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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탐구 4]정유산업, 위기속 ‘新성장엔진’ 장착으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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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산업, 위기속 ‘新성장엔진’ 장착으로 ‘부활’

글 | 박용환_EBN 기자

정유산업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2000년대 들어 중국 경제의 급속 성장에 힘입은 ‘정유업 황금기’를 구가했지만, 2008년 하반기 이후 세계 경기침체로 인한 '암흑시대'로 접어들었다. 경기침체로 수요가 둔화되는 반면, 중국을 비롯한 중동의 신증설이 본격화되며, 공급과잉 시대로 진입한데 따른 것이다.

아울러,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이 '환경'으로 급속 재편되고 있는 점은 전통적인 정유산업에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화석연료 고갈과 함께,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시대적 요구는 정유산업에 일대 도전이다. '어두운 터널'을 지난다고 하면, 참고 견디면 되겠지만, 현 시대적 도전은 국내 정유업에 새로운 엔진을 요구하고 있다.

저(低) 마진 시대의 본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고도화 설비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에너지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한 석유개발 및 화석연료로 대변되던 에너지의 근본적 전환의 시기에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도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석유개발에서부터 석유화학제품까지 일괄체제를 구축하는 동시에 다음 세대 에너지 개발을 통해 종합에너지사로 DNA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저(低) 마진 시대 '고도화'로 극복…본업 경쟁력 확보

정유산업은 중국의 경제발전에 따른 수요 팽창으로 2000년대 들어 황금시대를 구가하다가 2008년 하반기 전세계를 강타한 미국발 금융위기로 급속도로 위축되며, 암흑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나마 국내 정유산업은 기초 체력이 튼튼해 버틸 수 있었지만, 일본의 경우 직격탄을 맞으며, 정유산업이 재편의 길을 걷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신일본석유는 수출 둔화에 다가 내수 침체로 실적이 크게 악화되면서 '생존' 위기로까지 몰렸다.

결국, 석유정제·판매사업의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4월 신닛코홀딩스와 합병을 통해 석유사업에 칼을 댔으며, 사업구조도 석유사업과 유전개발, 금속 등 3개 사업으로 재편했다.

일본 석유연맹 텐보 회장은 "일본의 석유수요 감소세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감산은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라며 "정유공장의 가장 큰 문제인 과잉설비·잉여제품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곧 업계 재편이 확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유공장의 통폐합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국내 정유사들은 전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의 경우 내수를 중심으로 한 산업이다 보니,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국내 정유산업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일본 정유산업은 세계 경기침체와 내수 위축이라는 외우내환(外憂內患)에 곧 바로 휘청하게 된 것이다.

앞으로 정유산업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중국은 산업발전에 당장 필요한 석유제품을 수입했지만, 내수 물량의 100%를 자국 설비를 통해 충당키로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국내 정유산업도 일본 정유산업이 흔들리고 있는 데 대해 강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지는 않다.

위기를 느끼는 체감의 정도는 다르지만 국내 정유산업도 위기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위기를 시대적 도전으로 보고, 응전 태세를 발 빠르게 구축하고 있는 점은 운명에 맞서는 방식이 일본과는 다른 모습이다.

정유산업의 수급 변화를 일찌감치 감치했던 국내 정유업체들은 같은 값의 제품을 팔더라도 생산 비용을 낮추고, 질 낮은 원료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생산 고도화를 서두르고 있다.

에쓰오일은 국내 후발 주자로서의 내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출로 눈을 돌리고, 고도화 설비 확충에 매진 한 결과, 현재 국내 최고의 고도화율을 자랑한다. 원유 정제능력은 SK에너지, GS칼텍스에 이어 일일 58만 배럴로 3위지만 고도화 비율은 25%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세계 경기침체로 인한 이례적인 상황임을 감안할 경우, 그동안 국내 최고의 영업이익률을 냈던 것도 고도화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정유정제능력도 2011년 63만배럴로 현재보다 5만배럴 늘릴 계획을 가지고 있다.

GS칼텍스는 고도화 설비 확충에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총 1조5천억원을 투자해 일일 6만배럴 규모의 No3. HOU(수첨분해시설) 고도화설비를 건설하고 있으며,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10월부터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설비가 완공되면, 고도화비율은 31.5%로 에쓰오일보다 높아지게 되며, 경유마진이 회복되는 상황임에 따라 가동에 들어가면 상당한 이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 설비는 벙커C유를 원료로 경유 등을 생산하던 것과는 달리 아스팔트와 같은 최저 수준의 제품을 원료로 경유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전 고도화 설비와의 차별점이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꿈의 사업인 고도화설비 건설에 매진하고 있다. 2011년 상반기 상업가동을 목표로 제2 중질유분해탈황시설(No.2 HOU) 공사에 한창이다. 2009년부터 2년에 걸쳐 2조1천억원을 투자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고도화 시설이 가동되면 하루 6만8천배럴의 고도화 정제능력이 12만 배럴로 늘어나게 된다.

SK에너지는 인천콤플렉스를 인수 한 뒤 고도화 설비 확충을 추진했지만, 세계 경제침체 등으로 인해 투자시점을 연기한 상황이다.

고도화 설비 확충은 저원가구조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정유업에 대한 지속적인 생존을 담보한다는 차원에서 국내 정유업체들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부문이다.

정유업의 ´암흑시대´라는 저마진 구조에서의 경쟁력은 바로 고도화 설비 확충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연관 산업인 '석화사업' 가장 확실한 성장엔진

정유산업에서 가장 가까운 산업은 석유화학산업이다. 석유제품 중 나프타를 원료로 제품을 만드는 산업임에 따라 연관 설비를 갖추면, 일괄생산체제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사업의 중요성이 지난해 정유사업 실적 악화를 상쇄해주면서 다시한번 부각됐다.

에쓰오일은 2011년 6월 완공을 목표로 1조4천억원을 투자해 연산 90만t의 파라자일렌(PX)과 연산 28만t의 벤젠 등 석화제품을 생산하는 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온산공장 확장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석화제품 생산능력이 현재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연산 160만t 규모의 PX 생산시설과 연산 58만t 규모의 BTX 생산시설을 갖추게 된다. 영업이익률도 약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석화제품의 공급과잉에 대한 신호음은 몇 년 전부터 들려왔지만, 지난해 ´대박´을 낸 뒤 올해 들어서도 호황을 지속하고 있다. 여기에는 국내 석화산업의 특수성도 자리하고 있다. 중국이 제2의 내수시장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때문에, SK에너지는 석화사업의 본사 기능을 중국으로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SK에너지 화학사업부의 전체 매출 가운데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0~70%에 달하며, 이 가운데 30%가량을 중국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중국 상하이 본사에서 올레핀과 아로마틱 사업에 집중할 방침이다. 특히 중국내에 설비 확충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일본 코스모스석유와 파라자일렌(PX) 등 BTX 신규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양사는 오는 2013년 4월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에 파라자일렌 연산 80만t 규모를 비롯, 벤젠 11만t 추가 생산을 위한 BTX 공장 및 관련 생산설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규공장이 완공되면 파라자일렌 생산규모가 현재 연산 38만t에서 80만t이 늘어난 118만t으로 증가한다. 벤젠은 11만t에서 22만t으로 11만t을 추가 생산하게 돼 BTX 전체 생산량이 140만t 규모로 기존 대비 3배가량 늘어나게 된다.

중국내 석화제품 수요 확대는 석화사업의 동아시아내 국가간 경계를 허물며, SK에너지를 비롯,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의 에틸렌 및 BTX 사업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상존하고 있지만, 기회를 포착하고, 적절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어 향후 BTX를 중심으로 한 정유업체들의 동아시아내 주도권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석유'없는 정유업 앙꼬없는 찐빵(?)…석유개발 속도 낸다

정유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고도화 추진과 함께, 하류산업인 석화산업에 대한 규모를 키우고 있지만, 석유자원의 확보 없이는 향후 원가경쟁력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 지난 2008년 두바이유가 배럴당 140달러까지 치솟으면서 확인된 석유자원 확보의 절실함은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는 안보 문제로까지 비화된 바 있다.

에너지 안보라는 국가적인 책무와 함께, 고유가 시대에 석유개발사업이 정유업의 안정적인 미래를 확보하고, 상당한 부가가치를 생산해낼 수 있다는 점은 석유개발사업의 중요성을 말해주고 있다.

SK에너지의 석유개발 사업은 규모면에서 메이저 기업과는 격차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의 37%를 차지할 만큼 상당한 이익을 가져다준 그야말로 ‘알짜’사업이다. 올해 예멘LNG생산 본격화 및 2분기말 페루 LNG생산에 들어가면 일일 생산량이 5만5천~6만배럴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SK에너지는 ´국내 최대 정유사´라는 타이틀을 넘어 ´글로벌 메이저 플레이어´로의 도약을 목표로 자원개발 사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단순정유사가 아닌 명실상부한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한다는 전략이다.

GS칼텍스 역시 일일 정제능력의 10%까지 자체 조달할 계획을 세우고 석유개발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방글라데시 육상 탐사광구인 Block 7 지분 45%를 쉐브론으로부터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원유를 발견한 캄보디아, 태국 사업 및 탐사를 진행하고 있는 베트남 사업에 이어 방글라데시에도 진출하게 된 것이다. 허동수 회장은 "앞으로도 동남아를 비롯 유망한 지역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GS칼텍스는 이번 방글라데시 광구를 포함해 6개의 탐사광구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주사인 ㈜GS 역시 7개의 탐사광구를 보유하는 등 총 13개 광구에 지분참여 형태로 유전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은 글로벌 메이저업체들과 비교하긴 이르지만,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석유자원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되는 사업이다.

 

'녹색'의 시대 정유社, 신재생에너지사업 이끈다

석유자원 고갈 및 온실가스 문제는 기존 사업에 대한 존속 여부에 심각한 물음을 던지고 있는 만큼,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적인 기업 존속 플랜을 마련한다는 차원과 함께, 에너지에 대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SK에너지는 그린카 배터리, 청정 석탄에너지, 이산화탄소를 이용한 친환경 플라스틱 제품인 ´그린폴´ 등 ´미래녹색성장´과 관련해 중점 추진분야를 정하고, ´저탄소 성장´ 청사진을 마련했다.

그동안 연구개발단계에만 머물렀던 전기자동차 배터리 1호기 생산라인이 가동된다. 주문에 대응하는 수준의 양산체제로 마케팅 측면에서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와 함께, 지식경제부의 국책과제에 사용될 리튬이온 배터리 공급업체로 참여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상용화될 100% 순수 전기차에 SK에너지의 배터리가 장착된다.

또한, 미국 전기차 개발컨소시엄에도 기술 평가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미국 에너지국과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3대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자동차 및 하이브리드 차 등에 탑재될 고성능 전기차 배터리 개발을 위해 구성한 컨소시엄이다.

앞서, 지난해 10월말 다임러그룹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됐으며, 독일 다임러그룹 글로벌 하이브리드 센터가 추진 중인 미쓰비시 후소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리튬이온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GS칼텍스는 건물용 연료전지와 상업시설용 연료전지 개발 및 상용화에 주력하고 있다. 수소시대에 대비한 수소스테이션을 국내 최초로 건립해 사업분야를 넓히고 있다.

차세대 친환경 이차전지인 박막전지 사업은 올해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한다. 박막전지사업은 국내에서 유일한 제조업체로서 향후 소형화 돼 가는 전자제품 시장의 트렌드를 선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친환경 에너지 저장장치인 전기이중층커패시터(EDLC)용 탄소소재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 최대 정유회사인 신일본석유와 함께, ´Power Carbon Technology´를 설립해 양산에 들어갔다.

바이오 연료 분야에서는 바이오부탄올 및 바이오혼합알코올 생산을 위한 균주 개발에 성공, 원천기술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를 필두로, 국내 정유업계는 석유개발을 통한 원유 생산에서부터 정유를 거쳐 석유화학까지 일괄생산체제를 갖추고, 향후 차세대 및 녹색에너지 사업 등 명실상부한 에너지 사업의 지존으로 재탄생하기 위한 전방위적 투자 및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2010년대는 정유업에 있어 생존을 위협할 만큼 도전이 거센 시기다. 석유개발의 안정적인 사업 추진과 함께, 녹색 에너지 사업의 주도권을 선점한다면, 국내 정유산업은 동아시아역내 강자를 넘어 글로벌 메이저로 도약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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