유이다.
석유수출은 이란 재정수입의 약 50%를 차지하며, 원유와 관련석유제품 수출이 이란 총수출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2011년 1월-9월까지 원유수출 실적은 총 253만b/d를 기록하였는데, OECD 국가로 수출이 135만b/d로 총 원유수출의 53%, 비OECD 국가로 수출이 118만b/d로 47%를 기록하였다.
OECD 국가 중 한국(22.8만b/d)과 일본(3.27만b/d) 수출물량을 제외한 나머지 792만b/d(점유율 31%)를 EU 국가로 수출하였다. 이를 근거로 볼 때, 미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금지 조치는 실질적으로 아시아의 미국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 수입량과 EU 수입량을 합한 약 45%(110-120만b/d) 정도를 대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판단해 볼 수 있다. 최근 중국과 인도도 미국의 권고에 의한 이란산 원유수입 감축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 효과를 확실하게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 추가 경제제재와 고려요인들
이란산 원유의 수입금지 조치로 예상되는 유가폭등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반드시 대체공급선 확보가 앞서서 이루어져야한다. 또한 중국, 인도, 러시아와 같이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에 반대해오던 국가들을 포함하여 국제적 경제제재 조치에 대한 광범위한 지지를 확보해야한다. 현재 이란산 석유 금수조치를 상쇄시킬 수 있을 만큼 여유생산능력을 갖고 있는 산유국은 불과 몇 나라뿐이다. 특히 중동 걸프지역에서 추가생산능력을 갖고 있는 국가로 사우디와 쿠웨이트, UAE는 모두 수니파 회교국가로 이란과 정치적 성향에서 차별성을 보이고 있고, 이란이 추가적인 경제제재로 인하여 어려운 상황으로 몰리는 사태에 대해 괘념치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이들 산유국의 대체공급을 위한 원유증산 여부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사우디는 이란사태 진전 이전인 지난해 11월에 원유 생산량을 10백만 배럴 이상으로 늘렸다고 발표하였다. 현재 사우디의 여유생산능력은 약 250만 b/d 수준이며, UAE는 50만 b/d, 쿠웨이트 20만 b/d 수준으로 대이란 원유금수조치가 이행되면 이를 모두 대체할 수 있는 규모의 생산능력이다.
그러나 이들 국가들이 이란에 대해서 유연한 입장이지만 서방과 아랍권이라는 2개의 서로 충돌하는 국제정치적 압력 사이에서는 적절한 균형적 입장을 취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100% 대체 공급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또한 이란이 같은 OPEC 회원국이면서 중동지역에서 맹주자리를 다투는 국가로서 자국의 원유시장을 순순히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란은 이미 OPEC 회원국의 대체공급을 위한 증산 움직임에 대한 경고를 공표한 바 있다.
중국과 인도가 미국의 이란산 원유수입 감축조치에 참여키로 한 것으로 최근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이들 국가가 이란산 원유의 추가구매에 나설 가능성은 있다. 중국 회사들은 당초 이번 사태가 이란산 원유를 유리한 가격조건으로 추가 구매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이란원유 수입에 대한 대금지급을 이미 중국 국내은행에서의 위안화 결재나 제3국과의 대리무역 형식으로 중국은행 결제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인도는 이란원유의 추가구입에서 미국의 압력에 대하여 중국보다는 예민한 입장이다. 인도는 이미 이란과의 원유거래에서 미국 당국의 대이란 금융거래 제한으로 대금지급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향후 중국은 대이란 원유수입에 별다른 제한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인도는 대금결제에서 보다 안전한 우회시스템을 찾을 때까지 계속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2. 호르무즈해협 봉쇄 가능성
현재 하루 17백만 배럴의 원유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하여 전 세계로 공급되고 있다. 이는 전세계 원유 해상물동량의 약 33%, 전세계 원유 거래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물량이다. 미국과 EU에 의한 추가 경제제재가 이행될 경우, 이란은 보복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해협의 완전봉쇄는 아니라하더라도 유조선의 해협 통행을 방해하려는 조치들이 취해질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이란이 군사력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상당기간 봉쇄하는 것이 가능할 지는 의문이다. 만일 해협이 봉쇄될 경우, 세계 석유 해상물동량의 약 30%의 공급이 전면 중단되어 엄청난 유가 폭등과 함께 세계경제에 큰 파문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또한 해협봉쇄는 이란뿐만 아니라 걸프만 주변 산유국들에게도 원유수출 전면중단이라는 동일한 피해를 가져오기 때문에 세계 석유시장에 주는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이유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봉쇄라는 위협성 발언만으로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이란은 선박용 기뢰와 미사일, 그리고 소형잠수정 편대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 모두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항하는 선박들을 공격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 그러나 기뢰 설치 또는 해협 통행하는 선박에 대한 공격 등 전쟁행위로 간주될 수 있는 어떠한 행위도 이 지역을 순찰하는 미 해군으로부터 즉각적인 공격을 받게 될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전면 봉쇄될 경우, 파이프라인을 통한 걸프만 수출원유의 우회 수송능력은 약 3.7백만b/d에 불과하다(표 참조).
3. 세계 석유시장의 영향
대이란 추가 경제제재를 둘러싸고, 중동 걸프지역에서 이란과 미국, 또는 이스라엘과의 군사적 충돌의 가능성은 아직은 낮다. 하지만 석유시장에 이란 리스크로 인한 불확실성이 상존하여 유가 프리미엄 요인 작용하게 될 것이다. 반면 석유시장 약세에 대한 불확실성 문제도 여전히 남아있다. 세계 석유수요가 유럽의 재정위기로 인한 경제성장 둔화와 고유가의 부담 때문에 하반기에 빠르게 둔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란의 EU에 대한 선제적 원유수출 금지 선언으로 유가 프리미엄 효과가 조기에 형성되고 있다.
결국 이란에 대한 서방의 추가경제제재 시행은 올 한해 유가에 프리미엄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럽의 재정적자 문제는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미루어지는 가운데 그때그때 미봉책으로 이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경제적 요인으로 인한 수요측면의 영향과 대이란 추가제재로 형성되는 공급측면 영향이 상호 유가변동의 가변적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서방에 의한 대이란 추가 경제제재 방안이 이행되면, 초기단계에서 유가수준은 작년 리비아 사태 초기와 비슷한 최고 배럴당 $130 내외 수준까지 급등할 수 있다. 만일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는 상황으로 전개되면, 유가는 단기간 동안 배럴당 $150 - $170 이상으로 폭등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